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
2013고정500 업무상과실치상
피고인
A
검사
서원일(기소), 신기용(공판)
변호인
변호사 B
판결선고
2014. 1. 29.
주문
피고인을 벌금 3,000,000원에 처한다.
피고인이 벌금을 납입하지 아니하는 경우 50,000원을 1일로 환산한 기간 위 피고인을 노역장에 유치한다.
피고인에 대하여 위 벌금에 상당한 금액의 가납을 명한다.
이유
범죄사실
피고인은 군포시 C에 있는 D병원에서 근무하는 산부인과 의사이다.
피고인은 2011. 5. 13. 09:58경 위 병원에서 산모인 E의 출산을 위하여 제왕절개수술을 하게 되었다. 이러한 경우 의료업에 종사하는 피고인에게는 태아에게 상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태아의 위치 등을 사전에 확인하여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여야 할 업무상 주의의무가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은 이를 게을리한 채 만연히 제왕절 개수술을 시행하여 태아인 피해자 F(여, 0세)에게 치료일수를 알 수 없는 전두부 외상 후 탈색소성 반흔의 상해를 입게 하였다. 결국 피고인은 위와 같은 업무상 과실로 피해자에게 상해를 입게 하였다.
증거의 요지
1. 증인 G, H의 각 법정진술
1. 각 수사보고(피해부위 사진 제출, 진료차트제출)
법령의 적용
1. 범죄사실에 대한 해당법조 및 형의 선택
형법 제268조 (벌금형 선택)
1. 노역장유치
법제 70조, 제69조 제2항
1. 가납명령
피고인 및 변호인의 주장에 관한 판단
1. 피고인 및 변호인의 주장
E의 자궁 벽이 팽창하여 얇아진 상태에서 피해자가 후방후두위로 자궁 벽에 밀착하여 있었던 까닭에 불가피하게 판시 상해의 결과가 발생한 것이므로, 피고인에게는 결과의 회피가능성이 없어 과실이 없고, 설령 과실이 있다 하더라도 E과 피해자의 생명에 대한 위험을 피하기 위한 행위로서 긴급피난에 해당하여 위법성을 조각하므로 죄가 되지 아니한다.
2. 판단
가. 제왕절개수술을 하는 의사로서는 그 수술 과정에서 태아가 상해를 입지 않도록 주의를 다하여야 할 의무가 있고, 앞서 든 증거들에 의하면 피고인에게 그와 같은 주의의무를 다하지 못한 과실이 있다는 점을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
나. 나아가 피고인의 행위가 긴급피난에 해당하는지에 관하여 본다.
피고인의 행위가 자기 또는 타인의 법익에 대한 현재의 위난을 피하기 위한 행위로서 상당한 이유가 있는 때에는 긴급피난에 해당하여 위법성이 조각되나, 피고인이 그 위난을 야기하였다면 긴급피난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대법원 1995. 1. 12. 선고 94도2781 판결 참조).
앞서 든 증거들에 의하면, E은 이 사건 이전에 이미 제왕절개수술을 받은 바 있는 사실, 이전에 제왕절개수술을 받았던 여성이 자연분만하게 될 경우(이하 '브이백'이라고 한다) 자궁파열 등의 위험이 높아지는 사실, D병원은 브이백 성공률이 높아 브이백을 원하는 임산부들에게 널리 알려져 있는 사실, E은 2011. 5. 10, 브이백을 위하여 D병원에 입원하였는데, 출산예정일이었던 2011. 5. 12. 밤 '주기적인 진통이 아닌 뭔가 다른 통증'을 호소하면서 제왕절개수술을 요청한 사실, 당시 담당 간호사는 당직의 H에게 E의 통증 호소 및 제왕절개수술 요청을 보고하지 아니한 사실, H은 2011. 5. 13. 05:30경 E을 직접 살펴보지 아니한 채 담당 간호사에게 '계속 관찰할 것'만을 지시한 사실, 피고인은 판시 일시에 이르러 E에게 자궁 파열의 의심이 있어 태아가 위험에 빠질 수 있다고 판단하고 제왕절개수술을 시행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위와 같은 브이백의 위험성, E의 당시 상태 등을 고려하면 E의 주치의인 피고인으로서는 E의 증상에 특별히 주의를 기울였어야 하고, 야간에는 당직의 및 담당 간호사에게 주의를 당부하는 등으로 E과 태아가 위험에 빠지지 않도록 할 의무가 있다 할 것인데, 피고인은 이를 게을리하여 E이 2011. 5. 12. 밤 자궁 파열을 의심할 수 있는 통증을 호소하면서 제왕절개수술을 요청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적절한 조치를 받지 못하게 하였고(변호인은, 제왕절개수술을 할 것인지 여부는 의사의 의학적 판단에 따를 문제라고 주장하나, 브이백 자체가 의학적인 이유로 진행하는 것이 아닌 이상 산모가 통증을 호소하며 제왕절개수술을 요청할 경우 의사로서는 굳이 위험을 무릅쓰고 브이백을 진행할 이유가 없다 할 것이어서, 위와 같은 주장은 받아들이기 어렵다) 결국 판시 일시에 이르러서야 급히 제왕절개수술을 시행하여 피해자로 하여금 판시 상해를 입게 하였으므로, E과 피해자의 생명에 대한 위험은 피고인의 책임 있는 사유에 의하여 야기된 것으로서 이를 피하기 위한 과정에서 피해자에게 상해를 입힌 행위를 가리켜 긴급피난행위라고 할 수 없다.
다. 따라서 피고인 및 변호인의 주장은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판사
판사 이재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