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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행법 2008. 2. 20. 선고 2007구합22115 판결
[난민인정불허처분취소] 확정[각공2008상,608]
판시사항

[1] 출입국관리법 제76조의2 제1항 에 정한 법무부장관의 난민인정행위의 법적 성질

[2] 외국인에 의한 난민인정신청이 있을 경우 법무부장관이 취해야 할 조치

[3] 난민의 지위에 관한 협약(1951. 7. 28.)상 난민의 요건 중 박해의 의미

[4] 난민으로 인정하기 위하여 ‘박해에 대한 공포’의 근거를 판단하는 방법

[5] 난민의 요건에 관한 증명책임의 소재 및 증명의 정도

[6] 콩고 국가정보원(ANR)의 정보요원으로 활동하던 콩고인이 난민인정을 신청한 사안에서, 신청인은 콩고 정부로부터 정치적 의견을 이유로 ‘박해를 받을 충분한 근거 있는 공포’를 갖고 있다고 볼 수 있으므로, 신청인의 난민인정신청을 불허한 처분은 위법하다고 한 사례

판결요지

[1] 출입국관리법 제76조의2 제1항 은 외국인으로부터 난민의 인정에 관한 신청이 있는 때에 그 외국인이 난민임을 인정할 수 있다고만 규정하고 그에 따라 인정되는 난민에게 어떠한 국내법적 지위가 부여되는지에 관하여 아무런 규정도 두고 있지 않으나, 이는 위 난민인정행위에 의하여 해당 외국인에게 일정한 범위 내에서 적법한 국내체재자격을 부여하는 비호의 취지가 당연히 포함되어 있는 것으로 해석함이 상당하고, 따라서 위 규정에 의한 법무부장관의 난민인정행위를 단순히 신청자가 난민의 지위에 관한 협약 등에서 정한 난민의 요건을 갖추었는지 확인하는 의미에 그치는 것으로 볼 수는 없으며, 오히려 난민의 요건을 갖춘 외국인에게 일정한 권리를 부여하는 설권행위(설권행위)로서 이에 관하여 법무부장관에게 일정한 재량이 부여된 것으로 보아야 한다.

[2] 법무부장관은 외국인에 의한 난민인정신청이 있을 경우 먼저 난민의 지위에 관한 협약 등에서 정한 난민으로서 요건을 갖추었는지 여부를 확정한 후, 그 요건을 갖춘 것으로 인정되는 경우에는 이를 기초로 그를 출입국관리법 제76조의2 제1항 의 난민으로 인정하여 적법한 국내체재자격 부여 등 일정한 비호를 부여할 것인지, 아니면 난민으로 인정됨에도 제3국으로 강제 퇴거시키거나 보호상태를 계속할 것인지 여부에 관한 적정한 재량을 행사하여야 하고, 만일 그 재량권의 행사에 앞서 난민의 지위에 관한 협약 등에서 정한 난민의 요건을 갖추었는지 여부에 관한 사실인정을 그르쳐 필요한 재량권 행사를 전혀 하지 않았다면 그 처분은 위 사유만으로 위법하여 취소되어야 한다.

[3] 난민의 지위에 관한 협약(1951. 7. 28.)상의 난민은 인종, 종교, 민족, 특정 사회집단의 구성원 신분 또는 정치적 의견을 이유로 박해를 받을 우려가 있다는 충분한 근거 있는 공포를 요건으로 하는데, 여기에서의 ‘박해’가 무엇을 의미하는지에 관하여는 확립된 견해는 없지만, 일단 생명 또는 신체의 자유와 같은 중대한 인권에 대한 침해행위가 이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고, 그 밖에 일반적으로 문명사회에서 허용될 수 없을 것으로 생각되는 부당한 차별, 고통, 불이익의 강요 등이 이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

