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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행정법원 2004. 6. 15. 선고 2003구합38310 판결
[부당해고구제재심판정취소][미간행]
원고

원고(소송대리인 법무법인 한울 담당변호사 김장식)

피고

중앙노동위원회위원장

보조참가인

청주청원산림조합(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청풍 담당변호사 오규섭)

변론종결

2004.5.4.

주문

1. 중앙노동위원회가 2003. 11. 14. 원고와 피고 보조참가인 사이의 2003부해477호 부당전적구제 재심신청 사건에 관하여 한 재심판정을 취소한다.

2. 소송비용 중 보조참가로 인한 부분은 피고 보조참가인이 부담하고, 그 나머지 부분 은 피고가 부담한다.

청구취지

주문과 같다.

이유

1. 재심판정의 경위

다음 각 사실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거나 갑 제1호증의 1, 2, 갑 제2호증의 1, 2, 갑 제3호증의 각 기재에 변론의 전취지를 종합하면 이를 인정할 수 있다.

가. 원고는 1994. 7. 18. 임업관련서비스업 및 일반금융업 등을 영위하고 있는 피고 보조참가인(이하 ‘참가인 조합’이라 한다)에 입사하여 신용상무로 근무하던 중 2003. 4. 17. 금산군산림조합(이하 ‘소외 조합’이라 한다)으로 전적(전적)되었다(이하 ‘이 사건 전적’이라 한다).

나. 원고는 이 사건 전적이 부당하다며 충북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전적 구제신청을 하였고, 위 지방노동위원회는 2003. 7. 3. 위 전적이 원고의 동의 없이 이루어진 부당한 것이라고 보고 전적처분 취소와 원직복직 등의 구제명령을 하였다. 그러나 이에 대하여 참가인 조합이 불복 신청한 재심사건에서 중앙노동위원회는 2003. 11. 14. 조합간 인사교류시 근로자의 동의가 반드시 요구된다고 보기 어렵고, 이 사건 전적으로 인하여 원고에게 출·퇴근 시간이 증가한 외에 통상 감수하여야 할 정도를 현저히 벗어난 불이익이 있다고 볼 수 없다는 등의 이유로 위 충북지방노동위원회의 구제명령을 취소하고, 이 사건 전적을 부당한 것으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이 사건 재심판정을 하였다.

2. 이 사건 재심판정의 적법 여부

가. 원고 주장의 요지

⑴ 참가인 조합과 소외 조합은 별개의 법인격을 가진 지역조합이므로 위 양 조합간 전적을 위하여는 반드시 당사자의 동의를 얻어야 하고, 이 사건 전적은 원고의 동의 없이 이루어진 것으로 그 효력이 없음에도, 이를 유효하다고 본 이 사건 재심판정은 독립된 사업장간 전적의 법리를 오해한 위법한 것이다.

⑵ 참가인 조합이나 소외 조합에서 신용상무와 지도상무는 그 선발과정이나 직역이 서로 다르고, 원고는 신용업무 수행을 위하여 특채된 이래 신용업무만을 담당하여 왔으나 참가인 조합은 원고가 해고무효판결에 승소하여 복직하자 이 사건 전적을 통하여 원고에게 지도상무 대리라는 직책을 담당하게 하였는데, 이는 원고에 대한 보복적 인사로서 인사권을 남용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부당전적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한 이 사건 재심판정은 위법하여 취소되어야 한다.

나. 관련 법령 및 인사규정 등

별지 ‘관련 법령 등’ 기재와 같다.

다. 판단

⑴ 인정사실

다음 각 사실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거나 앞서 든 증거 및 갑 제3호증, 갑 제4호증, 갑 제6호증, 갑 제8호증, 갑 제10호증(일부), 을 제1호증의 1 내지 6, 을 제3호증의 1 내지 4, 을 제6호증 내지 을 제10호증의 각 기재와 증인의 일부 증언에 의하면 이를 인정할 수 있고, 을 제12호증의 기재만으로는 이를 뒤집기에 부족하다.

㈎ 원고는 1994. 7. 18. 참가인 조합에서 개시하게 될 상호금융업무를 처리하기 위하여 금융과장으로 특별채용되어 상호금융업무를 담당하기 시작하였고, 1995. 8. 11.부터 1996. 5. 30.까지 사이에 형식상 지도과장이라는 직책을 부여받은 적이 있으나 이는 당시 참가인 조합이 상호신용업무를 개시하기 전이라 금융과장의 보직은 문제가 있다는 산림조합중앙회의 지적에 따라 원고에게 지도과장의 직책을 부여한 것일 뿐 원고는 지도과장의 직책에 있을 때에도 계속하여 정책자금관리업무 등 신용사업 관련 업무를 담당하였다.

