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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지법 2021. 10. 7. 선고 2020가합56617 판결
[해고무효확인] 항소[각공2021하,703]
판시사항

갑 대학교 산학협력단의 전임연구원 을이 상급자인 병이 회식 자리에서 자신을 성추행하였다는 이유로 갑 대학교 인권센터에 신고하였는데, 갑 대학교 인권센터는 을의 신고를 기각하였고, 갑 대학교 산학협력단은 ‘을이 상급자인 병으로 하여금 불이익을 받게 할 목적으로 허위사실을 신고하였다.’는 이유로 을에 대한 해고처분을 한 사안에서, 제반 사정에 비추어 을에 대한 해고처분은 정당한 징계사유가 인정되지 않아 무효라고 한 사례

판결요지

갑 대학교 산학협력단의 전임연구원 을은 상급자인 병이 회식 자리에서 자신을 성추행하였다는 이유로 갑 대학교 인권센터에 신고하였는데, 갑 대학교 인권센터는 을의 신고를 기각하였고, 갑 대학교 산학협력단은 ‘을이 상급자인 병으로 하여금 불이익을 받게 할 목적으로 허위사실을 신고하였다.’는 이유로 을에 대한 해고처분을 한 사안이다.

을이 신고한 병의 행동에 관한 내용과 을의 반응, 현장 상황에 대한 묘사는 직접 경험하지 않고서는 떠올리기 어려울 정도로 구체적이거나 특징적이고, 진술의 흐름 및 구체적인 진술이 이루어지기까지의 경과도 자연스러운 점, 신고내용 중 일부가 CCTV 영상과 다른 부분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을의 진술이 허위라거나 을에게 병을 처벌하기 위한 목적이 있었다고 단정하기는 어려운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을의 신고행위가 징계사유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으므로, 을에 대한 해고처분은 정당한 징계사유가 인정되지 않아 무효라고 한 사례이다.

원고

원고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여는 담당변호사 김성진)

피고

○○대학교 산학협력단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이우스 담당변호사 서애련 외 1인)

2021. 8. 26.

주문

1. 피고가 원고에게 한 2020. 6. 25. 자 해고는 무효임을 확인한다.

2. 소송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주문과 같다.

이유

1. 기초 사실

가. 피고의 원고에 대한 해고처분

1) 원고는 2009. 8. 1. 피고에 입사하여 전임연구원으로 근무하였다.

2) 원고는 2020. 1. 14. 원고의 상급자인 소외인 과장이 2019. 12. 26. 회식 자리에서 성추행하였다는 이유로 ○○대학교 인권센터에 신고하였고, ○○대학교 인권센터는 2020. 1. 30. 위 신고를 기각하면서 원고에 대한 징계를 요청하였다.

3) 피고는 2020. 2. 18. 징계위원회를 개최한 후 ○○대학교 인권센터에 재조사를 요청하였으나, ○○대학교 인권센터는 2020. 4. 14. 원고의 성희롱 신고를 재차 기각하였다.

4) 피고 소속 징계위원회는 2020. 5. 22. “원고가 2020. 1. 14. 원고의 상급자인 소외인 과장으로 하여금 불이익을 받게 할 목적으로 허위사실을 신고하였다.” 주1) 라는 이유로 해고 처분(이하 ‘이 사건 해고처분’이라 한다)을 의결하였다. 원고는 2020. 6. 8. 재심을 청구하였고, 피고 징계위원회는 2020. 6. 18. 재심신청을 기각한 후 2020. 6. 25. 원고에게 이를 통보하였다.

나. 관련 규정

○○대학교 산학협력단 취업규칙
제39조(해고사유) 직원 및 계약직원이 다음 각호에 해당될 때에는 근로계약 도중에 해 고할 수 있다.
16. 법적 유죄 여부와 관계없이 사회적, 도덕적으로 지탄받은 행위로 인하여 학교 및 산학협력단의 명예를 현저히 훼손한 경우
제37조(징계) ① 직원 및 계약직원이 다음 각호에 해당될 때에는 징계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이를 징계할 수 있다.
10. 산학협력단의 명예 또는 신용에 손상을 입힌 경우
15. 기타 이에 준하는 행위로 직장 질서를 문란하게 하는 경우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5 내지 11, 13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징계사유 존부에 대한 판단

가. 원고의 주장

원고가 신고한 내용은 사실에 부합하므로, 원고의 행위는 징계사유가 아니다.