[4] 난민으로 인정되기 위해서는 신청인이 박해에 대한 공포를 느끼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그 공포에 대한 충분한 근거가 요구되는데, 합리적인 통상인이 신청인에게 주어진 것과 같은 총체적 경험과 상황 속에 놓일 경우 박해에 대한 공포를 느낄 것으로 판단된다면 그 공포는 충분한 근거를 갖춘 것으로 보아야 하고, 여기서 말하는 신청인에게 주어진 총체적 경험과 상황을 판단할 때에는 신청인의 국적국 내에 존재하는 일반적인 인권상황을 고려하여야 함은 물론이지만, 나아가 그와 같은 신청인의 국적국에 관한 일반적인 상황이 어떠한 구체적 사정 속에서 신청인에 대한 박해 가능성으로 연결될 수 있는지에 관하여도 검토하여야 하며, 이 점에 관한 사실관계는 일차적으로 신청인 자신에 의하여 제공되어야 한다.

[5] 난민의 요건은 신청을 제출한 사람이 증명책임을 지는 것이 일반적인 법원칙이다. 그러나 난민은 그 성격상 박해의 내용이나 가능성, 원인에 관한 충분한 객관적 증거자료를 갖추지 못하는 것이 오히려 일반적이므로, 그 증명의 정도에서 난민에게 객관적 증거자료에 의하여 주장사실 전체를 입증하도록 요구할 수는 없고 단지 그 진술의 전체적인 신빙성만 수긍할 수 있으면 되지만, 이를 위해서는 적어도 주장사실 자체로서 일관성과 설득력을 갖추어야 하고 일반적으로 알려져 있는 사실과 상반되어서는 안 된다. 따라서 신청인의 주장이 신뢰성 있는 것으로 생각되면, 그 주장에 반하는 상당한 이유가 없는 한, 증거가 불충분한 경우라도 신청인에게 유리한 해석에 의한 이익(benefit of the doubt)을 부여하여야 한다.

[6] 콩고 국가정보원(ANR)의 정보요원으로 활동하던 콩고인이 난민인정을 신청한 사안에서, 신청인은 콩고 정부로부터 정치적 의견을 이유로 ‘박해를 받을 충분한 근거 있는 공포’를 갖고 있다고 볼 수 있으므로, 신청인의 난민인정신청을 불허한 처분은 위법하다고 한 사례.

참조조문

[1] 출입국관리법 제76조의2 제1항 [2] 출입국관리법 제76조의2 제1항 [3] 출입국관리법 제2조 , 난민의 지위에 관한 협약(1951. 7. 28) 제1조 [4] 출입국관리법 제2조 , 난민의 지위에 관한 협약(1951. 7. 28) 제1조 [5] 출입국관리법 제2조 , 난민의 지위에 관한 협약(1951. 7. 28) 제1조 [6] 출입국관리법 제2조 , 제76조의2 제1항 , 난민의 지위에 관한 협약(1951. 7. 28) 제1조, 행정소송법 제19조

원고

원고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소명외 1인)

피고

법무부장관

변론종결

2007. 12. 12.

주문

1. 피고가 2005. 6. 7. 원고에 대하여 한 난민인정불허처분을 취소한다.

2. 소송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청구취지

주문과 같다.

이유

1. 처분의 경위

다음의 각 사실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거나, 갑1호증, 을2, 3호증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이를 인정할 수 있다.

가. 원고는 콩고민주공화국(이하 ‘콩고’라고 한다)의 국민으로서, 2002. 9. 16. 한국에 입국하여 2002. 11. 20. 피고에게 출입국관리법 제76조의2 에 근거한 난민인정신청을 하였다.

나. 이에 피고는 원고가 난민의 지위에 관한 협약(1951. 7. 28., 이하 ‘난민협약’이라고 한다) 및 난민의 지위에 관한 의정서(1967. 1. 31. 이하 ‘난민의정서’라고 한다)에서 난민의 요건으로 규정한 ‘박해를 받게 될 것이라는 충분한 근거가 있는 공포’를 가진 것으로 인정할 수 없다는 이유로, 2005. 6. 7. 원고에 대한 난민인정을 불허하는 처분(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고 한다)을 하였다.

