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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죄
서울중앙지방법원 2009. 10. 8. 선고 2009노1841 판결
[사기·사기미수·여신전문금융업법위반][미간행]
피 고 인

피고인(외국인)

항 소 인

피고인

검사

이기선

변 호 인

변호사 박동균(국선)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한다.

피고인은 무죄.

이유

1. 항소이유의 요지

가. 사실오인

피고인은 위조된 신용카드라는 점을 모르고 공소외 2로부터 신용카드를 받아 몇 번 사용하였을 뿐 공소외 2 및 성명불상자들과 위조된 신용카드를 사용하기로 순차 공모한 사실이 없고, 피고인이 신용카드를 사용한 금액도 원심이 인정한 금액보다 훨씬 적으며, 원심이 피고인을 유죄로 인정하는데 사용한 증거들은 위법하게 수집한 증거들이어서 증거능력이 없음에도, 원심은 피고인에 대한 공소사실 모두를 유죄로 처단하였으니, 이러한 원심판결에는 채증법칙을 위배하여 사실을 오인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나. 양형부당

원심의 형(징역 2년)은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

2.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은 2008. 9.경 평소 알고 지내는 공소외 2로부터 위조된 신용카드를 교부받아 마치 자신의 정상적인 카드인 것처럼 제시하고 물품을 구입하여 편취하기로 위 공소외 2와 공모하였고, 위 공소외 2는 그 무렵 성명불상자들에게 위조된 신용카드를 제공하여 마치 정상적인 카드인 것처럼 제시하고 물품을 구입하여 편취하기로 위 성명불상자들과 공모하여, 피고인은 위 공소외 2 및 위 성명불상자들과 위조 신용카드를 이용한 물품 편취를 순차 공모하였다.

가. 사기 및 여신전문금융업법위반

피고인은 위 공소외 2 및 위 성명불상자들과 순차 공모하여 2008. 11. 26. 16:28경 서울 영등포구 ○○동 (지번 1 생략) ○○점에서, 담배 등 109,900원 상당의 물품을 구입하면서 성명을 알 수 없는 담당직원에게 위 공소외 2로부터 교부받은 위조된 신용카드(카드번호 1 생략)를 마치 진정하게 성립된 자신의 정상적인 카드인 것처럼 제시하여 결제함으로써 위조된 신용카드를 사용하고, 이에 속은 위 직원으로부터 즉석에서 담배 등 109,900원 상당의 물품을 교부받아 이를 편취한 것을 비롯하여 피고인은 위 공소외 2 및 위 성명불상자들과 순차 공모하여 2008. 10. 1.경부터 2008. 11. 30.경까지 별지 범죄일람표1 기재와 같이 총 532회에 걸쳐 위와 같은 방법으로 위조된 신용카드를 사용하고, 합계 41,041,780원 상당의 물건을 편취하였다.

나. 사기미수

피고인은 위 공소외 2 및 위 성명불상자들과 순차 공모하여 2008. 11. 29. 19:17경 서울 강남구 ○○동 (지번 2 생략)에 있는 ◎◎마트에서, 110,000원 상당의 물품을 구입하면서 성명을 알 수 없는 담당직원에게 위 공소외 2로부터 교부받은 위조된 신용카드(카드번호 2 생략)를 마치 진정하게 성립된 자신의 정상적인 카드인 것처럼 제시하여 이에 속은 위 직원으로부터 110,000원 상당의 물품을 교부받아 이를 편취하려고 하였으나 위 신용카드의 결제가 승인되지 않아 미수에 그친 것을 비롯하여 피고인은 위 공소외 2 및 위 성명불상자들과 순차 공모하여 2008. 10. 1.경부터 2008. 11. 30.경까지 별지 범죄일람표2 기재와 같이 총 76회에 걸쳐 위와 같은 방법으로 합계 7,966,780원 상당의 물품을 편취하려고 하였으나 신용카드의 결제가 승인되지 않아 미수에 그쳤다.

3. 원심의 판단

원심은, 증인 공소외 1(대법원 판결의 공소외인)의 원심 법정에서의 진술, 피고인에 대한 검찰 피의자신문조서, 공소외 3, 4, 5, 6, 7의 각 진술서, 각 경찰 압수조서, 수사보고(카드내역서 위조카드 수사) 등을 종합하여 위 공소사실 모두를 유죄로 인정하였다.

