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시사항
[1] 선하증권상의 면책약관이 그 선하증권을 교부받아 소지인이 된 자에 대한 불법행위 책임에도 적용되는지 여부(적극)
[2] 선하증권 약관상의 제소기간에 관한 규정의 법적 성질(시기부부제소특약) 및 그 효력
[3] 상법 제811조가 강행규정인지 여부(적극)
판결요지
[1] 운송계약에서 채무불이행 책임에 관하여 면책특약을 하였다고 하여도 이러한 특약은 이를 불법행위 책임에도 적용하기로 하는 명시적 또는 묵시적 합의가 없는 한 당연히는 불법행위 책임에 적용되지 않지만, 한편 운송물의 권리를 양수하여 선하증권을 교부받아 그 소지인이 된 자는 목적물의 점유를 인도받는 것이 되어 운송물의 소유권을 취득하여 운송인에 대하여 불법행위 책임을 추궁할 수 있게 되는 점에 비추어 볼 때 선하증권에 기재된 면책약관은 이러한 경우 불법행위 책임에도 그 효력이 미친다.
[2] 제척기간이란 법률의 규정에 의한 권리행사기간으로서 그 기간 내에 소의 제기 등 권리의 행사가 있어야 하며 당사자의 약정에 의하여 그 기간의 연장 또는 단축이 허용되지 아니하므로, 선하증권상의 제소기간의 약정을 제척기간이라고 할 수는 없고, 다만 이른바 시기부부제소특약이라고 할 것이고, 이러한 시기부부제소특약은 운송인의 책임에 관한 강행법규의 규정취지가 몰각되지 아니하는 한도 내에서 유효하다.
[3] 상법 제811조의 제척기간을 당사자의 합의에 의하여 단축하는 것은 제척기간의 성질에 반하는 것일 뿐만 아니라 상법 제790조 제1항 전단 규정의 취지에 비추어 볼 때도 허용되지 아니하므로, 상법 제811조는 강행규정이라고 해석함이 상당하다.
참조판례
원고
주식회사 진양실업(소송대리인 변호사 김병준)
피고
피고 주식회사(소송대리인 변호사 황주명 외 1인)
주문
1. 피고는 원고에게 금 52,600,557원 및 이에 대하여 1993. 10. 5.부터 1994. 5. 6.까지 연 5푼, 그 다음날부터 완제일까지 연 2할 5푼의 각 비율에 의한 금원을 지급하라.
2. 원고의 나머지 청구를 기각한다.
3. 소송비용은 이를 10분하여 그 1은 원고의, 나머지는 피고의 각 부담으로 한다.
4. 제1항은 가집행할 수 있다.
청구취지
피고는 원고에게 금 58,932,288원 및 이에 대하여 1993. 10. 5.부터 이 사건 소장부본 송달일까지 연 6푼, 그 다음날부터 완제일까지 연 2할 5푼의 각 비율에 의한 금원을 지급하라는 판결
이유
1. 기초사실
아래의 사실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거나 갑 제1, 2호증의 각 1, 2, 제3호증, 제4 내지 6호증의 각 1, 2, 제7 내지 10, 12, 14, 15호증, 을 제3호증의 1, 2, 제6 내지 9호증, 제10호증의 1 내지 4, 제11호증의 1, 2 제12, 24 내지 29호증의 각 기재와 증인 이병칠, 같은 이수관, 같은 성영철의 각 일부 증언(다만 아래 인정 사실에 어긋나는 부분은 제외) 및 당원의 고려해운 주식회사(이하 소외 고려해운이라고 한다)에 대한 사실조회 결과에 변론의 전취지를 더하여 보면 이를 인정할 수 있고 이에 어긋나는 증인 이병칠, 같은 이수관, 같은 성영철의 각 일부 증언은 믿지 아니하며 달리 반증이 없다.
