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obeta
텍스트 조절
arrow
arrow
대법원 2016.3.24. 선고 2013두925 판결
시정명령및과징금납부명령취소청구의소
사건

2013두925 시정명령 및 과징금 납부명령 취소 청구의 소

원고, 상고인 겸 피상고인

주식회사 한국백신

피고, 피상고인 겸 상고인

공정거래위원회

원심판결

서울고등법원 2012. 12. 13. 선고 2011누23902 판결

판결선고

2016. 3. 24.

주문

상고를 모두 기각한다.

상고비용은 각자가 부담한다.

이유

상고이유(상고이유서 제출기간이 지난 후에 제출된 상고이유보충서의 기재는 상고이유를 보충하는 범위 내에서)를 판단한다.

1. 원고의 상고이유 제1점 및 피고의 상고이유 제1, 2점에 대하여

가. 공정거래법 제19조 제1항은 '부당하게 경쟁을 제한하는 행위에 대한 합의'를 금지하고 있는데, 그 합의에는 명시적 합의뿐 아니라 묵시적인 합의도 포함된다. 여기에서 합의는 둘 이상 사업자 사이의 의사의 연락이 있을 것을 본질로 하므로, 단지 위 규정 각 호에 열거된 행위가 있었던 것과 일치하는 외형이 존재한다고 하여 당연히 합의가 있었다고 인정할 수는 없고 사업자 간 의사연결의 상호성을 인정할 만한 사정에 대한 증명이 있어야 하며, 그에 대한 증명책임은 그러한 합의를 이유로 시정조치 등을 명하는 피고에게 있다(대법원 2013. 11. 28. 선고 2012두17421 판결 등 참조).

한편 법원은 변론 전체의 취지와 증거조사의 결과를 참작하여 자유로운 심증으로 사회정의와 형평의 이념에 입각하여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따라 사실주장이 진실한지 아닌지를 판단하고(행정소송법 제8조 제2항, 민사소송법 제202조), 그 판단은 위와 같은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지 않는 한 사실심법원의 잔권에 속한다.

나. 원심판결 이유와 기록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점들을 알 수 있다.

(1) 원고를 포함한 인플루엔자 백신(이하 '독감백신'이라 한다) 제조 · 판매사업자들(이하 '제조사들'이라 한다)이 2005년부터 2009년까지 매년 질병관리본부가 구입하는 독감백신의 납품가격과 제조사별 납품물량을 공동으로 정하는 합의를 하고 그에 따라 정부조달계약을 체결함으로써 부당한 공동행위를 하였다는 이유로 시정명령 및 과징금 납부명령을 하였다. 그 중 원고에 대한 부분이 원심 판시 이 사건 처분이다.

(2) 정부조달 입찰방식이 2005년과 2006년은 수의계약, 2007년과 2008년은 지명경쟁입찰, 2009년은 일반경쟁입찰 방식으로 변경되었고, 해마다 독감백신 시장을 구성하는 정부조달시장과 민간수요시장의 상황이 바뀌고 수요량과 공급량이 변동되어, 제조사들이 가격 및 물량에 관한 합의를 할 유인에 차이가 있었다.

(3) 2005년과 2006년은 독감백신 정부조달 수요량이 예상 공급량을 초과할 것으로 예상되었던 상황이므로, 정부조달계약금액이 독감백신 제조원가를 상회하여 판매이익이 있고 대량거래에 따른 거래의 편의성 등 정부조달시장이 민간수요시장에 비해 유리한 점이 있다고 하더라도, 그것만으로는 제조사들이 적극적으로 정부조달시장에 참여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였다거나 이러한 경쟁을 피하기 위해 경쟁사업자와 공동으로 납품물량이나 계약금액을 합의할 유인이 있었다고 보기 어려운 점이 있다.