2. 이 사건 처분의 적법 여부

가. 원고의 주장

원고는 ANR 직원으로서 콩고 분할계획과 정부관료의 부패 및 지역차별정책 등의 문제를 제기하고 야당인 UDPS에게 위와 같은 내용의 정보를 제공했다는 이유로 콩고 정부의 정보기관인 ANR에 의해 두 차례나 체포되어 고문을 당하였는바, 이는 정치적 의견으로 인한 박해라고 할 수 있고, 위와 같은 박해사실과 콩고의 열악한 인권상황 등을 고려할 때, 원고가 다시 자신의 국적국인 콩고에 돌아갈 경우 콩고 정부로부터 받게 될 박해에 대한 공포는 충분한 근거가 있다.

따라서 원고는 콩고 정부로부터 박해를 받을 충분한 근거가 있는 공포로 인하여 국적국의 보호를 받는 것을 원하지 아니하는 자에 해당하고, 이와 달리 본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다.

나. 관계 법령

별지 관계 법령 기재와 같다.

다. 인정 사실

다음의 각 사실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거나, 갑3 내지 6호증, 갑9호증의 1, 2, 3, 갑11호증의 1 내지 14, 갑12호증의 1, 2, 갑13호증, 갑14호증의 1, 2, 갑15 내지 18호증, 갑19호증의 1, 2, 을1호증의 3 내지 10, 을2, 3, 4호증의 각 기재와 증인 이호택의 증언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이를 인정할 수 있다.

(1) 원고의 출생과 성장배경

(가) 원고는 1967. 10. 15. 콩고의 반둔두의 빈둥기 지역의 키토니 마을에서 아버지인 소외 1과 어머니인 소외 2 사이에서 태어나 ○○라는 이름이 지어졌다.

(나) 원고는 1983.경부터 키크윗에 소재한 푼구고등학교를 졸업하면서 초등학교 교사자격증인 교육학 자격증을 취득한 다음, 1991.경부터 킨샤샤자유대학교에서 경제학을, 1995.경부터 고등철학문학학교에서 정보학을 각 전공하였다.

(다) 원고가 대학생 신분이던 1991.경부터 콩고의 최대야당인 UDPS(민주주의와 사회발전을 위한 연합, Union pour la Democratie et le Progres Social)의 당원으로 활동하였고, 킨샤샤자유대학교 졸업 전에 ANR(국가정보원, Agence National des Renseignements)의 인턴으로 근무하게 된 것을 계기로 2001. 10. 5. 정식직원으로 채용되어 ANR의 정보원으로서 정보를 수집하고 정보의 진위를 가려 고위 관료들에게 보고하는 업무를 담당하였다.

(2) 원고의 ANR 내 활동

(가) ANR의 총책임자는 콩고의 대통령인 죠셉 카빌라, 국내정보부분 국장은 엠부비 코니 카쿠지, 대외안전국의 국장은 카자디 엔고이였고, 원고가 속한 정보분석팀(대외안전국 산하)의 팀장은 마얄라였으며, 원고의 동료들로는 카투나, 랑게 등이 있었다.

(나) 원고가 ANR의 정보요원으로 활동하던 2002.경, 대통령 출신지인 카탕가 지역 출신자들을 우대하는 ANR 내 지역차별정책, 카탕가 지역의 언어인 스와힐리어를 ANR의 공식언어로 사용함에 따른 보고서 왜곡 문제 등을 비판적으로 다룬 보고서를 작성하여 대통령 집무실 및 ANR 각 국장들에게 제출하였다.

(다) 원고는 위 보고서로 인해 2002. 4. 23. ANR 요원들에게 체포되어 ANR 내의 비밀감옥에 2002. 5. 15.까지 구금되었고, 위 기간 동안 ‘원고의 배후를 밝히라’는 추궁을 받으며 구타와 고문에 시달렸다.

