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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02. 9. 24. 선고 2001다16739 판결
[손해배상][집50(2)민,150;공2002.11.15.(166),2493]
판시사항

[1] 신용관리기금의 이사장이 업무 등의 정지명령이 내려진 종합금융회사의 관리인으로 선임된 경우, 신용관리기금이 그 이사장의 관리업무와 관련하여 사용자의 지위에 있는지 여부(적극)

[2] 구 종합금융회사에관한법률 제21조 , 제22조 에 기한 재정경제원장관의 기업어음 만기연장명령의 대상에 종합금융회사가 고객에게 판매하여 보관 및 추심을 위탁받은 기업어음도 포함되는지 여부(소극)

판결요지

[1] 신용관리기금은 상호신용금고, 종합금융회사 등(이하 '상호신용금고 등'이라 한다.)에 대한 예금의 지급보장, 여·수신, 상호신용금고에 대한 검사 및 경영정상화에 관한 업무를 행하게 함으로써 예금자를 보호하고, 상호신용금고 등의 건전한 육성과 신용질서의 유지 및 국민경제의 발전에 기여함을 목적으로 구 신용관리기금법(1998. 1. 13. 법률 제5501호 상호신용금고법 부칙 제2조로 폐지)에 의하여 설립된 법인으로, 같은 법 제24조 의 규정에 의하면, 예금의 지급보장이나 여·수신업무가 아닌 검사나 경영지도, 경영관리 등 경영정상화에 관한 업무는 상호신용금고에 대한 것만 신용관리기금의 업무로 지정되어 있기는 하나, 한편으로는 상호신용금고뿐만 아니라 종합금융회사의 건전한 육성 또한 신용질서의 유지 및 국민경제의 발전을 위하여 구 신용관리기금법이 목적으로 하는 바이고, 신용관리기금의 정관에도 그 업무 중 하나로 '경영 및 재산상태가 불건전한 종합금융회사의 인수·관리'가 규정되어 있고, 재정경제원장관이 항도종합금융 주식회사 등 자금난에 빠진 종합금융회사들의 관리인으로 신용관리기금 이사장을 선임한 것도 이와 같은 신용관리기금의 설립 목적이나 업무범위에 대한 고려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는 점에서 신용관리기금의 이사장이 재정경제원장관의 선임으로 업무 등의 정지명령이 내려진 종합금융회사의 업무와 재산을 관리하는 것은 그 자체가 신용관리기금 업무의 일환으로 보아야 할 것이고, 이와 관련하여 신용관리기금은 그 이사장 및 대리인의 사용자 지위에 있다고 해야 할 것이다.

[2] 구 종합금융회사에관한법률(1998. 1. 13. 법률 제5503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21조 의 규정에 의하면, 재정경제원장관은 종합금융회사의 업무를 감독하고 이에 필요한 명령을 할 수 있도록 되어 있고, 같은 법 제22조 제1항 제8호 의 규정에 의하면, 종합금융회사가 이 법 또는 이 법에 의한 명령에 위반하거나, 재산상태 또는 경영이 건전하지 못하여 공익을 해할 우려가 있을 때에는 재정경제원장관은 6개월 이내의 기간을 정하여 그 업무의 전부 또는 일부의 정지를 명할 수 있도록 되어 있는바, 1997. 12. 10.자 재정경제원장관의 기업어음 만기연장명령은 당시 IMF 사태로 금융시장이 극도로 경색된 가운데 내려진 조치로서, 자금사정의 악화 등으로 업무정지명령을 받은 종합금융회사들이 종전과는 달리 기업어음의 만기연장을 거부한 채 곧바로 어음금의 지급을 청구할 경우 기업의 연쇄도산사태를 불러 일으키게 되고, 이는 거꾸로 종합금융회사들의 부실을 심화시키는 부작용을 초래하게 된다는 점을 고려하여 궁극적으로는 당해 종합금융회사들의 존속과 이익을 도모하기 위하여 구 종합금융회사에관한법률(1998. 1. 13. 법률 제5503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21조제22조 제1항 에 근거한 것으로 볼 수 있으나, 그 대상어음이 종합금융회사들이 자체적으로 보유하는 기업어음에 한정되는 것이 아니라 종합금융회사들이 일반 고객들에게 판매하여, 다만 그 보관 및 만기의 추심을 위탁받은 기업어음들까지 포함하는 것으로 본다면, 이는 전혀 법률상 근거가 없는 위법한 조치에 해당한다는 점에서 재정경제원장관의 기업어음 만기연장명령을 이와 같은 취지로 해석하여 위와 같은 어음의 인출을 거부한 채 만기를 연장하였다고 하더라도 이로써 그 행위의 위법성이나 책임이 조각된다거나, 고의 또는 과실이 없다고 볼 수 없다.

