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
2013다215973 손해배상 ( 기 )
원고,피상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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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7
피고,상고인
대한민국
원심판결
서울고등법원 2013. 10. 18. 선고 2012나77206 판결
판결선고
2014. 4. 10 .
주문
원심판결 중 피고 패소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
1. 가. 소멸시효는 객관적으로 권리가 발생하여 그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때로부터 진행하고 그 권리를 행사할 수 없는 동안은 진행하지 아니한다. 여기서 ' 권리를 행사할 수 없는 ' 경우라 함은 그 권리행사에 법률상의 장애사유, 예컨대 기간의 미도래나 조건 불성취 등이 있는 경우를 말하는 것이고, 권리행사를 하는 것이 사실상 곤란하였다는 등의 사유는 그에 해당하지 아니한다. 다만 소멸시효를 이유로 한 항변권의 행사도 민법의 대원칙인 신의성실의 원칙과 권리남용금지 원칙의 지배를 받는 것이어서, 시효완성 전에 객관적으로 권리를 행사할 수 없는 사실상의 장애사유가 있어 권리행사를 기대할 수 없는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채무자가 소멸시효의 완성을 주장하는 것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는 권리남용으로서 허용될 수 없다 ( 대법원 1994. 12. 9. 선고 93다27604 판결 등 참조 ) .
한편, 위와 같이 채권자에게 권리의 행사를 기대할 수 없는 객관적인 사실상의 장애사유가 있었던 경우에도 그러한 장애가 해소된 때에는 그로부터 상당한 기간 내에 권리를 행사하여야만 채무자의 소멸시효 항변을 저지할 수 있다. 이때 권리를 ' 상당한 기간 ' 내에 행사한 것으로 볼 수 있는지 여부는 채권자와 채무자 사이의 관계, 손해배상청구권의 발생 원인, 채권자의 권리행사가 지연된 사유 및 손해배상청구의 소를 제기하기까지의 경과 등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할 것이다. 다만 소멸시효 제도는 법적 안정성의 달성 및 입증곤란의 구제 등을 이념으로 하는 것이므로 그 적용요건에 해당함에도 불구하고 신의성실의 원칙을 들어 시효 완성의 효력을 부정하는 것은 매우 예외적인 제한에 그쳐야 한다. 따라서 위 권리행사의 ' 상당한 기간 ' 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민법상 시효정지의 경우에 준하여 단기간으로 제한되어야 하고, 특히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 사건에서는 매우 특수한 개별 사정이 있어 그 기간을 연장하여 인정하는 것이 부득이한 경우에도 민법 제766조 제1항이 규정한 단기소멸시 효기간인 3년을 넘어서는 아니 된다고 할 것이다 ( 대법원 2013. 5. 16. 선고 2012다 .
202819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 .
나. 국가기관이 수사과정에서 한 위법행위 등으로 수집한 증거 등에 기초하여 공소가 제기되고 유죄의 확정판결까지 받았으나 재심사유의 존재 사실이 뒤늦게 밝혀짐에 따라 재심절차에서 무죄판결이 확정된 후 국가기관의 위법행위 등을 원인으로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경우, 재심절차에서 무죄판결이 확정될 때까지는 채권자가 손해배상청구를 할 것을 기대할 수 없는 사실상의 장애사유가 있었다고 볼 것이다 .
따라서 이러한 경우 채무자인 국가의 소멸시효 완성의 항변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는 권리남용으로 허용될 수 없다. 다만 채권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러한 장애가 해소된 재심 무죄판결 확정일로부터 민법상 시효정지의 경우에 준하는 6개월의 기간 내에 권리를 행사하여야 한다 .
이때 그 기간 내에 권리행사가 있었는지는 원칙적으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를 제기하였는지 여부를 기준으로 판단할 것이나, 재심무죄 판결이 확정된 경우에 채권자로서는 민사상 손해배상청구에 앞서 그보다 간이한 절차라고 할 수 있는 「 형사보상 및 명예회복에 관한 법률 」 ( 이하 ' 형사보상법 ' 이라 한다 ) 에 따른 형사보상을 먼저 청구할 수 있으므로, 채권자가 재심무죄판결 확정일로부터 6개월 내에 손해배상청구의 소를 제기하지는 아니하였더라도 그 기간 내에 형사보상법에 따른 형사보상청구를 한 경우에는 소멸시효의 항변을 저지할 수 있는 권리행사의 ' 상당한 기간 ' 은 이를 연장할 특수한 사정이 있다고 할 것이고, 그때는 형사보상결정 확정일로부터 6개월 내에 손해배상청구의 소를 제기하면 상당한 기간 내에 권리를 행사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 경우에도 그 기간은 권리행사의 사실상의 장애사유가 객관적으로 소멸된 재심무죄판결 확정일로부터 3년을 넘을 수는 없다고 보아야 한다 ( 대법원 2013. 12. 12. 선고 2013다201844 판결 참조 ) .
다. 원심은 제1심 판결 이유를 인용하여 그 판시와 같은 사실들을 인정한 다음, 원고들은 피고의 소멸시효 항변을 배제할 만한 상당한 기간 내에 권리행사를 한 것으로 봄이 상당하므로 피고가 원고들에 대하여 소멸시효의 완성을 주장하는 것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는 권리남용으로 허용될 수 없다고 보아 피고의 소멸시효 항변을 배척하였다 .
