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
2013누32504 시정명령 및 과징금납부명령 취소청구의 소
원고
주식회사 A
피고
공정거래위원회
환송 전 판결
서울고등법원 2012. 7. 5. 선고 2011누25878 판결
변론종결
2014. 6. 13.
판결선고
2014. 7. 25.
주문
1. 피고가 2011. 6. 29. 의결 B로 원고에 대하여 한 별지 목록 기재 시정명령 및 과징금납부명령을 취소한다.
2. 소송 총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청구취지
주문과 같다.
이유
1. 처분의 경위
가. 원고 등의 지위
원고 및 주식회사 C, 주식회사 D, E 주식회사, 주식회사 F, G 주식회사, H 주식회사, 주식회사 I, J 주식회사, 주식회사 K, 주식회사 L, 주식회사 M, 주식회사 N(이하 '원고 등 13개사'라 한다)는 음원 제작 및 유통업을 행하는 사업자들이다.1)
나. 음원 사용을 위한 권리관계 및 음원사용료 시장 현황
온라인 음악서비스 사업자(Online Service Provider, 이하 'OSP'라 한다)가 온라인 음악서비스를 하려면 음원권리자들로부터 사용승인을 받고 그 대가로 음원권리자에게 음원사용료를 지불해야 하는데, 저작권법상 음원권리자에는 저작권자[작사 · 작곡자(편곡자도 포함)], 저작인접권자(실연자, 음반제작자)가 있다.
작사 · 작곡자, 실연자, 음반제작자는 저작권법에 따라 문화체육관광부장관(이하 '문화부장관'이라 한다)으로부터 허가를 받은 신탁관리단체에게 권리를 신탁할 수 있는데, 문화부장관의 허가를 받은 단체로는 저작권자들의 권리를 신탁받아 관리하는 사단법인 O(이하 'O'이라 한다), 실연자들의 권리를 신탁받아 관리하는 사단법인 P(이하 'P'이라 한다) 및 음반제작자의 권리를 신탁받아 관리하는 사단법인 Q(이하 'Q'이라 한다)가 있다(이하 위 3단체를 '신탁 3단체'라 한다). 음원권리자가 저작권법상 권리를 신탁 3단체에 신탁한 경우에 그 신탁관리단체로부터 음원 사용을 허락받아야 한다.
O은 대한민국 내 유통음악 중 약 97% 정도의 작사 · 작곡자 권리를, P은 대한민국 내 유통음악 중 약 70%(외국 곡을 제외한 대부분) 정도의 실연자 권리를, Q은 대한민국 내 유통음악 중 약 3~5% 정도의 음반제작자 권리를 각 신탁받아 관리한다. 음반제작자가 Q에 권리를 신탁하지 않은 경우(이하 '비신탁 음반제작자'라 한다)에는 직접 권리를 행사하거나 음원유통사업자(Content Provider, 이하 'CP'라 한다)2) 또는 음원대리중개사업자3)가 이를 대행하도록 하고, P에 권리를 신탁하지 않은 외국곡 실연자의 권리는 원고 및 G, H 등 외국계 CP가 포괄하여 행사한다.
신탁 3단체는 저작권법에 따라 문화부장관의 승인을 받은 저작권사용료 징수규정(이하 '징수규정'이라 한다)에 의해 음원권리자들에게 지급해야 할 사용료를 정하는데, 신탁 3단체의 징수규정은 비신탁 음반제작자 또는 이들의 권리를 위탁받아 행사하는 CP가 OSP와 음원의 사용료 수준을 정할 때에 중요한 척도로 사용된다.
한편 음원사용료 시장은 작사 · 작곡자 사용료 시장, 실연자 사용료 시장, 음반제작자 사용료 시장으로 나뉠 수 있다. 그러나 실제로는 음반제작자 사용료 시장만 활성화되어 있는데, 이는 위와 같이 Q에 대한 권리신탁비율이 3~5%에 불과하여 CP들이 위 징수규정과 무관하게 스스로 사용료 수준을 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원고 등 13개사의 음원사용료 현황은 아래의 표(단위 : 백만 원)와 같은바, 원고 등 13개사의 시장점유율 합계가 91%에 이른다.4)
다. 피고의 처분
피고는 2011. 6. 29. 의결 B로 '원고 등 13개사 CP들이 공동으로 2008. 6.경 OSP들에게 아래와 같이 Non-DRM6) 월정액제 다운로드 상품 및 복합 상품의 곡수와 소비자가격을 제한하는 조건으로 음원을 공급하기로 한 행위(이하 '이 사건 공동행위'라 한다)가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이하 '법'이라 한다) 제19조 제1항 제2호에서 정한 '상품 또는 용역의 거래조건을 정하는 행위를 하기로 합의'한 것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원고에게 별지 목록 기재 시정명령 및 과징금납부명령(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 한다)을 하였다.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1, 4호증의 각 기재(각 가지번호 포함), 변론 전체의 취지
2. 이 사건 처분의 적법 여부
가. 원고의 주장
이 사건 처분은 아래와 같은 이유로 위법하므로 취소되어야 한다.