(라) 원고의 석방 무렵 콩고 북부에서 활동중이던 반군 지도자 장 삐에르 벰바의 군대가 브라자빌에 와서 킨샤샤를 공격하여 쿠데타를 일으킬 것이라는 첩보가 입수되자, ANR은 원고를 비롯한 정보분석팀 요원 4명에게 반군들이 어떤 경로로 브라자빌에 왔는지 확인하라는 임무를 부여하였고, 이에 위 사람들은 사업가로 위장하여 2002. 5. 27.부터 2002. 6. 3.까지 브라자빌에서, 킨샤샤대학의 학생으로 위장하여 2002. 6. 9.부터 같은 달 23.까지 장 삐에르 벰바가 이끄는 반군의 거점인 베니 지역에서 각 정탐활동을 수행하였다.

(마) 원고의 일행은 베니에서 장 삐에르 벰바의 총서기인 올리비에 까미따뚜를 만났는데, 그가 원고의 출신지역인 반둔두 출신이며 그의 아버지가 유명한 정치인 까미따뚜 마삼바라는 것을 알고는 그와 허심탄회하게 대화를 나누게 되었다.

(바) 원고는 그로부터 콩고 분할계획(우간다, 르완다, 브룬디가 반군을 통해 콩고를 4개의 지역으로 분할하려는 계획으로서, 콩고의 전 대통령인 로랑 카빌라가 르완다 및 우간다의 지원을 받아 권력을 장악할 때 콩고 동부의 작은 마을인 L'hemere에서 콩고 영토의 일부를 두 나라에게 양도하겠다는 조약을 맺은 것이 그 시초가 되었다)을 전해 듣게 되었고, 정부 주요관료들은 표면적으로 반군과 싸우는 것처럼 하면서 전쟁을 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위 계획에 동조하고 있다는 사실 또한 알게 되었다.

(사) 원고 일행의 팀장인 마얄라는 정탐과정에서 알게 된 내용이 보고될 경우 미치게 될 파장이 두려워 사실과 다른 보고서를 자신과 원고의 공동명의로 작성하여 제출하였으나, 원고는 공식보고서와는 별도로 약 20페이지 분량의 다음과 같은 내용의 보고서를 작성하여 2002. 6. 29. 대통령 집무실 및 ANR 각 국장들에게 제출하였고(콩고분할계획에 관한 문서와 각종 녹음테이프를 첨부하였다), UDPS에게도 비밀리에 송부하였다.

① 외국과 반군과 콩고 정부가 서로 모의하여 콩고를 분할하려는 콩고 분할계획을 진행하고 있다.

② 콩고의 현 대통령인 죠셉 카빌라는 전 대통령인 로랑 카빌라의 친자가 아닌 양자로서 르완다 출신이며 콩고 내 반군지도자들 역시 르완다 등의 주변국 출신이다.

③ 콩고 정부군과 반군의 지도자들이 금과 다이아몬드 등 지하자원을 당국의 허가 없이 외국과 불법 거래하였고, 정부 관료와 반군들이 콩고 내 지하자원 채굴권을 가지고 외국 투자자들과 중복계약을 체결한 후 이로 인해 생긴 이득금을 가지고 무기를 구매하였다.

④ 부패한 정부의 고위층 인사들과 반군 지도자의 명단

(아) 원고는 위 보고서로 인해 2002. 7. 1. ANR 요원들에게 체포되어 ANR 내의 비밀감옥에 구금되었고, ANR 요원들은 원고의 집을 수색하여 UDPS와 관련된 기록, 특히 UDPS와 주고받은 편지 등을 압수하였다.

(자) 원고의 동료인 베야와 엔잣지는 원고가 위 보고서를 작성하여 여러 사람들에게 제출하였을 뿐만 아니라, UDPS 당원으로서 UDPS에게도 위 보고서를 제공하였다는 사실이 발각되었기 때문에 원고의 목숨이 위태롭다고 판단하여 2002. 7. 2. 3:00경 간수를 매수하여 원고를 탈출시켰다.