㈏ 그러던 중 원고가 1998년 12월경 참가인 조합의 상호금융예탁금의 여유자금을 가지고 대우증권 전환사채를 청약·인수하고, 이를 다시 주식으로 전환하여 보유하는 과정에서 대우증권의 주식가격의 하락으로 인하여 참가인 조합은 2001년 10월경 약 8억 7,000만 원 상당의 평가손실 및 약 2억 7,000만 원 상당의 이자손실을 입게 되는 상황이 발생하였다.

㈐ 이에 참가인 조합은 2002. 3. 8. 원고가 자금운용을 잘못한 과실로 참가인 조합에게 위와 같은 손실이 발생하도록 하였다는 점을 이유로 해임하였으나, 원고는 이에 불복하여 참가인 조합을 상대로 하여 청주지방법원에 해임무효확인소송( 청주지방법원 2002가합1298 )을 제기하였다. 그리고 위 법원은 2003. 1. 24. 원고에게 자금운용에 있어 과실이 인정된다고 보기 어렵고, 주식을 적절한 시기에 처분하지 않은 잘못이 있다 하여도 해임이라는 징계양정은 지나치게 무겁다는 이유로 위 해임이 무효임을 확인하는 판결을 선고하였으며, 위 판결은 같은 해 2. 21. 확정되었다.

㈑ 그러자 참가인 조합은 2003. 3. 10. 원고에게 대한 복직발령은 하였으나 별다른 보직을 부여하지 않고 있던 중 소외 조합과의 협의를 거쳐 같은 해 4. 15.경 산림조합중앙회 충북지회에 원고에 대한 이동배치를 요청하여 소외 조합은 2003. 4. 17. 원고에 대하여 소외 조합 목재집하장 지도상무 대리라는 직책을 부여하고, 참가인 조합은 그 다음날 원고를 면직처리하는 방법으로 이 사건 전적이 이루어지게 되었다.

아울러 소외 조합에서 원고와 같은 직급(1급을)으로 근무하던 지도상무 소외인이 원고의 전적에 따라 참가인 조합으로 교환, 배치되어 경영지도과에 근무를 하게 되었는데, 이로써 참가인 조합은 원고 외에 기존에 있던 신용상무 자격을 가진 지도상무 1명, 다른 지도상무 1명과 함께 3명의 지도상무가 함께 근무하게 되었고, 원고는 이 사건 전적으로 인하여 출퇴근시간이 1일 약 30분에서 약 3시간 정도로 증가하게 되었다.

한편, 참가인 조합의 정관 제68조 및 조합간부직원의수와기준에관한예규 제4조에 의하면 간부로 신용이사 및 지도이사 2인을 두게 되어 있는데, 통상 신용이사는 신용사업 업무(여·수신 등 금융업무)를 관장하고, 지도이사는 신용사업 이외의 업무를 관장한다.

㈒ 산림조합중앙회는 참가인 조합이나 소외 조합을 비롯하여 전국에 144개 회원조합을 두고 있고, 각 회원조합은 별도의 법인으로 설립되어 운영되고 있는데, 산림조합중앙회장은 회원조합의 지도·감독에 필요한 규정 또는 지침 등을 제정하고, 이러한 규정 등은 각 회원조합도 준용하거나 이를 따르고 있어 보수나 인사 등 근로조건에 관한 규정이 동일하게 적용되고 있다.

그리고 각 회원조합간의 인사교류는 근무하게 될 조합과 새로운 근로계약을 체결하는 방법으로 이루어지고 있지만 위와 같은 전적을 전보와 전직에 준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인사규정 제5조 제2항에 따라 종전에 근무하던 회원조합에서의 경력을 모두 인정받고, 징계 등 별다른 사정이 없는 경우 매년 정기승급을 하고 있으며, 또한 퇴직금은 새로운 조합에 이관되어 퇴직 당시 기준보수에 근속연수를 통산하여 지급하고 있고, 참가인 조합을 비롯한 회원조합들은 회원조합간 인사교류시 그때마다 근로자들의 동의를 따로 구하지는 아니하였고, 대부분 근로자들도 이에 이의를 제기한 바가 없다.

