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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16. 4. 15. 선고 2015다230372 판결
[소유권이전등기][미간행]
판시사항

[1] 지적공부 등의 관리주체인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부동산을 점유하는 경우에도 민법 제197조 제1항 에 따른 자주점유 추정이 적용되는지 여부(적극) 및 점유자가 점유 개시 당시 소유권 취득의 원인이 될 수 있는 법률행위 기타 법률요건이 없이 그와 같은 법률요건이 없다는 사실을 알면서 타인 소유의 부동산을 무단점유한 것이 증명된 경우, 자주점유의 추정이 번복되는지 여부(원칙적 적극)

[2] 국가나 지방자치단체 등이 취득시효의 완성을 주장하는 토지의 취득절차에 관한 서류를 제출하지 못하고 있는 경우, 자주점유의 추정이 번복되는지 여부(소극)

참조판례
원고, 상고인

한국농어촌공사 (소송대리인 변호사 김선국 외 1인)

피고, 피상고인

피고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광주지방법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상고이유서 제출기간이 경과한 후에 제출된 상고이유보충서의 기재는 상고이유를 보충하는 범위 내에서)를 판단한다.

1. 부동산의 점유권원의 성질이 분명하지 않을 때에는 민법 제197조 제1항 에 의하여 점유자는 소유의 의사로 선의, 평온 및 공연하게 점유한 것으로 추정되고, 이러한 추정은 지적공부 등의 관리주체인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점유하는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그리고 점유자가 점유 개시 당시에 소유권 취득의 원인이 될 수 있는 법률행위 기타 법률요건이 없이 그와 같은 법률요건이 없다는 사실을 잘 알면서 타인 소유의 부동산을 무단점유한 것임이 증명된 경우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점유자는 타인의 소유권을 배척하고 점유할 의사를 갖고 있지 않다고 보아야 할 것이므로 이로써 소유의 의사가 있는 점유라는 추정은 깨어진다고 할 것이다.

다만 국가나 지방자치단체 또는 공공 기관(이하 ‘국가 등’이라고 한다)이 점유하는 토지에 관하여 취득시효의 완성이 주장되는 경우에 국가 등이 그 토지의 취득절차에 관한 서류를 제출하지 못하고 있다 하더라도, 그 점유의 경위와 용도 등을 감안할 때 국가 등이 점유개시 당시 공공용 재산의 취득절차를 거쳐서 소유권을 적법하게 취득하였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보이는 경우에는 국가 등이 소유권취득의 법률요건이 없이 그러한 사정을 잘 알면서 무단점유한 것이 증명되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할 것이므로, 그러한 경우에는 자주점유의 추정이 깨어진다고 할 수 없다 ( 대법원 2010. 8. 19. 선고 2010다33866 판결 등 참조).

2. 원심은 그 채택 증거에 의하여 다음 사실을 인정하였다.

(1) 전남 담양군 남면 (주소 1 생략) 유지 149㎡(이하 ‘이 사건 토지’라고 한다)는 1915. 4. 8. 피고의 증조부인 소외 1에게 사정되었는데, 피고는 소외 1의 1순위 단독 상속인으로서 2013. 5. 1. 이 사건 토지에 관하여 자신의 명의로 소유권보존등기를 마쳤다.

(2) 원고의 전신인 농업진흥공사(그 후 관련 법령의 개정에 따라 농어촌진흥공사, 농업기반공사, 한국농촌공사를 거쳐 원고로 각 그 명칭이 변경되었고 권리·의무가 포괄적으로 승계되었다)는 영산강유역 종합개발계획 1차 사업으로 1974년 3월경부터 1986년 8월경까지 사이에 광주호를 설치하는 공사를 하였는데, 이 사건 토지는 위 광주호 설치 사업의 대상 지역에 포함되어 있었고, 현재도 광주호 내부에 있으며, 광주호는 원고가 점유·관리해 오고 있다.

(3) 위 광주호 설치 사업 당시 용지의 매수 업무는 담양군 등 사업구역에 포함된 지역의 행정기관이 담당하였다.

