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시사항
약사법(藥事法) 제37조 제2항의 위헌(違憲) 여부
결정요지
한약업사(韓藥業士)의 허가(許可) 및 영업행위(營業行爲)에 대하여 지역적(地域的) 제한(制限)을 가한 내용의 약사법(藥事法) 제37조 제2항은 오로지 국민건강(國民健康)의 유지(有志)·향상(向上)이라는 공공(公共)의 복리(福利)를 위하여 마련된 것이고, 그 제한(制限)의 정도(程度) 또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적정한 것이라 할 것이므로 헌법(憲法) 제11조의 평등(平等)의 원칙(原則)에 위배된다거나 헌법(憲法) 제14조의 거주이전의 자유 및 헌법(憲法) 제15조의 직업선택(職業選擇)의 자유(自由) 등 기본권(基本權)을 침해(侵害)하는 것으로 볼 수 없어 헌법(憲法)에 위반(違反)되지 아니한다
청구인 : 정 ○ 중
대리인 변호사 조 언
관련소송사건 : 대법원(大法院) 89누1452 한약업사영업소이전허가신청반려처분 취소(韓藥業士營業所移轉許可申請伴侶處分取消)
대법원(大法院) 89부5 위헌제청신청(違憲提請申請)
참조조문
약사법(藥事法) 제37조(의약품판매업(醫藥品販賣業)의 허가기준(許可基準)) ① 생략
② 한약업사(韓藥業士)는 보건사회부령(保健社會部領)이 정하는 지역(地域)에 한(限)하여 대통령령(大統領令)이 정하는 한약업사시험(韓藥業士試驗)에 합격(合格)한 자(者)에게 허가(許可)한다.
③~④ 생략
이유
1. 사건의 개요와 심판의 대상
가. 사건의 개요
청구인은 1986.1.18. 서울특별시장에게 한약업사영업소이전허가신청을 하였으나, 서울특별시장은 약사법 제37조 제2항, 동법 시행규칙 제24조의 규정에 따라 한약업사 영업소의 이전허가는 지방 도지사의 허가지역 관내로 국한하고 있으므로 서울특별시 이외의 도에서 서울 특별시 관내로 한약업사의 영업소이전을 허가할 수 없다는 이유로, 위 이전허가신청을 반려하였다. 청구인이 위 이전허가신청반려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행정소송을 제기하고 상고심인 대법원에 위 사건 재판의 전제가 되는 약사법(개정 1963.12.13. 법률 제1491호, 개정 1971.1.13. 법률 제2279호, 1986.5.10 법률 제3825호, 이하 법이라 한다) 제37조 제2항에 대한 위헌심판제청신청을 하였으나 1989.9.12. 위 신청이 기각되었다. 이에 청구인은 같은 해 9.27. 위 기각결정을 송달 받고 같은 해 10.11. 헌법재판소법 제69조 제2항에 의하여 이 법 제37조 제2항의 위헌여부에 관한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나. 심판의 대상
그러므로 이 사건 심판의 대상은 "한약업사는 보건사회부령에 정하는 지역에 한하여 대통령령이 정하는 한약업사시험에 합격한 자에게 허가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는 이 법 제37조 제2항의 법률조항이 헌법에 위반되는지 여부에 관한 것이다.
2. 청구인의 주장 및 이해관계인의 의견
가. 청구인의 주장
(1)이 법 제35조 제2항은 한약업사나 의약뭄도매상의 허가를 받은 자는 약사가 아니라도 의약품을 판매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으며, 이 법 제36조 제1항은 한약업사와 의약품도매상을 동격으로 규정하여 의약품판매업을 허용하고 있다. 그런데 이 법 제37조 제2항은 한약업사의 경우에만 약사 또는 의약품도매상과 달리 지역적 제한을 두고 있고, 약사법과 대응되는 의료법 제2조에 열거되어 있는 의사, 치과의사, 한의사, 조산사, 간호사 등의 면허기준이나 동법 제68조에 규정된 침사, 구사, 접골사 등의 자격, 인가규정에도 이러한 지역제한요건을 두고 있지 아니하다.