4. 당심의 판단

가. 피고인에 대한 긴급체포 및 압수 경위

원심 및 당심이 적법하게 채택·조사한 증거들(특히 증인 공소외 1, 7의 당심 법정에서의 각 진술)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1) 피고인은 2008. 4. 20. 우리나라에 입국한 이래, 2008. 10. 1.경 따라 입국한 중국인 처와 아이와 함께 서울 용산구 ○○동 (지번 3 생략)에 거주하여 왔다.

(2) 서울지방경찰청 외사과 사법경찰관 사무취급 경사 공소외 1은 2008. 12. 1. 11:00경 통역인 없이 몇 명의 동료 경찰관을 대동한 채 피고인의 위 주거지에서 여신전문금융업법위반 피의사건의 범인으로 피고인을 긴급체포하였다.

(3) 이어 공소외 1 경사 등은 피고인의 위 주거지에서 노트북 2개, 카드리더기 2대, 카드매출전표 4장, 신용카드 25매, 와인 4병, 담배(에쎄, 던힐 등) 110보루, 현금 만 원 권 1011매, 십만 원 권 자기앞수표 10매, 양주(시바스 리갈) 5병, 향수 5병, USA ID카드 1매를 압수하였다. 당시 피고인은 수갑이 채워져 있던 상태이었다.

(4) 피고인은 같은 날 12:15경 서울지방경찰청 외사2계 사무실에 인치되었다가, 같은 날 21:25경 서울남대문경찰서 유치장에 구금되었다.

(5) 공소외 1 경사는 다음 날인 2008. 12. 2. 10:10 ~ 10:35경 사법경찰관 공소외 8 등과 함께 피고인의 위 주거지에 다시 찾아가 흰색 모자 1개, 검정색 트레이닝 상의 1벌, 여성용 의류 6벌, LG노트북 2개, 양주(조니워커) 4병을 압수하였다. 당시 공소외 1은 피고인을 현장에 대동하지 아니하였다.

(6) 공소외 1은 같은 날 제보자라고 자처하는 공소외 9(가명)로부터 “2년 전부터 피고인이 물건을 사러 오고 많은 거래가 있는데 위조카드를 만들고 담배와 술을 많이 산다는 소리를 들었다. 경찰관이 가지고 온 사진을 보고 내가 알고 있는 사람이라서 피고인을 확인시켜 주었다”는 취지의 진술서를 받았다.

(7) 공소외 1은 다음 날인 2008. 12. 3. 서울 서초구 ○○동 (지번 4 생략) 소재 외환은행 특수조사팀의 공소외 7을 찾아가, 피고인의 주거지에서 위 (3)항과 같이 압수한 신용카드 25장의 진위여부를 확인하였는데, 그 중 12장의 신용카드는 카드에 양각된 번호와 마그네틱 띠에 기억된 번호가 다르다는 사실이 확인되어 위조된 신용카드로 판명되었다.

(8) 공소외 1은 다음 날인 2008. 12. 4. 편의점 종업원 등인 공소외 3, 4, 5, 6 등으로부터 “피고인이 신용카드로 물품을 구입한 흑인 남자가 맞다”는 취지의 진술서를 받았다. 공소외 1은 당시 위 진술인들에게 피고인의 사진 1장만을 보여주었을 뿐 피고인과 대질시킨 바 없다.

(9) 피고인은 경찰에서 최초 구금된 이후 계속 구금된 상태에서 세 차례에 걸쳐 피의자신문을 받았고, 검찰에 송치된 이후인 2008. 12. 10. 서울중앙지방검찰청 904호 검사실에서 검사 공소외 10으로부터 통역인 공소외 11의 참여하에 피의자신문을 받았다.

(10) 한편 공소외 1은 2008. 12. 12.경 구치소에 구금되어 있는 피고인을 찾아가, 위 (3), (5)항에서 압수한 물건에 관하여 “피고인으로부터 임의제출 받아 압수하였다”는 취지로 미리 작성하여간 압수조서에, 피고인에게는 아무런 구체적 사정 설명을 함이 없이, 피고인의 무인 등을 받았다.

나. 피고인에 대한 긴급체포의 적법성 여부

(1) 형사소송법 제200조의3 제1항 은 다음과 같이 긴급체포의 요건을 정하고 있다.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은 피의자가 사형·무기 또는 장기 3년 이상의 징역이나 금고에 해당하는 죄를 범하였다고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고,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사유가 있는 경우에 긴급을 요하여 지방법원판사의 체포영장을 받을 수 없는 때에는 그 사유를 알리고 영장 없이 피의자를 체포할 수 있다. 이 경우 긴급을 요한다 함은 피의자를 우연히 발견한 경우 등과 같이 체포영장을 받을 시간적 여유가 없는 때를 말한다.

