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시사항
[1] 부동산 중개업자가 중개를 하지 않았음에도 거래계약서 등을 작성·교부하는 것이 허용되는지 여부(소극)
[2] 부동산 중개업자가 자신의 중개로 전세계약이 체결되지 않았음에도 실제 계약당사자가 아닌 자에게 전세계약서 등을 작성·교부해 줌으로써 이를 담보로 제공받아 금전을 대여한 대부업자가 대여금을 회수하지 못하는 손해를 입은 사안에서, 중개업자의 주의의무 위반에 따른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한 사례
판결요지
[1] ‘공인중개사의 업무 및 부동산 거래신고에 관한 법률’의 목적, 중개업자의 자격요건·기본윤리 등이 엄격하게 규정되어 있는 점, 위 법이 중개업자로 하여금 중개가 완성된 때에 거래계약서 등을 작성·교부하도록 정하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하면, 중개업자는 중개가 완성된 때에만 거래계약서 등을 작성·교부하여야 하고 중개를 하지 아니하였음에도 함부로 거래계약서 등을 작성·교부하여서는 아니된다.
[2] 부동산 중개업자가 자신의 중개로 전세계약이 체결되지 않았음에도 실제 계약당사자가 아닌 자에게 전세계약서와 중개대상물 확인설명서 등을 작성·교부해 줌으로써 이를 담보로 제공받아 금전을 대여한 대부업자가 대여금을 회수하지 못하는 손해를 입은 사안에서, 중개업자로서는 일반 제3자가 그 전세계약서에 대하여 중개업자를 통해 그 내용과 같은 전세계약이 체결되었음을 증명하는 것으로 인식하고 이를 전제로 그 전세계약서를 담보로 제공하여 금전을 차용하는 등의 거래관계에 들어갈 것임을 인식할 수 있었다고 보아, 중개업자의 주의의무 위반에 따른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한 사례.
원고(반소피고), 상고인
원고 (소송대리인 변호사 박승진)
피고(반소원고), 피상고인
피고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서부지방법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살펴본다.
1. 원심은 제1심판결을 인용하여 다음과 같이 판결하였다.
가. 원심이 인정한 사실은 다음과 같다.
(1) 원고(반소피고. 이하 ‘원고’라고 한다)는 ‘ ○○상사’라는 상호로 대부업을 하였고, 피고(반소원고. 이하 ‘피고’라고 한다)는 공인중개사로서 ‘ □□부동산’이라는 상호로 부동산중개업을 영위하였다.
(2) 원고는 2007. 9. 17. 소외 1로부터 2006. 4. 30.자 ‘단독주택 전세계약서’를 담보 목적으로 제공받고, 그에게 1,550만 원을 상환기일을 2007. 11. 17., 이율을 연 48%로 정하여 대여하였다. 위 전세계약서에는 임대인이 소외 2, 임차인이 소외 1, 전세목적물이 성남시 수성구 태평3동 (이하 지번 1 생략) 지상 주택 중 1층 방 2개, 주방, 욕실(31.01㎡), 전세보증금은 2,800만 원으로 각 기재되어 있으나, 그 중개인란은 공란으로 되어 있고 중개대상물확인설명서가 첨부되어 있지 아니하다.
소외 1은 소외 3으로부터 피고가 위와 같은 전세계약서를 작성하여 준다는 말을 듣고 임대인이 되는 소외 2의 도장을 새긴 후 이를 소외 3에게 교부하였다. 그 후 소외 3이 피고로부터 위와 같은 전세계약서를 교부받아 이를 소외 1에게 넘겼고, 소외 1이 위와 같이 이를 원고에게 담보 목적으로 제공한 것이다.
(3) 또한 원고는 2007. 9. 28. 소외 4로부터 2006. 4. 20.자 ‘단독주택 전세계약서’를 담보 목적으로 제공받고, 그에게 3,000만 원을 상환기일을 2007. 12. 28., 이율을 연 48%로 정하여 대여하였다. 위 전세계약서에는 임대인이 소외 5(전화번호 010- ***-****), 임차인이 소외 4, 전세목적물이 성남시 중원구 은행동 (이하 지번 2 생략) 다세대 주택 1층 101호(13.83㎡), 전세보증금은 5,000만 원으로 기재되어 있다.