가. 소외 주식회사 한서 인터내셔날(이하 소외 한서라고 한다)은 1993. 3.경 미국에 소재한 소외 이 보셀리 앤드 코 잉크(E. Boselli & Co. Inc., 이하 소외 이보셀리라고 한다)와 사이에, 미화 금 314,757$ 상당의 폴리에스테르-면 섬유원단을 수출하기로 하는 계약을 체결하였고, 위 이보셀리의 신용장 개설의뢰에 따라 미국 뉴욕시 소재 소외 케미컬 뱅크(Chemical Bank of New York, 이하 소외 케미컬은행이라고 한다)는 같은 달 25. 다음과 같은 내용의 취소불능신용장을 개설하였다.
① 신용장번호:I-208319, ② 품목:폴리에스테르-면 섬유원단, Pattern No. 5868, 33,950야드(Yards), Pattern No. 5906, 40,450야드, 야드당 미화 금 2.40$ 등, ③ 금액:미화 금 314,757$, CIF 대만 키룽(Keelung)항, ④ 수익자:소외 한서, ⑤ 첨부서류:송장, 포장명세서, 선하증권, 검사증명서 등, ⑥ 신용장 유효기일:1993. 5. 10., ⑦ 최종선적기일:1993. 4. 30.
한편 소외 한서는 같은 해 3.경 원고에게 위 신용장상 수익자의 지위를 전부 양도하였고, 소외 케미컬은행은 같은 달 31. 원고를 신용장상 제2의 수익자로 하여 위 신용장 조건을 변경하였다.
나. 이에 따라, 원고는 1993. 5. 20. 피고와 사이에 폴리에스테르-면 섬유원단, Pattern No. 5906, 9,200야드{이하 이 사건 3차 화물이라고 한다. 원고는 그 이전인 같은 해 4. 초경 피고로부터, 피고가 소외 이보셀리로부터 위 수출품의 운송의뢰를 받았다면서 피고와 운송계약을 체결하여 달라는 요청을 받고 같은 달 15. 위 섬유원단 미화 금 136,197$ 상당(이하 이 사건 1차 화물이라고 한다) 및 같은 해 5. 14. 위 섬유원단 미화 금 67,200$ 상당(이하 이 사건 2차 화물이라고 한다) 등에 대하여도 각 피고에게 운송을 의뢰하여 소외 이보셀리에게 이를 수출하고 피고로부터 교부받은 선하증권 등 신용장에서 요구하는 선적서류를 원고의 거래은행인 소외 주식회사 대구은행을 통하여 소외 케미컬은행에 제시하고 위 은행으로부터 그 신용장대금을 지급받았다}를 부산항에서 키룽항으로 운송하기로 하는 해상운송계약을 체결하였고, 피고는 이 사건 3차 화물을 원고로부터 인도받은 다음 원고에게 다음과 같은 내용의 선하증권(이하 제1선하증권이라고 한다)을 발행하여 주었다.
① 선하증권번호:3Y3232ASTW, ② 신용장번호 I-208319, ③ 송하인:원고, ④ 수하인:소외 케미컬은행이 지시하는 자, ⑤ 통지처:소외 이보셀리, ⑥ 운송목적물:폴리에스테르-면 섬유원단, Pattern No. 5906, 9,200야드, ⑦ 운임:선급, ⑧ 선박:Euro Power V-3106S호, ⑨ 선적항:부산 ⑩ 양하항:키룽
다. 한편 원고는 같은 해 5. 27. 소외 고려해운과 사이에 폴리에스테르-면 섬유원단, Pattern No. 5868, 21,100야드(이하 이 사건 4차 화물이라고 한다)를 부산항에서 대만의 키룽항으로 운송하기로 하는 해상운송계약을 체결하였고, 소외 고려해운은 이 사건 4차 화물을 원고로부터 인도받은 다음 원고에게 다음과 같은 내용의 선하증권(이하 제2선하증권이라고 한다)을 발행하여 주었다.
