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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02. 5. 24. 선고 2000다52202 판결
[보증채무금][공2002.7.15.(158),1488]
판시사항

[1] 약관의규제에관한법률 제15조 같은법시행령 제3조 소정의 수출보험법에 의한 수출보험의 약관에 대하여는 같은 법 제6조 의 적용도 배제되는지 여부(적극)

[2] 수출신용보증약관에는 약관의규제에관한법률 제6조 의 규정이 적용되지 아니할 뿐만 아니라 매입은행이 신용장 조건의 주요 사항을 위반하여 발행된 환어음 등을 매입한 경우 수출보험공사의 면책을 규정한 수출신용보증약관이 특별히 그 뜻이 불분명하고 다의적이어서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거나 공정을 잃은 조항에 해당한다고 볼 수도 없다고 한 사례

[3] 신용장에서 양도불능 선적서류 사본 1부를 물품 선적 후 2일 이내에 디에이치엘(DHL)로 수입자에게 발송하였음을 증명하는 디에이치엘 영수증 원본을 제출할 것을 요구하고 있는 경우, 발송일자가 선적일 이전인 디에이치엘 영수증 원본은 위 신용장 조건에서 필요서류로 요구하고 있는 디에이치엘 영수증 원본에 부합하는지 여부(소극)

판결요지

[1] 약관의규제에관한법률 제15조 동 시행령 제3조 제3호 의 규정에 의하면 수출보험법에 의한 수출보험의 약관에 대하여는 약관의규제에관한법률 제7조 내지 제14조 의 규정을 적용하지 아니한다고 되어 있는바, 약관이 구체적으로 무효가 되는 경우들을 규정한 같은 법 제7조 내지 제14조 의 규정이 적용되지 아니한다면 약관이 일반적으로 무효가 되는 경우를 포괄적으로 규정하고 있는 제6조 의 규정 역시 적용이 없다고 보아야 한다.

[2] 수출신용보증약관에는 약관의규제에관한법률 제6조 의 규정이 적용되지 아니할 뿐만 아니라 매입은행이 신용장 조건의 주요 사항을 위반하여 발행된 환어음 등을 매입한 경우 수출보험공사의 면책을 규정한 수출신용보증약관이 특별히 그 뜻이 불분명하고 다의적이어서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거나 공정을 잃은 조항에 해당한다고 볼 수도 없다고 한 사례.

[3] 신용장에서 양도불능 선적서류 사본 1부를 물품 선적 후 2일 이내에 디에이치엘(DHL)로 수입자에게 발송하였음을 증명하는 디에이치엘 영수증 원본을 제출할 것을 요구하고 있는 경우, 디에이치엘 영수증 원본을 신용장 필요서류로 하는 이유는 수입자에게 신속하게 선적서류 사본을 송부하여 그 내용을 확인시키려는 목적뿐만 아니라 선적일 전에 발행되는 선하증권의 경우에는 그 위조의 가능성과 실제 선적이 제대로 이행되지 아니할 가능성이 있어 이를 방지하기 위한 취지도 함께 있다고 보여지므로,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성립할 수 없는 선적일 전에 선하증권 등의 선적서류를 이미 수입자에게 발송하였다는 내용의 디에이치엘 영수증 원본은 위 신용장 조건에서 필요서류로 요구하고 있는 디에이치엘 영수증 원본에 포함된다고 보기 어렵고, 따라서 위 신용장 조건에 위배하여 선적일 전에 선하증권 등의 선적서류를 발송하였다는 취지의 디에이치엘 영수증 원본을 매입한 은행으로서는 그러한 서류를 매입하여도 무방하다는 개설은행의 동의나 승낙이 있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있기 전에는 위 신용장 필요서류를 갖추었다고 주장할 수 없고, 이러한 결론은 디에이치엘 영수증 원본이 선하증권 등과 달리 그 자체에 권리가 화체된 것이 아니라거나 혹은 수출보험공사측 직원이 화물이 화물차에 실리는 것까지 확인하였고 그 이후 실제 선적이 이루어진 점을 감안하더라도 달라지지 않는다.

원고,피상고인

주식회사 한국외환은행 (소송대리인 변호사 남광)

피고,상고인

한국수출보험공사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한미 담당변호사 유경희 외 2인)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지방법원 본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이유

1. 원심판결의 요지

가. 원심은 그 증거에 의하여 다음과 같은 사실을 인정하고 있다.

