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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19. 10. 31. 선고 2017다204490, 204506 판결
[임대차보증금·손해배상(기)][미간행]
판시사항

[1] 민사소송법 제202조 가 선언하고 있는 자유심증주의의 의미 및 법관의 사실인정 방법과 한계

[2] 어떤 특정한 사항에 관하여 상반되는 여러 개의 감정 결과가 있는 경우, 감정 방법의 적법 여부를 심리·조사하지 않은 채 어느 하나의 감정 결과를 다른 감정 결과와 상이하다는 이유만으로 배척할 수 있는지 여부(소극) 및 동일한 감정사항에 대하여 2개 이상의 감정기관이 서로 모순되거나 불명료한 감정의견을 내놓고 있는 경우, 감정 결과를 증거로 채용하여 사실을 인정하기 위하여 법원이 취하여야 할 조치 / 이러한 법리는 전문적인 학식과 경험이 있는 자가 작성한 감정의견이 기재된 서면이 서증의 방법으로 제출된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되는지 여부(적극)

[3] 갑이 을로부터 임차한 점포에 화재가 발생하였는데, 갑과 을이 각자 상대방이 지배·관리하는 영역에서 화재가 발생하였다고 주장하며 서로에 대하여 손해배상 등을 구한 사안에서, 발화지점 등 특정한 사항에 관하여 상반되는 소방서, 경찰청 수사과 과학수사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감식 결과에 모순되는 점이나 불명확한 점 등을 해소하기 위하여 필요한 조치를 강구하거나 석명권을 적절히 행사하는 등의 방법으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한 채 화재가 임대인인 갑과 임차인인 을이 지배·관리하는 영역 중 어느 영역에서도 발생하였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다고 본 원심판단에 심리미진의 잘못이 있다고 한 사례

원고(반소피고), 상고인 겸 피상고인

원고(반소피고) (소송대리인 법무법인(유한) 태평양 담당변호사 김인만 외 1인)

피고(반소원고), 피상고인 겸 상고인

피고(반소원고)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큐브 담당변호사 김봉석 외 5인)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대구지방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상고이유서 제출기간이 지난 다음 제출된 상고이유보충서 등의 기재는 상고이유를 보충하는 범위에서)를 판단한다.

1. 원고(반소피고)의 상고이유 제1, 2점과 피고(반소원고)의 상고이유 제1점에 대하여

가. 민사소송법 제202조 가 선언하고 있는 자유심증주의는 형식적·법률적 증거규칙에 얽매일 필요가 없다는 것을 뜻할 뿐 법관의 자의적 판단을 허용하는 것은 아니므로, 사실의 인정은 적법한 증거조사절차를 거친 증거능력 있는 증거에 의하여 정의와 형평의 이념에 입각하여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따라 하여야 하고, 사실인정이 사실심의 재량에 속한다고 하더라도 그 한도를 벗어나서는 안 된다 ( 대법원 1982. 8. 24. 선고 82다카317 판결 , 대법원 2016. 6. 10. 선고 2013다13832 판결 등 참조).

또한 어떤 특정한 사항에 관하여 상반되는 여러 개의 감정 결과가 있는 경우 각 감정 결과의 감정 방법이 적법한지 여부를 심리·조사하지 않은 채 어느 하나의 감정 결과가 다른 감정 결과와 상이하다는 이유만으로 그 감정 결과를 배척할 수는 없다 ( 대법원 1992. 3. 27. 선고 91다34561 판결 등 참조). 그리고 동일한 감정사항에 대하여 2개 이상의 감정기관이 서로 모순되거나 불명료한 감정의견을 내놓고 있는 경우 법원이 그 감정 결과를 증거로 채용하여 사실을 인정하기 위해서는 다른 증거자료가 뒷받침되지 않는 한, 각 감정기관에 대하여 감정서의 보완을 명하거나 증인신문이나 사실조회 등의 방법을 통하여 정확한 감정의견을 밝히도록 하는 등 적극적인 조치를 강구하여야 한다 ( 대법원 1994. 6. 10. 선고 94다10955 판결 , 대법원 2008. 2. 14. 선고 2007다64181 판결 등 참조). 이러한 법리는 전문적인 학식과 경험이 있는 자가 작성한 감정의견이 기재된 서면이 서증의 방법으로 제출된 경우에 사실심법원이 이를 채택하여 사실인정의 자료로 삼으려 할 때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될 수 있다.