나. 판단

1) 관련 법리

징계처분이 위법하다는 이유로 무효확인을 구하는 소송에서 징계사유에 대한 증명책임은 징계처분이 적법하므로 유효라고 주장하는 징계권자에게 있다( 대법원 2018. 4. 12. 선고 2017두74702 판결 등 참조).

법원이 성희롱 관련 소송의 심리를 할 때에는 그 사건이 발생한 맥락에서 성차별 문제를 이해하고 양성평등을 실현할 수 있도록 ‘성인지 감수성’을 잃지 않아야 한다( 양성평등기본법 제5조 제1항 참조). 그리하여 우리 사회의 가해자 중심적인 문화와 인식, 구조 등으로 인하여 피해자가 성희롱 사실을 알리고 문제를 삼는 과정에서 오히려 부정적 반응이나 여론, 불이익한 처우 또는 그로 인한 정신적 피해 등에 노출되는 이른바 ‘2차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점을 유념하여야 한다. 피해자는 이러한 2차 피해에 대한 불안감이나 두려움으로 인하여 피해를 당한 후에도 가해자와 종전의 관계를 계속 유지하는 경우도 있고, 피해사실을 즉시 신고하지 못하다가 다른 피해자 등 제3자가 문제를 제기하거나 신고를 권유한 것을 계기로 비로소 신고를 하는 경우도 있으며, 피해사실을 신고한 후에도 수사기관이나 법원에서 그에 관한 진술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와 같은 성희롱 피해자가 처하여 있는 특별한 사정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채 피해자 진술의 증명력을 가볍게 배척하는 것은 정의와 형평의 이념에 입각하여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따른 증거판단이라고 볼 수 없다( 대법원 2018. 4. 12. 선고 2017두74702 판결 등 참조).

2) 판단

위 법리에 비추어 위 기초 사실, 앞서 든 증거에 갑 제2 내지 4, 12호증, 을 제1, 2, 6호증(가지번호 있는 것은 각 가지번호 포함)의 기재 및 영상,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실 또는 사정에 의하면, 이 사건 징계사유 행위가 징계사유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

① 원고의 신고내용은 ‘소외인 과장이 회식 자리인 노래방에서 손을 잡아 쥐며 노래를 하였다. 뿌리치고 나가 외부공간에 있는데 찾아와서 다시 손을 잡아끌고 들어갔다. 재차 뿌리치고 테이블 소파에 앉아 있을 때 다시 다가와 손을 잡아끌며 노래를 하려고 하였다.’이고, 소외인 과장이 의사에 반하여 원고의 손을 3차례 잡았다는 취지이다. 원고는 그 외에도 ‘소외인 과장이 손을 잡은 후 화장실에 가서 울었고, 속상하고 화가 난 마음을 추스르며 계단 사이 공간에 직원들과 있을 때 소외인 과장이 계단 아래쪽에서 올라오다가 다시 내려갔으며, 이후 자리가 정리되었다.’라고 사건 당시 원고의 반응과 현장 상황에 대하여 설명하였다. 원고가 신고한 소외인 과장의 행동에 관한 내용과 원고의 반응, 현장 상황에 대한 묘사는 직접 경험하지 않고서는 떠올리기 어려울 정도로 구체적이거나 특징적이고, 그 진술의 흐름 및 구체적인 진술이 이루어지기까지의 경과도 자연스럽다.

② CCTV 영상을 살펴보면, 소외인 과장이 원고의 손을 여러 차례 잡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원고의 신고내용 중 일부가 CCTV 영상과 다른 부분이 있으나, 이는 회식 장소에서 의도하지 않았던 일을 겪어 당황하였던 원고가 약 3주 가까이 지난 시점에서 신고를 하면서 착오한 것으로 보일 뿐 이러한 부분만을 이유로 원고의 진술이 허위라거나 원고에게 소외인 과장을 처벌하기 위한 목적이 있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③ 강제추행에 해당하는지를 판단할 때에는 구체적인 행위 태양을 고려하게 되는데, 일반적으로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게 하는 신체 부위에 접촉하여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원고의 신고내용은 소외인 과장이 자신의 손을 3번 잡았다는 내용이고, 신고내용 자체만 보더라도 일반적인 강제추행과 접촉한 신체 부위에 차이가 있다. 원고가 소외인 과장으로 하여금 처벌받도록 하기 위하여 CCTV 영상이 없다는 전제에서 허위사실을 신고하려 하였다면 오히려 소외인 과장이 다른 신체 부위에 접촉하였다는 취지로 신고를 하였을 수 있지만, 원고는 소외인 과장이 손을 잡았다는 취지로만 신고하였다.

