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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1988. 9. 27. 선고 86다카1761 판결
[물품대금][공1988.11.1.(835),1317]
판시사항

가. 내국신용장과 구매승인서의 이동점

나. 심리를 미진하거나 의사표시의 해석을 잘못한 위법이 있다 하여 원심판결을 파기한 사례

판결요지

가. 구 무역관계법령에 의하면 내국신용장과 구매승인서는 다같이 수출용 원자재나 완제품의 국내구매를 위하여 사용되는 제도로서 내국신용장은 은행이 대금지급을 보장하는데 반하여 구매승인서에 있어서의 대금지급은 당사자의 문제일 뿐 은행이 대금지급을 보장하는 것이 아니며 내국신용장은 무역금융의 융자대상이 되는데 반하여 구매승인서에 의한 공급은 무역금융의 융자대상이 되지 못한다는 점에서 근본적인 차이점이 있기는 하나 구매승인서에 의한 공급자도 수출실적으로 인정되고 외화획득용 원료의 사후관리에도 사용되며 부가가치세부과에 있어서 영세율이 적용되는 점 등에 있어서는 같다.

나. 심리를 미진하거나 의사표시의 해석을 잘못한 위법이 있다하여 원심판결을 파기한 사례

원고, 상고인 겸 피상고인

원고 소송대리인 변호사 서윤홍

피고, 피상고인 겸 상고인

코리아타코마조선공업 주식회사 소송대리인 변호사 이상규

주문

1. 원판결의 원고 패소부분 가운데 ① 주위적 청구 중 관세부담 약정부분과 ② 예비적 청구 중 상계된 과실부분을 제외한 나머지 부분을 파기하여 사건을 대구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위 ①, ② 부분의 상고는 기각한다.

2. 원판결의 피고 패소부분을 파기하여 사건을 대구고등법원에 환송한다.

3. 상고기각된 부분의 상고 소송비용은 원고의 부담으로 한다.

이유

1. 원고 소송대리인의 상고이유에 대하여,

원심이 확정한 바에 의하면 피고회사가 종합무역 업무를 취급할 당시에 회사정리법상의 정리회사로서 새틀리트(Satellite T.V. Receiver with down Converter)를 제작하여 피고회사를 통하여 미국에 수출하는 소외 동남전기공업주식회사(이하 소외회사라고만 표시한다)의 관리인과의 사이에 1983.10.10. 피고회사가 소외회사에게 수출금융지원을 하고 소외회사는 그의 전자제품을 피고명의로 수출하는 것을 주내용으로 하는 원심설시와 같은 자금지원 및 수출대행제휴관계계약을 체결한 사실이 있었다는 것이고 원고는 ○○전자산업이라는 상호로 인쇄회로기판 등 각종 전자부품의 제조 및 판매업을 경영하고 있었는데 1984.3. 중순경 원고는 소외회사(이사 소외 1을 통하여)로부터 새틀리트의 부품인 인쇄회로기판(Printed Board P.C.B)의 구입의뢰를 받았으나 당시 소외회사가 정리회사로서 신용이 박약하여 거절하였더니 위 소외 1 이사가 그해 3.31.에 피고회사의 신청에 의하여 주식회사 서울신탁은행장이 발급한 무역관리규정 소정의 외화획득용 원료(수출물품), 구매승인서(갑제1호증)를 가지고 와서 이 구매승인서상의 물품(각종 인쇄회로기판)은 피고회사가 직접 주문하는 것이며 물품대금도 위 은행이 지급보증한 수출대전에서 결제될 뿐만 아니라 이 인쇄회로기판 제작을 위한 원자재를 수입하여 그에 따른 관세를 납부하더라도 후일 그 물건으로 새틀리트를 제작하여 수출하게 되면 외화획득용 원자재 수입으로서 관세를 환급받게 된다고 하면서 재차 위 물품의 납품을 부탁하므로 원고로서는 피고회사가 소외회사를 통하여 위 물품을 구입하는 것으로 믿고 소외회사에 1984.3.31.에 대금 4,616,381원 상당의, 그해 4.30.에 대금 4,705,115원 상당의 인쇄회로기판을 각 공급하고 그해 5.4에는 위 인쇄회로기판 제작용 원자재의 일부를 일본국으로부터 수입함에 따른 관세 금 412,278원까지 서울세관에 납부하였다는 것이며 한편 피고회사는 1984.3월말경 위와 같은 사업제휴관계에 있는 소외회사의 이사 소외 1이 찾아와서 소외회사의 부품납품업체인 원고 경영의 ○○전자산업에 대하여 수출실적을 올리고 부가가치세면세와 관세환급 등의 편의를 위하여 위 ○○전자산업을 공급자로 하여 구매승인서를 해달라고 요청하기에 그해 3.31. 서울신탁은행장으로부터 앞서와 같은 구매승인서를 발급받아 위 소외 1에게 교부하였다는 것이다.