(3) 원고의 탈출 및 입국경위

(가) 원고는 그 후 킨샤샤에 있는 친구의 집에 머물다가 2002. 7. 2. 10:00경 UN콩고평화유지군 사무실에서 예전부터 알고 지내던 사무실 직원인 미국인 크리스를 만나 콩고로부터 탈출시켜 줄 것을 부탁하였고, 렘바에 있는 친구인 아돌프 집에서 있다가 다시 빌로코라고 불리는 호텔에서 일주일간 머문 후에 UDPS 총서기인 마샴바에게 부탁하여 UDPS의 비밀장소인 미콩가 농장에서 숨어 지냈다.

(나) 그 후 엔잣지와 베야 그리고 아돌프의 도움으로 외교부에서 이름과 발행 날짜가 위조된 콩고 여권을 만들었고(다만, 콩고 정부의 추적을 피하기 위해 실제 이름인 Thona Yiombi를 사용하지 않고 Lukaku Patrick이라는 이름의 여권을 만들었고, 여권발급 일자 역시 비밀감옥에서의 탈출일자 이전으로 소급하여 위조하였다), 크리스와 함께 원고의 남동생이 원고 대신 주콩고 중국대사관에 가서 관광비자를 받은 후 2002. 7. 18. 킨샤샤 느질리 공항을 출발하여 2002. 7. 22. 중국에 입국하였다.

(다) 원고는 중국에 도착한 후 콩고 여자 유학생 타티 미얀다의 도움을 받으며 체류하면서 콩고와 중국간의 우호적인 관계 때문에 신변이 안전하지 않다고 생각하여 태국으로의 출국을 모색하던 중, 미얀다의 친구가 알고 있는 한국 체류 콩고인으로부터 국제페스티벌 참가 명목으로 초청장을 받아 이를 이용하여 한국 비자를 받아 2002. 9. 15. 중국 천진항을 출발하여 배를 타고 2002. 9. 16. 인천항을 통해 입국하였다.

(라) 원고는 현재 가평 소재 한 공장에서 일하면서, 매월 2, 3회 정도 인터넷 라디오를 통하여 콩고에 있는 반정부인사 등과 대담하는 정치평론 프로그램에 게스트로 초청되어 활동하고 있다.

라. 판 단

(1) 난민의 요건 및 입증책임

(가) 난민협약의 난민 요건과 출입국관리법상 난민인정행위의 성격

① 난민협약과 난민의정서는 그 적용대상이 되는 난민을 ‘인종, 종교, 민족, 특정 사회집단의 구성원 신분 또는 정치적 의견을 이유로 박해를 받을 충분한 근거가 있는 공포로 인하여, 자신의 국적국 밖에 있는 자로서, 국적국의 보호를 받을 수 없거나 또는 그러한 공포로 인하여 국적국의 보호를 받는 것을 원하지 아니하는 자’라고 규정하고 있는바, 이러한 난민의 요건은 우리나라 출입국관리법 제2조 제2의2호 에서 그대로 규정되어 있다.

한편, 난민협약상 난민의 요건은 선언적인 규정이지 창설적인 규정은 아니므로 위 요건을 충족하면 당연히 난민협약에서 정한 난민에 해당한다 할 것이나{국제연합 난민고등판무관사무소 국제보호국이 발행한 난민지위인정에 관한 실무 지침서인 ‘난민지위 인정기준 및 절차 편람’(이하 ‘편람’이라고 한다) 제28항 참조}, 난민협약은 체약국으로 하여금 협약에서 정한 난민에 대하여 항상 이를 받아들여 비호(비호, Asylum)를 부여하도록 의무지우고 있지는 아니하며(난민협약 제12조 제1호 참조), 난민에게 비호를 부여할 것인지, 부여한다면 그 법률상 지위를 어떻게 정할 것인지 여부는 일반적으로 각 체약국의 주권적 결정사항으로 이해되고 있다.

