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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행법 1999. 7. 2. 선고 99구2788, 14194 판결 : 항소기각·상고기각
[시험문제지등공개거부처분취소·손해배상(기)][하집1999-2, 467]
판시사항

사법시험 제1차 시험의 문제와 정답이 공공기관의정보공개에관한법률 제7조 제1항 제5호 소정의 비공개대상정보에 해당하는지 여부(적극)

판결요지

사법시험 제1차 시험이 문제은행 출제방식을 채택하고 있는 이상 그 시험문제와 정답을 공개할 경우 기출문제와 동일 혹은 유사한 문제의 재출제는 사실상 불가능하게 되고 그 문제은행의 수 또한 고도의 학습과정을 거친 자를 상대로 전문과목을 수험대상으로 하고 있는 사법시험에 있어서 한정적일 수밖에 없어 결국 수년이 경과할 경우 이를 정상적으로 유지할 수 없게 되어 상대적으로 평가의 공정성과 객관성, 그리고 효율성 측면에서 우수한 문제은행 출제방식을 포기하고 다시 직접출제방식으로 전환할 수밖에 없는 결과를 초래하게 될 것으로 예상될 뿐 아니라, 문제은행식 출제방식에 있어서는 물론 직접출제방식에 의하는 경우에도 시험문제를 공개하는 경우 출제자들이나 문제 선정위원들에게 가해질 여러 가지 비판과 오류의 가능성에 대한 과민반응으로 인하여 실력 있고 저명한 교수들이 출제위원이나 선정위원으로 선정되는 것을 기피하게 되고 그에 따라 관리비용이 필요 이상으로 증대될 것이 예측될 뿐 아니라 출제위원이나 선정위원으로 위촉되더라도 완성도가 높은 문제보다는 단순히 법조문의 기계적인 암기만으로 해결할 수 있는 난이도가 낮은 문제를 출제하거나 선정할 가능성이 높아지게 되고 시험을 준비하는 수험생들도 오로지 공개된 기출문제의 암기에 매달려 전문영역에 대한 폭넓은 공부를 소홀히 할 것으로 예상되는 등 여러 가지 부작용을 노출하여 결국에는 국민의 생명과 재산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판사·검사·변호사가 되려는 자에게 필요한 학식과 능력의 유무를 검정하기 위한 사법시험제도의 본령을 훼손할 우려가 크다고 하지 않을 수 없고, 이는 결국 공공기관의정보공개에관한법률 제7조 제1항 제5호 에서 규정하는 시험의 공개로 인하여 업무의 공정한 수행이나 연구·개발에 현저한 지장을 초래한다고 인정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에 해당한다.

원고

임종희

피고

행정자치부장관

주문

1. 원고의 이 사건 소 중,

가. 손해배상 청구 부분을 각하하고

나. 시험문제지 등 공개거부처분취소 청구 부분을 기각한다.

2. 소송비용은 원고의 부담으로 한다.

청구취지

피고가 1999. 1. 16. 및 같은 해 5. 3. 원고에 대하여 한 1999. 2. 21. 시행한 제41회 사법시험 제1차 시험문제와 정답의 공개를 거부한 처분을 취소한다는 판결 및 피고는 원고에게 금 5,005,000원 및 이에 대하여 이 사건 소장부본 송달 다음 날부터 완제일까지 연 2할 5푼의 비율에 의한 금원을 지급하라는 판결.

이유

1. 처분의 경위

갑 제1, 2, 3호증, 을 제3호증의 각 기재에 의하면, 다음 사실을 인정할 수 있고 반증이 없다.

가. 원고는 1999. 1. 8. 피고를 상대로 같은 해 2. 21. 시행 예정인 제41회 사법시험 제1차 시험문제와 정답, 그리고 원고가 시험 당일 수령하여 문제풀이를 할 시험지 등을 시험 직후에 공개할 것을 청구하였으나, 피고는 같은 해 1. 16. 원고에게 공공기관의정보공개에관한법률(이하 ‘법’이라 한다) 제7조 제1항 제5호 에 의하여 시험과 관련된 자료는 공개하지 아니한다는 이유 등으로 비공개결정을 하였다.

나. 이에 원고는 1999. 2. 21. 피고가 시행한 제41회 사법시험 제1차 시험에 응시한 다음 같은 해 4. 20. 피고를 상대로 위 시험문제와 정답을 공개할 것을 청구하였으나, 피고는 같은 해 5. 3. 역시 같은 이유로 비공개결정(이하 가.항의 비공개결정과 함께 ‘이 사건 공개거부처분’이라 한다)을 하였다.

