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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중앙지방법원 2018.2.14. 선고 2017고합1190 판결
강간미수
사건

2017고합1190 강간미수

피고인

A

검사

김지혜(기소), 양효승(공판)

변호인

법무법인(유한) B(담당변호사 C)

판결선고

2018. 2. 14.

주문

피고인은 무죄.

이유

1.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은 약 5년 전부터 피해자와 알고 지내온 사람이다.

피고인은 2017. 5. 5. 08:30경부터 같은 날 09:00경까지 사이에 서울 관악구 D에 있는 피해자 E의 주거지에서, 술에 취해 화장실 바닥에 누워 있는 피해자를 양팔로 들어안아 침대로 옮기던 중 욕정을 느껴 피해자를 강간하기로 마음먹고 피해자를 침대에 눕힌 후 피고인의 겉옷을 벗고 속옷만 입은 상태에서 양손으로 피해자의 원피스를 위로 올리고 피해자의 성기가 보일 정도로 팬티를 내린 후 피해자를 간음하려 하였으나 피해자가 "하지마"라고 하면서 피고인을 발로 차고 팬티를 올려 입은 후 벽에 기대앉았고 이어서 피고인이 양손으로 피해자의 뺨을 수 회 때렸으나 피해자가 계속해서 "나 가라"라고 말하며 저항하는 바람에 그 뜻을 이루지 못하고 미수에 그쳤다.

2. 피고인 및 변호인의 주장 요지

피고인은 피해자로부터 도와달라는 요청을 받고 피해자의 주거지로 찾아가 화장실에 쓰러져 누워있던 피해자를 안아 침대에 눕히고 외상이 있는지 피해자의 팔을 들어 살펴보았는데, 피해자가 피고인을 알아보지 못하는 듯 욕설을 계속하였고, 피고인은 피해자가 남자친구와 연락을 하는 과정에서 절망적인 생각에 재차 자살을 시도할 것이 걱정되어 화장실에 있던 피해자의 휴대폰과 칼, 가위, 드라이버 등을 챙겨 위 주거지에서 나온 사실이 있을 뿐, 피해자의 주거지에서 조끼 이외의 옷을 탈의하거나, 피해자에 대하여 폭행, 협박으로써 성관계를 시도하거나 성적인 의미를 가지는 행동을 한 적이 없다.

3. 판단

가. 강간죄가 성립하려면 가해자의 폭행·협박은 피해자의 항거를 불가능하게 하거나 현저히 곤란하게 할 정도의 것이어야 하고, 그 폭행·협박이 피해자의 항거를 불가능하게 하거나 현저히 곤란하게 할 정도의 것이었는지 여부는 그 폭행·협박의 내용과 정도는 물론, 유형력을 행사하게 된 경위, 피해자와의 관계, 성교 당시와 그 후의 정황 등 모든 사정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하고(대법원 2001. 10. 30. 선고 2001도4462 판결 등 참조), 강간죄의 실행의 착수가 있었다고 하려면 강간의 수단으로 인정될 만한 폭행·협박이 있어야 한다. 피고인이 공소사실을 강력하게 부인하고 있고 기록상 공소사실에 부합하는 직접증거로는 사실상 피해자의 진술이 유일하며 나머지 증거는 모두 피해자의 진술에 기초한 전문증거 등에 불과한 경우 오로지 피해자의 진술에만 터잡아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기 위해서는 그 진술의 진실성과 정확성에 거의 의심을 품을 만한 여지가 없을 정도로 높은 증명력이 요구되고, 이러한 증명력을 갖추었는지 여부를 판단할 때는 피해자가 한 진술 자체의 합리성, 일관성, 객관적 상당성은 물론이고 피해자의 성품 등 인격적 요소까지 종합적으로 고려하여야 할 것이다(대법원 2012. 5. 10. 선고 2011도16413 판결 등 참조).

한편, 형사재판에서 공소가 제기된 범죄사실에 대한 입증책임은 검사에게 있는 것이고, 유죄의 인정은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공소사실이 진실한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게 하는 증명력을 가진 증거에 의하여야 하므로, 그와 같은 증거가 없다면 설령 피고인에게 유죄의 의심이 간다 하더라도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할 수 밖에 없다 할 것이다(대법원 2013.9.26. 선고 2012도3722 판결 등 참조).