그러나 원심판결 이유와 원심이 인용한 제1심판결 이유 및 기록에 의하면, ① 원고 A, B, G은 1983. 9. 경 국가안전기획부 직원들에 의하여 불법 체포 · 구금당한 후 폭행 , 각종 고문 등의 가혹행위를 당하여 피의사실을 자백하였고, 원고 A은 이를 기초로 반국가단체인 북한의 구성원으로부터 지령을 받고 그 목적 수행을 위하여 탐지, 수집한 군사상의 기밀을 누설하여 간첩활동을 하였다는 등의 범죄사실로 국가보안법위반 ( 간첩 등 ) 죄 등으로 공소가 제기되어 1984. 7. 6. 서울고등법원에서 공소사실 전부가 유죄로 인정되어 무기징역 및 40만 원의 추징을 선고받고, 1984. 9. 25. 대법원에서 상고가 기각됨에 따라 위 유죄판결이 확정된 사실, ② 2009. 5. 경 「 진실 · 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위원회 」 ( 이하 ' 과거사 위원회 ' 라고 한다 ) 는 원고 A 등의 일명 미법도 납북 귀환 어부 사건은 수사기관이 위 원고 등을 불법 연행하고 고문 등 가혹행위를 통해 허위자백을 받아내 처벌한 사건으로, 국가는 위법한 확정판결에 대하여 원고 A 등 피해자들과 관련자들의 피해와 명예를 회복시키기 위해 형사소송법 등이 정한 바에 따라 재심 등의 조치를 취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취지의 진실규명결정을 한 사실, ③ 원고 A은 위와 같은 진실규명결정을 받을 무렵 서울고등법원에 위 유죄 확정판결에 대한 재심을 청구하였고, 위 법원은 2010. 7. 8. 재심 대상판결이 공소사실을 뒷받침하는 것으로 본 증거들 중 상당수는 불법수사에 의하여 수집된 것이어서 증거능력이 없고, 그 밖의 다른 증거들도 신빙성이 없다는 등의 이유로 재심 대상판결을 파기하고 원고 A에게 무죄를 선고 ( 이하 ' 재심 판결 ' 이라 한다 ) 한 사실, ④ 그 재심판결에 대한 검사의 상고가 기각되어 재심판결은 2011. 1. 13. 그대로 확정된 사실, ⑤ 원고 A은 위 재심판결 확정일로부터 6개월 내인 2011. 1. 19. 서울고등법원에 형사보상청구를 하여, 2011. 7. 11. 같은 법원으로부터 형사보상결정을 받았고, 2011. 7. 22. 위 형사보상결정이 확정된 사실, ⑥ 원고들은 위 형사보상결정 확정일로부터 6개월이 지난 2012. 3. 22. 에야 이 사건 소를 제기한 사실 등을 알 수 있다 .
위 사실관계를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고 A에 대한 재심판결이 확정된 2011. 1. 13. 까지는 원고들이 피고에 대해 이 사건 손해배상청구권을 행사할 수 없는 객관적인 장애사유가 있었다는 원심의 판단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할 수 있으나, 한편 원고들은 형사보상결정 확정일로부터 6개월 이상이 경과한 2012. 3. 22. 에야 비로소 이 사건 소를 제기하였으므로, 이러한 경우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원심으로서는, 원고들과 피고 사이의 관계, 형사보상결정 확정일 이후 원고들의 권리행사가 지연될 수밖에 없었던 매우 특수한 사정이 있었는지 여부 등 원고들이 위 형사보상결정 확정일로부터 6개월 내에 이 사건 손해배상청구의 소를 제기할 수 없었던 부득이한 사정이 있었는지 여부를 심리하여 원고들이 피고의 소멸시효항변을 저지할 수 있는 상당한 기간 내에 권리를 행사하였는지를 판단하였어야 한다 .
그럼에도 원심은 이에 관하여 제대로 심리 · 판단하지 아니한 채 원고들이 피고의 소멸시효 항변을 배제할 만한 상당한 기간 내에 권리행사를 한 것으로 봄이 상당하다고 판단하였는바,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소멸시효항변의 권리남용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거나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
다만 원심판결 이유와 기록에 의하면, 원고 B, G도 국가안전기획부에 불법으로 연행되어 가혹행위를 당하였으나, 원고 A과 함께 기소되어 재판을 받지는 아니한 사실, 과거사 위원회는 2009. 5. 경 이 사건에 관한 진실규명결정 당시 원고 B, G이 위와 같이 불법구금 및 가혹행위를 당하였음을 밝힌 사실, 이 사건 소는 위 진실규명결정일로부터 3년이 경과하기 전인 2012. 3. 22. 제기된 사실 등을 알 수 있다 .
사정이 이러하다면 원고 B, G에 대한 피고의 불법행위로 인한 원고들의 위자료 청구권에 관해서는 원고들이 피고의 소멸시효 항변을 배제할 만한 상당한 기간 내에 권리행사를 한 것으로 볼 여지가 있으므로, 원심으로서는 피고의 원고 A에 대한 불법행위로 인한 원고들의 위자료 청구권과 이 부분을 구분하여 살펴볼 필요가 있음을 지적해 둔다 .
2. 그러므로 원심판결 중 피고 패소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 · 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
대법관
재판장 대법관 이상훈
대법관신영철
대법관김용덕
주 심 대법관 김소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