2. 손해배상 청구 부분에 대한 판단

원고는 이 사건 공개거부처분이 위법함을 전제로 관계 행정청인 피고를 상대로 정신적 손해에 대한 위자료와 지연손해금 등 금원의 지급을 구하고 있으나, 처분의 위법을 이유로 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은 성질상 민사소송에 해당하는 것으로서 이를 항고소송의 관련 소송으로 제기하는 경우에 있어서도 사법상의 권리·의무의 주체인 관계 행정청이 속한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를 상대로 하여야 할 것이므로 곧바로 관계 행정청인 피고를 상대한 제기한 이 사건 손해배상 청구 부분은 더 나아가 살펴볼 필요 없이 부적법하다.

3. 이 사건 공개거부처분취소 청구 부분에 대한 판단

가. 원고의 주장

원고는 위 시험문제와 정답을 공개한다고 해서 시험업무의 공정한 수행에 현저한 지장을 초래한다고 볼 아무런 이유가 없으므로 이 사건 공개거부처분은 취소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나. 판 단

(1) 법 제1조 는 이 법은 공공기관이 보유·관리하는 정보의 공개의무 및 국민의 정보공개청구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을 정함으로써 국민의 알권리를 보장하고 국정에 대한 국민의 참여와 국정운영의 투명성을 확보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제3조 는 공공기관이 보유·관리하는 정보는 이 법이 정하는 바에 따라 공개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제6조 는 모든 국민은 정보의 공개를 청구할 권리를 가진다고 규정하고 있어, 위 각 규정들에 의하면 공공기관이 보유·관리하는 정보는 원칙적으로 공개의 대상이 된다고 할 것이다.

그러나 다른 한편 법 제7조 는 여러 가지 상반된 이익을 조절하기 위한 고려에서 비공개대상정보를 규정하고 있는데, 그 중 제5호 는 감사·감독·검사·시험·규제·입찰계약·기술개발·인사관리·의사결정과정 또는 내부검토과정에 있는 사항 등으로서 공개될 경우 업무의 공정한 수행이나 연구·개발에 현저한 지장을 초래한다고 인정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정보를 규정하고 있다.

(2) 위와 같이 법이 시험을 비공개가 가능한 대상으로 규정한 것은, 현재 우리 나라에 있어서 시험이 국가공무원이나 그 밖에 공공업무에 종사할 자격이 있는 자를 선발하는 공익적 기능을 담당하면서 다수의 응시자를 대상으로 합격과 불합격이라는 첨예한 이해관계의 충돌을 강제적으로 해결하는 거의 유일한 방법 내지는 절차로서 작용하고 있다는 기능적 측면과 그것이 출제와 채점이라는 복잡한 과정을 거처서 이루어진다는 관리적 측면 및 일단 생성된 시험에 관한 정보는 시험을 주관하는 기관의 지적재산권의 일종으로서 보호받아야 한다는 재산가치적 측면을 모두 고려한 입법적 조치로 여겨지고, 다만 시험에 응시하는 자로서는 시험문제가 공정하게 출제되었을 것과 자신의 응시성적을 자신의 눈으로 빨리, 그리고 정확하게 확인하고 싶은 당연한 욕구와 필요성이 있고 시험에 응시한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그와 같은 욕구와 필요성은 정부나 공공기관에 의하여 가능한 한 존중되어야 하므로 시험이라도 그 시행목적이나 대상 및 태양 등에 따라 그것이 업무의 공정한 수행이나 연구·개발에 현저한 지장을 초래한다고 인정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인정되지 않는 한 공개의 원칙으로 돌아갈 것을 규정한 취지로 이해된다.

(3) 한편, 갑 제1호증, 갑 제2호증의 1 내지 9의 각 기재에 의하면, 피고는 1981년부터 사법시험을 비롯한 국가공무원 채용시험 중 객관식 시험을 시행함에 있어 종래의 이른바 직접출제방식 대신에 문제은행 출제방식으로 전환하였는데, 전자는 시험위원들이 연금된 상태에서 해당 시험문제를 직접 출제하는 방식인 반면, 후자는 시험과목별로 교수 등 관련 분야 전문가들이 출제한 문제들을 축적하여 과목별, 분야별로 나누는 등 문제은행을 구성하여 관리하다가 해당 시험이 시행되기 전에 별도로 문제를 심사, 선정할 위원들을 위촉하여 문제은행 중에서 문제를 선정하여 출제하는 방식으로서 후자는 전자에 비하여 과목당 다수의 교수들이 참여하여 다양한 문제를 출제함으로써 시험의 공정성과 객관성을 담보할 수 있고, 문제은행을 구성하는 과정과 출제과정에서 여러 단계의 검증절차를 거칠 수 있어 객관적이고 타당성 있는 문제를 출제할 수 있으며, 보안을 유지하기 쉬운 데다가 출제에 소요되는 비용 또한 절감할 수 있는 장점이 있는 반면에, 문제은행 출제방식은 기출문제라 할지라도 후에 다시 출제되거나 약간의 수정과 보완을 거쳐 재출제되는 것을 그 전제로 하고 있는 사실을 인정할 수 있고 반증이 없다.