① 선하증권번호:KMTC-BKE-80058A, ② 신용장번호:I-208319, ③ 송하인:원고, ④ 수하인:소외 케미컬은행이 지시하는 자, ⑤ 통지처:소외 이보셀리, ⑥ 운송목적물:폴리에스테르-면 섬유원단, Pattern No. 5868, 21,100야드, ⑦ 운임:선급, ⑧ 선박:Sunny Laurel V-311S호, ⑨ 선적항:부산, ⑩ 양하항:키룽
라. 소외 이보셀리는 이른바 중개무역상으로서 원고로부터 수입하는 이 사건 1 내지 4차 화물(이하 이 사건 각 화물이라고 한다)을 수출지인 한국에서 대만으로 운송하도록 하여 대만 소재 소외 이진가멘트 매뉴팩쳐링 코. 엘티디(Eegyn Garments Manufactureing Co., Ltd., 이하 소외 이진가멘트라고 한다)에게 수출하였는데, 위와 같은 중개무역의 경우에 중개무역상은 수출품이 실수출지에서 실수입지로 바로 운송되도록 한 후, 수출자를 송하인, 중개무역상(또는 중개무역상의 신용장개설은행)을 수하인으로 하여 발급된 선하증권(이하 원선하증권이라고 한다)을 취득하여 이를 운송인에게 반환하고, 운송인으로부터 중개무역상을 송하인, 실수입자(또는 실수입자의 신용장개설은행)를 수하인으로 하며 나머지 내용은 원선하증권과 동일한 내용의 새로운 선하증권(이하 후선하증권이라고 한다)을 발급받아 이를 실수입상의 신용장개설은행에 제시하여 신용장대금을 지급받고 실수입자는 자신의 신용장개설은행에 수입대금을 납부하고 후선하증권을 교부받아 이를 수출품의 도착지에서 운송인에게 제시하여 운송물을 인도받게 된다.
따라서 중개무역의 경우에는 운송인에게, 운송인이 원선하증권을 반환받게 되면 그 제시자의 요구에 따라 후선하증권을 발급하여 줄 의무를 지울 필요가 있는바(일반적인 경우에 운송인은 자신이 발급한 원선하증권을 반환받고 화물을 인도하면 자신의 의무를 다하는 것이며 원선하증권을 반환받은 후 새로운 후선하증권을 발급하여 줄 의무는 없는 것이다. 다만 이러한 경우에도 운송인은 임의로 원선하증권 소지인의 요구에 응하여 원선하증권을 반환받은 후 후선하증권을 발급할 수는 있겠다), 이를 위하여 발행되는 원선하증권이 '스위치(Switch)'라는 문언이 기재된 선하증권{이를 교환선하증권(Switch Bill of Lading)이라고 한다. 따라서 이러한 교환선하증권은 운송인이 교환선하증권을 제시하는 자의 요청이 있게 되면 '스위치(Switch)'라는 문언에 따라 후선하증권을 발행할 것을 약속하는 선하증권이다}이며, 중개무역상은 운송인으로부터 후선하증권의 발행을 보장받기 위하여 실수출자에게 신용장조건상 필요한 서류로서 원선하증권 즉 교환선하증권을 요구하게 된다.