나. 원심은 이 사건 임대차 목적물인 원고 점포가 이 사건 화재로 인하여 더 이상 임차 목적으로 사용·수익할 수 없는 상태에 이르렀다고 하면서 다음과 같은 이유로 이 사건 화재가 임대인인 피고(반소원고, 이하 ‘피고’라고 한다)가 지배·관리하는 영역과 임차인인 원고(반소피고, 이하 ‘원고’라고 한다)가 지배·관리하는 영역 중 어느 영역에서도 발생하였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다고 판단하였다.

① 이 사건 화재의 발화원인을 전기 배선의 단락으로 단정할 수 없다.

② 원고 점포와 임대인인 피고 주택이 서로 붙어 있고, 그 사이 부근에서 화재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되지만, 발화지점에 관하여 성주소방서, 경북지방경찰청 수사과 과학수사계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감식 결과가 서로 일치하지 않는다.

③ 이 사건 화재 당시 목격자인 소외 1은 “피고의 주택 안쪽으로 들어갔으나 마당 쪽에서 불길을 보지 못하였다.”라고 증언하였다.

④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감식 결과(이하 ‘국과수 감식 결과’라 한다)가 피고가 주장하는 발화지점에 부합하는 듯하지만, 이는 이 사건 화재 발생 이후 약 2년이 경과한 뒤에 현장 조사를 실시한 것이므로, 그 결과의 정확성을 단정하기 어렵고, 국과수 감식 결과도 정확한 발화원을 단정하기는 어려운 상태라고 하였다.

다. 그러나 원심의 이러한 판단은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받아들이기 어렵다.

1) 원심이 증거로 채택한 국과수 감식 결과는 발화지점을 원고 점포 내부로 추정하고 있는데, 그 주된 이유로 다음과 같은 사항을 들고 있다.

① 이웃한 건물의 옥상에서 본 화재 건물 지붕의 연소 형태가 원고 점포 내인 원심판결 별지 4 도면의 A 부분을 중심으로 주변으로 번져간 형태를 보이고 있다.

② 만약 피고 주택 부근인 별지 4 도면 Y 부분이나 B 부분 등에서 발화되어 그 화염이 주변으로 번져갔다면 연소의 연속성에 의해 원고 점포 부분에 B 및 Y 부분에서 접근한 화염에 의해 연소된 형상이 일관되게 식별되어야 하나 그러한 식별이 확인되지 않는다.

③ 별지 4 도면의 A 부분 근방 콘센트, 플러그, 전원선에 전기적 특이점이나 전기합선 등에 의한 전기 스파크 용융의 특이점, 전기합선에 의한 용단 형상의 특이점이 발견된다. 반면 피고 주택인 별채로 가는 전원선에서 Y와 T 부분의 확인 가능한 범위 내의 전선 등에서 전기적 특이점이 식별되지 않는다.

그런데 국과수 감식 결과는 주로 이웃한 건물 옥상에서 본 연소 형태 등을 근거로 한 것으로서, 위 감식 결과의 참고사항에는 ‘이 사건 화재 이후 2년 정도가 지난 다음 이루어진 것이므로 조사 당시의 상태가 화재 당시와 얼마만큼의 변형 등이 있었는지 구체적으로 알기 어려웠다’고 되어 있다. 그렇다면 국과수 감식 결과를 증거로 채택하여 사실을 인정하기 위해서는 먼저 그 기간 동안 화재 현장에 변형이 있었는지, 그러한 변형 가능성에 따라 감식 결과가 달라질 수 있는지 등을 밝혀 보았어야 한다.