1) 이 사건 공동행위에 가담하지 않았음
원고는 Non-DRM 음원 서비스 자체에 대하여 반대를 지속적으로 해왔으나, 다른 CP들 간의 합의 사항이 시장모델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상황에서 어쩔 수 없이 그 합의 사항대로 음원공급계약을 체결하게 된 것일 뿐, 이 사건 공동행위에 가담하지 않았다.
2) 담합의 불성립
법 제19조 제1항의 부당한 공동행위는 경쟁사업자들 사이의 수평적 합의를 전제로 하는데, 이 사건 공동행위의 본질은 Non-DRM 상품의 곡수 및 가격 등 판매조건에 관한 OSP 사이의 담합이고, 원고와 같은 CP는 OSP와 수평적 관계에서 합의한 것이 아니라 수직적 관계에서 음원의 거래조건에 관하여 의사교환을 하였을 뿐이다. 따라서 수평적 합의를 전제로 하는 부당한 공동행위가 성립할 수 없다.
3) 시정명령의 위법
이 사건 시정명령은 사업자의 영업활동을 제한하는 침익적 처분임에도 그 내용이 명확하지 않고 이행가능성도 없으며, 그 내용이 CP들 간에 합의를 하지 않았더라도 Non-DRM 월정액제 상품의 경우 곡수 및 소비자가격을 제한하는 조건으로 음원을 공급하는 것을 금지하는 취지라면, 비례의 원칙에 위반된다.
4) 과징금납부명령의 위법
이 사건 과징금납부명령은 아래와 같은 이유로 피고의 재량권을 일탈 · 남용한 것이어서 위법하다.
① 원고가 이 사건 공동행위에 가담한 사실이 인정된다 하더라도, 원고는 이 사건 공동행위에 관하여 묵시적으로 동의한 것에 불과하고, 원고 등 중 I이나 J에 대하여는 추종적 역할을 하였다는 이유로 과징금을 부과하지 않은 점에 비추어 볼 때, 원고에게 과징금을 부과한 것 자체가 비례의 원칙에 반하거나 형평을 상실하였다.
② 스트리밍 상품, DRM 및 Non-DRM 단품 다운로드 상품, MR7) 상품에 대한 음원공급은 이 사건 합의의 대상이 아니므로, 그로 인한 매출액은 관련매출액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피고는 이를 관련매출액에 포함하였다.
③ 원고는 이 사건 공동행위에서 수동적 역할을 하였고 경쟁법 준수 매뉴얼도 운용하고 있었으므로, 피고는 과징금부과 세부기준 등에 관한 고시에 따라 원고에 대한 과징금을 감경하였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이를 하지 않았다.
나. 원고가 다른 CP를 사이의 이 사건 공동행위에 가담하였는지 여부에 관한 판단
먼저, 원고가 다른 CP들 사이의 이 사건 공동행위에 가담하였는지 여부에 관하여 살펴본다.
법 제19조 제1항이 금지하는 '부당한 공동행위'는 '부당하게 경쟁을 제한하는 행위에 대한 합의'로서 이때 '합의'에는 명시적 합의뿐 아니라 묵시적인 합의도 포함된다고 할 것이지만(대법원 2003. 2. 28. 선고 2001두1239 판결 등 참조), 이는 둘 이상 사업자 사이의 의사의 연락이 있을 것을 본질로 하므로 단지 위 규정 각 호에 열거된 '부당한 공동행위'가 있었던 것과 일치하는 외형이 존재한다고 하여 당연히 합의가 있었다고 인정할 수는 없고 사업자 간 의사연결의 상호성을 인정할 만한 사정에 대한 증명이 있어야 하며, 그에 대한 증명책임은 그러한 합의를 이유로 시정조치 등을 명하는 피고에게 있다고 할 것이다.