피고는 2007년 3월경 소외 3의 소개로 찾아온 소외 4가 임대인 소외 5와 사이에 맺어진 수기로 작성된 전세계약서와 소외 5의 도장을 제시하면서 은행대출을 위하여는 정식 계약서가 필요하다는 말을 하여 전세계약서를 작성하여 준 바 있는데, 그 후 2007년 9월 초순에 소외 4가 임대인 소외 5의 승낙을 얻었다고 하면서 전세계약서를 다시 작성하여 달라고 부탁하자 위와 같이 전세계약서를 작성하여 주면서, 그 중개인란에 서명·날인하였고, 중개대상물확인설명서도 작성하여 준 것이다.
(4) 성남시 중원구청장은 피고가 거래금액 등 거래내용을 거짓으로 기재하거나 서로 다른 2개 이상의 거래계약서를 작성함으로써 ‘공인중개사의 업무 및 부동산거래신고에 관한 법률’ 제26조 제3항 을 위반하였다는 이유로 2008. 2. 13. 피고에 대하여 업무정지 6월의 행정처분을 하였다. 또한 원고는 피고가 소외 4와 공모하여 2007. 9. 10.경 위 2006. 4. 20.자 ‘단독주택 전세계약서’를 위조하고 이를 이용하여 원고를 기망하여 대출금을 편취하였다는 혐의로 피고를 형사고소하였다. 그러나 수원지방검찰청 성남지청은 2008. 11. 24. 피고에 대하여 증거불충분을 이유로 혐의없음 결정을 하였고, 원고는 그 결정에 항고를 하였다.
한편 소외 4는 위 전세계약서 등을 위조하고 이를 담보로 제공하여 원고 등으로부터 대출을 받아 그 대출금을 편취하였다는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되었고, 수원지방법원 성남지원은 2009. 1. 9.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하여 그에게 징역 1년 6월을 선고하였고, 이 판결은 그대로 확정되었다.
나. 원고는, 피고가 위법한 목적에 사용될 것이라는 사실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으면서도 소외 1 및 소외 4(이하 ‘차용인들’이라고 한다)에게 각기 허위의 전세계약서를 작성하여 주었고, 피고가 작성하여 준 이들 전세계약서를 진정한 것으로 믿은 원고가 이를 담보로 차용인들에게 대여를 하여 줌으로써 원고에게 그 대여금 합계 4,550만 원 상당의 손해를 입게 하였으므로, 피고는 원고에게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주장하였다. 그러나 원심은, 위와 같은 사실에 의하면, 피고가 ‘공인중개사의 업무 및 부동산거래신고에 관한 법률’ 제26조 제3항 을 위반하였는지 여부는 별론으로 하고 차용인들과 공모하여 위 각 전세계약서를 위조하였다거나, 피고가 작성하여 준 이들 전세계약서가 차용인들에 의하여 사기 등 위법한 목적에 사용되리라는 점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다는 사실을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이를 받아들이지 아니하였다.
2. 원심의 판단은 이를 수긍할 수 없다.