원고,피상고인

주식회사 선진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화백 담당변호사 황상현 외 31인)

피고,상고인

파산자 항도종합금융 주식회사의 파산관재인 피고 1 외 1인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국제 담당변호사 이원철 외 9인)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기간 경과 후에 제출된 피고 금융감독원의 상고이유보충서는 상고이유를 보충하는 범위 안에서)를 본다.

1. 제1점에 대하여

신용관리기금은 상호신용금고, 종합금융회사 등(이하 '상호신용금고 등'이라 한다)에 대한 예금의 지급보장, 여·수신, 상호신용금고에 대한 검사 및 경영정상화에 관한 업무를 행하게 함으로써 예금자를 보호하고, 상호신용금고 등의 건전한 육성과 신용질서의 유지 및 국민경제의 발전에 기여함을 목적으로 구 신용관리기금법(1998. 1. 13. 법률 제5501호 상호신용금고법 부칙 제2조로 폐지)에 의하여 설립된 법인으로, 같은 법 제24조 의 규정에 의하면, 예금의 지급보장이나 여·수신업무가 아닌 검사나 경영지도, 경영관리 등 경영정상화에 관한 업무는 상호신용금고에 대한 것만 신용관리기금의 업무로 지정되어 있기는 하나, 한편으로는 상호신용금고뿐만 아니라 종합금융회사의 건전한 육성 또한, 신용질서의 유지 및 국민경제의 발전을 위하여 구 신용관리기금법이 목적으로 하는 바이고, 신용관리기금의 정관(을 제7호증)에도 그 업무 중 하나로 '경영 및 재산상태가 불건전한 종합금융회사의 인수·관리'가 규정되어 있고, 재정경제원장관이 항도종합금융 주식회사(이하 '항도종금'이라 한다) 등 자금난에 빠진 종합금융회사들의 관리인으로 신용관리기금 이사장을 선임한 것도 이와 같은 신용관리기금의 설립 목적이나 업무범위에 대한 고려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는 점에서 신용관리기금의 이사장이 재정경제원장관의 선임으로 업무 등의 정지명령이 내려진 종합금융회사의 업무와 재산을 관리하는 것은 그 자체가 신용관리기금 업무의 일환으로 보아야 할 것이고, 이와 관련하여 신용관리기금은 그 이사장 및 대리인의 사용자 지위에 있다고 해야 할 것이다 .

따라서 같은 취지에서 신용관리기금의 사용자책임을 인정한 원심의 사실인정과 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채증법칙 위배로 인한 사실오인이나 관계 법령상 신용관리기금의 사용자 지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없다.

이 점을 다투는 상고이유는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2. 제2점에 대하여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원고가 1997. 9. 25. 항도종금의 중개로 그 자회사인 세일파이낸스 주식회사(이하 '세일파이낸스'라 한다) 발행의 액면 금 20억 원, 지급일 1997. 12. 26.로 된 무보증 기업어음(이하 '이 사건 어음'이라 한다)을 매입한 다음 항도종금과 사이에 위탁계약을 체결하고 그 보관을 위탁하였는데, 그 위탁계약약관 제4조에 의하면, 위탁자가 어음의 만기 전날까지 어음을 인출하지 아니하는 경우에는 항도종금이 만기에 지급제시를 하고 그 어음금을 수령하여 보관하도록 되어 있는 사실, 그 후 IMF 사태로 인하여 금융시장이 급속히 경색되면서 취약한 재무구조를 지닌 종합금융회사들과 기업들이 급격한 신용 회수로 대거 도산할 위기에 처하자, 재정경제원장관은 1997. 12. 2. 항도종금을 포함한 몇몇 종합금융회사에 대하여 구 종합금융회사에관한법률(1998. 1. 13. 법률 제5503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21조제22조 제1항 의 규정에 의거하여 업무 및 지급의 정지, 임원의 직무집행정지 등을 내용으로 하는 명령을 내림과 동시에 업무 및 재산의 관리인으로 신용관리기금 이사장을 선임하였고, 같은 달 10. 이에 추가하여 같은 달 11. 이후 만기가 도래하는 모든 기업어음의 상환기일을 2개월 연장하라는 명령을 내린 사실, 이에 따라 항도종금의 담당직원 및 신용관리기금 이사장이 선정한 대리인은 이 사건 어음의 지급일인 1997. 12. 26. 원고의 인출 요구를 거절하였고, 그 후 몇 차례 만기를 연장한 끝에 1998. 2. 12. 최종적으로 만기를 같은 달 16.로 연장하였는데, 세일파이낸스는 같은 달 12. 부도가 발생함으로써, 항도종금이 같은 달 16. 이 사건 어음을 지급제시하였으나 지급거절된 사실을 인정하는 한편, 1997. 12. 10.자 재정경제원장관의 기업어음 만기연장명령의 대상이 되는 '모든 기업어음'에 이 사건 어음과 같이 종합금융회사가 그 매입고객으로부터 위탁받아 보관하고 있는 기업어음까지 포함하는 것인지 여부와 관련하여, 제1심법원의 재정경제원장관에 대한 사실조회 결과에 의하여, 제3자에게 이미 매출한 기업어음은 포함되지 않는다고 인정함으로써, 항도종금의 담당직원이나 항도종금의 업무 및 재산관리인 또는 그 대리인으로서는 항도종금과 원고 사이에 체결된 위탁계약에 따라 원고에게 이 사건 어음을 인출해 줄 의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거절하여 원고의 이 사건 어음에 대한 소유권을 침해하였으므로, 그 사용자들인 항도종금과 신용관리기금은 각자 그 피용자들이 사무집행에 관하여 원고에게 가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단하였다.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이러한 원심의 사실인정과 판단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이 가고, 거기에 채증법칙에 위배하여 사실을 오인하거나 재정경제원장관의 기업어음 만기연장명령의 해석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없다.