위 법리에 비추어 이 사건을 보건대, 갑 2, 3, 6 내지 12, 14, 16, 17, 21 내지 23,28호증, 을 2호증의 11, 을 6호증(가지번호 있는 경우 포함)의 각 기재, 증인 R의 증언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 즉 ① 이 사건 합의를 주도한 주요 4개사가 CP와 OSP의 지위를 겸하고 있는 것과 달리 원고는 CP의 지위만을 가지고 있어 반드시 공동의 이해관계를 가졌다고 할 수 없어 다른 CP들 사이의 이 사건 공동행위에 가담할 유인도 동일하다고 할 것만은 아닌 점, ② 원고는 S협의회(이하 '협의회'라 한다) 회원사로서 회의에 참석하여 의견을 개진하기는 하였으나, 한국에서 Non-DRM 상품에 음원을 공급할 경우 전 세계시장에서의 원고의 음원 유통에 혼란이 발생할 우려 및 음원 가치 하락 등을 이유로 줄곧 Non-DRM 상품에 대한 음원 공급에 반대하는 태도를 견지하여 온 점, ③ 원고는 피고가 이 사건 합의의 성립 시점으로 판단한 주요 4개사 합의 직후에 있었던 협의회 회의에 불참하였을 뿐 아니라 그 후 개최된 협의회 회의에서 다른 CP들이 원고도 이 사건 합의에 가담하였는지 여부 등에 관하여 의문을 제기하기까지 하였고, 이에 원고의 신임 대표이사가 모든 의사결정은 영국 본사의 승인이 필요하다는 취지로 대답한 점, ④ 이후 원고도 다른 CP와 마찬가지로 곡수 등을 제한한 Non-DRM 상품에 대하여 음원공급계약을 체결하였지만, 이는 당시의 시장 상황 등을 고려하여 본사와의 협의 끝에 이루어진 경영 판단에 의한 것이라고 볼 여지도 있는 점 등을 종합해 보면, 비록 원고가 다른 CP들 사이의 이 사건 합의 내용을 알고 있었고 이를 수용할 필요도 있었으며 결국 곡수 등을 제한한 Non-DRM 상품에 대해서만 음원공급계약을 체결하였다 하더라도, 원고와 다른 CP들 사이에 그와 같은 내용의 음원 공급에 관하여 묵시적이나마 의사의 일치가 있었다는 점이 증명되었다거나 법 제19조 제5항에 의하여 추정되었다고 보기 어렵다.
따라서 원고가 이 사건 공동행위에 가담하지 않았다는 원고의 위 주장은 이유 있다(원고의 나머지 주장들은 원고가 다른 CP들 사이의 이 사건 공동행위에 가담하였음을 전제로 하는 것이므로, 더 나아가 판단할 필요가 없다).
3.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이유 있으므로 이를 인용하기로 한다.
판사
재판장 판사 이강원
판사 강상욱
판사 정재훈
주석
1) 이하 원고를 제외한 나머지 회사들을 각각 'C', 'D', 'E', 'F', 'G', 'H', 'I', 'J', 'K', 'L', 'M', 'N'라 한다.
2) 음반제작자로부터 해당 음원에 대한 권리를 위탁받아 포괄적으로 그 권리를 행사하는 사업자를 말한다.
3) 음반제작자를 위하여 그 권리의 이용에 관한 대리 또는 중개행위를 하는 업을 말한다.
4) 원고 등 13개사 중 위 표에 포함되어 있지 않은 CP의 시장점유율은 J 1%, L 2%, I 3%, M 1%, N 1%이다.
5) 인터넷 상에서 음악을 실시간으로 재생하는 방식을 말한다.
6) DRM(Digital Rights Management)이란 디지털 콘텐츠를 보호하기 위한 기술 및 서비스를 말하며, Non-DRM 음원이란 DRM 조치를 하지 아니하여 복제 등에 아무런 제한이 없는 음원을 말한다.
7) Monthly Rental, 월 일정금액을 내면 결제한 기간 동안 인터넷 사이트에서 휴대폰으로 스트리밍 서비스와 다운로드 서비스를 무제한으로 받을 수 있도록 DRM 조치를 해 놓은 서비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