마. 그런데 소외 이보셀리는 실수출자인 원고가 제시할 선적서류로서 교환선하증권을 요구하지 아니하였으므로 교환선하증권의 제시가 없어도 위 이보셀리의 요청에 따라 후선하증권을 발행하여 주기로 사전에 양해한 피고에게 원고가 수출하는 이 사건 화물을 운송하도록 하였다. 한편 이 사건 화물이 부산항에서 대만의 키룽항으로 운송되는 데에는 2∼3일의 시간이 걸리는데 반하여 소외 이보셀리가 소외 케미칼은행에게 송부되는 원선하증권을 취득하여 이를 피고에게 반환함과 동시에 후선하증권을 발행받고 다시 이를 실수입자인 소외 이진가멘트의 신용장개설은행인 대만 소재 소외 미디움 비즈니스 뱅크(Medium Business Bank of Taiwan, 이하 소외 미디움 비즈니스은행이라고 한다)를 통하여 위 이진가멘트에게 도달시키는 데에는 2주일 이상의 시간이 걸렸으므로 소외 이보셀리는 피고에게 위 케미칼은행에게 송부되는 원선하증권을 사후에 반환하겠으니, 미리 후선하증권을 발행하여 달라고 요청하였고, 피고는 위와 같은 요청에 따라 이 사건 3차 화물에 대하여 원고에게 발행한 제1선하증권을 소외 이보셀리로부터 반환받지 아니한 채 1993. 5. 20. 송하인을 소외 이보셀리, 수하인을 소외 미디움 비즈니스은행이 지시하는 자로, 통지처를 소외 이진가멘트로 하고 나머지 기재는 제1선하증권과 동일한 내용의 선하증권(이하 제3선하증권이라고 한다)을 발행하여 피고의 미국 내 뉴욕대리점을 통하여 위 이보셀리에게 교부하였고, 위 이보셀리를 통하여 위 제3선하증권을 취득한 소외 이진가멘트는 같은 해 6. 4.경 피고의 대만대리점에게 위 제3선하증권을 제시하고 이 사건 3차 화물을 인도받았다(앞서 이미 수출한 이 사건 1, 2차 화물도 위와 같은 방식으로 화물이 인도되었으나, 위 이보셀리는 위 1, 2차 화물에 대하여 정상적으로 대금을 결제한 후 취득한 원선하증권을 피고에게 반환하였다).
바. 한편 위와 같이 이 사건 4차 화물이 피고가 아닌 소외 고려해운에 운송의뢰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소외 이보셀리는 소외 고려해운과 사이에는 원선하증권을 상환받기 전에 후선하증권을 발행받기로 사전에 양해된 바가 없어 소외 이진가멘트에게 자신이 송하인으로 된 후선하증권을 송부할 수 없게 되었으므로 같은 달 1.경 피고의 뉴욕대리점을 통하여 원고가 자신의 지시에 위반하였다면서 피고가 아닌 다른 운송인으로부터 발급받은 선하증권에 대하여는 대금지급을 하지 않겠다고 통보를 하였고, 같은 달 3.경 피고는 이러한 사실을 원고에게 통보하면서 이 사건 4차 화물도 피고를 통하여 운송하여야 한다면서 원고로부터 제2선하증권 원본을 모두 반환받고 피고 명의의 선하증권을 발행(나머지 기재는 제2선하증권과 같다. 이하 제4선하증권이라고 한다)하여 주는 한편 같은 날 피고는 위 제2선하증권을 소외 고려해운에게 제시, 반환하면서 송하인을 소외 이보셀리, 수하인을 소외 미디움 비즈니스은행이 지시하는 자로, 통지처를 소외 이진가멘트로 하고 나머지는 동일한 내용으로 변경된 새로운 선하증권을 발행하여 줄 것을 요청하여 고려해운으로부터 위 요청에 따른 선하증권을 발행받은 후 양륙지에서 변경된 실화주인 소외 이진가멘트에게 선하증권 없이 화물을 인도해 달라고 요청하였고, 이에 소외 고려해운의 대만대리점은 같은 달 11. 변경된 실화주로서 통지처인 소외 이진가멘트로부터 소외 미디움 비즈니스은행 발행의 화물선취보증서(Letter of Guarantee)를 제출받고 이 사건 4차 화물을 위 이진가멘트에게 인도하였다.