(1) 소외인이 운영하는 에스티엠 무역이 홍콩 소재 차이나 은행으로부터 신용장을 개설받은 소외 레거 인터내셔날에게 여성용 헤어밴드를 수출함에 있어, 피고는 1998. 9. 28. 원고에게 이 사건 수출신용보증서를 발급하여 원고가 이를 담보로 에스티엠 무역으로부터 환어음 등을 매입하는 방법으로 대출한 후 수입자로부터 그 수출대금을 지급받지 못하게 되는 경우 수출자가 원고에 대하여 부담하게 되는 상환채무를 피고가 대지급하기로 하는 수출신용보증계약을 체결하였는데, 위 수출신용보증계약약관 제6조 제4호에는 원고가 신용장 조건의 주요 사항을 위반하여 발행된 환어음 등을 매입한 경우에 피고는 면책된다고 규정되어 있다.

(2) 한편, 차이나 은행이 발행한 이 사건 신용장에는 신용장대금청구를 위하여 필수적으로 구비하여야 서류로 상업송장, 포장명세서 등과 함께 ① 상품이 선적 전에 정상적인 상태에서 검사를 받았다는 것을 증명하는 신용장개설의뢰인으로부터 권한을 위임받은 사람이 작성하고 서명한(그 서명은 차이나 은행이 보관하고 있는 자료상의 서명과 일치하여야 한다) 검사증명서, ② 수출자의 확인서 및 상품이 선적된 후 2일 이내에 양도불능 선적서류 사본 1부를 디에이치엘(DHL)로 수입자에게 발송하였음을 증명하는 디에이치엘 영수증 원본 등이 규정되어 있고, 또한 위 신용장에는 제5차 신용장통일규칙이 적용되지만 위 검사증명서상 서명 확인 부분에 관하여는 위 통일규칙 제13조 c항은 적용되지 아니한다고 되어 있다.

(3) 레거 인터내셔날은 1998. 9. 17. 에스티엠 무역에게 검사증명서에 기재되어야 할 서명이 '펑(Fung)'임을 통지받았다는 사실을 통보하였고, 레거 인터내셔날측 검사자는 1998. 9. 24. 선적 대기중인 상품을 확인한 후 에스티엠 무역측에 상품을 낱개로 포장하지 말고 세트로 포장하여 달라고 요청하면서 상품의 총 금액, 수량 및 신용장번호와 함께 "상기 품목에 대하여 우리의 수정 부분 및 재검사 부분을 확인한 후 귀사의 품질관리와 책임 아래 약정된 선적일까지 이를 선적해 달라."는 문구가 기재된 검사증명서를 작성, 교부하였다.

(4) 원고는 1998. 9. 28. 에스티엠 무역에게 이 사건 신용장에 기한 환어음과 검사증명서 등 선적서류를 매입하는 방법으로 미화 208,249$를 대출함에 있어 검사증명서에 기재된 서명 '펑(Fung)'과 레거 인터내셔날로부터 통보된 서명 '펑(Fung)'이 일치함은 확인하였으나, 나아가 그것이 차이나 은행이 보관하고 있는 자료상의 서명과 일치하는지에 대하여는 아무런 확인을 하지 아니하였다.

(5) 그 무렵 원고는 에스티엠 무역으로부터 매입한 환어음 등을 개설은행인 차이나 은행에게 송부·제시하였으나 위 은행은 1998. 10. 7.경 원고에게 검사증명서에 기재된 서명 '펑(Fung)'이 자신이 보관하고 있는 자료상의 서명과 일치하지 않으며, 검사증명서상의 내용이 이 사건 신용장 조건에서 요구하는 내용과 다를 뿐 아니라, 디에이치엘 영수증 원본의 발송일자인 '1998. 9. 26.'은 선적 후 2일 이내가 아니라는 등의 이유를 들어 신용장대금의 지급을 거절하였다.

나. 원심은 위 인정 사실에 기초하여, 피고는 이 사건 수출신용보증계약에 따라 원고에게 차이나 은행이 신용장대금을 지급하지 아니함으로 인하여 에스티엠 무역이 원고에 대하여 상환하여야 할 대출금 등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한 다음, 피고의 면책항변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판단하고 있다.