나. 대법원의 위헌제청신청기각 이유
약사법은 국민건강의 유지, 향상이라는 공익적 목적을 위하여 약사만이 의약품을 판매할 수 있음을 원칙으로 하면서 다만 이 법 제37조 제2항에서 예외적으로 의료해택을 전혀 받을 수 없는 지역에 한하여 한약업사로 하여금 한약을 판매할 수 있도록 허가하고 있는 것이므로 이것을 헌법상의 평등조항에 위반된다고 할 수 없다. 더구나 약사법의 관계법령에 의하여 처음부터 지역적 제한이 있음을 알고 한약업사 시험에 응시하여 합격하고 영업허가를 받은 한약업사가 지역적 제한이 없는 자격을 얻은 의사, 한의사, 약사 등과 영업지역을 달리 취급받는다고 하여 헌법상의 평등조항 등에 위반된다고 할 수도 없다.
다. 법무부장관과 보건사회부장관의 의견
(1) 청구인의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청구는 청구인의 위헌제청신청이 대법원에서 기각된 날인 1989.9.12.부터 청구기간인 14일이 경과한 이후임이 역수상 명백한 1989.10.11.에 비로소 제기되었으므로 부적법한 것이다.
(2) 이 법 제37조 제2항의 규정취지는 의약품은 원칙적으로 문교부에 등록한 약학사로서 국가시험에 합격하여 약사면허를 받은 자만이 약국을 개설하여 판매할 수 있도록 하면서 다만 예외적으로 의료혜택을 받을 수 없는 일정지역에 한하여 국민보건증진이라는 공익적 목적을 위하여 약무정책적으로 한
약업사로 하여금 한약을 혼합판매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 사건 심판청구에 관한 청구인의 주장은 이 법에서 한약에 관한 업무가 한약업사에게만 독자적으로 분담되어야 한다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어 입법 청원사항에 지나지 아니하고 우리 약사법 체계상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이다.
3. 판단
가. 헌법소원심판청구의 적법 여부
헌법재판소법 제41조 제1항, 제68조 제2항 및 제69조 제2항에 의하면, 법원은 법률이 헌법에 위반되는 여부가 재판의 전제가 된 때에는 직권 또는 당사자의 신청에 의한 결정으로 헌법재판소에 위헌여부의 심판을 제청할 수 있고, 법원이 당사자의 위헌여부심판의 제청을 기각한 때에는 그 신청을 한 당사자는 제청신청이 기각된 날로부터 14일 이내에 헌법소원의 형식으로 직접 헌법재판소에 그 법률에 대한 위헌여부의 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 헌법재판소법 제69조 제2항에 규정한 "제청신청이 기각된 날"이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제청신청에 대한 기각결정을 송달받은 날이라고 해석하여야 할 것이고(당 재판소 1989.7.21. 선고, 89헌마38 결정 참조), 기록에 의하면 대법원의 위 위헌제청신청 기각결정은 1989.9.27.에 우편송달의 방법으로 청구인에게 고지되었음을 인정할 수 있으므로 1989.10.11.에 접수된, 청구인의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청구는 적법한 청구기간내에 제기되었다 할 것이다.
나. 이 법 제37조 제2항의 위헌여부
(1) 약사와 한약업사의 의무
이 법에 의하면 원칙적으로, 약학을 전공하는 대학을 졸업한 자로서 약학사의 학위를 문교부에 등록하고 약사국가시험에 합
격한 자에 한하여 약사의 면허를 부여하고(이 법 제3조 제2항), 약사만이 약국을 개설할 수 있으며, 약국개설자가 아니면 의약품을 조제·판매할 수 없다(이 법 제16조 제1항, 제21조, 제35조 제1항, 이 법 시행규칙 제7조의 2). 약사가 약국을 개설함에 있어서는 별도의 허가절차가 필요하지 아니하고 서울특별시, 각 직할시 또는 각 도 규칙으로 정해진 약국개설등록기준에 따른 시설만을 갖추면 어느 곳에서나 약국개설등록을 할 수 있어(이 법 제16조 제2항, 제4항) 아무런 지역적 제한을 받지 아니한다.