1. 피의자가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있는 때

2. 피의자가 도망하거나 도망할 우려가 있는 때

(2) 살피건대, 긴급체포는 영장주의원칙에 대한 예외인 만큼 형사소송법 제200조의3 제1항 의 요건을 모두 갖춘 경우에 한하여 예외적으로 허용되어야 하고, 요건을 갖추지 못한 긴급체포는 법적 근거에 의하지 아니한 영장 없는 체포로서 위법한 체포에 해당하는 것이고, 여기서 긴급체포의 요건을 갖추었는지 여부는 사후에 밝혀진 사정을 기초로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체포 당시의 상황을 기초로 판단하여야 하고, 이에 관한 검사나 사법경찰관 등 수사주체의 판단에는 상당한 재량의 여지가 있다고 할 것이나, 긴급체포 당시의 상황으로 보아서도 그 요건의 충족 여부에 관한 검사나 사법경찰관의 판단이 경험칙에 비추어 현저히 합리성을 잃은 경우에는 그 체포는 위법한 체포라 할 것이다( 대법원 2002. 6. 11. 선고 2000도5701 판결 등 참조).

(3) 먼저 피고인을 긴급체포한 공소외 1의 당심 법정에서의 진술은 다음과 같다.

(가) 피고인을 긴급체포하기 4개월 전부터 자신이 직접 피고인을 미행하였고, 피고인의 주거지에도 두어 차례 따라간 적이 있었다.

(나) 피고인을 긴급체포하기 전에, 외환은행 특수조사팀의 공소외 7로부터 위조된 신용카드에 의한 거래로 의심된다는 거래내역을 전화 등을 통하여 통보받았다. 다만 그 통보에는 그와 같이 위조 신용카드를 사용하여 물품을 구입하는 범인이 피고인이라고 지목된 바 없었다.

(다) 피고인을 긴급체포할 때 피고인의 주거지에서 신용카드 여러 장을 압수하여 이를 경찰서로 가져왔고, 이후 위 공소외 7과 함께 그 신용카드가 위조된 것인지 여부를 확인하였다.

(라) 피고인을 긴급체포할 때 별도의 통역인을 대동하지 아니하였으나, 당시 동행한 경찰관 중에 영어를 잘하는 경찰관이 있어 그를 통하여 통역을 시켰고, 피고인에게 구체적인 범죄사실의 요지, 변호인을 선임할 수 있는 권리 및 진술거부권 등에 대하여 고지하였다.

(4) 긴급체포의 적법성 여부

(가) 죄를 범하였다고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었는지

먼저 공소외 1의 위 진술 중 (3)의 (가)의 진술(피고인을 긴급체포하기 4개월 전부터 직접 피고인을 미행하였고, 피고인의 주거지에도 두어 차례 따라간 적이 있었다)은 아래에서 보는 바와 같은 이유로 선뜻 믿기 어렵고, (3)의 (나)의 진술에 의하면 공소외 1이 피고인을 긴급체포하기 전에는 이 사건 공소사실에 해당하는 범죄사실이 아직 전혀 특정되어 있지 아니한 상태이었으므로, 위 긴급체포 당시에 피고인에게 ‘구체적인 범죄사실의 요지’를 고지할 형편이 아니었다고 인정되며, (3)의 (다)의 진술처럼 공소외 1이 피고인의 주거지에서 압수한 신용카드 중 사후에 위조된 것으로 확인된 신용카드는 이 사건 공소사실에 기재된 신용카드 중 카드번호 (2 생략)로서 단 한 장에 불과하고, 나머지 이 사건 공소사실에 기재된 신용카드는 모두 위 압수된 신용카드와는 무관한 점에 비추어서도, 이 사건 긴급체포 당시 이 사건 공소사실 기재와 같은 범죄를 저지른 범인이 피고인이라고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었다고 보이지 아니한다.