사. 원고는 자신의 거래은행인 소외 주식회사 대구은행을 통하여 위 신용장에 화환어음 및 위 제1, 4선하증권 등의 선적서류를 첨부하여 신용장개설은행인 소외 케미칼은행에게 추심의뢰하였으나 위 은행은 위 이보셀리의 지시에 따라 위 선적서류는 신용장 유효기일 및 선적기일의 경과 후에 작성, 제시된 것이어서 신용장 조건과 불일치한다는 이유로 그 대금 지급을 거절하였다(따라서 원고는 이 사건 3, 4차 화물에 대한 수출대금도 지급받지 못하고 수출한 물품도 찾지 못하게 되었다).
2. 피고의 본안전 항변에 대한 판단
원고는 피고와 사이에 이 사건 3, 4차 화물에 대한 운송계약을 체결한 송하인으로서 이 사건 선하증권의 정당한 소지인이므로 이 사건 3, 4차 화물에 대한 권리를 갖는다고 할 것인데, 피고가 해상운송인으로서 원고에게 발행한 선하증권을 상환받지도 아니한 채 이중으로 송하인과 수하인 등을 변경한 새로운 내용의 선하증권을 발행하여 주는 행위로 인하여 위 3, 4차 화물이 불법으로 인도되도록 하여 위 화물을 멸실시킴으로써 원고의 위 화물에 대한 권리를 침해하였으므로, 피고 회사는 원고에게 불법행위로 인하여 위 화물의 가액 상당의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는 원고의 이 사건 소에 대하여, 피고는 원고의 이 사건 소는 위 선하증권 이면약관에서 정한 화물인도일로부터 9개월의 제척기간을 경과한 이후에 제기된 것이어서 부적법하다고 항변한다.
그러므로 살피건대, 을 제1호증의 기재에 의하면 위 선하증권 이면약관 제6조에 "화물이 인도된 후 또는 화물이 인도되어야 할 날로부터 9개월 이내에 소송이 관할법원에 제기되고 운송인이 그에 대한 서면통지를 받지 아니하면, 운송인의 모든 책임은 면제된다. 위 기간이 강제적으로 적용되는 조약 또는 법률과 배치될 때에는 조약 또는 법률에 규정된 기간이 적용된다."라고 규정되어 있는 사실을 인정할 수 있고 달리 반증없고, 이 사건 3, 4차 화물이 대만 키룽항에서 하역되어 1993. 6. 4. 및 같은 달 11.경 소외 이진가멘트에게 인도된 사실은 앞서 본 바이며, 이 사건 소가 위 인도일로부터 9개월이 이미 경과한 1994. 4. 7.에 이 법원에 제기되었고 피고는 같은 해 5.경에 그 통지를 받은 사실은 기록상 명백하다.
그리고 운송계약에서 채무불이행 책임에 관하여 면책특약을 하였다고 하여도 이러한 특약은 이를 불법행위 책임에도 적용하기로 하는 명시적 또는 묵시적 합의가 없는 한 당연히는 불법행위 책임에 적용되지 않는 것인바, 한편 운송물의 권리를 양수하여 선하증권을 교부받아 그 소지인이 된 자는 목적물의 점유를 인도받는 것이 되어 운송물의 소유권을 취득하여 운송인에 대하여 불법행위 책임을 추궁할 수 있게 되는 점에 비추어 볼 때 선하증권에 기재된 면책약관은 이러한 경우 불법행위 책임에도 그 효력이 미친다고 하겠다( 대법원 1983. 3. 22. 선고 82다카1533 판결, 공1983, 735 참조 ).
피고는 위 선하증권 약관상의 제소기간에 관하여 이를 제척기간이라고 주장하나, 제척기간이란 법률의 규정에 의한 권리행사기간으로서 그 기간 내에 소의 제기 등 권리의 행사가 있어야 하며 당사자의 약정에 의하여 그 기간의 연장 또는 단축이 허용되지 아니한다 할 것이므로 위 선하증권상의 제소기간의 약정을 제척기간이라고 할 수는 없고 다만 이른바 시기부(시기부) 부제소특약이라고 할 것이고, 이러한 시기부 부제소특약은 운송인의 책임에 관한 강행법규의 규정취지가 몰각되지 아니하는 한도 내에서 유효하다고 할 것이다.