(1) 이 사건 수출신용보증계약상 원고가 신용장 조건의 주요 사항에 위반하여 발행된 환어음 등을 매입한 경우 피고가 그 보증채무를 면하도록 규정한 조항(이하 '이 사건 면책조항'이라고 한다)은 그 '신용장 조건의 주요 사항 위반'이라는 용어의 의미가 불분명하고 다의적이며, 이에 따라 사업자인 피고는 고객으로부터 보증채무의 이행을 청구받게 되더라도 '신용장 조건의 주요 사항 위반'이라는 용어를 자의적으로 해석하여 광범위한 면책의 기회를 가지게 될 가능성이 높은 반면, 고객인 원고로서는 환어음 등을 매입함에 있어 신용장 조건에 불일치하는 부분이 있는 경우 장차 신용장개설은행으로부터 신용장대금의 지급이 거절되더라도 이 사건 수출신용보증계약에 따라 피고로부터 보증채무금을 지급받을 수 있을지의 여부를 확신할 수 없게 되는 점 등을 고려하면 이 사건 면책조항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거나 공정을 잃은 조항에 해당하므로 약관의규제에관한법률 제6조 제1항 , 제2항 제2호 에 의하여 무효라고 할 것이므로 이 사건 면책조항이 유효함을 전제로 한 피고의 면책항변은 이유 없다.

(2) 가사 이 사건 면책조항이 유효하다고 하더라도 다음과 같이 피고가 주장하는 원고의 신용장 조건 위반사실을 인정할 수 없으므로 역시 피고의 면책항변은 이유 없다.

㉮ 검사증명서 서명 상이의 점

검사증명서에 기재된 서명과 차이나 은행이 보관하고 있는 자료상의 서명이 일치하여야 한다는 것은 서명의 일치 여부를 확인하기 위하여 제시되어야 할 서류에 관하여는 명시하지 아니한 채 조건만을 명시하고 있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비서류적 조건이라고 할 것인데, 이 사건 신용장의 매입은행인 원고로서는 신용장통일규칙 제13조 c항에 따라 이 사건 신용장에 기재된 위와 같은 조건이 제시되지 아니한 것으로 보고 이를 무시할 수 있다. 그리고 이 사건 신용장의 추가조건에 의하면 신용장통일규칙 제13조 c항의 적용이 배제되고 있기는 하나, 위 조항을 배제함으로써 위 비서류적 조건을 유효화시키는 이 사건 신용장의 특수조건은 서류만에 의한 거래라는 신용장 거래의 본질을 해하는 것으로 무효라고 할 것이다.

㉯ 검사증명서 내용 상이의 점

이 사건 신용장에서 필요하다고 규정하고 있는 검사증명서의 내용은 레거 인터내셔날로 수출될 상품이 선적 전에 정상적인 상태에서 검사받았음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을 요구하는 것이라고 봄이 상당한데, 실제로 레거 인터내셔날로 수출될 상품에 대하여 수입자인 레거 인터내셔날측에 의하여 검사가 이루어졌고, 다만 레거 인터내셔날측에서 에스티엠 무역측의 책임하에 레거 인터내셔날측의 수정 부분 및 재검사 부분을 확인한 후 약정된 선적일까지 상품을 선적하여 줄 것을 추가로 요청하고 있다고 해석되므로 이를 가지고 검사증명서의 내용이 이 사건 신용장 조건과 불일치한다고 볼 수 없으며, 가사 검사증명서의 내용이 이 사건 신용장 조건과 불일치한다고 하더라도 그 불일치의 정도가 비교적 경미한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이를 이유로 면책을 주장할 수는 없다.

㉰ 디에이치엘 영수증 원본 발송일자 상이의 점

이 사건 신용장에서는 양도불능 선적서류 사본 1부를 물품 선적 후 2일 이내에 디에이치엘로 수입자에게 발송하였음을 증명하는 디에이치엘 영수증 원본을 제출할 것을 요구하고 있는데, 원고가 매입한 디에이치엘 영수증 원본은 그 발송일자가 '1998. 9. 26.'인 반면 선하증권에 기재된 선적일은 '1998. 9. 28.'인 사실이 인정되므로 이에 의하면, 원고가 매입한 디에이치엘 영수증 원본은 이 사건 신용장 조건에 위반됨이 문면상 명백하다 할 것이지만, 디에이치엘 영수증 원본은 선하증권 등과는 달리 그 자체에 권리가 화체되었다거나 선적사실을 증명하기 위한 서류가 아니라 다만 수출자측에서 선적 직후 신속하게 선적서류 사본을 수입자측에 송부하였음을 확인하기 위한 서류에 불과한 점, 또한 피고측 직원이 1998. 9. 25. 레거 인터내셔날로 수출될 상품이 화물차에 실리는 것을 직접 확인하였고 그 후 상품들은 모두 정상적으로 선적되었던 점 등을 종합하면 피고로서는 디에이치엘 영수증 원본의 발송일자가 이 사건 신용장 조건과 불일치한다는 이유만으로 면책까지 주장할 수는 없다.