(나) 피의사실 등의 고지 여부

헌법 제12조 제5항 에 의하면, ‘누구든지 체포 또는 구속의 이유와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가 있음을 고지받지 아니하고는 체포 또는 구속을 당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형사소송법 제200조의5 에 의하면,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은 피의자를 체포하는 경우에는 피의사실의 요지, 체포의 이유와 변호인을 선임할 수 있음을 말하고 변명할 기회를 주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살피건대, 공소외 1은 피고인을 긴급체포하기 이전에 다른 나이지리아인을 위조 신용카드를 사용한 혐의로 체포한 적이 있었는데, 당시에는 영어에 능통한 통역인을 체포현장에 대동한 바 있으므로, 피고인을 긴급체포함에 있어서도 정식의 통역인을 대동하여 피고인이 통상 사용하고 이해할 수 있는 언어인 영어로써 피고인에게 ‘구체적인 범죄사실의 요지, 변호인을 선임할 수 있는 권리 및 진술거부권’ 등에 대하여 고지할 수 있었음에도, 공소외 1은 (3)의 (라)의 진술처럼 영어 구사능력이 의심스러운 동료 경찰관을 대동하였을 뿐 전문 통역인을 대동하지 아니하였고, 한편 피고인이 이 사건 공판과정에서 보여주고 있는 바와 같이 우리말을 약간 이해하는 듯하지만 매우 제한적인 점에 비추어, 이 사건 긴급체포 당시 피고인에게 위 법규정에서 요구하는 절차를 제대로 준수하였다고 보이지 아니한다.

(다) 긴급을 요하였는지 여부

한편 당심 증인 공소외 7의 진술에 의하면 공소외 1이 “ 공소외 7로부터 수시로 위조 의심카드의 내역을 구두로 전달받았거나 위조카드 사용현황을 실시간으로 통보받았다”는 등의 공소외 1의 당심 진술은 믿기 어려우나, 가사 공소외 1의 위 (3)의 (가)의 진술이 사실이라 한다면, 위 긴급체포 전에 공소외 1은 미리 판사로부터 체포영장을 받을 시간적 여유가 충분하였다 할 것이고, 그 외에 위 체포 당시 체포영장을 받을 수 없을 정도로 긴급한 사정이 있었다고 볼 만한 아무런 자료가 없다.

(라) 소결론

위 (가) 내지 (다)항에 의하면, 피고인에 대한 긴급체포는 결국 법규정에서 요구하는 긴급체포의 요건을 갖추지 못한 것으로서 위법한 체포라 할 것이다.

다. 증거에 대한 판단

(1) 피고인의 진술

(가) 피고인에 대한 검찰 피의자신문조서의 증거능력

피고인에 대한 검찰 피의자신문조서(피고인이 “ 공소외 2가 위조하여 준 신용카드를 609회에 걸쳐 사용하여 물건을 구입한 것이 맞지만, 신용카드를 사용하고 이를 다시 공소외 2에게 주었기 때문에 공소외 2가 직접 쓴 것도 있을 수 있고 공소외 2의 친구들이 사용한 것도 있을 수 있다. 또한 위조된 신용카드를 76회에 걸쳐 사용하여 물건을 구입하려고 하였으나 승인이 되지 않아 미수에 그친 것이 맞는 것 같다”는 취지의 진술기재)를 보건대, 위 피의자신문은 피고인이 2008. 12. 1. 경찰에서 위와 같이 위법하게 긴급체포된 후 검찰로 송치되어 2008. 12. 10. 이루어졌는바, 이는 시간적으로 위법한 긴급체포와 근접한 때이어서 그 위법상태가 해소되지 아니한 상태에서 이루어진 것이라 할 것이고 또한 당시 피고인이 변호인의 조력을 받은 바도 없으므로, 위 피의자신문조서는 위법한 체포에 의한 유치 중에 작성된 것으로 그 위법의 정도가 중하여, 비록 피고인의 증거동의가 있음에도, 이를 유죄의 증거로 할 수 없다.