위와 같은 사실관계를 바탕으로 하여 원심은 원고가 피고회사에게 금 9,321,496원 상당의 각 인쇄회로기판을 대금은 공급즉시 지급받기로 하고 매도하였음에도 불구하고 대금 중 2,000,000원을 제외한 나머지 대금을 아직 지급하지 아니하고 있을 뿐더러 또한 원고가 위 인쇄회로기판의 원료를 일본국으로부터 수입하면서 그에 따른 관세로 세관에 낸 금 412,278원을 피고회사가 부담하기로 약정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불이행하고 있다는 것을 내용으로 한 원고의 주위적 청구에 대하여 그 설시와 같은 증거자료의 판단(즉 일부는 믿기 어렵고, 다른 일부는 인정하기에 미흡하다는 것)을 통하여 원·피고간의 거래사실이 인정되지 아니하고 관세부담약정은 그 사실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하여 배척하고 있는 바 우선 관세부담약정부분에 대하여는 상고이유를 개진한 바 없으므로 이 점에 대한 상고는 이유없다 할 것이고 다음 그 나머지 부분에 대하여 보건대, 원심이 원고의 주장의 증거로는 미흡하다고 배척한 자료가운데 피고가 성립을 인정하고 있는 갑제1호증은 위에서 이미 본 구매승인서인 바 이 구매승인서를 보면 신청인란에 피고회사 대표이사 소외 2라고 표시되어 그 이름 옆에 대표이사의 직인이 적혀있고 공급자란에 원고의 상호인 ○○전자산업사 대표 △△△(원고)의 이름 옆에 원고의 도장이 적혀있으며 공급물품의 명세란에 각종 인쇄회로기판 금액 합계 금 9,321,496원(미화 11,802달러 35센트) 유효기간 1984.4.15. 인수도일자 1984.4.15.로 되어 있다. 그런데 이 구매승인서는 그것이 발급될 당시의 무역관리규정에 의하면 내국신용장에 의하지 않고 국내에서 외화획득용 원료 또는 물품을 공급하는 경우에 외국환은행의 장이 내국신용장에 준하여 발급하는 것을 의미하며(제1-2조-14) 이의 발급절차는 외화획득용 원료를 국내생산 또는 공급자로부터 구매하고자 하는 구매자는 그의 거래 외국환은행의 장에게 그 발급을 신청하여야 하는데 그때에는 이 사건 구매승인신청서(갑제1호증)와 같은 소정 서식에 의한 신청서에 외화획득용 원료 또는 수출품의 공급계약서에 공급자 및 인수자의 인감증명서를 첨부하여 신청하게 되어 있고(제8-6조 ①, ③) 이 신청을 받은 외국환은행의 장은 같은 규정(제8-6조 ②의 1 내지 8)의 요건이 하나라도 구비되면 그것을 발급할 수 있으며 또한 이미 발급된 구매승인서에 의하여 2차 구매승인서를 2차 구매승인서에 의하여 3차 구매승인서를 발급할 수 있게 되어 있다(제8-6조 ②, ④). 그러므로 이 사건 구매승인서가 발급된 것은 원고와 피고간에 이 사건에서 문제된 각종 인쇄회로기판의 공급계약서가 작성되어 있어 그것을 갖추어 피고가 신청하여 거래 외국환은행장으로부터 발급된 것이라 할 것이요. 따라서 원심으로서는 마땅히 위 공급계약서를 변론에 현출시켜서 조사했어야 하고 만일 그렇게 할 수 없을 사정이 있었다면 그 이유를 밝혀 보았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여하간에 공급계약서가 이 소송과정에 나타나지 않고 있는 이 사건 소송상태하에서 살펴보건대, 이 사건 발생당시의 무역관계법령에 의하면 내국신용장과 구매승인서는 다같이 수출용 원자재나 완제품의 국내구매를 위하여 사용되는 제도로서 내국신용장은 은행이 대금지급을 보장하는데 반하여 구매승인서에 있어서의 대금지급은 당사자의 문제일 뿐 은행이 대금지급을 보장하는 것이 아니며 내국신용장은 무역금융의 융자대상이 되는데 반하여 구매승인서에 의한 공급은 무역금융의 융자대상이 되지 못한다는 점에서 근본적인 차이점이 있기는 하나 구매승인서에 의한 공급자의 공급도 수출실적으로 인정되고 외화획득용 원료의 사후관리에도 사용되며 부가가치세부과에 있어서 영세율이 적용되는 점 등에 있어서는 내국신용장의 경우와 같은 것이고 구매승인서의 이러한 무역실무상의 효용 때문에 그것은 수출용 원자재 등의 국내구입을 촉진시키는 작용을 하고 있었던 것인 바, 피고가 이 구매승인서를 발급해 준 경위에 대하여 위에서 본 원심의 설시에 의하면 단지 원고에 대한 수출실적인정, 부가가치세면세와 관세환급 등의 편의를 주기 위하여 해준 것뿐이라고 단정하고 있으나 진정으로 원·피고간에 이 사건 수출용 원자재의 공급계약이 없이 원고에게 위와 같은 실적인정이나 세금혜택 등의 효과만을 위한 것뿐이었다면 수출용 완제품 새틀리트의 공급자를 소외회사로, 구매자를 피고회사로 한 제1차 구매승인서를 발급받아 소외회사에게 교부해 주고 그 구매승인서에 의하여 소외회사가 구매자가 되고 원고가 위 완제품의 원료인 인쇄회로기판의 공급자로 된 제2차 구매승인서를 소외회사가 거래 외국환은행장으로부터 발급받아 원고에게 교부해 주는 정상적인 방법에 의할 수 있었을 것이고, 따라서 이러한 정상적인 방법에 의함이 없이 구태여 위와 같은 이 사건 구매승인서(승인의 법적성질은 확인으로 볼 것이다)를 발급받아서 원고에게 교부하도록 하고 원고가 이를 받아들인 것을 보면 상인인 피고와 원고는 소외 1 이사를 통하여 목적물인 이 사건 각 인쇄회로기판들의 위 구매승인(신청)서상의 조건에 따른 이행을 원고가 소외회사에게 하면 피고회사는 동 대금조건에 따른 매수자로서의 책임을 지겠다는 내용의 상사매매계약을 체결한 것이라고 못 볼 것이 없다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이 위에서 본 것처럼 판시한 것은 구매승인서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심리를 미진한 것이 아니면 의사표시의 해석을 잘못한 위법이 있다 할 것이고 이 점에 관한 소론은 이유있다.