그런데 상법 제811조 는 "운송인의 용선자, 송하인 또는 수하인에 대한 채권 및 채무는 그 청구원인의 여하에 불구하고 운송인이 수하인에게 운송물을 인도한 날 또는 인도할 날부터 1년 내에 재판상 청구가 없으면 소멸한다. 그러나 이 기간은 당사자의 합의에 의하여 연장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는 바, 위 규정은 구 상법(1991. 12. 31. 법률 제4470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811조 및 제812조 에서 운송인의 송하인 등에 대한 채권 및 책임에 대하여 "…… 1년간 행사하지 아니하면 소멸시효가 완성한다."라고 규정하여 소멸시효기간으로 하고 있던 것을 "…… 1년 내에 재판상 청구가 없으면 소멸한다."라고 개정함으로써 국제조약의 예에 따라 제척기간으로 변경하되, 다만 당사자 사이의 합의에 의해 제척기간을 연장할 수 있도록 한 것이라 하겠다.
그리고 위 제척기간을 당사자의 합의에 의하여 단축하는 것은 제척기간의 성질에 반하는 것일 뿐만 아니라 상법 제790조 제1항 에서 " 상법 제789조 내지 제789조의3 의 규정에 반하여 운송인의 의무 또는 책임을 경감 또는 면제하는 당사자간의 특약은 효력이 없다."고 규정한 취지에 비추어 볼 때에도 허용되지 아니하는 것으로서 위 제811조 는 강행규정이라고 해석함이 상당하다 할 것이다.
그런데 피고가 주장하는 위 9개월의 시기부 부제소특약은 실질적으로 강행규정인 상법 제811조 에서 규정하고 있는 1년의 제척기간을 단축하는 것이어서 위 규정의 취지를 몰각시키는 것이므로 허용될 수 없다 하겠으니 무효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따라서 위 시기부 부제소특약이 유효함을 전제로 하는 피고의 위 본안전 항변은 이유 없다.
3. 본안에 대한 판단
가. 불법행위의 성립
위 인정 사실에 의하면, 피고는 이 사건 3차 화물에 대하여는 위 이보셀리로부터 제1선하증권을 반환받지도 아니한 채 위 이보셀리에게 송하인과 수하인, 통지처 등이 전혀 다른 내용의 제3선하증권을 임의로 발행하여 주고 그로 인하여 새로 발행된 제3선하증권 소지인인 위 이진가멘트로 하여금 그 도착지에서 그 선하증권을 제시하고 위 3차 화물을 찾아가도록 하였고, 이 사건 4차 화물에 대하여는 피고가 원고로부터 원고가 소외 고려해운과 사이에 운송계약을 체결하고 발급받은 제2선하증권을 모두 반환받고 피고 명의의 제4선하증권을 발행하여 주는 한편 같은 날 원고로부터 반환받은 위 제2선하증권을 소외 고려해운에게 제시, 반환하고 송하인을 소외 이보셀리, 수하인을 소외 미디움 비즈니스은행이 지시하는 자로, 통지처를 소외 이진가멘트로 하고 나머지는 동일한 내용으로 변경된 새로운 선하증권을 발행하여 줄 것을 요청하여 고려해운으로부터 위 요청에 따른 선하증권을 발행받은 점에 비추어 볼 때 피고는 원고에 대한 관계에 있어서는 이 사건 4차 화물에 대하여 원고와 소외 고려해운과 사이의 운송계약조건을 그대로 인수하여 운송인으로서의 책임을 지기로 약정한 것이라 하겠고, 한편 피고는 위 4차 화물에 대하여 소외 고려해운에게 양륙지에서 변경된 실화주인 소외 이진가멘트에게 선하증권 없이 화물을 인도해 달라고 요청하였으며, 이에 소외 고려해운의 대만대리점은 같은 달 11. 