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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행유예
서울지법 1995. 6. 13. 선고 94노5194 판결 : 상고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위반,절도(인정된 죄명 공갈)][하집1995-1, 519]
판시사항

현금카드 소유자를 협박하여 현금카드를 교부받은 행위와 이를 이용하여 누차에 걸쳐 현금을 인출한 행위가 포괄하여 하나의 공갈죄를 구성하는지 여부

판결요지

위조, 변조, 도난, 분실된 현금카드를 이용하여 현금을 인출한 경우와 같이 진정한 정보의 무권한사용은 절도죄로 의율할 수 있으나, 예금주인 현금카드 소유자를 협박하여 그 카드를 갈취한 피고인이 그 카드를 이용하여 현금을 인출한 경우에는, 비록 하자 있는 의사이기는 하지만 피해자의 승낙에 의하여 현금카드를 사용할 권한을 부여받았으므로 피해자가 그 승낙의 의사표시를 취소하기까지는 현금카드를 적법·유효하게 사용할 수 있고 은행의 경우에도 피해자의 지급정지신청이 없는 한 피해자의 의사에 따라 그 계산으로 적법하게 예금을 지급할 수 있는 것이므로, 이와 같은 현금인출행위를 은행의 의사에 반하여 은행 소유의 현금을 취거한 절도행위라고 볼 수 없고, 이 경우 피고인의 고의는 예금을 갈취하려는 것으로서 현금카드는 그 범행의 수단에 지나지 아니하므로 카드를 교부받은 행위와 누차에 걸친 현금인출행위는 포괄하여 하나의 공갈죄를 구성한다.

피 고인

피고인

항소인

피고인

변호 인

변호사 김대섭

원심판결

서울형사지법 1994. 10. 8. 선고 94고단4816 판결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한다.

피고인을 징역 8월에 처한다.

원심판결 선고 전의 구금일수 중 5일을 위 형에 산입한다.

다만 이 판결확정일로부터 2년간 위 형의 집행을 유예한다.

이유

1. 항소이유의 요지

변호인의 항소이유의 요지는, 피고인이 피해자와 함께 여행하다가 동인으로부터 현금카드를 빌려서 사용한 사실은 있으나, 위 피해자를 협박하여 위 현금카드를 갈취한 사실은 전혀 없음에도, 원심은 위 피해자의 허위진술을 증거로 채택하여 피고인이 그 판시와 같이 위 현금카드를 갈취하였다고 사실을 그릇 인정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을 범하였다는 데 있다.

2. 항소이유에 대한 판단

그러므로 살피건대, 원심이 적법하게 증거조사를 마쳐 채택한 증거들을 종합하면 피고인이 원심 판시와 같이 위 피해자를 협박하고, 이에 겁을 먹은 동인으로부터 조흥은행 현금카드를 교부받아 이를 갈취하였다는 피고인의 범죄사실을 인정하기에 넉넉하므로 변호인의 사실오인 주장은 이유 없다.

3. 절도의 점에 대한 당원의 직권판단

가. 공소사실의 요지

이 사건 공소사실 중 절도의 점의 요지는, 피고인은 1994. 4. 18. 17:00경 부산 중구 남포동 소재 상업은행 지점에서 그 곳에 설치된 현금자동지급기에 위 피해자로부터 갈취한 조흥은행 현금카드를 사용하여 비밀번호, 금액 등의 버튼을 조작하여 현금 400, 000원을 인출한 것을 비롯하여 그 시경부터 같은 달 28.까지 도합 17회에 걸쳐 합계 금 7, 590, 000원을 인출하여 이를 절취한 것이다라고 함에 있다.

나. 인정되는 사실관계

원심이 적법하게 증거조사를 마쳐 채택한 증거들을 종합하면, 앞에서 본 바와 같이 피고인이 위 피해자와 함께 여행하다가 동인으로부터 현금카드를 갈취한 후, 미리 알고 있던 비밀번호를 이용하여, 위 공소사실 기재와 같이 현금을 인출하여 사용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다. 법률적 검토

검사는 갈취한 신용카드를 은행의 현금지급기에 넣고 비밀번호 등을 입력하는 방법으로 현금을 인출한 피고인의 행위를 절도죄로 의율하여 기소하였다.

살피건대, 현금카드는 종래 예금거래에 있어서 은행원을 통하여 이루어졌던 예금출급부분을 온라인 현금자동지급기(이하 현금지급기라 한다)라고 하는 기계를 통하여 이루어지는 과정에서 이를 매개하여 주는 수단으로 탄생한 것인바, 예금주가 현금지급기에 전자(전자)적 기록으로 정보가 수록된 현금카드를 삽입한 후에 비밀번호와 인출하고자 하는 금액을 버튼을 통하여 조작하면, 현금지급기가 온라인을 통해 인출가능 여부를 확인한 후 거래명세서를 2매 작성하여 그 중 1매는 기명날인된 예금청구서로 갈음하고, 나머지 1매는 현금카드 사용자에게 인출금액과 잔액을 기입하여 교부한 후 예금이 자동으로 인출된다.