한편, 참가인 조합의 조합직원임용자격전형예규에 의하면, 회원조합직원에 대한 임용과정에서 치루어지는 임용시험에 있어서, 지도상무에 대하여는 임업실무, 회계실무(I), 산림조합법 및 산림관계법령과 논문을 필수과목으로, 신용상무에 대하여는 회계실무(II), 상호금융업무실무와 논문을 필수과목으로, 경영학, 산림조합법 및 산림관계법령 중 하나를 선택하여 치루도록 정하고 있고(제8조 제5항), 지도상무로 임용된 자가 신용상무로 임용받고자 하는 경우에는 회계실무(II)와 상호금융업무실무에 관한 전형을 받도록 하고 있다(제10조 제3항). 이와 같이 신용상무의 자격요건이 지도상무보다 더 엄격한 탓에 지도상무가 신용상무자격을 취득하여 신용업무를 담당하는 경우는 있어도 신용상무가 지도상무의 업무를 담당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⑵ 판단

㈎ 이 사건 전적에 원고의 동의가 필요한지 여부

전적(전적)은 원칙적으로 근로자의 동의를 얻어야 효력이 생기는 것이나, 다만 그 구성이나 활동 등에 있어서 어느 정도 밀접한 관련성을 갖고 사회적 또는 경제적 활동을 하는 일단의 법인체 사이의 전적에 있어서 그 법인체들 내에서 근로자의 동의를 얻지 아니하고 다른 법인체로 근로자를 전적시키는 관행이 있어서 그와 같은 관행이 그 법인체들 내에서 일반적으로 근로관계를 규율하는 규범적 사실로 명확하게 승인되거나 그 구성원이 일반적으로 아무런 이의를 제기하지 아니한 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 사실상의 제도로 확립되어 있어 근로계약의 내용을 이루는 것으로 인정되는 경우처럼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근로자의 구체적인 동의를 얻지 아니하더라도 근로자를 다른 법인체로 유효하게 전적시킬 수 있다 할 것이다( 대법원 1996. 12. 23. 선고 95다29970 판결 등).

이 사건에서 보건대, 중앙회 및 그 산하 각 조합은 서로 별개의 독립된 법인이기는 하나, 한편, 산림조합법이나 인사규정에 의하면, 중앙회나 각 조합은 모두 산림조합법에 근거하여 설립된 법인들로서, 지역조합과 전문조합을 회원으로 하여 설립된 중앙회는 그 공동이익의 증진과 건전한 발전을 도모함을 목적으로 하여, 회원을 지도하고 이에 필요한 규정 또는 지침 등을 정할 수 있고( 산림조합법 제89조 제1항 , 제87조 , 제117조 ), 위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회원의 조직 및 경영의 지도, 회원의 조합원과 직원에 관한 교육·훈련 및 정보의 제공 등의 사업을 하며( 산림조합법 제108조 ), 간부직원은 중앙회장이 실시하는 전형시험에 합격한 자 중에서 중앙회장이 배치하는 자를 조합장이 이사회의 의결을 얻어 임면하고(인사규정 제5조 제1항), 중앙회 또는 다른 조합의 직원으로 근무하는 자를 조합간의 인사교류를 위하여 조합의 직원으로 임용할 때에는 전보와 전직에 준하는데(인사규정 제5조 제2항), ‘전직’이라 함은 직렬을 달리하는 임명을 말하고(인사규정 제3조 제3호의2), ‘전보’라 함은 동일한 직급 내에서의 보직 변경을 말하며(인사규정 제3조 제3호의3), 조합장은 중앙회장의 조정에 따라 직원의 조합간 인사교류를 행하는데, 인사침체의 방지와 업무능력 향상을 도모키 위하여 장기근속자를 우선하여 인사교류한다(인사규정 제5조 제3항)고 각 규정하고 있고, 앞서 본 사실관계에 의하면, 위와 같은 인사교류를 하는 경우 그 때마다 근로자들의 동의를 따로 구하지는 아니하였으며, 근로자들도 이에 이의를 제기한 바가 없었던 점을 알 수 있는바, 위와 같은 규정의 취지와 중앙회와 조합간의 관계, 조합간의 인사교류 관행, 이를 뒷받침하는 인사규정 등에 비추어 볼 때, 각 지역조합은 중앙회를 정점으로 하여 그 구성이나 활동 등에 있어서 밀접한 관련성을 갖고 일정한 사회적 활동을 하여 온 일단의 법인체로서, 각 지역조합 사이에 있어서는 직원의 동의가 없더라도 중앙회의 조정이 있으면 소속 직원을 다른 조합의 직원으로 인사교류시키는 관행이 있고, 그러한 관행을 그 직원 등이 일반적으로 아무런 이의를 제기하지 아니한 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 사실상의 제도로 확립되어 근로계약의 내용을 이루고 있었다고 봄이 상당하므로, 참가인 조합이 중앙회 산하 도지회와의 협의를 거쳐 한 이 사건 전적이 원고의 동의가 없었다는 사유만으로 무효라 할 수는 없다 할 것이다.