(나) 피고인의 원심 법정에서의 진술

기록에 의하면, 피고인은 원심 제1회 공판기일((2008. 12. 30. 구금 30일째)에서 변호인과 함께 출석하여 인정신문에 앞서 재판장으로부터 “진술을 하지 아니하거나 각개의 물음에 대하여 진술을 거부할 수 있고 이익되는 사실을 진술할 수 있음”을 고지받은 사실, 그 기일에 검사가 공소장에 의하여 공소사실, 죄명, 적용법조를 낭독하였으며, 제2회 공판기일(2009. 1. 15. 구금 46일째)에서 피고인은 “이 사건 공소사실 중 기본적인 사실관계는 인정하지만, 범죄일람표 중에서 평택, 인천, 성남, 광주광역시에서의 카드사용 사실은 부인한다”고 진술하고, 이어 제3회 공판기일(2009. 2. 5.)에서 “피고인이 공소외 2로부터 몇 장의 신용카드를 받아 그 중 2장의 신용카드를 사용하였는데, 그 사용한 금액은 1,000만 원 정도이고, 압수된 신용카드 25장은 피고인의 것이 아니라 공소외 2의 방에서 발견된 것이며, 검찰에서 피의자신문을 받을 당시 범죄일람표대로 일일이 확인을 받지는 않았다”고 진술한 사실이 인정된다.

사정이 위와 같다면, 피고인이 원심 법정에서 한 위 진술은, 피고인의 독립된(자발적) 행위가 개입되어 앞서 본 위법한 긴급체포와 사이의 인과관계가 단절되었거나 적어도 희석된 상태에서 행하여진 것으로 인정되므로, 이를 이 사건 공소사실에 대한 증거로 사용할 수 있다.

(2) 각 압수절차에 의하여 획득한 증거들

(가) 증거능력 판단의 기준

기본적 인권 보장을 위하여 압수수색에 관한 적법절차와 영장주의의 근간을 선언한 헌법과 이를 이어받아 실체적 진실 규명과 개인의 권리보호 이념을 조화롭게 실현할 수 있도록 압수수색절차에 관한 구체적 기준을 마련하고 있는 형사소송법의 규범력은 확고히 유지되어야 한다. 그러므로 헌법형사소송법이 정한 절차에 따르지 아니하고 수집한 증거는 기본적 인권 보장을 위해 마련된 적법한 절차에 따르지 않은 것으로서 원칙적으로 유죄 인정의 증거로 삼을 수 없다. 수사기관의 위법한 압수수색을 억제하고 재발을 방지하는 가장 효과적이고 확실한 대응책은 이를 통하여 수집한 증거는 물론 이를 기초로 하여 획득한 2차적 증거를 유죄 인정의 증거로 삼을 수 없도록 하는 것이다.

다만, 법이 정한 절차에 따르지 아니하고 수집한 압수물의 증거능력 인정 여부를 최종적으로 판단함에 있어서는, 실체적 진실 규명을 통한 정당한 형벌권의 실현도 헌법형사소송법이 형사소송 절차를 통하여 달성하려는 중요한 목표이자 이념이므로, 형식적으로 보아 정해진 절차에 따르지 아니하고 수집한 증거라는 이유만을 내세워 획일적으로 그 증거의 증거능력을 부정하는 것 역시 헌법형사소송법이 형사소송에 관한 절차 조항을 마련한 취지에 맞는다고 볼 수 없다. 따라서 수사기관의 증거 수집 과정에서 이루어진 절차 위반행위와 관련된 모든 사정 즉, 절차 조항의 취지와 그 위반의 내용 및 정도, 구체적인 위반 경위와 회피가능성, 절차 조항이 보호하고자 하는 권리 또는 법익의 성질과 침해 정도 및 피고인과의 관련성, 절차 위반행위와 증거수집 사이의 인과관계 등 관련성의 정도, 수사기관의 인식과 의도 등을 전체적·종합적으로 살펴 볼 때, 수사기관의 절차 위반행위가 적법절차의 실질적인 내용을 침해하는 경우에 해당하지 아니하고, 오히려 그 증거의 증거능력을 배제하는 것이 헌법형사소송법이 형사소송에 관한 절차 조항을 마련하여 적법절차의 원칙과 실체적 진실 규명의 조화를 도모하고 이를 통하여 형사 사법 정의를 실현하려 한 취지에 반하는 결과를 초래하는 것으로 평가되는 예외적인 경우라면, 법원은 그 증거를 유죄 인정의 증거로 사용할 수 있다고 보아야 한다. 이는 적법한 절차에 따르지 아니하고 수집한 증거를 기초로 하여 획득한 2차적 증거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여서, 절차에 따르지 아니한 증거 수집과 2차적 증거 수집 사이 인과관계의 희석 또는 단절 여부를 중심으로 2차적 증거 수집과 관련된 모든 사정을 전체적·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예외적인 경우에는 유죄 인정의 증거로 사용할 수 있다( 대법원 2007. 11. 15. 선고 2007도3061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나) 각 경찰 압수조서

