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obeta
텍스트 조절
arrow
arrow
대법원 2019.6.13. 선고 2019도1226 판결
사기
사건

2019도1226 사기

피고인

1. A

2. B

상고인

피고인들

변호인

법무법인 공감(피고인 모두를 위하여)

담당변호사 이옥형, 이상갑, 안성준

원심판결

광주지방법원 2019. 1. 16. 선고 2018노2553 판결

판결선고

2019. 6. 13.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광주지방법원 본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피고인 A은 C대학교 식품공학과 교수로서 2013. 12.경부터 C대학교 D 센터장을 겸임하고 있고, 피고인 B은 2007. 3.경부터 C대학교 식품공학과의 전임연구원으로 재직하다가 2013. 12.경부터 2016. 9. 23.경까지 위 D의 연구전임교수로 재직하던 사람이다.

피해자 C대학교 산학협력단은 해양수산부, 농촌진흥청 등과 연구과제 수행 협약을 체결하고, 위 정부부처 등으로부터 연구비 등을 지원 또는 지급받아 피해자의 관리 및 책임 하에 C대학교 소속 교수 등으로 하여금 해당 연구 과제를 수행하게 한 후 연구비를 정산하여 잔액이 있거나 부당하게 집행한 금액이 있을 경우 이를 회수하여 위 정부부처 등에 반환하고 있다.

피고인들은 피해자를 통해 각종 연구 과제를 수행하면서 피고인 B 명의의 이 사건 계좌를 별도로 개설하고 참여연구원들의 인건비 중 일부를 위 계좌(이하 '이 사건 공동관리 계좌'라고 한다)로 회수하여 공동으로 관리하면서 개인출장비, 개인 논문 게재료, 연구실 회식비 등에 사용하기로 마음먹었다 사실은, 피해자의 연구비 담당자가 피고인들이 신청한 소속 연구원들에 대한 연구인건비를 송금해 주더라도, 피고인들은 송금액 중 일부를 이 사건 공동관리 계좌로 회수하여 공동으로 관리하면서 개인 출장비 등으로 사용할 생각이어서 해당 연구원에게 인건비 전액을 지급할 의사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2013. 11. 1.경 연구원 I의 연구 인건비 243,000원 전액을 신청하는 방법으로 피해자의 담당자를 기망하여 이에 속은 담당자로 하여금 2013. 11. 25.경 위1명의의 계좌로 인건비 전액을 송금하도록 하여 이를 편취한 것을 비롯하여, 같은 방법으로 위 일시경부터 2016. 1. 27.경까지 합계 89,287,225원을 편취하였다.

2.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사정을 들어 '피고인들에게 인건비 신청 당시부터 피해자로부터 지급받는 인건비 중 일정액을 제외한 나머지 금액을 연구원들의 처분권이 상실된 이 사건 공동관리 계좌로 회수하는 방법으로 연구원들에게 이를 지급하지 않을 의사가 있었고, 피해자는 피고인들이 인건비 중 일부를 이 사건 공동관리 계좌로 회수하여 관리하면서 불투명하게 사용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더라면 인건비 전액을 지급하지 않았을 것이므로, 피고인들에게 편취의 범의와 불법영득의사가 있었다'고 보아, 위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하였다.

3. 그러나 원심의 판단은 아래와 같은 이유로 받아들이기 어렵다.

(1) 사기죄의 주관적 구성요건인 편취의 범의나 불법영득의사는 피고인이 자백하지 않는 이상 범행 전후의 피고인의 재력, 환경, 범행의 경위와 내용, 거래의 이행과정, 피해자와의 관계 등과 같은 객관적 사정을 종합하여 판단할 수밖에 없다. 유죄의 인정은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공소사실이 진실한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게 하는 증명력을 가진 증거에 의하여야 하므로, 그와 같은 증거가 없다면 설령 피고인에게 유죄의 의심이 간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으며, 이는 사기죄의 주관적 요소인 범의나 불법영득의사를 인정할 때에도 마찬가지이다(대법원 2012. 5. 10. 선고 2010도6659 판결 참조).

(2) 원심판결의 이유와 기록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알 수 있다.