2. 상고이유 제1점에 대하여

약관의규제에관한법률 제15조 동 시행령 제3조 제3호 의 규정에 의하면 이 사건과 같은 수출보험법에 의한 수출보험의 약관에 대하여는 약관의규제에관한법률 제7조 내지 제14조 의 규정을 적용하지 아니한다고 되어 있는바, 약관이 구체적으로 무효가 되는 경우들을 규정한 같은 법 제7조 내지 제14조 의 규정이 적용되지 아니한다면 약관이 일반적으로 무효가 되는 경우를 포괄적으로 규정하고 있는 제6조 의 규정 역시 적용이 없다고 보아야 할 것 이므로( 대법원 1999. 12. 10. 선고 98다9038 판결 참조), 이 사건 수출신용보증약관에는 위 법 제6조 의 규정이 적용되지 아니한다고 할 것이다. 뿐만 아니라, 원심이 인정하고 있는 바와 같은 내용의 이 사건 수출신용보증계약약관 제6조 제4호의 내용이 특별히 그 뜻이 불분명하고 다의적이어서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거나 공정을 잃은 조항에 해당한다고 볼 수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이 이 사건 면책조항을 규정한 위 약관조항이 약관의규제에관한법률 제6조 제1항 , 제2항 제2호 에 의하여 무효라고 본 것은 위 법률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할 것이고, 이를 지적하는 상고이유의 주장은 이유 있다.

3. 상고이유 제2점에 대하여

우선, 디에이치엘 영수증 원본 발송일자 상이의 점에 관하여 본다. 원심이 인정하고 있는 바와 같이 이 사건 신용장에서는 양도불능 선적서류 사본 1부를 물품 선적 후 2일 이내에 디에이치엘로 수입자에게 발송하였음을 증명하는 디에이치엘 영수증 원본을 제출할 것을 요구하고 있는데, 이처럼 디에이치엘 영수증 원본을 신용장 필요서류로 하는 이유는 수입자에게 신속하게 선적서류 사본을 송부하여 그 내용을 확인시키려는 목적뿐만 아니라 선적일 전에 발행되는 선하증권의 경우에는 그 위조의 가능성과 실제 선적이 제대로 이행되지 아니할 가능성이 있어 이를 방지하기 위한 취지도 함께 있다고 보여지므로,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성립할 수 없는 선적일 전에 선하증권 등의 선적서류를 이미 수입자에게 발송하였다는 내용의 디에이치엘 영수증 원본은 위 신용장 조건에서 필요서류로 요구하고 있는 디에이치엘 영수증 원본에 포함된다고 보기 어렵다. 따라서 위 신용장 조건에 위배하여 선적일 전에 선하증권 등의 선적서류를 발송하였다는 취지의 디에이치엘 영수증 원본을 매입한 은행으로서는 그러한 서류를 매입하여도 무방하다는 개설은행의 동의나 승낙이 있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있기 전에는 위 신용장 필요서류를 갖추었다고 주장할 수 없고, 이러한 결론은 디에이치엘 영수증 원본이 선하증권 등과 달리 그 자체에 권리가 화체된 것이 아니라거나 혹은 피고측 직원이 이 사건 화물이 화물차에 실리는 것까지 확인하였고 그 이후 실제 선적이 이루어진 점을 감안하더라도 달라지지 않는다 고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이 원고가 매입한 디에이치엘 영수증 원본은 이 사건 신용장 조건에 위반됨이 문면상 명백하기는 하지만 다른 사정을 살펴볼 때 피고로서는 디에이치엘 영수증 원본의 발송일자가 이 사건 신용장 조건과 불일치하다는 이유만으로 면책까지 주장할 수 없다고 본 것은 신용장 서류의 일치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할 것이다. 그렇다면 다른 나머지 신용장 조건 불일치의 점에 관하여 더 따져볼 필요도 없이 피고의 이 부분 상고이유의 주장은 이유 있게 된다고 할 것이다.

4. 그러므로 피고의 나머지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송진훈(재판장) 변재승 윤재식(주심) 이규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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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급 사건
-서울지방법원 2000.8.30.선고 2000나280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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