㈏ 이 사건 전적이 인사권의 남용에 해당하는지 여부

근로자에 대한 전보나 전직과 마찬가지로 전적도 원칙적으로 인사권자인 사용자의 권한에 속하므로 업무상 필요한 범위 내에서는 상당한 재량을 인정하여야 할 것이지만, 그것이 근로기준법 등에 위반하거나 권리남용에 해당하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허용되지 않는다고 할 것인바, 전적처분이 정당한 인사권의 범위 내에 속하는지 여부는 전적명령의 업무상의 필요성과 전적에 따른 근로자의 생활상의 불이익과의 비교교량, 근로자 본인과의 협의 등 전적명령을 하는 과정에서 신의칙상 요구되는 절차를 거쳤는지의 여부 등에 의하여 결정되어야 할 것이다( 대법원 1997. 12. 12. 선고 97다36316 판결 취지 등 참조).

그리고 업무상의 필요성은 사용자의 주관적 판단에 의할 것이 아니라 노동력의 적정배치로 인한 업무의 능률증진, 근로자의 능력개발과 근로의욕의 고양 등 기업의 합리적 운영에 기여하는 것인지 여부에 관한 객관적 기준에 의하여 판단하여야 할 것이고, 근로자의 생활상의 불이익에는 물질적·시간적 요소 등이 고려의 대상이 된다 할 것이며, 신의칙위반 여부는 사용자가 근로자를 설득하기 위하여 한 노력 여하 및 그 정도, 배치전환의 방법, 다른 근로자와의 형평성 등이 중요한 요소로 작용될 것인데, 이러한 업무상의 필요성과 근로자의 생활상의 불이익, 그리고 신의칙위반은 그 내용과 정도에 따라 상대적 관점에서 사회통념에 따라 종합적으로 판단하여야 할 것이다.

앞서 본 사실관계에 의하면, 우선 참가인 조합이 앞서 본 해고무효판결의 확정에 따른 원고의 복직으로 정관과 예규에서 정하여 참가인 조합에 둘 수 있는 간부 2명을 초과하여 3명을 보유하게 되었다 하더라도 소외 조합으로 원고를 전적시키는 대신 소외 조합으로부터 지도상무인 소외인을 전환배치받게 된 결과 참가인 조합에 지도상무가 3명(그중 1명이 신용상무가 담당하여야 할 업무를 맡고 있어도 지도상무는 2명이 되는 셈이다)이 중복 근무하게 되어 경영상이나 조직운영상 개선된 사정이 있는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반면, 원고는 신용업무만을 담당할 것으로 알고 고용되어 신용업무만을 담당하여 오다가 이 사건 전적으로 인하여 처음으로 지도상무 대리로서 신용업무 이외의 일을 맡게 된데다가 출퇴근 시간이 현저히 증가하는 등의 생활상 불이익을 입게 된 점 등을 알 수 있고, 또한 이와 같이 원고가 입게 될 사실상의 불이익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참가인 조합이 신용상무인 원고에 대하여 지도상무로 굳이 이례적인 이 사건 전적조치를 하여야 할 만한 업무상 필요성이 있었다거나, ‘조합원인사교류지침’에서 정하고 있는 인사교류기준에 해당하는 사정이 있었다는 점에 관하여, 나아가 이 사건 전적 조치를 취함에 있어 사전에 원고로부터 동의는 아니더라도 양해 내지는 협조를 구하는 절차를 취하였다는 점 등에 관하여 이를 인정할 아무런 증거도 없는 점 등을 종합하면, 원고에 대한 이 사건 전적 조치는 정당한 인사권의 범위를 넘는 부당한 조치라 할 것이고, 따라서 이와 결론을 달리 하고 있는 이 사건 재심판정은 위법하다고 할 것이다.

3. 결론

그렇다면 이 사건 재심판정의 취소를 구하는 원고의 청구는 이유 있으므로 이를 인용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백춘기(재판장) 손병준 기우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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