또한 국과수 감식 결과와 같이 원고 점포 내인 별지 4 도면의 A 부분에서 화염이 번져나갔다면 피고 주택인 B와 Y 부분까지 A 부분에서 접근한 화염에 의해 연소된 형상이 일관되게 식별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국과수 감식 결과는 피고 주택인 B와 Y 부분에서 확장된 화염에 의한 연소 형상도 관찰된다고 기재되어 있다. 이러한 형상이 발화지점을 별지 4 도면의 A 부분으로 본 같은 감식 결과와 양립가능한 것인지 명확하지 않다.

나아가 성주소방서와 경북지방경찰청 수사과 과학수사계의 감식 결과는 발화지점을 피고 주택 부근으로 본 근거로, 화재의 확산 속도와 손실 정도에 비추어 화재로 인한 피해가 큰 피고 주택 부근을 발화지점으로 보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점,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발화지점으로 지목한 별지 4 도면 A 부분 지점의 전기 배선 합선 흔적 등을 고려하더라도 그곳의 연소 정도가 미약하다는 점 등을 들고 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감식 결과가 연소 형태 외에 이러한 화재 현장의 전체적인 연소 정도 등을 함께 고려한 것인지도 불명확하다.

그리고 국과수 감식 결과는 확인 가능한 범위 내에서 피고 주택 쪽에 전기 배선상 특이점 위치에 따른 발화지점을 발견하지 못하였다고 하였으나, 그 내용이 피고 주택 쪽에 있을 수 있는 정확한 발화원인을 특정하기 어렵다는 것인지 아니면 피고 주택 쪽 발화원인은 배제할 수 있다는 것인지도 분명하지 않다[경북지방경찰청 수사과 과학수사계는 같은 현상에 대하여 ‘피고 주택 부근에 전기 배선 및 그라인더의 잔해 일부가 관찰되지만 강한 연소로 전기 배선의 3차흔(외열에 의한 용융흔)과 일부만이 남은 전기 기기의 잔해만으로 구체적인 발화원인을 논단하기 어렵다’고 하면서도 피고 주택 부근을 발화지점으로 특정하고 있다. 만약 국과수 감식 결과가 피고 주택 쪽 발화원인을 배제할 수 있다는 것이라면 피고 주택 부근을 발화지점으로 특정한 경북지방경찰청 수사과 과학수사계의 감식 결과와 정면으로 배치된다].

이처럼 국과수 감식 결과는 일부 모순되거나 불명료한 의견을 내놓고 있는 경우에 해당된다고 볼 여지가 있으므로, 원심으로서는 위 감식 결과를 실시한 기관에 대하여 감정서 보완을 명하거나 증인신문이나 사실조회 등 방법을 통하여 정확한 감정의견을 밝히도록 하는 등 적극적인 조치를 강구하였어야 함에도 이와 같은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2) 원심은 이 사건 화재 당시 목격자인 소외 1이 ‘피고의 주택 안쪽으로 들어갔으나, 마당 쪽에서 불길을 보지 못하였다’고 한 증언 등을 바탕으로 이 사건 화재가 임대인인 피고가 지배·관리하는 영역에서 발생하였다고 보기 어렵다고 보았다.

소외 1은 피고 주택 안쪽으로 들어가 피고의 처를 데리고 나왔다고 진술하였는데, 피고의 처는 경찰 조사 당시 ‘피고의 주택에서 나와 주택 대문으로 나가는 수돗가 앞 컨테이너의 신발을 벗는 곳에 앉아 있다가 소외 1과 함께 주택을 빠져나왔다’고 진술하였다. 컨테이너가 그려진 원심판결 별지 3 도면에 따르면 컨테이너 앞쪽은 피고 주택 측면에 위치하고 있어 주택에 가려 주택 마당 쪽을 볼 수 없는 곳이었다고 볼 여지가 있다. 따라서 원심으로서는 소외 1이 피고의 처를 데리고 나온 위치가 어디인지, 그곳에서 피고 주택에 난 화재를 볼 수 있는지 여부 등을 분명히 밝혀서 소외 1 증언의 신빙성 여부를 판단하였어야 한다. 그런데도 원심은 이러한 조치를 취하지 않고 위와 같은 사실을 인정하였다.