약사가 조제·판매할 수 있는 의약품은 대한약전에 수재된 것으로서 위생용품이 아닌 것(이 법 제2조 제4항 제1호)과 동조항 제2·3호 소정의 것으로 되어 있고, 보건사회부장관이 중앙약사심의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정하고 공고하는 대한약전은 제1부와 제2부로 하되, 제1부에는 주로 빈번히 사용하는 원약인 의약품과 기초적인 제제를 수재하고, 제2부에는 주로 혼합제제와 제1부에 수재되지 아니한 의약품을 수재하게 되어 있는데(이 법 제43조), 여기에는 한약을 비롯한 의약품 일반이 포함되어 있다.
한편 한약업사는 원래 일제시대에 창설되었던 한약종상에 그 유래를 두고 있으며, 한약종상은 이 법 제정당시 약사의 부족으로 약사만으로 국민보건을 제대로 담당하기 어려웠던 실정을 감안하여 판매지역, 판매행위 등에 제한을 두고 의약품판매업의 일종으로 인정하였다. 그 뒤 1971.1.13. 이 법의 개정에 따라 한약종상의 명칭을 한약업사로 변경하는 한편 이 법 부칙에서 이 법 시행 당시 한약종상의 허가를 받은 자는 이 법에 의한 한약업사로 보도록 하였다.[(1971.1.13. 법률 제2279호) 부칙 제3항 참조].
한약업사는 대통령령이 정하는 한약업사시험에 합격한 자로서 보건사회부령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한약업사의 허가를 받은 자로서 약사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예외적으로 의약품을 판매할 수 있고, 환자의 요구가 있을 때에는 기성한약서에 수재된 처방 또는 한의사의 처방전에 의하여서만 한약을 혼합판매할 수 있다(이 법 제35조 제2항, 제36조 제2항). 그러나 한약없는 보건사회부령이 정하는 지역에 한하여 한약업사허가를 하며(이 법 제37조 제2항), 보건사회부령인 이 법 시행규칙 제23조는 종합병원, 병원, 의원, 한방병원, 한의원, 약국 또는 보건소지소가 없는 면에 한하여 1인의 한약업사를 허가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2) 약사와 한약업사의 자격과 시험 및 영업허가
약사는 약학을 전공하는 대학을 졸업한 자로서 약학사의 학위를 문교부에 등록하고 약사 국가시험에 합격한 자 및 보건사회부장관이 인정하는 외국의 약학대학을 졸업한 자 또는 약사면허를 받은 자로서 약사국가시험에 합격한 자 중에서 보건사회부령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보건사회부장관의 면허를 받아야 한다(이 법 제3조 제1항, 제2항). 약사국가시험은 필기시험으로 하고, 정성분석학, 정량분석학, 생화학, 무기약품제조학, 유기약품제조학, 위행화학, 생물화학, 약제학, 미생물학, 약리학, 약권, 약사 및 마약에 관한 법률 등 12개 과목 평균 60점 이상을 득점한 자를 합력자로 한다(이 법 시행령 제2조, 제3조).
약사는 약국을 개설함에 있어 별도의 허가 절차가 필요치 아니하고 서울특별시, 각 직할시 또는 각 도 규칙으로 정해진 약국개설등록기준에 따른 시설만을 갖추면 어느 곳에서나 약국개설등록을 할 수 있다(이 법 제16조 제2항, 제4항).
한편 한약업사시험에 응시할 수 있는 자는 고등학교 이상의 학교를 졸업한 자 또는 문교부장관이 이와 동등 이상의 학력이 있다고 인정한 자로서 5년 이상 한의원 또는 한약업소에서 한약취급업무에 종사한 경력이 있는 자로 하고(이 법 시행령 제27조), 시험은 필기시험과 실기시험으로 구분하되 필기시험에는 본초강목, 방약합편 및 약성가에 수재된 한약의 명칭, 성상, 용도, 저장방법 및 극약과 독약의 구별을, 실기시험에는 50종 이상의 한약제에 대한 감별능력 및 약도질이다(이 법 시행령 제28조).
한약업사시험은 미리 그 영업허가 예정지역과 그 허가 예정인원을 공고하고(이 법 시행령 제29조), 그 시험에 응시하고자 하는 자도 응시원서에 영업예정지역 및 약도를 첨부하도록 하고 있으며(이 법 시행령 제30조 제1항 제5호), 미리 공고한 영업허가 예정지역별로 허가 예정인원수에 한하여 합격시키되, 그 시험성적이 전과목 총점의 100분의 60 이상 득점한 자를 합격자로 하며(이 법 시행령 제31조 제1항), 합격자가 일정한 시설을 갖추었을 때만 영업을 허가한다.