위와 같이 사법시험 제1차 시험이 문제은행 출제방식을 채택하고 있는 이상 그 시험문제와 정답을 공개할 경우 기출문제와 동일 혹은 유사한 문제의 재출제는 사실상 불가능하게 되고 그 문제은행의 수 또한 고도의 학습과정을 거친 자를 상대로 전문과목을 수험대상으로 하고 있는 사법시험에 있어서 한정적일 수밖에 없어 결국 수년이 경과할 경우 이를 정상적으로 유지할 수 없게 되어 상대적으로 평가의 공정성과 객관성, 그리고 효율성 측면에서 우수한 문제은행 출제방식을 포기하고 다시 직접출제방식으로 전환할 수밖에 없는 결과를 초래하게 될 것으로 예상될 뿐 아니라, 문제은행식 출제방식에 있어서는 물론 직접 출제방식에 의하는 경우에도 시험문제를 공개하는 경우 출제자들이나 문제 선정위원들에게 가해질 여러 가지 비판(예컨대, 기출문제와 동일하거나 유사한 경향의 문제가 출제될 경우 안이한 출제라는 비판이 제기될 가능성이 높은 반면, 독창적이거나 학설 판례가 대립되는 분야의 문제를 출제할 경우 다른 견해를 가진 학자들이나 수험생들로부터 문제의 타당성에 관하여 비판이 제기될 가능성이 높다)과 오류의 가능성에 대한 과민반응으로 인하여 실력 있고 저명한 교수들이 출제위원이나 선정위원으로 선정되는 것을 기피하게 되고 그에 따라 관리비용(이 비용은 응시자 혹은 시험과 직접 관계가 없는 국민의 부담으로 전가될 것이다)이 필요 이상으로 증대될 것이 예측 될 뿐 아니라 출제위원이나 선정위원으로 위촉되더라도 완성도가 높은 문제보다는 단순히 법조문의 기계적인 암기만으로 해결할 수 있는 난이도가 낮은 문제를 출제하거나 선정할 가능성이 높아지게 되고 시험을 준비하는 수험생들도 오로지 공개된 기출문제의 암기에 매달려 전문영역에 대한 폭넓은 공부를 소홀히 할 것으로 예상되는 등 여러 가지 부작용을 노출하여 결국에는 국민의 생명과 재산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판사 검사 변호사가 되려는 자에게 필요한 학식과 능력의 유무를 검정하기 위한 사법시험제도의 본령을 훼손할 우려가 크다고 하지 않을 수 없고, 이는 결국 법 제7조 제1항 제5호 에서 규정하는 시험의 공개로 인하여 업무의 공정한 수행이나 연구·개발에 현저한 지장을 초래한다고 인정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다.

(4) 원고는 종래 사실상 시험문제가 전부 공개되어 왔고, 시험문제나 정답의 오류 여부에 대한 쟁송이 끊이지 않는 등 그 공정성에 의심을 받고 있다는 점을 공개 요구의 근거로 내세우고 있으나, 전자의 문제는 문제지의 불법적 유출행위에 대한 시험관리의 소홀에서 기인한 것으로서 장차 제도적으로 보완·개선되어야 할 내용에 불과하여 시험문제를 합법적으로 완전히 공개할 경우 가져오게 될 파장(가장 수준이 높고 전문적인 영역의 시험인 사법시험을 공개할 경우 나머지 국가나 공공기관의 모든 자격시험, 채용시험, 승진시험 등도 공개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과는 그 논의의 차원을 달리하는 성질의 것이고, 후자의 문제 역시 그 해결의 방법을 시험을 관리하는 절차내에서 부단한 연구와 노력을 통하여 찾아가는 것이 보다 바람직하고, 시험문제의 사후 공개 및 검증절차를 통하여 출제의 정확성을 높이고자 하는 시도는 자칫 우리 사회에 불신과 의혹의 풍조를 만연시킬 우려가 없지 않다고 할 것이다.

(5) 이상과 같은 이유에서 이 사건 공개거부처분은 적법하다고 판단되므로 이에 관한 원고의 청구는 받아들일 수 없다.

4. 결 론

그렇다면 원고의 이 사건 소 중 손해배상청구 부분은 부적법하므로 이를 각하하고, 공개거부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청구 부분은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임승순(재판장) 이재구 최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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