나. 피해자는 수사기관과 이 법정에서 "피고인이 화장실에 누워 있던 자신을 양팔로 들어 침대로 옮겨 눕혔고, 원피스를 위로 올리고 성기가 보일 만큼 팬티를 내렸다. 이에 발로 피고인의 상체를 찼는데 당시 피고인은 상의와 하의를 벗고 팬티와 런닝만 입고 있었다."라고 반복하여 일관되게 진술하였다. 피해자가 당시 목격하였다는 피고인의 속옷에 관한 진술 내용(증거 기록 14쪽)은 이 사건 당일 피고인의 속옷을 촬영한 사진에 나타난 형태, 색상, 무늬 등과 대체로 부합하여(증거기록 34, 42쪽)1), 피고인이 상·하의를 탈의한 상태에 있었다는 피해자의 진술에는 객관성이 충분히 확보되어 있다.

따라서 피해자의 위 진술에 의하면, 피고인이 피해자를 침대에 눕힌 다음 상·하의를 탈의하여 속옷만 입은 상태에서 피해자의 팬티를 성기가 보일 만큼 내린 사실이 인정되고, 위 인정사실에 의하면 피고인에게 피해자를 간음하거나, 성행위를 하려는 의사가 있었다고 추단되기는 한다.

다. 그러나 이 법원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의 각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의 진술이나 주장에 자연스럽거나 합리적이라고 보기 어렵고 다소 수긍하기 어려운 부분도 있기는 하나,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인이 강간의 범의로 피해자의 항거를 불가능하게 하거나 현저히 곤란하게 할 정도의 유형력을 행사하였다는 사실이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충분히 증명되었다고 보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1) 먼저 피고인이 강간할 목적으로 피해자를 침대에 눕히고 누워 있는 피해자의 팬티를 내리면서 간음을 기도하였다는 사실만으로는 강간의 수단으로 피해자에게 폭행이나 협박을 개시하였다고 하기는 어렵다. 그리고 팬티를 내리기 이전에 피고인은 피해자를 화장실에서 침대로 옮겨 눕히고 상·하의를 탈의하였을 뿐, 그 외에 피해자에게 별다른 유형력을 행사한 적이 없으므로 피해자가 이미 어떠한 공포 상태에 빠져 있었다.고 볼 수 없다. 오히려 피해자는 피고인이 자신의 팬티를 내리자 "하지마"라고 말하고 발로 피고인의 상체를 밀어냈고 팬티를 올려 입은 사실에 비추어(증거기록 13쪽, 증인E 녹취서 19쪽), 피해자는 피고인의 행동에 대한 즉각적인 거부 내지 항거의 의사를 분명히 표명하였다.

2) 그 후의 상황에 관하여, 피해자는 이 법정에서 "그때 그분이 제 따귀를 때리면서 그때부터 서너 차례 맞았습니다. 나가라는 소리를 할 때마다 세게 때리고 그러다가 옷 입고 너랑은 안 되겠다고 그런 다음에"라고 진술하고(증인 E 녹취서 2쪽), 수사기관에

서도 "피고인이 심한 욕설을 하며 양팔로 저를 벽에 밀착시킨 다음 오른손으로 제 오른쪽2) 얼굴 뺨을 약 4대 정도 후려쳤습니다."라고 진술하였다(증거기록 13쪽). 피해자의 위 진술에 의하면 피고인이 피해자와 성관계를 하기 위하여 피해자에게 가한 유형력은 피해자의 뺨을 3~4회 정도 폭행한 것인데, 피고인이 위와 같이 폭행한 정도가 어떠한지 알 수 있는 근거가 없고, 위와 같은 피해자의 진술만으로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가한 유형력의 정도가 피해자가 항거하기 불가능하거나 곤란할 정도에 이르렀다고 보기 부족하다.

3) 따라서, 피고인이 피해자를 침대에 옮겨 눕힌 후 원피스를 위로 올리고 팬티를 내려 피해자와 성관계를 하려 하였다는 취지의 피해자의 진술만으로는 피고인이 피해자를 강간하기 위해 피해자를 폭행하였다는 사실을 인정하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피고인이 피해자를 강간하려 하였다는 점에 대한 증거는 피해자 진술이 유일한데, 피해자는 이 법정에서, 앞서 본 바와 같이 피고인이 피해자의 팬티를 벗기려 한 행위 외에 피해자에게 성적인 의미의 행위를 한 사실은 없다고 진술하였다). 4) 또한 다음과 같은 사정에 비추어보면, 위 폭행 시점에 피고인이 강제적인 간음까지 감행하려는 의사를 가지고 있었다거나, 이러한 의사에 따라 피해자를 상대로 항거 불능 또는 항거가 곤란한 폭행을 개시하였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가) 피고인은 위 폭행을 가하는 도중이나 그 직후에 성적인 의미를 부여할 만한 행동을 전혀 하지 않았고, 피해자도 피고인이 한 성적인 의미의 행위는 '팬티를 벗기려고 한 것' 외에는 없다고 하면서 '가슴이나 신체 부위를 만지거나 성기를 삽입하려고 시도하지는 않은 것이 확실하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증인 E 녹취서 20, 21쪽). 나) 자신의 체격이 186cm, 93kg이라는 피고인의 진술(증거기록 27쪽)과 이와 비교하여 상대적으로 왜소한 피해자의 체격과 당시 피해자의 쇠약한 상태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은 비교적 용이하게 피해자의 반항을 억압할 수 있었다고 보이는데, 피고인은 뺨을 때리는 이외의 물리력 행사에는 나아가지 않았다.