먼저 2008. 12. 1.자 경찰 압수조서(증거기록 35쪽)의 기재에 의하면, ‘피고인이 노트북과 카드리더기를 이용하여 해외신용카드 12매를 위조하여 사용한 자로서, 2008. 12. 1. 11:00경 여신전문금융업법위반 혐의로 긴급체포하면서 피고인이 해외신용카드를 이용하여 물품을 구매하여 보관 중인 물건이라고 하면서 담배, 술, 향수, 현찰 등에 대하여 「임의제출」하므로 증 제1호 내지 11호를 압수하다’는 취지로 기재되어 있고, 이어 2008. 12. 2.자 경찰 압수조서(증거기록 37쪽)의 기재에 의하면, ‘피고인이 2008. 12. 1. 11:00경 피고인의 주거지에서 여신전문금융업법위반 혐의로 긴급체포되어 범죄사실을 부인하고 있어 2008. 12. 2. 10:15 ~ 10:35경 위 주거지에 재차 임하여 피고인이 2008. 11. 26. 16:18경 서울 영등포구 ○○동 (지번 1 생략) ○○편의점에서 담배 등 109,900원 상당의 물품을 구입할 당시 입었던 검정색 아디다스 트레이닝 상의와 흰색 모자가 있는지를 확인한바, 주거지 달력에 있던 모자와 비닐봉지에 쌓여 있는 트레이닝 상의를 발견하고, 피고인으로부터 압수한 카드매출전표인 ☆☆압구정동점에서 구입한 여성용 의류 상의 6벌과 노트북과 양주 등을 주거지 장롱 속에 보관 중인 것을 전표상의 고유번호와 대조하여 발견하고 피고인이 이들을 「임의제출」하므로 증 제12호 내지 16호를 압수하다’는 취지로 기재되어 있다.

그런데, 위 각 압수조서는 증인 공소외 1의 당심 법정에서의 진술에 의하면 “검사의 지적을 받고 당초의 압수조서에 ‘영장 없이 압수하였다’는 기재 부분을 위와 같이 고쳐서 위 가.(10)항에서 본 바와 같은 경위로 사후에 소급하여 작성한 것이다”는 것으로서, 그렇다면 위 각 압수조서는 당초 작성해 둔 압수조서의 중요 내용인 ‘피고인으로부터 “영장 없이” 압수한 사실’을 ‘피고인이 “임의제출”한 사실’로 고쳐 그 내용을 허위로 작성한 것이어서(앞서 본 바와 같이 기 압수된 신용카드 25장에 대하여 2008. 12. 3. 외환은행 특수조사팀에서 그 진위여부를 확인한 이후에야 비로소 그 25장 중 12장이 위조된 것임이 밝혀졌으므로, 이에 의하면 위 신용카드 25장이 압수될 당시에는 그 중 신용카드 12장이 위조된 것이라는 점이 아직 밝혀지지 아니하였음에도 그와 같은 취지가 2008. 12. 1.자 압수조서에 기재되어 있다), 위 각 압수조서는 압수할 당시의 압수 경위와 상황이 사실대로 작성된 것이 아니고, 또한 그 조서에 피고인의 서명 날인을 받은 방식에서 보인 위법의 정도가 매우 중하여, 비록 피고인의 증거동의가 있음에도, 이를 이 사건 공소사실에 대한 증거로 쓸 수 없다.