① 피고인 A은 C대학교 식품공학과 교수로 재직하면서, 그 소속 연구원들이 연구과제가 많은 기간에는 충분한 인건비를 지급받을 수 있으나 연구과제가 없는 기간에는 최소한의 기본적인 생계비조차 지급받지 못하게 되고, 연구과제가 있는 기간에도 수행하는 연구과제가 없거나 수행하는 연구과제의 수가 적은 연구원의 경우 최소한의 기본적인 생계비조차 지급받지 못하게 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2007년경 전임연 구원이었던 피고인 B에게 연구원 인건비의 공동관리를 제안하고 자신 명의의 E은행 계좌와 D 명의의 E은행 계좌의 관리를 위탁하였다.

② 피고인 B은 2007년경 당시 소속 연구원들의 양해 하에 자신 명의의 이 사건 공동관리 계좌를 개설하여 그 무렵부터 위 2개 계좌를 포함한 3개의 계좌를 소속 연구원들의 공동관리 계좌로 운영·관리해 왔고, 피고인 A에게 소속된 연구원들은 자신 명의의 계좌로 입금된 인건비를 이 사건 공동관리 계좌로 송금한 후, 이 사건 공동관리 계좌에서 월별로 일정하게 정해진 기준에 따라 인건비를 지급받아 왔는데, 이 사건이 문제되기 전까지 소속 연구원들이 이 사건 공동관리 계좌의 운영에 이의를 제기한 흔적은 보이지 않는다.

③ 이 사건 공동관리 계좌를 포함한 공동관리 계좌는 피고인 B을 시작으로 하여 행정담당으로 지정된 연구원들이 입·출금 업무를 맡는 등 관리해 왔다.

④ 이후 피고인 B은 2013. 3.경부터 D의 전임연구교수로 근무하게 되었고, 피고인 A은 2013. 12.경부터 D의 센터장을 겸임하게 되었으며, 이 사건 공동관리 계좌는 종전과 같은 방식으로 계속 운영되어 왔다.

⑤ 이 사건 공소사실 기재 기간(2013. 11. 25. ~ 2016. 1. 27.) 동안 피해자가 연구원들에게 지급한 인건비 중 이 사건 공동관리 계좌로 회수된 액수는 총 93,205,800 원이고, 같은 기간 공동관리 계좌에서 연구원들에게 지급된 인건비 총액은 95,937,962원으로 연구원들에게 실제 지급된 인건비 액수가 이 사건 공동관리 계좌로 회수된 액수를 초과한다.

⑥ 피고인 A은 이 사건 공동관리 계좌의 운영을 제안한 2007년경부터 2016. 1.경까지 총 18,705,000원의 개인 돈을 이 사건 공동관리 계좌에 입금하여 연구원들의 인건비 지급에 충당해 왔고, 2013. 2.경부터 2015. 12.경까지 사이에 이 사건 공동관리 계좌의 돈 중 인건비가 아닌 연구실 회식비, 유류비, 피고인들의 출장비, 항공료, 논문 게재료 등 다른 용도로 사용된 액수는 총 10,323,700원이다.

(3) 앞서 본 법리에 따라 위 사정들을 살펴보면, 피고인들은 인건비 지급방식으로 인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이 사건 공동관리 계좌를 운영하기 시작하였고, 이 사건 공동관리 계좌의 운영에 관하여 연구원들 사이에 특별한 이의가 없었으며, 이 사건 공소사실 기재 기간 동안 연구원들에게 실제로 지급된 인건비 총액이 지급되어야 할 인건비 총액을 초과하여 피고인들이 이 사건 공동관리 계좌로 회수한 인건비는 모두 그 용도대로 사용되었다. 그러므로 이 사건 공동관리 계좌가 운영·관리되었고 이 사건 공동관리 계좌에서 인건비가 아닌 다른 용도로 일부 금액이 지출되었다는 사정만으로, 피고인들이 연구원들에게 지급해야 할 인건비 중 일부를 지급하지 아니할 의사임에도 편취의 범의와 불법영득의 의사로 전액을 지급할 것처럼 피해자를 기망하였다는 것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없이 증명되었다고 보기 어렵다. 그런데도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이유를 들어 피고인들에게 인건비 신청 당시부터 편취의 범의와 불법영득의 의사가 있었다고 보아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하였다. 따라서 원심심판결에는 사기죄에서 편취의 범의와 불법영득의 의사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

4. 결론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재판장대법관민유숙

주심대법관조희대

대법관김재형

대법관이동원

arro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