다) 피해자는 "저를 때리면서 제가 나가라고 하니까 또 때리고, 나가라고 하니까 또 때리고 그랬습니다."라고 진술하였는데(증인 E 녹취서 22쪽), 피해자는 피고인으로부터 폭행을 당하면서도 퇴거를 지속적으로 요청한 것으로 보이고 항거 의사가 제압되거나 약화되었다는 사정은 찾아보기 어렵다. 피해자는 그 후 피고인이 "너랑은 이제 안 되겠다."라고 말하고 화장실에 간 뒤 퇴거하였다고 진술하였는바(증인 E 녹취서 2, 22쪽), 피고인은 스스로 피해자에 대한 폭행을 중단하고 퇴거하였다.

5) 피해자는 2017. 5. 4. 새벽 피고인에게 '하루 이상 연락이 없으면 집에 들러주세요. 비밀번호 F.'라는 메시지로 피해자의 주거지 비밀번호를 알려주었고, 피고인은 2017. 5. 5. 아침 피해자에게 '오빠는 울 00이 잠든 줄 알고 솔직히 넘 속상해서 술마셨는데, OO이 넘 많이 사랑하자나, 지금 ○○이한테 갈까'라는 메시지와 같이 '사랑' 운운하며 피해자를 찾아가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는데, 피해자가 '나 좀 어떻게 해 주라, 지금은 누구든 옆에 있었으면 좋겠어'라며 긍정적인 취지로 읽힐 수 있는 메시지를 회신하자(증인 E 녹취서 12, 13쪽, 증 제1호), 피고인은 그 즉시 피해자의 주거지로간 것으로 보인다. 한편 피고인은 위 폭행 직후 피해자에게 '너랑은 이제 안 되겠다.'라고 말하였고(증인 E 녹취서 2, 22쪽), 그 이후 간음이나 여타 성행위를 위한 다른 시도는 하지 않은 채 퇴거하였다. 위와 같은 사정에 '피고인이 저한테 대시를 한 적이 있었어요. 그런데 제가 계속 거부를 했습니다.', '피고인이 다이아몬드 모양 목걸이도 선물로 사주었어요.'라는 피해자의 진술(증인 E 녹취서 2, 6쪽), 피해자가 피고인을 상당히 신뢰하고 고민도 털어놓았다는 피고인과 피해자의 공통된 진술을 더하여 보면, 피고인은 피해자의 명확한 의사를 확인하지 않은 채 내심으로는 피해자와의 간음이나 성행위가 이어질 수도 있다고 기대하며 팬티를 내렸을 수는 있으나 피해자가 즉시 저항하며 퇴거를 요구하자 내심의 기대와 다른 피해자의 행동에 대한 실망감이나 피해자에 대한 분노심이 일어 충동적으로 피해자를 폭행하였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할 것이다.

4. 결론

그렇다면 피고인에 대한 이 사건 공소사실은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의하여 무죄를 선고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재판장판사김수정

판사장태영

판사장선종

주석

1) 피고인은 평소 흰색 메리야스에 남색 팬티를 입고 여름철에는 상의를 벗고 일하여 피해자가 이를 보고 기억하고

있다가 수사기관에서 위와 같이 진술하였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피해자가 과거 여름철에 목격하였던 경험을 가

지고 이 사건 당일과 같은 봄철에도 피고인이 당연히 흰색 메리야스를 입고 있었으리라 추측하여 진술하였다고

보기 어렵고, 위 주장에 의하더라도 피해자가 피고인의 팬티 특징까지 진술한 것을 합리적으로 설명할 수는 없

으며, 피해자는 이 사건 이전에 피고인의 속옷을 본 적이 없다고 진술하였다(증인 E 녹취서 4쪽).

2) 논리적으로 가능하지 않은 행위로서 '오른쪽'에 대한 진술은 피해자의 착오에 기한 진술인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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