(다) 압수된 물건의 증거능력

형사소송법 제216조 제1항 은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은 제200조의2 · 제200조의3 · 제201조 또는 제212조 의 규정에 의하여 피의자를 체포 또는 구속하는 경우에 필요한 때에는 영장 없이 다음 처분을 할 수 있다. 2. 체포현장에서의 압수, 수색, 검증’이라고 규정하고 있고, 형사소송법 제217조 제1항 은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은 제200조의3 에 따라 체포된 자가 소유·소지 또는 보관하는 물건에 대하여 긴급히 압수할 필요가 있는 경우에는 체포한 때부터 24시간 이내에 한하여 영장 없이 압수·수색 또는 검증을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같은 조 제2항 은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은 제1항 또는 제216조 제1항 제2호 에 따라 압수한 물건을 계속 압수할 필요가 있는 경우에는 지체 없이 압수수색영장을 청구하여야 한다. 이 경우 압수수색영장의 청구는 체포한 때부터 48시간 이내에 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같은 조 제3항 은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은 제2항 에 따라 청구한 압수수색영장을 발부받지 못한 때에는 압수한 물건을 즉시 반환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한편 위 경찰작성의 각 압수조서의 기재에 불구하고, 그 압수의 실제 상황은 앞서 본 가.(3), (5)항 기재와 같으므로 이를 공소외 1 경사 등이 피고인을 긴급체포하면서 체포 당시 현장에서 또는 24시간 이내에 피고인이 소유·소지 또는 보관하는 물건에 대하여 영장 없이 압수한 것이라 본다 하더라도, 위 긴급체포가 위법함은 이미 위 나.항에서 본 바와 같으므로, 그에 수반하여 이루어진 위 각 압수절차 또한 위법임을 면할 수 없고, 한편 가사 위 긴급체포가 적법하여 그에 수반된 압수절차가 허용되는 경우라 하더라도, 이후 공소외 1 등은 그 영장을 발부받아야 함에도, 그러한 조치가 이루어지지 아니하였고, 오히려 앞서 본 바와 같이 각 압수조서의 기재를 변작하기에까지 나아간 이상, 위 각 압수절차는 그 위법성이 제거될 여지가 없게 되었다.

그렇다면 위와 같이 위법한 압수절차에 의하여 압수한 물건은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는 증거로 쓸 수 없다{한편 압수된 물건들을 보더라도 ① 신용카드 25장은 그 중 1장만이 이 사건 공소사실에 언급된 신용카드와 일치할 뿐이고, ② 모자와 트레이닝 상의 1점은 사진(증거기록 19, 32, 33쪽)과 비교하더라도 이로써 피고인을 특정하기에 부족하며, ③ 카드리더기는 ‘피고인이 위조된 신용카드를 사용하였다’는 이 사건 공소사실과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고, ④ 위 카드리더기와 매출전표 등을 압수 당시 피고인이 소지하고 있었다고 단정하기에는, 증인 공소외 1의 당심 법정에서 진술의 신빙성이 낮아 이를 인정할 수 없다}.

(라) 수사보고(범행시 옷수사), 수사보고(카드사 공소외 7 수사), 수사보고(매출전표 수사) 및 수사보고(카드내역서 위조카드 수사), 수사보고(CCTV수사)

먼저 수사보고(범행시 옷수사), 수사보고(카드사 공소외 7 수사), 수사보고(매출전표 수사)의 각 기재는 위법한 체포 및 압수절차에 의하여 압수된 물건을 토대로 부가적 사실을 확인한 것에 불과한 2차적 증거들로서 위 위법한 상태와 그 인과관계가 단절되거나 희석되었다는 사정이 보이지 아니하므로, 위 증거들은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모두 증거능력이 없다.

다음으로 수사보고(카드내역서 위조카드 수사)는 경찰관 공소외 1이 전표를 토대로 작성하였다는 것이나, 기록상 그 전표 등이 전혀 첨부되어 있지 아니하고, 압수된 신용카드 중 1장(카드번호 2 생략) 외에 나머지 신용카드에 대하여는 위 카드들이 위조된 것이라고 밝혀진 경위 등이 기록상 전혀 언급이 없어 이를 그대로 믿기 어려우며, 수사보고(CCTV수사)는 ‘피고인이 2008. 11. 29. 서울 강남구 ○○동 (지번 3 생략) ●●편의점에서 신용카드로 담배를 사는 모습을 CCTV로 촬영하였다’는 것이나, 그 영상의 인물이 피고인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

(마) 증인 공소외 1의 당심 법정에서의 진술

공소외 1은 당심 법정에서 ‘2008. 11. 26. 16:33경 피고인이 서울 영등포구 ○○동 (지번 1 생략) ○○점에서 위조된 신용카드를 사용하여 담배 4보루를 사는 것을 직접 목격하는 등 피고인이 신용카드를 사용하여 물건을 사는 것을 여러 차례 직접 목격하였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그러나, 공소외 1이 2008. 12. 5. 직접 작성한 범죄인지보고에는 ‘2008. 11. 26. 16:28경 ○○점에서 “ 공소외 2와 공소외 12는 밖에서 망을 보고” 피고인은 편의점에 들어가 위조카드로 담배 4보루를 구입하였다’고 기재되어 있어 피고인이 단독으로 신용카드로 물건을 구입하였다는 위 진술과 서로 일치하지 아니하고, 공소외 1이 원심 법정에서는 “위 범죄인지보고는 피고인의 진술을 듣고 작성한 것이다”라고 진술한 점에 비추어 공소외 1이 위와 같은 사실을 직접 목격하였다고는 보이지 아니하며, 나머지 목격 부분도 그 일시 장소가 전혀 특정되어 있지 아니하여 이를 믿을 수 없다.

