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시사항
[1] 형법 제151조 소정의 범인도피죄의 의의, 같은 조 소정의 '벌금 이상의 형에 해당하는 죄를 범한 자'의 의미와 그에 대한 인식 여부의 판단 기준 및 범인이 아닌 자가 수사기관에 범인임을 자처하고 허위사실을 진술하여 진범의 체포와 발견에 지장을 초래한 경우, 범인도피죄의 성립 여부(적극)
[2] 범인도피죄의 성립을 인정한 사례
판결요지
[1] 형법 제151조에서 규정하는 범인도피죄는 범인은닉 이외의 방법으로 범인에 대한 수사, 재판 및 형의 집행 등 형사사법의 작용을 곤란 또는 불가능하게 하는 행위를 말하는 것으로서, 그 방법에는 어떠한 제한이 없고, 또한 위 죄는 위험범으로서 현실적으로 형사사법의 작용을 방해하는 결과가 초래될 것이 요구되지 아니할 뿐만 아니라, 같은 조 소정의 '벌금 이상의 형에 해당하는 죄를 범한 자'라 함은 범죄의 혐의를 받아 수사 대상이 되어 있는 자도 포함하고, 벌금 이상의 형에 해당하는 자에 대한 인식은 실제로 벌금 이상의 형에 해당하는 범죄를 범한 자라는 것을 인식함으로써 족하고 그 법정형이 벌금 이상이라는 것까지 알 필요는 없으며, 범인이 아닌 자가 수사기관에 범인임을 자처하고 허위사실을 진술하여 진범의 체포와 발견에 지장을 초래하게 한 행위는 위 죄에 해당한다.
피고인
피고인
상고인
검사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춘천지방법원 본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이유
검사의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피고인이 1999. 1. 5. 08:00경 영동고속도로 신갈기점 159.5km 지점에서 공소외인 운전의 승용차에 동승하여 가던 중 공소외인이 교통사고를 야기하여 벌금 이상의 형에 해당하는 교통사고처리특례법위반죄를 범하였다는 것을 알면서도 공소외인으로 하여금 형사처벌을 면하게 할 목적으로 위 교통사고에 관한 조사를 담당한 경장 채희관에게 피고인 자신이 위 승용차를 운전하다가 교통사고를 발생하게 하였다는 허위의 사실을 진술함으로써 공소외인을 도피시켰다는 이 사건 공소사실에 대하여, 형사소추 또는 처벌받을 가능성이 없는 자를 도피하게 한 경우에는 국가의 형사사법 작용을 저해할 위험이 없어 형법 제151조가 규정하는 범인도피죄가 성립하지 아니한다고 할 것인데, 이 사건에 있어서 피고인이 도피시켰다는 공소외인은 사고 차량이 자동차종합보험에 가입되어 있어서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제4조 제1항에 의하여 위 교통사고를 이유로 교통사고처리특례법위반죄로 공소를 제기할 수 없어 원시적으로 소추 또는 처벌받을 가능성이 없는 자에 해당하므로, 피고인이 공소외인을 도피시켰다 하여도 그 행위는 범인도피죄를 구성하지 아니한다고 판단하였다.
2. 살피건대, 형법 제151조에서 규정하는 범인도피죄는 범인은닉 이외의 방법으로 범인에 대한 수사, 재판 및 형의 집행 등 형사사법의 작용을 곤란 또는 불가능하게 하는 행위를 말하는 것으로서, 그 방법에는 어떠한 제한이 없고, 또한 위 죄는 위험범으로서 현실적으로 형사사법의 작용을 방해하는 결과가 초래될 것이 요구되지 아니할 뿐만 아니라 (대법원 1995. 3. 3. 선고 93도3080 판결 등 참조), 위 법조 소정의 '벌금 이상의 형에 해당하는 죄를 범한 자'라 함은 범죄의 혐의를 받아 수사 대상이 되어 있는 자도 포함하고 (대법원 1960. 2. 24. 선고 4292형상555 판결, 1982. 1. 26. 선고 81도1931 판결 등 참조), 벌금 이상의 형에 해당하는 자에 대한 인식은 실제로 벌금 이상의 형에 해당하는 범죄를 범한 자라는 것을 인식함으로써 족하고 그 법정형이 벌금 이상이라는 것까지 알 필요는 없으며 (대법원 1995. 12. 26. 선고 93도904 판결 참조), 범인이 아닌 자가 수사기관에 범인임을 자처하고 허위사실을 진술하여 진범의 체포와 발견에 지장을 초래하게 한 행위는 위 죄에 해당하는 것이다 (대법원 1996. 6. 14. 선고 96도1016 판결 등 참조).
그런데 위 공소사실과 기록에 의하면, 공소외인의 이 사건 행위는 자신이 위 승용차를 운전하던 중 사고장소 좌측에 설치된 노면 턱을 들이받는 바람에 그 충격으로 조수석에 탑승하고 있던 피고인에게 전치 4주간의 상해를 입혔다는 것인바, 이러한 경우 공소외인에 대하여 적용이 가능한 죄는 가볍게는 도로교통법 제113조 제1호, 제44조 위반죄로부터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제3조 제1항 위반죄를 거쳐 공소외인의 범의에 따라서는 형법 제257조 제1항의 상해죄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고, 위 각 죄는 모두 벌금 이상의 형을 정하고 있음이 분명할 뿐만 아니라, 나아가 공소외인에게 적용될 수 있는 죄가 결과적으로 위 공소사실과 같이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제3조 제1항 위반죄에 한정된다고 하더라도, 원심이 내세우는 자동차종합보험 가입사실은 같은 법 제4조 제1항이 규정하는 바와 같이 공소를 제기할 수 없다는 소송조건에 해당하는 것으로서, 그것도 같은 법 제3조 제2항에 의하여 피해자가 나중에 사망에 이르거나 또는 같은 항이 규정하는 10가지의 단서, 특히 음주나 과속 운전 등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적용되지 아니하는 것이므로, 이러한 경우 수사기관으로서는 위 단서의 적용 여부를 가리기 위하여 공소외인의 행위에 대하여 얼마든지 수사를 할 수 있는 것이고 그 결과에 따라 공소외인에 대한 소추나 처벌 여부가 가려지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이 사건에 있어서 원심이 내세우는 자동차종합보험 가입사실만으로 위와 같은 공소외인의 행위가 형사소추 또는 처벌을 받을 가능성이 없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단정할 수 없는 것임은 물론이고, 피고인이 수사기관에 적극적으로 자신이 운전자라는 허위사실을 진술함으로써 실제 운전자인 공소외인을 도피하게 하였다면 그로써 수사권의 행사를 비롯한 국가의 형사사법 작용은 곤란 또는 불가능하게 되는 것이라고 아니할 수 없으므로(예컨대, 수사기관이 초동단계에서 실제 운전자에 대한 음주측정을 하지 못하여 교통사고처리특례법위반죄로 기소하지 못하게 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이는 범인도피죄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이 앞서 본 바와 같은 이유만으로 피고인의 행위가 범인도피죄를 구성하지 아니한다고 단정하고 만 것은, 범인도피죄의 보호법익과 '죄를 범한 자'에 관한 법리를 오해함으로써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고 할 것이므로, 이 점을 지적하는 상고이유의 주장은 이유 있다.
3.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관여 대법관의 의견이 일치되어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