이밖에도 소론은 원심이 다음 2에서 보는 원고의 예비적 청구를 받아들임에 있어 일부 과실상계한 것을 부당하다고 비난하고 있으나 다음 2에서 보게 되는 바와 같이 원고의 예비적 청구는 그 자체가 받아들여질 수 없는 것이므로 이 점에 관한 소론은 더 살펴볼 것도 없이 받아들일 것이 되지 못한다.

이리하여 원심판결의 주위적 청구 배척부분 중 관세부담약정부분과 인용된 예비적 청구부분 중 과실상계 부분에 대한 원고의 상고는 이유없으나 그 나머지 상고부분은 이유있다.

2. 피고 소송대리인의 상고이유 제3점에 대하여,

원고의 예비적 청구에 대하여 원심은 다음과 같은 취지로 판시하고 있다.

즉, 원고는 피고회사가 발급받은 위 구매승인서를 교부받자 피고회사와 소외회사의 관계, 구매승인서의 용도 및 기능 등에 비추어 피고회사가 매수인이거나 최소한 그에 대한 대금지급의무를 지는 것일 뿐 아니라 원자재를 수입하여 그에 따른 관세를 납부하더라도 후일 환급받게 될 것으로 믿고 관세금 412,278원을 납부하고 원자재를 수입하여 위 인쇄회로기판을 제작하여 소외회사에 공급하였다 할 것이고, 피고회사는 소외회사의 신용상태, 위 구매승인서의 용도 및 기능, 기재사항 등에 비추어 원고로부터 직접 그 교부요청을 받은 바 없더라도 공급자란에 원고가 기재된 구매승인서를 발급받았으므로 이를 소외회사에 교부하더라도 소외회사를 통하여 최종적으로 원고에게 교부되어 이를 교부받은 원고가 구매승인서의 신청인이 피고회사이고 피고회사와 소외회사와의 관계로 보아 구매승인서 기재물품의 매수인이 피고회사이거나 적어도 그 대금지급의무를 피고회사에서 질 것으로 오신한 나머지 피고회사의 신용을 믿고 구매승인서를 소지한 소외회사에게 그 물품을 공급할 것임은 충분히 예견할 수 있다 할 것이니 피고회사는 이로 인하여 원고가 신용이 박약한 소외회사에 위 물품을 공급함에 따라 입은 위 물품잔대금 및 관세 금 7,733,774원 상당의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고 판시하고 있다.

위와 같은 원심판단을 보면 피고의 손해배상책임의 발생원인은 요컨대, 피고가 발급받은 구매승인서의 교부행위가 불법행위를 구성한다는데 있음이 명백하다.

그러나 위 1에서 본 바와 같이 피고회사가 무역관리규정에 따라 구매승인서를 발급받고 이것이 소외 1 이사를 통하여 원고에게 교부되었다면 위 구매승인서를 발급받아 교부한 행위가 위법한 것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으며, 따라서 그 행위가 위법한 과실행위임을 전제로 한 불법행위의 책임을 피고회사가 져야 할 근거는 없다 할 것임에도 불구하고 원심이 위와 같이 설시한 것은 불법행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였다는 허물을 면할 수 없다 할 것이고, 이점을 비난하는 논지는 다른 논점에 대한 판단의 필요없이 이유있다.

3. 결국 위에서 이유있다고 본 원고의 상고논지 부분과 피고의 상고논지만으로도 원심판결 중 각 관계부분은 이를 파기하지 아니하면 현저히 정의와 형평에 반한다고 인정할 만한 중대한 법령위반이 있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이를 파기하여 다시 심리판단케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고 위에서 본 원고의 상고가운데 이유없다고 판단된 부분은 기각하기로 관여법관의 의견이 일치되어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김주한(재판장) 이회창 배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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