출입국관리법 제76조의2 제1항 은 외국인으로부터 난민의 인정에 관한 신청이 있는 때에 그 외국인이 난민임을 인정할 수 있다고만 규정하고 그에 따라 인정되는 난민에게 어떠한 국내법적 지위가 부여되는지에 관하여 아무런 규정도 두고 있지 않으나, 이는 위 난민인정행위에 의하여 해당 외국인에게 일정한 범위 내에서 적법한 국내체재자격을 부여하는 비호의 취지가 당연히 포함되어 있는 것으로 해석함이 상당하다 할 것이고, 따라서 위 규정에 의한 피고의 난민인정행위를 단순히 신청자가 난민협약 등에서 정한 난민의 요건을 갖추었는지 확인하는 의미에 그치는 것으로 볼 수는 없으며, 오히려 난민의 요건을 갖춘 외국인에게 일정한 권리를 부여하는 설권행위(설권행위)로서 이에 관하여 피고에게 일정한 재량이 부여된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따라서 피고는 외국인에 의한 난민인정신청이 있을 경우 먼저 난민협약 등에서 정한 난민으로서 요건을 갖추었는지 여부를 확정한 후, 그 요건을 갖춘 것으로 인정되는 경우에는 이를 기초로 그를 출입국관리법 제76조의2 제1항 의 난민으로 인정하여 적법한 국내체재자격 부여 등 일정한 비호를 부여할 것인지, 아니면 난민으로 인정됨에도 불구하고 제3국으로 강제 퇴거시키거나 보호상태를 계속할 것인지 여부에 관한 적정한 재량을 행사하여야 하고(다만, 난민을 그 생명 또는 자유가 위협받을 우려가 있는 국적국 등의 국경으로 추방하거나 송환하는 것은 난민협약 제33조 제1호에 의하여 금지되어 있다), 만일 위 재량권의 행사에 앞서 난민협약 등에서 정한 난민의 요건을 갖추었는지 여부에 관한 사실인정을 그르쳐 필요한 재량권 행사를 전혀 하지 않은 경우라면 그 처분은 위 사유만으로 위법하여 취소를 면하지 못한다 할 것이다.

(나) 난민협약상 난민 요건의 충족 여부(박해를 받을 충분한 근거가 있는 공포)

난민협약상의 난민은 인종, 종교, 민족, 특정 사회집단의 구성원 신분 또는 정치적 의견을 이유로 박해를 받을 우려가 있다는 충분한 근거 있는 공포를 요건으로 하는데, 여기에서의 박해가 무엇을 의미하는지에 관하여는 확립된 견해는 없지만 일응 생명 또는 신체의 자유와 같은 중대한 인권에 대한 침해행위가 이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고, 그 밖에도 일반적으로 문명사회에서 허용될 수 없을 것으로 생각되는 부당한 차별, 고통, 불이익의 강요 등이 이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난민으로 인정되기 위해서는 신청인이 위와 같은 박해에 대한 공포를 느끼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그 공포에 대한 충분한 근거가 요구되는데, 합리적인 통상인이 신청인에게 주어진 것과 같은 총체적 경험과 상황 속에 놓일 경우 박해에 대한 공포를 느낄 것으로 판단된다면 그 공포는 충분한 근거를 갖춘 것으로 봄이 상당하다.

그리고 여기서 말하는 신청인에게 주어진 총체적 경험과 상황을 판단함에는 신청인의 국적국 내에 존재하는 일반적인 인권상황을 고려하여야 함은 물론이지만, 나아가 그와 같은 신청인의 국적국에 관한 일반적인 상황이 어떠한 구체적 사정 속에서 신청인에 대한 박해 가능성으로 연결될 수 있는지에 관하여도 검토되어야 할 것이며, 이 점에 관한 사실관계는 일차적으로 신청인 자신에 의하여 제공되어야 한다(편람 제195항 참조).