④ △△지방검찰청은 2021. 1. 6. 소외인 과장과 원고가 악수를 하기도 한 점, 소외인 과장과 원고가 잠시 춤을 추기도 한 점, 원고가 소외인 과장 외 다른 직원들과 여러 차례 신체접촉을 하였던 점, 직원들이 서로 어울려 춤을 추며 노래를 하고 있던 점 등을 고려하여 소외인 과장의 행위들이 일반인에게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게 하고 선량한 도덕관념에 위반하는 추행행위에 해당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하였다. 그러나 △△지방검찰청은 원고와 소외인 과장 사이의 신체적인 접촉이 있었다는 사실에 대하여는 인정하였고, 소외인 과장의 행위가 일반인의 관점에서 추행행위에 해당하지는 않는다고 하면서도 원고가 소외인 과장의 행위로 인해 불편한 감정을 느끼게 되었을 수 있다고 분명하게 판단한 바 있다.

⑤ ○○대학교 인권센터는 홈페이지에 성추행 사건 대응 요령에 대하여 설명하면서 ‘구체적인 장소, 시간, 날짜, 목격자, 자신이 대응했던 방법, 가해자의 인상착의나 신체적 특징, 태도와 행위 등의 사건 정황을 자세히 기록합니다.’라고 기재하고 있다. 이는 ○○대학교 인권센터도 시간의 경과에 따라 기억이 변할 수 있다는 전제에서 이러한 대응 요령에 대하여 설명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다. 소결론

원고는 직장상사인 소외인 과장으로부터 회식 과정에서 원하지 않는 신체접촉을 당하였고, 그 이후 약 3주가 경과하도록 소외인 과장과 함께 근무를 해야 하는 스트레스를 받다가 ○○대학교 인권센터에 피해사실을 신고하였다. 피고는 원고에게 10년이 넘도록 열정을 다한 직장이자 이러한 피해를 당한 상황에서 보호를 해 줄 수 있는 유일한 기관이었다. 그러나 피고는 원고의 신고내용이 일부 CCTV 영상과 다르다는 이유로 소외인 과장에 대한 신고를 기각한 것에 더 나아가 피고가 허위의 사실로 신고를 했다는 이유로 해고하였다.

회식 자체에 순기능이 존재한다는 점에 대하여는 부인하기 어렵다. 그러나 CCTV 영상에서 보더라도 피고 소속 직원들은 술을 마신 후 늦은 밤까지 노래방에서 모여 있었고, 노래를 부르며 춤을 추는 방식으로 회식을 이어갔다. 구성원 모두가 이러한 방식의 회식을 원할 수는 없고, 각자의 사정에 따라 이를 달가워하지 않는 구성원이 있을 수밖에 없으며, 그러한 구성원에게는 회식에 참여하는 것 자체가 고통스러울 수 있다. 피고는 이 사건이 발생한 사실을 알게 된 후 직원들이 어쩔 수 없이 참석한 회식 자리에서 분위기를 맞춰야 한다는 암묵적인 강요에 의해 춤을 추고 노래를 해야 하는 과정에서 원하지 않는 행동을 하는 것은 아닌지, 늦은 밤까지 직원들이 모여 좁은 장소에서 술을 마시며 신체접촉이 발생할 수 있는 회식을 계속해야 하는지 등을 검토하여 회식 문화 전반을 개선할 방안을 고려하는 등 다시는 직원들이 이러한 피해를 당하는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할 의무가 있었다. 그럼에도 피고는 오히려 원고의 일부 진술이 CCTV 영상과 일치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피해를 당하였던 원고를 해고하였고, 원고는 10년이 넘는 동안 다녔던 직장을 떠날 수밖에 없었는데, 피고의 이와 같은 일련의 조치는 매우 부적절하다.

따라서 피고가 원고에 대하여 한 이 사건 해고처분은 정당한 징계사유가 인정되지 않아 무효이고, 피고가 이 사건 해고처분의 유효를 주장하며 이를 다투고 있는 이상, 원고로서는 그 무효확인을 구할 이익도 인정된다.

3.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청구는 이유 있으므로 이를 인용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신봄메(재판장) 류봉근 김대현

주1) 이하 ‘이 사건 징계사유’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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