소외 이진가멘트로부터 소외 미디움 비즈니스은행 발행의 화물선취보증서(Letter of Guarantee)를 제출받고 이 사건 4차 화물을 위 이진가멘트에게 인도하였는바, 위와 같은 피고의 행위는 이 사건 3, 4차 화물의 소유자로서 위 선하증권의 정당한 소지인인 원고의 운송물에 대한 소유권을 침해하는 것이고, 피고로서는 위와 같은 행위로 인하여 이러한 권리침해의 결과가 발생될 수 있음을 알았거나 충분히 알 수 있었다고 보아야 할 것이므로(가사 위 4차 화물에 대하여 피고가 소외 고려해운에게 양륙지에서 변경된 실화주인 소외 이진가멘트에게 선하증권 없이 화물을 인도해 달라고 요청한 바 없다 하더라도 피고가 임의로 위와 같이 소외 고려해운에게 선하증권상의 송하인, 수하인, 통지처를 변경하여 줄 것을 요구하여 이를 변경한 행위는 위와 같이 변경된 실화주가 변경된 선하증권을 제시하는 경우에 운송물을 인도할 것을 지시하는 것인데 이러한 경우 변경된 수하인이나 실화주는 운송인에 대하여 선하증권을 제시하지 못하는 경우에는 그 대신 화물선취보증서를 제시하고 운송물을 인도받아 가기도 하는바, 피고로서는 위와 같이 변경된 실화주가 변경된 선하증권 대신에 변경된 수하인인 자신의 거래은행으로부터 발급받은 화물선취보증서를 소외 고려해운에게 제시하고 위 4차 화물을 인도받아 갈수도 있다는 정을 충분히 알 수 있었다고 할 것이므로 위와 같이 선하증권상 기재를 임의로 변경요청한 피고의 행위와 위 4차 화물의 멸실은 인과관계가 있다고 할 것이니 피고는 이로 인하여 원고가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할 것이다) 피고는 이 사건 각 선하증권의 정당한 소지인인 원고에게 위와 같은 피고 회사의 고의 또는 그 손해가 생길 염려가 있음을 인식하면서 무모하게 한 불법행위로 말미암아 생긴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할 것이다.
나. 손해배상의 범위
(1) 손해액 및 환율적용
이 사건에서 피고가 배상하여야 할 손해액은 이 사건 3, 4차 화물이 소외 이진가멘트에게 불법인도되어 멸실될 당시의 시가 상당액이라 할 것이고, 그 시가는 이를 산정할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는 이상 이 사건 3, 4차 화물의 신용장상 수출가액인 미화 합계 금 72,720$를 기준으로 하여 이를 멸실 당시의 기준환율에 따라 우리 나라 통화로 환산한 금액이라고 봄이 상당하다 하겠다(원고는 위 미국 달러화를 이 사건 소 제기 당시인 1994. 4. 1.자의 대고객전신환매도율에 따라 계산한 금원을 손해로서 배상하여야 한다고 주장하나, 앞서 본 바와 같이 원고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한편 이 사건 3, 4차 화물이 멸실될 당시인 1993. 6. 4. 한국외환은행 고시 미화 1$당 기준환율은 금 803.70원인 사실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는바, 그렇다면 일단 원고가 입은 이 사건 3, 4차 화물 시가 상당 손해액은 금 58,445,064원(72,720×803.70)이 된다 할 것이다.
(2) 포장당 책임제한 항변
피고는, 이 사건 3차 화물에 대하여는 위 선하증권의 이면약관에 의하면 운송인은 포장 또는 단위당 500계산단위(SDR)의 범위 내에서만 손해배상책임을 지도록 되어 있는데 위 3차 화물의 선하증권상 포장의 개수는 모두 19개이므로 위 포장단위당 책임제한 액수인 9,500계산단위(500SDR×19 Cartons)이상의 책임은 없다고 항변하므로 살피건대, 위 각 선하증권에 피고 주장과 같은 약관이 기재되어 있기는 하지만 이러한 약관은 고의 또는 그 손해가 생길 염려가 있음을 인식하면서 무모하게 한 행위로 인한 불법행위 책임을 묻는 이 사건에 있어서는 적용될 수 없는 것이므로 피고의 위 항변은 이유 없다.