(다) 입증책임

신청을 제출한 자가 입증책임을 지는 것이 일반적인 법원칙이다. 그러나 난민은 그 성격상 박해의 내용이나 가능성, 원인에 관한 충분한 객관적 증거자료를 갖추지 못하는 것이 오히려 일반적이라 할 것이므로, 그 입증의 정도에 있어서 난민에게 객관적 증거자료에 의하여 주장사실 전체를 입증하도록 요구할 수는 없고 단지 그 진술의 전체적인 신빙성만 수긍할 수 있으면 된다 할 것이지만, 이를 위해서는 적어도 주장사실 자체로서 일관성과 설득력을 갖추어야 하고 일반적으로 알려져 있는 사실과 상반되어서는 안 된다(편람 제204항 참조).

따라서 신청인의 주장이 신뢰성 있는 것으로 생각되면, 그 주장에 반하는 상당한 이유가 없는 한, 증거가 불충분한 경우라도 신청인에게 유리한 해석에 의한 이익(benefit of the doubt)을 부여하여야 한다(편람 제196항 참조).

(2) 원고에 대한 박해가능성의 인정 여부

(가) 피고는, 원고가 수차례의 면담조사과정에서 위 인정 사실과 같이 자국 정부로부터 박해받고 이를 피하기 위해 대한민국에 입국하였다는 취지로 한 진술이 입국경위 및 경로, ANR 정보요원 및 UDPS 당원으로서의 활동내역, 여권 및 비자의 취득 경위, 두 차례에 걸친 체포 및 구금과정 등에 있어 일관성이 없고 모순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특히 원고의 2차 체포원인이 된 보고서의 내용이 카빌라 대통령, ANR 국장을 비롯한 정부 고위층 등에게 정치적ㆍ도덕적 타격을 입힐 수 있는 내용으로 이루어져 있어 이러한 보고서를 당사자들에게 제출하였다는 것은 상식에 반하여 그 신빙성이 떨어지므로 원고의 진술을 믿기 어렵다고 주장한다.