3. 원심은, 원고의 이 사건 토지에 관한 점유취득시효 주장에 대하여, 위와 같은 사실관계와 더불어 다음의 사정 등을 들어 원고의 자주점유의 추정은 번복되었다고 판단하였다.

(1) 이 사건 토지에 관한 토지대장은 멸실된 바 없이 모두 보존되어 있는데, 농업진흥공사가 이 사건 토지를 광주호의 부지로 점유하기 시작할 무렵 위 토지대장에는 소유자가 소외 1이라고 기재되어 있었으므로 농업진흥공사는 이 사건 토지를 점유할 당시 지적공부 등에 소유자로 등재된 자가 따로 있음을 알았다고 봄이 상당하다.

(2) 위 토지대장에는 원고 또는 원고가 권리의무를 승계한 농업진흥공사, 농업기반공사, 한국농촌공사 등이 소유권을 취득하였음을 뒷받침할 기재가 전혀 나타나 있지 않다.

(3) 농업진흥공사가 이 사건 토지에 관하여 매입이나 기부채납 등 공공용 재산의 취득절차를 밟았다거나 그러한 가능성이 있음을 뒷받침할 만한 객관적인 자료를 제출하지 못하고 있다.

(4) 원고는 피고가 2013. 5. 1. 이 사건 토지에 관하여 소유권보존등기를 마칠 때까지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아니하였다.

4. 그러나 원심이 들고 있는 위와 같은 사유만으로 자주점유의 추정이 번복되었다고 볼 수 있는지는 의문이다.

(1) 우선 원심판결 이유와 기록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여러 사정이 드러나 있다.

① 원고는 이 사건 토지와 그 인근에 있는 다른 2필지의 토지(전남 담양군 고서면 (주소 2 생략) 유지 522㎡ 및 (주소 3 생략) 구거 4㎡)를 농업진흥공사가 소외 2로부터 매수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1984. 3. 9.자 매도증서 및 그 대금 72,900원을 같은 날 소외 2에게 모두 지급한 것으로 되어 있는 영수증을 보관하고 있다. 위 소외 2가 누구인지는 기록상 나타나 있지 않지만, 이 사건 토지 인근에는 예전부터 창녕조씨 후손들이 다수 거주하고 있고, 위 매도증서에 적힌 소외 2의 주소가 피고와 같은 위 분향리로 되어 있으며, 항렬자로 보이는 이름의 가운데 글자가 영(영) 자여서 피고와 같고, 주민등록번호도 뒷자리 7자리 중 앞쪽 6자리가 피고와 같은 점 등으로 미루어 위 소외 2는 실존 인물이고 피고와 같은 종중원이며 한 동네에 거주한 사람으로 짐작된다. 위 3필지의 토지 중 이 사건 토지는 피고의 증조부인 소외 1이 1915년에 토지사정을 받아 토지대장에는 소유자가 소외 1로 되어 있었으나 미등기인 채로 있었고, (주소 3 생략) 토지는 등기부에 소외 1이 소유자로 되어 있었고, (주소 2 생략) 토지는 소외 3이 등기부상 소유자로 되어 있었는데, 어떤 경위로 소외 2가 매도인으로 되어 있는 매도증서가 작성되었는지는 밝혀지지 않고 있지만, 어쨌든 위 3필지 중 이 사건 토지는 미등기인 상태 그대로 남아 있다가 2013. 5. 1.에 피고가 소유권보존등기를 하였으나, 이를 제외한 나머지 2필지는 모두 1973. 3. 27. 토지수용을 원인으로 하여 (주소 3 생략) 토지는 1984. 3. 12. 영산강농지개량조합 앞으로, (주소 2 생략) 토지는 1985. 11. 21. 농업진흥공사 앞으로 각 소유권이전등기가 마쳐져 있다.