(바) 공소외 9의 진술서, 수사보고(제보자수사)

위 수사보고(제보자수사)는 ‘피의자는 약 3년 전인 2005년경부터 한국으로 입국하여 외국을 돌면서 위조카드를 사용하였다’는 내용이고, 위 제보자라는 공소외 9(가명)의 진술서는 ‘2년 전부터 피고인이 물건 사러 많이 오고 많은 거래가 있는데 위조카드를 만들고 술을 많이 산다는 소리를 들었다’는 것인바, 위 수사보고의 기재내용은 피고인이 우리나라에 입국한 날자가 2008. 4. 20.인 사실과 모순되어 제보자가 과연 피고인을 제대로 지목하였는지 의심이 들고, 더구나 위 공소외 9의 진술은 피고인이 위조카드를 사용한 것을 직접 본 것이 아니라 그러한 소리를 들었다는 것에 불과하여, 결국 위 증거들은 공소사실을 인정할 증명력을 가진 증거라 할 수 없다.

(사) 공소외 3, 4, 5, 6의 각 진술서 및 수사보고(편의점등지수사)

용의자의 인상착의 등에 의한 범인식별 절차에 있어 용의자 한 사람을 단독으로 목격자와 대질시키거나 용의자의 사진 한 장만을 목격자에게 제시하여 범인 여부를 확인하게 하는 것은 사람의 기억력의 한계 및 부정확성과 구체적인 상황하에서 용의자나 그 사진상의 인물이 범인으로 의심받고 있다는 무의식적 암시를 목격자에게 줄 수 있는 가능성으로 인하여, 그러한 방식에 의한 범인식별 절차에서의 목격자의 진술은, 그 용의자가 종전에 피해자와 안면이 있는 사람이라든가 피해자의 진술 외에도 그 용의자를 범인으로 의심할 만한 다른 정황이 존재한다든가 하는 등의 부가적인 사정이 없는 한 그 신빙성이 낮다고 보아야 한다( 대법원 2007. 5. 10. 선고 2007도1950 판결 등 참조).

이 사건에서 위 진술서들은 모두 “첨부된 사진의 흑인남자가 신용카드를 저에게 주고 결제한 후 물품을 구입한 사람이 맞습니다”는 등의 내용이 이미 부동문자로 타이핑된 서면에 위 공소외 3 등이 해당 빈칸을 채워 넣은 것에 불과하고, 진술서에 첨부된 사진은 피고인 한 사람만의 사진이 첨부되어 있으며, 기타 위 공소외 3 등이 피고인과 대질을 한 사실도 없고, 피고인이 흑인이어서 그들이 피고인을 다른 흑인들과 구별하기가 쉽지 않을 것인 점 등에 비추어, 위 진술서들은 비록 증거동의가 되어 있음에도 증거능력이 없거나 이를 선뜻 믿기 어렵고, 수사보고(편의점등지수사)는 공소외 1이 위 사람들로부터 진술서를 받은 경위를 기재한 것에 불과하여 증명력이 없다.

(3) 소결론

그 외 검사가 제출하여 원심 및 당심이 적법하게 채택·조사한 나머지 증거들 중 위 공소사실을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고, 더구나 피고인이 공소외 2 외에도 ‘성명불상자들과 범행을 공모하였다’는 부분은 이를 인정할 증거가 전혀 없는바, 그렇다면 피고인의 위 원심 법정에서의 진술을 일부 공소사실에 대한 자백으로 보더라도 그 자백이 피고인에게 불이익한 유일한 증거에 불과하여 형사소송법 제310조 에 의하여 이를 유죄의 증거로 할 수 없는바, 결국 이 사건 공소사실은 범죄의 증명이 없는 때에 해당한다.

그러함에도 피고인을 유죄로 처단한 원심판결에는 사실을 오인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5. 결론

따라서 피고인의 항소는 이유 있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6항 에 의하여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변론을 거쳐 다시 다음과 같이 판결한다.

무죄판단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는 위 2.항에서 본 바와 같은바, 앞서 본 바와 같이 위 공소사실은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따라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한다.

판사 양재영(재판장) 박민우 진화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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