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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09. 12. 10. 선고 2009다66068 판결
[물품대금][미간행]
판시사항

[1] 남편이 식품회사와 대리점 계약을 체결한 후 그 회사에 ‘처가 대리점 계약에 의한 남편의 채무를 연대보증한다’는 내용에 처의 인감도장이 날인된 처 명의의 연대보증각서와 대리 발급된 처의 인감증명서를 제출한 사안에서, 그와 같은 연대보증각서의 제출이나 그 각서 제출 전 남편이 체결한 보증보험계약에 처가 직접 연대보증하였다는 사정만으로 처가 남편에게 연대보증에 관한 대리권을 수여하였다고 보기 어렵다고 한 사례

[2] 남편이 처를 대리하여 연대보증계약을 체결하였으나 그 대리권이 인정되지 않는 경우, 민법 제126조 의 표현대리가 성립하기 위한 요건

원고, 피상고인

웅진식품 주식회사

피고, 상고인

피고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방법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원심은, 피고의 남편인 소외인이 2003. 1. 1. 원고와 사이에 음료수 공급에 관한 대리점계약(이하 ‘이 사건 대리점계약’이라 한다)을 체결한 후 2003. 4. 11. 원고에게 ‘피고가 이 사건 대리점계약에 의한 소외인의 채무를 연대보증한다’는 내용에 피고의 인감도장이 날인된 피고 명의의 연대보증각서와 대리 발급된 피고의 인감증명서를 제출한 사실(이하 ‘이 사건 연대보증’이라 한다), 한편 이 사건 연대보증각서 제출 전인 2003. 2. 5. 서울보증보험 주식회사(이하 ‘서울보증보험’이라 한다)가 소외인과 원고에 대한 물품대금채무의 지급을 보증하는 보증보험계약을 체결하였는데, 그 당시 피고가 위 보증보험계약의 청약서에 소외인의 연대보증인으로 직접 서명·날인하고 자신의 주민등록증 사본과 본인 발급의 인감증명서도 제출한 사실을 인정한 다음, 이러한 사실관계를 종합하면 피고가 소외인에게 이 사건 연대보증에 관한 대리권을 수여하였다고 봄이 상당하고, 가사 그렇지 않다 하더라도 소외인은 피고의 남편으로서 일상가사대리권이 있고 위 인정 사실에 비추어 원고가 소외인에게 이 사건 연대보증에 관한 대리권이 있음을 믿을만한 정당한 이유가 있었다고 인정되므로 피고는 이 사건 연대보증에 대하여 민법 제126조 에 따른 표현대리의 책임을 진다고 판단하여, 원고가 피고를 상대로 이 사건 대리점계약에 따라 공급한 물품의 미수대금 지급을 구하는 이 사건 청구를 인용하였다.

2. 그러나 피고가 소외인에게 이 사건 연대보증에 관한 대리권을 수여하였다고 본 원심의 판단은 수긍하기 어렵다.

우선 원심은 위와 같은 수권행위 인정의 근거로 이 사건 연대보증각서에 피고의 인감도장이 날인된 사정을 들고 있는데, 이 사건 연대보증 당시 소외인이 피고의 인감도장을 가져와 직접 그 각서에 날인한 사실은 원고가 자인하는 바이고(기록 173면), 나아가 기록상 소외인이 위와 같이 피고의 인감도장을 소지·사용하게 된 경위를 확인할 자료가 없는 점, 통상 남편은 그 처의 인감도장을 용이하게 입수할 수 있는 점, 위 보증보험계약 당시 제출된 피고의 인감증명서는 피고 본인이 직접 발급받았던 것이나 그 후 이 사건 연대보증 당시 제출된 피고의 인감증명서는 대리 발급되었던 것인 점을 감안하면, 원심이 든 위와 같은 사정으로부터 이 사건 연대보증에 관한 피고의 대리권 수여를 추단하기는 어렵다.

또한 원심은 피고가 위 보증보험계약에 직접 연대보증하였다는 사정도 위 수권행위 인정의 근거로 들고 있으나, 원심의 채용 증거에 의하여 알 수 있듯이, 위 연대보증은 서울보증보험이 소외인의 원고에 대한 물품대금채무를 2003. 2. 5.부터 2004. 2. 4.까지 1,000만 원 한도에서 보증하는 보증보험계약과 관련하여 소외인이 서울보증보험에 대하여 부담하게 되는 채무를 담보하는 것인데 반해, 이 사건 연대보증은 이 사건 대리점의 운영과 관련하여 기존에 발생하였거나 장래에 발생할 소외인의 원고에 대한 채무 일체를 한도 없이 담보하는 것이어서, 그 대상채무의 발생 근거와 법적 성격을 달리할 뿐 아니라 그 채무의 범위에서도 현저한 차이를 보이고 있으므로, 피고가 위 보증보험계약에 대하여 직접 연대보증하였다고 하여 피고에게 이 사건 연대보증을 할 의사까지 있었다고 추정할 수는 없다.

그렇다면 원심이 들고 있는 사정들을 모두 모아보더라도 이 사건 연대보증에 관한 피고의 수권행위를 추인하기는 어려운데, 원심은 이와 달리 판단하고 말았으니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일탈한 잘못이 있다. 이러한 취지가 담긴 상고이유의 주장은 이유 있다.

3. 나아가 표현대리에 관한 원심의 가정적 판단도 수긍할 수 없다.

원심이 판시한 바와 같이 소외인이 피고의 남편으로서 일상가사대리권이 있고 원고가 소외인에게 피고를 대리하여 이 사건 연대보증을 할 권한이 있었다고 믿었다 하더라도, 소외인에게 그 대리권이 있었다고 인정되지 않는 이상 민법 제126조 의 표현대리가 성립하기 위하여는 원고가 소외인에게 그 대리권이 있었다고 믿었음을 정당화할 만한 객관적인 사정이 있어야 한다 ( 대법원 1998. 7. 10. 선고 98다18988 판결 등 참조).

그런데 원심은 이 사건 연대보증에 관한 소외인의 대리권을 인정하는 근거로 든 사정들을 그대로 원고가 소외인에게 그 대리권이 있었다고 믿은 것을 정당화할 만한 객관적 사정으로도 삼고 있으나, 앞서 판단한 바와 같이 그러한 사정들로부터 이 사건 연대보증에 관한 소외인의 대리권을 추인하기 어려운 이상, 마찬가지 이유에서 그러한 사정들은 원고가 소외인에게 이 사건 연대보증에 관한 대리권이 있었다고 믿었음을 정당화할 만한 것이라고 볼 수 없다.

더 나아가 기록에 의하면, 원고는 소외인으로부터 위 보증보험계약에 따라 발급된 보증보험증권만 제출받았을 뿐이고 그 보증보험증권에는 피고의 연대보증 사실을 확인할 수 있는 기재가 없으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 사건 연대보증 당시 원고는 위 보증보험계약에 대한 피고의 연대보증 사실을 알았다고 볼 수 없는데, 사정이 그러하다면 위와 같은 피고의 연대보증 사실은 원고가 소외인에게 이 사건 연대보증에 관한 대리권이 있었다고 믿었음을 정당화할 만한 사정으로서 고려될 수도 없다.

그렇다면 이 사건 연대보증에 대하여 민법 제126조 에 따른 표현대리가 성립한다고 볼 수 없으므로, 이와 달리 판단한 원심에는 표현대리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 이에 관한 상고이유의 주장도 이유 있다.

4.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관여 대법관의 의견이 일치되어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김능환(재판장) 김영란(주심) 이홍훈 민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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