3) 국과수 감식 결과는 참고사항으로 ‘화재 목격자들의 화재 인지로부터 피신까지의 일련의 행위, 화재 당시 불꽃의 위치, 불꽃의 크기 등에 대한 수사 결과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발화지점을 판단하여야 한다’고 하고 있다. 그런데 기록에 따르면 다음 사실을 알 수 있다.

① 화재 당시 피고는 주택 안쪽 방에서 전등 스위치를 켰으나 켜지지 않아 누전차단기가 작동된 것으로 생각되어 마당에 나와 보니 마당에 적재된 중고낚싯대에 화염이 거세게 일고 있어 원고 부부에게 화재 상황을 알리고 대피하였다고 진술하였다.

② 화재 당시 원고 점포 내에 있던 손님은 당시 술을 마시고 있었는데, 점포 뒤편에서 ‘펑’하는 소리가 들린 후 피고가 ‘불이야’라고 소리치는 것을 듣고 점포 밖으로 나가 보니 원고 점포 뒤쪽 건물 중앙 부분에서 연기가 나는 것을 보고 불이 난 것을 알았으며, 술을 마시고 있을 때 타는 냄새를 맡지 못하였고 정전이 된 적도 없었다고 진술하였다.

③ 화재를 최초로 목격하여 119에 신고를 하였던 소외 2는, 원고 점포 뒤쪽에서 시작된 불이 낚시점으로 옮겨붙기 시작하면서 ‘펑’하는 소리가 나기 시작했고, 그 소리가 들리고 낚시방 안쪽에서 연기와 함께 화염이 보여 119 신고하였으며, 정확한 화재 지점은 모르나 원고 점포 화장실 뒤편 낚시방에서 연기가 나는 것을 보았고 피고가 밖으로 뛰어나와 ‘불이야’라고 소리치는 것을 듣고 자신의 일행이 원고 점포로 뛰어가 식당 안에 있던 사람에게 건물 뒤편에 불이 났다고 알려 주었다고 진술하였다.

이러한 사실관계에 따르면 이 사건 화재로 인하여 피고 주택에서 먼저 정전이 된 다음 원고 점포에 화염이 옮아 붙었거나 원고 점포에 정전이 된 것으로 볼 여지가 있으므로 원심으로서는 이러한 진술이 국과수 감식 결과의 화재 지점 판단과 모순되지는 않는지, 원고 점포나 피고 주택 내에 폭발할 물건은 없었는지 등을 밝혀 보았어야 한다.

4) 이와 같이 원심은 특정한 사항에 관하여 상반되는 성주소방서, 경북지방경찰청 수사과 과학수사계의 감식 결과와 국과수 감식 결과에 모순되는 점이나 불명확한 점 등을 해소하기 위하여 필요한 조치를 강구하거나 석명권을 적절히 행사하는 등 방법으로 심리를 한 다음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따라 상반되는 감정 결과의 신빙성 여부 등을 판단하였어야 한다.

5) 그럼에도 원심은 위와 같은 사정들을 면밀히 살펴보거나 심리하지 않은 채 그 판시와 같은 사정만으로 이 사건 화재가 임대인인 피고가 지배·관리하는 영역과 임차인인 원고가 지배·관리하는 영역 중 어느 영역에서도 발생하였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다고 판단하였다.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아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를 지적하는 원고와 피고의 상고이유 주장은 정당하다.

2. 그러므로 나머지 상고이유에 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별 지 1] 목록: 생략]

[[별 지 2] 도면: 생략]

[[별 지 3] 도면: 생략]

[[별 지 4] 도면: 생략]

대법관 김상환(재판장) 박상옥 안철상(주심) 노정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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