② 광주호 설치 사업 대상지역에 포함된 토지 중 피고가 증조부 소외 1로부터 상속받아 피고 명의로 등기되어 있던 (주소 4 생략) 토지 및 (주소 5 생략) 토지는 각 1985. 11. 21.자로 농업진흥공사 앞으로 소유권이전등기가 마쳐져 있고, 그 각 등기의 등기원인도 1973. 3. 27. 토지수용으로 앞에서 본 (주소 3 생략) 토지 및 (주소 2 생략) 토지의 등기원인과 동일하게 되어 있다. 원고는 위 (주소 4 생략) 토지 및 (주소 5 생략) 토지에 대하여 피고가 매도인, 담양군수가 매수인으로 되어 있는 1976. 7. 16.자 매매계약서 및 같은 날 피고 본인이 토지대금을 청구하여 영수한 토지대금청구서 및 영수증을 보관하고 있지만, 위와 같이 매매계약은 1976년에 체결되었고 이전등기는 1985년에 하였으면서 등기원인은 ‘1973. 3. 27. 토지수용’으로 된 이유는 밝혀지지 않고 있다.

③ 광주호 설치 사업으로 편입되는 토지에 대한 용지매수 및 보상절차는 1976년경 광범위하게 진행되었는데, 당시 용지 매수업무를 담당한 담양군수가 그 업무를 추진하면서 작성한 여러 종류의 공문서들이 남아 있고, 이 사건 토지도 ‘토지 및 지장물건 조서’, ‘용지매수비 사유조서’, ‘토지 소유자 명단’ 등 목록에 다른 여러 필지의 토지들과 함께 기재되어 있다(위 ‘토지 및 지장물건 조서’ 등에는 소유자가 ‘소외 4’로 기재되어 있으나 토지소재지 지번은 이 사건 토지로 되어 있는 것으로 보아 원고의 증조부 ‘소외 1’의 오기일 가능성이 있다고 보인다).

④ 피고는 미등기 상태로 남아 있던 이 사건 토지에 관하여 2013. 5. 1. 소유권보존등기를 마친 직후 광주지방법원 2013가단38720호 로, 1984. 4. 5.경 원고 소유의 위 (주소 6 생략), (주소 7 생략), (주소 8 생략) 3필지 토지와 이 사건 토지를 서로 교환하기로 하는 계약을 체결하였다는 등의 이유로 원고에게 위 3필지 토지에 관한 소유권이전등기절차의 이행을 구하는 소를 제기하였다가 그 주장 사실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2013. 12. 17. 패소한 바 있는데, 피고는 그 무렵까지 원고의 이 사건 토지에 대한 점유·관리에 대하여 별다른 이의를 제기한 바가 없다.

⑤ 또한 제1심 이래 피고는 이 사건 토지를 뒤늦게 찾아 2013. 5. 1.에야 소유권보존등기를 마쳤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이는 1984. 4. 5.경 이 사건 토지에 관하여 교환계약을 체결하였다는 위 종전 소송에서의 주장과 모순된다. 또한 농업진흥공사가 소외 2와 공모하여 이 사건 토지에 관한 매도증서 등을 허위로 작성하였다고 주장하기도 하나, 농업진흥공사가 다른 토지는 적법하게 매수하면서 이 사건 토지만 불법적인 방법으로 취득하려고 하였다고 볼 만한 사정도 찾아볼 수 없다.

(2) 위와 같은 사실관계를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보면, 비록 원고가 이 사건 토지의 취득절차에 관하여 공부상 소유자와 일치하지 않는 사람을 매도인으로 한 매도증서를 제시할 뿐 권리관계와 정확하게 일치하는 근거서류를 제시하지는 못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이 사건 토지의 점유 경위와 용도, 인근 토지의 수용보상 내역 등을 감안하면 농업진흥공사가 이 사건 토지의 소유권 취득을 위한 적법한 절차를 거쳤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따라서 원심판결이 들고 있는 사유만으로 원고의 적법 점유의 추정이 번복되었다고 보기에는 매우 부족하다.

그럼에도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이유만으로 이 사건 토지에 관한 원고의 점유가 무단점유에 해당한다고 보아 자주점유의 추정이 번복되었다고 판단하였으니, 거기에는 자주점유 추정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이를 지적하는 취지의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5. 이에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나머지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김신(재판장) 박병대(주심) 박보영 권순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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