살피건대, ① 원고가 총 9회에 걸친 면담조사과정에서 진술한 내용이 여권의 발급경위, 대한민국 입국경로, ANR 정보요원 및 UDPS 당원으로서의 활동일자, ANR의 서열순위, 1, 2차 체포일시 및 경위 등의 세부적인 사항에 있어 서로 일치하지 아니하는 부분이 있기는 하나, 원고의 전체적인 진술취지는 ‘ANR 정보요원으로 활동 중 지득한 정보사실에 관해 보고서를 작성하여 대통령을 비롯한 정보기관 상부와 야당에 제출하였다가 ANR에 의해 두 차례에 걸쳐 체포를 당했다’는 내용으로서 일관되어 있으므로 위와 같은 세부사항의 불일치만을 문제 삼아 원고 진술 전체가 신빙성이 없다고 판단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통역상의 난점, 기억의 한계 등을 감안하면 진술의 세부사항이 조금씩 다른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으로도 볼 수 있는 점, ② 특히 원고는 면담조사 초기(1, 2회)에는 자신의 탈출을 도와준 사람들을 비호하기 위해 그들에 관한 정보를 숨기는 과정에서 일부러 거짓으로 진술한 것으로 보이고, 그 후의 원고의 진술은 비교적 일관되고 조리가 있는 점, ③ 위 인정 사실을 유력하게 뒷받침하는 증거로서 원고가 주장하고 있는 사건의 요지를 보도한 2002. 8. 10.자 르아브니르 콩고 현지의 신문기사(갑6호증)에 대하여, 피고는 콩고의 기자들이 부패하였을 뿐만 아니라 위 기사가 신문사의 성향에 반하는 내용이라는 점 등에 비추어 위 증거를 믿기 어렵다고 주장하나, 원고가 콩고를 떠나기 전 외국에서의 난민신청을 염두에 두고 기자를 매수한 후 콩고의 대표적 신문 중의 하나인 위 신문사로 하여금 허위의 기사를 싣게 하였다는 것이 오히려 믿기 어려울 뿐더러, 유력한 신문사와 같은 공적인 기관이 작성하여 비교적 객관적인 증명력이 있다고 인정되는 증거에 대해서까지 그 증명력을 탄핵하면 증거수집에서 절대적으로 불리한 위치에 있는 난민이 난민요건을 입증할 수 있는 기회를 사실상 박탈하는 결과가 되는 점, ④ 따라서 피고가 위와 같은 증거에 대해서 증명력을 탄핵하기 위해서는 그 기사의 내용이 일반적으로 알려져 있는 사실과 상치된다거나 그 자체의 내용상 최소한의 합리성을 결하고 있는 사실 또는 단순한 의혹제기나 추측을 넘어 위 신문기사가 위조되었거나 조작되었음을 인정할 수 있는 구체적인 사실을 입증하여야 하고, 이를 입증하지 못하는 한, 위 증거를 쉽사리 배척할 수 없는 점, ⑤ 이처럼 세부사항에서의 다소의 불일치를 제외하면 원고의 진술내용은 박해의 원인이 된 사건의 배경과 발단, 전개경위 등에 있어서 충분히 구체적이고 상세하며 논리적이고 설득력이 있을 뿐만 아니라, 콩고의 일반적인 사회ㆍ정치상황에도 어긋나지 아니하는 점, ⑥ 이러한 진술의 주요내용이 위 신문기사뿐만 아니라, 원고가 제출한 여러 객관적인 증거에 의해 뒷받침되는 점, ⑦ 원고가 대통령을 비롯한 정보기관 상층부에게 제출한 보고서는 ‘정부고위 관료 일부가 반군과 내통하여 무기를 밀매하고 콩고 분할을 획책하고 있다’는 취지의 내용으로서, 비록 위와 같은 비리에 대통령이 연루되어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하더라도 ANR의 정보요원인 원고로서는 ANR의 최고 책임자이자 국정의 최고 주재자인 대통령에게 (혹시 있을지도 모르는 정치적 박해의 위험을 감수하고) 이러한 중대한 사실을 보고하는 것이 정보요원으로서의 본연의 임무였던 것으로 보이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원고의 진술은 그 전체적인 내용에 있어 신빙성이 있다고 판단되므로, 위 진술에 기초한 사실관계(위 인정 사실과 같다)에 따라 난민요건을 판단하여야 한다.

(나) 나아가 살피건대, 위 인정 사실에 나타난 다음과 같은 사정, 즉 ① 원고가 이미 콩고 정부의 정보기관인 ANR에 의해 두 차례나 체포, 구금됨으로써 박해를 받았던 점, ② 특히 두 번째 체포, 구금의 원인이 된 보고서의 내용이 정치적으로 더욱 민감하고 예민한 사안일뿐더러, 원고가 위 보고서를 야당인 UDPS에게 송부하였다는 사실또한 발각됨으로써, 향후 콩고 정부의 원고에 대한 박해가능성이 더욱 높아진 점, ③ 또한 원고는 대한민국에서도 인터넷 방송 등을 통해 반정부활동을 계속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고, 이러한 활동은 콩고 정부에서도 쉽게 인지할 수 있는 점, ④ 현재 콩고의 인권상황이 상당히 열악한 것으로 보이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원고가 콩고 정부나 그 정보기관인 ANR로부터 정치적 활동을 이유로 한 박해를 받을 가능성이 높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원고는 콩고 정부로부터 정치적 의견을 이유로 박해를 받을 충분한 근거 있는 공포로 인하여 국적국의 보호를 받는 것을 원하지 아니하는 자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으므로, 이와 달리 보고 한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다.

3. 결 론

그렇다면 이 사건 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이유 있으므로 이를 인용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김용찬(재판장) 김태건 송민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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