위와 같이 현금지급기는 은행과 예금자 간의 약정에 따라 예금자가 은행이 지정해 준 비밀번호 등 정보를 입력하면 일정한 컴퓨터프로그램에 따라 그 정보를 자동처리하는 것이고, 현금지급기에 삽입된 현금카드와 입력된 비밀번호 등 정보가 정확하기만 하면 현금지급기의 카드의 사용자가 누구이든 간에 인출가능한 한도 내에서 예금이 인출되는 특성을 지니고 있다. 즉 컴퓨터기억장치는 누가 정보를 입력하였는지는 구별할 수 없는 것이다.

문제는 카드명의인 이외의 자가 그 카드를 사용하는 경우인바, 위조, 변조, 도난, 분실된 현금카드를 이용하여 현금을 인출한 경우와 같이 진정한 정보의 무권한사용은 절도죄로 의율할 수 있음은 물론이다.

그러나 이 사건의 경우와 같이 예금주인 현금카드 소유자를 협박하여 그 카드를 갈취한 피고인이 그 카드를 이용하여 현금을 인출하는 경우에는, 피고인은 비록 하자 있는 의사이기는 하지만 피해자인 예금주의 승낙에 의하여 현금카드를 사용할 권한을 부여받았으므로 피해자가 그 승낙의 의사표시를 취소하기까지는 현금카드를 적법·유효하게 사용할 수 있고, 은행의 경우에도 피해자의 지급정지신청이 없는 한 피해자의 의사에 따라 그 계산으로 적법하게 예금을 지급할 수 있는 것이므로, 이와 같은 현금인출행위를 은행의 의사에 반하여 은행 소유의 현금을 취거한 절도행위라고 볼 수는 없다고 할 것이다.

이 경우 피고인의 고의는 예금을 갈취하려는 것으로서 현금카드는 그 범행의 수단에 지나지 아니한다 할 것이므로 카드를 교부받은 행위와 이에 이어지는 누차에 걸친 현금인출행위는 포괄하여 하나의 공갈죄를 구성한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다. 결 론

그렇다면 갈취한 현금카드를 사용하여 현금을 인출해 간 피고인의 행위가 절도죄를 구성함을 전제로 하는 이 부분 공소사실은 범죄로 되지 아니한다고 볼 것임에도 원심은 이를 간과한 위법이 있으므로 이 점에서 원심판결은 유지될 수 없다.

이에 본원은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2항에 의하여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변론을 거쳐 다시 다음과 같이 판결한다.

범죄사실

피고인은 서울 관악구 봉천6동 소재 (학원명칭 생략)학원의 학원생인바, 같은 학원에 다니면서 알게 된 피해자(28세)와 부산 등지로 여행을 하던 중,

1994. 4. 17. 23:10경 부산 북구 구포동 소재 향원장 여관 305호실에서 위 피해자가 소지하고 있던 현금카드를 갈취하여 동인의 예금을 인출하여 여행경비로 사용할 것을 결의하고, 동인에게 현금카드를 빌려달라고 요구하고 이를 거절하는 위 피해자에게 "현금카드를 빌려주지 않으면 부산에 있는 아는 깡패를 동원하여 가루로 만들어 버리겠다"고 말하여 피고인의 요구에 응하지 아니하면 위 피해자에게 어떤 해악을 가할 듯한 태도를 보여 이에 겁을 먹은 동인으로부터 즉석에서 현금카드인 조흥은행 수퍼카드(카드번호 (카드번호 생략)) 1매를 교부받고, 1994. 4. 18. 17:00경 부산 중구 남포동 소재 상업은행 지점에서 그 곳에 설치된 현금자동지급기에 위 피해자로부터 갈취한 조흥은행 현금카드를 사용하여 비밀번호, 금액 등의 버튼을 조작하여 현금 400, 000원을 인출한 것을 비롯하여 그 시경부터 같은 달 28.까지 별지 기재와 같이 도합 17회에 걸쳐 합계 금 7, 590, 000원을 인출하여 이를 갈취한 것이다.

증거의 요지는 모두 원심판시와 같으므로 같은 법 제369조에 의하여 이를 그대로 인용한다.

법령의 적용

1. 범죄사실에 대한 해당법조

2. 미결구금일수 산입

3. 집행유예

형법 제62조 제1항(피해자의 피해를 변상하였으며, 그 잘못을 깊이 뉘우치고 있는 점 등 정상 참작)

무죄부분

이 사건 공소사실 중 절도의 점의 요지는 위에서 본 바와 같은 바, 위 파기사유에서 본 바와 같이 이 부분 공소사실은 죄가 되지 아니하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전단에 의하여 무죄를 선고할 것이나 이 부분을 공소장 변경 없이 공갈죄로 인정한 이상 주문에서 따로 무죄를 선고하지 아니한다.

이상의 이유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별지 생략]

판사 최형기(재판장) 이창형 윤강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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