(4) 2005년과 2006년 독감백신 조달계약의 납품물량과 계약금액은 제조사들이 질병 관리본부 및 조달청과의 개별적인 협의를 통해 결정된 것이고, 특히 납품물량은 가격협의 전에 개최된 여러 모임을 통해 이미 질병관리본부에 제공된 정부조달 납품 가능량 등의 정보를 기초로 협의된 것인데, 그럼에도 제조사들이 질병관리본부 및 조달청과의 개별적인 협의 전에 별도 모임을 통해 납품물량을 배분하고 계약금액을 동일하게 결정하는 합의를 할 필요가 있었다고 볼 만한 다른 사정이 발견되지도 아니한다.

(5) 2007년에는 '최저가 희망수량 경쟁입찰' 방식으로 공급자를 결정하였으므로, 각 제조사들로서는 낙찰물량을 확보하고 저가 투찰 경쟁을 피하기 위한 합의의 유인이 존재하였고, 그해의 독감백신 공급량이 수요량을 초과하였다는 점은 일부 제조사들도 인정하고 있다. 또한 전년도까지 시행한 수의계약 방식이 2007. 9. 4.에 지명경쟁입찰로 변경되고 그 이후 입찰이 실시되었지만 최종 계약물량이 수의계약을 전제로 제조사들 사이에 한 물량배분 협의 내용과 거의 일치하고 투찰가격도 매우 근접한 수준으로, 사전에 상호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었음을 추단하기에 어렵지 않다.

(6) 2008년에도 '최저가 희망수량 경쟁입찰' 방식이 유지되어 제조사들 사이에 확고한 물량배분이 이루어지면 예정가격 내에서 최고가격으로 투찰하여도 전량을 납품할 수 있으므로 투찰물량 및 투찰가격에 대해 공동행위를 할 강한 유인이 있었다.

(7) 2008년에는 제조사들 간의 합의에도 불구하고 원고가 독자적으로 저가입찰을 함으로써 합의의 틀이 깨어진 일이 생겼는데, 그 이후 2009년에는 전체 제조사들이 하나의 도매상을 통해서만 물량을 공급함으로써 결과적으로 정부조달입찰에는 그 도매상이 단독으로 응찰하여 다른 입찰참가자와 가격경쟁을 할 필요가 없는 상황이 조성되었다.

다. 원심판결 이유를 위와 같은 사정과 더불어 관련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이 2005년과 2006년에는 부당한 공동행위가 있었다고 볼 증거가 부족하다고 하고, 2007년부터 2009년까지 3개년은 부당한 공동행위가 있었다고 인정한 것은 정당하고, 거기에 원고와 피고의 각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부당한 공동행위의 성립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없다.

2. 원고의 상고이유 제2점에 대하여

원심은, 2007년, 2008년 합의와 2009년 합의는 각각 물량 또는 가격에 관한 합의에 해당할 뿐만 아니라 독감백신 정부조달시장에서 위 제조사들의 점유율이 100%이므로, 이러한 합의는 위 시장의 경쟁을 제한하는 행위임이 인정된다고 판단하는 한편, 제조사들의 위 각 합의가 구속력 있는 행정지도 등에 따른 것이라는 원고의 주장을 배척하였다.

관련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 역시 정당하고, 거기에 원고의 상고이유 주장과 같은 경쟁제한성 및 부당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는 등의 위법이 없다.

3. 피고의 상고이유 제3점에 대하여

피고는 2005년과 2006년의 조달계약과 관련하여 질병관리본부 및 조달청이 합의에 개입하였다고 하더라도 행정지도에 의한 담합은 위법성이 조각될 수 없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원심이 2005년과 2006년에는 부당한 공동행위에 관한 합의 자체를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다고 하여 배척한 이상, 위 상고이유 주장은 판결에 아무런 영향이 없으므로 나아가 판단할 필요도 없이 이유 없다.

4. 결론

상고를 모두 기각하고 상고비용은 각자가 부담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재판장 대법관 이인복

대법관 김용덕

주심 대법관 김소영

대법관 이기택

arro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