‘공인중개사의 업무 및 부동산거래신고에 관한 법률’(이하 ‘공인중개사법’이라고 한다) 제25조 제3항 , 제4항 및 제26조 는, 중개업자는 중개대상물에 관하여 중개가 완성된 때에는 대통령령이 정하는 바에 따라 거래계약서 및 중개대상물 확인·설명서(이하 ‘거래계약서 등’이라고 한다)를 작성하여 거래당사자에게 교부하고 대통령령이 정하는 기간 동안 그 사본을 보존하여야 하며, 중개업자가 거래계약서 등에 서명 및 날인을 하여야 하고, 거래계약서를 작성하는 때에는 거래금액 등 거래내용을 거짓으로 기재하거나 서로 다른 둘 이상의 거래계약서를 작성하여서는 아니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공인중개사법은 부동산중개업을 건전하게 지도·육성하고 공정하고 투명한 부동산거래질서를 확립함으로써 국민경제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하는 법으로서( 제1조 ), 그 법에 의하면 공인중개사가 되려는 자는 공인중개사 자격시험에 합격하여야 하고( 제4조 제1항 ), 중개업을 영위하려는 자는 중개사무소의 개설등록을 하여야 하고( 제9조 제1항 ), 공인중개사 또는 법인이 아니면 중개사무소의 개설등록을 신청할 수 없으며( 제9조 제2항 ), 중개업자는 신의와 성실로써 공정하게 중개 관련 업무를 수행하여야 한다( 제29조 제1항 ). 그러한 공인중개사법의 목적, 중개업자의 자격요건·기본윤리 등이 엄격하게 규정되어 있는 점, 위 법이 중개업자로 하여금 중개가 완성된 때에 거래계약서 등을 작성·교부하도록 정하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하면, 중개업자는 중개가 완성된 때에만 거래계약서 등을 작성·교부하여야 하고 중개를 하지 아니하였음에도 함부로 거래계약서 등을 작성·교부하여서는 아니된다 할 것이다.
그리고 중개업자가 자신의 중개로 부동산거래계약이 체결되지 아니하였음에도 부동산거래에 관한 계약서를 작성하여 실제의 거래당사자가 아닌 사람에게 교부하는 경우에는, 위에서 본 바와 같이 부동산거래계약서가 일정한 법적 규율 아래 작성되는 점 등에 비추어, 제3자가 위 계약서상의 권리의무관계를 진실한 것으로 믿고 이를 기초로 하여 일정한 거래를 하게 될 가능성이 있음은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와 같이 계약서를 작성·교부하는 중개업자가 이를 능히 짐작할 수 있다고 볼 것이다. 이 사건에서 문제된 바와 같은 전세계약서에 대하여 보면, 그러한 계약서는 계약서상의 부동산임차인이 임대인에 대하여 전세금반환채권을 가진다는 것을 나타내는 것으로서, 금전대차거래 등에서 그 채권을 담보로 제공함에 있어서 그 채권의 존재 및 내용 등을 뒷받침하는 1차적인 서류로 제시·교부될 수 있음은 부동산중개업자로서 쉽사리 예견되는 바이다.
이 사건에서 원고의 소외 4에 대한 대출에서 담보서류로 제시된 단독주택전세계약서(갑 제7호증)에 관하여 보면, 앞서 본 바와 같이 피고는 그 내용과 같은 중개를 한 일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그 전세계약서에 중개업자로서 서명날인하였다. 나아가 원고의 소외 1에 대한 대출에서 담보서류로 제시된 단독주택전세계약서(갑 제3호증)를 보더라도, 비록 피고가 그 서면에 중개업자로서 서명날인하지는 아니하였으나, 그 계약서가 형식면에서 볼 때 통상 중개업자가 사용하는 서식을 사용하였고, 내용적으로도 중개업자의 중개 없이 거래당사자만이 관여하였다면 쉽사리 담을 수 없는 조항이 열거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특히 중개수수료 및 중개대상물확인설명서 교부 등과 같이 중개업자를 통한 전세계약 체결이 있었음을 전제로 하는 조항( 제8조 , 제9조 )을 포함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피고로서는 일반 제3자가 이 전세계약서에 대하여 중개업자를 통하여 그 내용과 같은 전세계약이 체결되었음을 증명하는 것으로 인식하고 이를 전제로 이 사건에서와 같이 이를 담보로 제공하여 금전을 차용하는 등의 거래관계에 들어갈 것임을 인식할 수 있었다고 볼 것이다.
그럼에도 피고가 전세계약을 중개하지 아니하였으면서 위 각 전세계약서를 작성하여 준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피고가 이들 전세계약서가 사기 등 위법한 목적에 사용되리라는 점을 알 수 있었다고 볼 증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하여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 제1심판결을 그대로 유지한 원심의 조치에는 공인중개사의 주의의무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고 할 것이다. 이 점을 지적하는 상고취지는 이유 있다.
3.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