결국 약사에게는 약사시험이 약사자격을 인정하는 면허시험이지만, 한약업사의 시험합격은 영업허가를 위한 하나의 요건에 불과한 것이다.
(3) 한약업사에 대한 영업지 제한의 합리성
의약품판매업은 국민건강의 유지·향상이라는 공공복리와 밀접한 관련이 있으므로 이러한 업종에 종사할 사람에게는 의약에 대한 전문지식과 법률지식을 갖추고 있을 것을 요구한다. 이 법이 약사의 자격요건을 엄격하게 규정하고 이러한 자격을 구비한 자에게만 면허를 주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이
다. 다만 과거 우리나라에 이와같은 전문약사가 부족하였을 때 국민보건을 완벽하게 담당하기에 미흡했던 실정을 감안하여 판매지역·판매행위 등 제한된 범위내에서 영업을 할 수 있도록 약종상, 한약종상, 매약상 등의 영업을 허가하였던 것이다. 특히 한약업사의 경우에는 위에서 본 바와 같이 시험을 공고할 때 영업허가 예정지역과 그 허가 예정인원을 공고하고, 그 시험에 응시하고자 하는 자는 응시원서에 영업예정지 및 약도를 첨부하도록 하고 있으며, 미리 공고한 영업허가예정지별로 허가 예정 인원수를 합격시키고 있어 한약업사는 처음부터 지역적 제한과 인원제한이 있음을 전제로 시험을 치르고 영업허가도 받게된다. 이러한 까닭에 한약업사는 그 업무내용도 약사와 달리 한약을 비롯한 의약품일반이기는 하나 한약에 한하여서만 조제를 전제로 한 혼합판매권을 가지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위에서 본 현행 약사법체계상 한약업사의 지위는 약사가 없는 제한된 지역에서 약사업무의 일부를 수행하는 보충적인 직종에 속하는 것으로 보여지고, 이와는 달리 의약품 가운데에서 한약만을 독자적으로 분류하여 그 조제, 판매권을 한약업사에게 전속적, 배타적으로 부여하고 있는 규정은 찾아볼 수 없다.
따라서 한약업사가 영업지 제한의 규제를 받는 것이 그의 거주이전의 자유 또는 직업선택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이거나 평등의 원칙에 위배된다고 할 수 없다.
다만 현행 약사법 체계에 의하지 아니하고 양약의 경우에는 약사에게, 한약의 경우에는 한약사 제도를 새로이 만들거나 현행법상의 한약업사에게 각 전속적으로 조제·판매업을 양분하는 입장도 상정할 수는 있다. 그러나 이러한 문제는 광범위한 입법형성권을 가진 입법자
가 국민보건향상이라는 공공복리를 고려하여 합목적적으로 정할 입법정책상의 재량사항에 속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현행 약사법 및 그 관계규정이 양약과 한약의 조제·판매업을 양분하는 입장을 취하지 아니하고 그와 달리 약사를 이 법상 한약을 비롯한 의약품일반의 원칙적인 조제·판매권을 갖는 자로 정하되 예외적으로 한약업사에게 한약의 혼합판매권만을 인정하고 있고, 이러한 한약업사를 이 법상 그 취급업종이 달라 일정한 주관적 자격이나 시험을 필요로 하지않는 의약품도매상이나 규제대상이 다른 의료법상의 의사 등 의료인의 경우와 다르게 취급하고 있다고하여 이러한 입법태도를 국민의 기본권보장 등에 관한 헌법의 기본가치를 도외시한 재량권일탈의 입법이라고는 할 수 없을 것이다.
다. 결론
1991. 9. 16.
재판관
재판장 재판관 조규광
재판관 이성렬
재판관 변정수
재판관 김진우
재판관 한병채
재판관 이시윤
재판관 최광률
재판관 김양균
재판관 김문희
재판관 이성렬은 정년퇴임으로 서명날인 할 수 없음
재판장 재판관 조규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