(3) 과실상계
다만 앞서 든 각 증거에 의하면 원고는 이 사건 신용장 유효기일 및 선적기일이 모두 경과한 이후에 위 3, 4차 화물을 선적함으로써 위 선적서류가 그 신용장조건에 불일치하는 것이어서 그 대금이 결제되지 않을 위험이 예상되었고, 이 사건 화물의 수입자인 위 이보셀리는 미국에 소재하고, 위 화물의 양륙지는 대만으로 서로 상이하였으며, 이 사건 화물이 부산항에서 대만의 키룽항으로 운송되는 데에는 2∼3일의 시간이 걸리는 데 반하여 소외 이보셀리가 소외 케미칼은행에게 송부되는 선하증권을 취득하여 다시 이를 키룽항에서 제시하는 정상적인 방법으로 이 사건 화물을 찾기에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이는 사실, 원고는 이 사건 4차 화물을 소외 고려해운과 사이에 정상적으로 운송계약을 체결하고 선적하였음에도 소외 이보셀리로부터 특별한 이유도 없이 피고가 아닌 다른 운송인으로부터 발급받은 선하증권에 대하여는 대금지급을 하지 않겠다는 내용의 통보를 받고서도 그 이유를 전혀 조사하여 보지도 아니한 채 다시 피고에게 고려해운 발행의 선하증권을 반환하고 피고 명의의 선하증권을 발행받은 사실을 인정할 수 있고 달리 반증이 없는바, 위 인정 사실에 의하면 원고로서도 이 사건 3, 4차 화물이 대만의 양륙항에 제대로 도착하여 선하증권의 정당한 소지인에게 인도되는지의 여부를 좀 더 세심하게 살피지 못한 과실이 있다고 할 것이고 원고의 위와 같은 과실은 이 사건 불법행위의 한 유발원인이 되었다고 봄이 상당하나 피고의 이 사건 불법행위 책임을 면하게 할 정도는 아니므로 피고가 배상할 손해액을 산정함에 있어 이를 참작하기로 하되, 위 사실관계에 비추어 보면 원고의 과실비율은 전체의 10%로 봄이 상당하다 하겠으므로 결국 피고가 원고에게 배상할 금액은 금 52,600,557원(금 58,445,064원×0.9, 원 미만은 버림)이 된다.
4. 결 론
그렇다면 피고는 원고에게 손해배상금 52,600,557원 및 이에 대하여 원고가 구하는 바에 따라 원고가 피고에게 그 손해배상을 최고한 날인 1993. 10. 5.부터 이 사건 소장부본 송달일임이 기록상 명백한 1994. 5. 6.까지 민법 소정의 연 5푼(원고는 1993. 5.부터 이 사건 소장부본 송달일까지 상법 소정의 연 6푼의 비율에 의한 지연손해금을 구하고 있으나, 상법 제54조의 상사법정이율은 상행위로 인한 채무나 이와 동일성을 가진 채무에 관하여 적용되는 것이고 상행위가 아닌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채무에는 적용되지 아니하므로 이를 받아들이지 않는다), 그 다음날부터 완제일까지 소송촉진등에관한특례법 소정의 연 2할 5푼의 각 비율에 의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할 것이므로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위 인정범위 내에서 이유 있어 이를 인용하고, 나머지 청구는 이유 없어 기각하며, 소송비용의 부담에 관하여는 민사소송법 제89조 , 제92조 를, 가집행선고에 관하여는 같은 법 제199조 를 각 적용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