이 점을 다투는 상고이유도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3. 제3점에 대하여

구 종합금융회사에관한법률(1998. 1. 13. 법률 제5503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21조 의 규정에 의하면, 재정경제원장관은 종합금융회사의 업무를 감독하고 이에 필요한 명령을 할 수 있도록 되어 있고, 같은 법 제22조 제1항 제8호 의 규정에 의하면, 종합금융회사가 이 법 또는 이 법에 의한 명령에 위반하거나, 재산상태 또는 경영이 건전하지 못하여 공익을 해할 우려가 있을 때에는 재정경제원장관은 6개월 이내의 기간을 정하여 그 업무의 전부 또는 일부의 정지를 명할 수 있도록 되어 있는바, 1997. 12. 10.자 재정경제원장관의 기업어음 만기연장명령은 당시 IMF 사태로 금융시장이 극도로 경색된 가운데 내려진 조치로서, 자금사정의 악화 등으로 업무정지명령을 받은 종합금융회사들이 종전과는 달리 기업어음의 만기연장을 거부한 채 곧바로 어음금의 지급을 청구할 경우 기업의 연쇄도산사태를 불러 일으키게 되고, 이는 거꾸로 종합금융회사들의 부실을 심화시키는 부작용을 초래하게 된다는 점을 고려하여 궁극적으로는 당해 종합금융회사들의 존속과 이익을 도모하기 위하여 구 종합금융회사에관한법률(1998. 1. 13. 법률 제5503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21조제22조 제1항 에 근거한 것으로 볼 수 있으나, 그 대상어음이 종합금융회사들이 자체적으로 보유하는 기업어음에 한정되는 것이 아니라 이 사건 어음과 같이 종합금융회사들이 일반 고객들에게 판매하여, 다만 그 보관 및 만기의 추심을 위탁받은 기업어음들까지 포함하는 것으로 본다면, 이는 전혀 법률상 근거가 없는 위법한 조치에 해당한다는 점에서 재정경제원장관의 기업어음 만기연장명령을 이와 같은 취지로 해석하여 이 사건 어음의 인출을 거부한 채 만기를 연장하였다고 하더라도 이로써 그 행위의 위법성이나 책임이 조각된다거나, 고의 또는 과실이 없다고 볼 수 없다 .

이러한 법리는 재정경제원장관의 기업어음 만기연장명령이 발령될 당시 종합금융회사들이 보유하고 있는 어음 중 이미 고객에 매출된 어음이 태반을 차지하는 관계로 만기연장의 대상에서 이들을 제외할 경우 그 명령의 실효성이 의문시된다는 점이 있다고 하더라도 마찬가지다.

따라서 같은 취지에서 피고들의 면책주장을 배척한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위법성 또는 책임의 조각사유나 민법 제750조 의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의 요건인 고의·과실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없다.

이 점을 탓하는 상고이유 역시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4. 제4점에 대하여

가.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일반적으로 만기에 도달한 약속어음은 지급제시와 함께 그 어음금이 지급되므로, 통상적으로 이러한 약속어음의 교환가치는 그 액면금액에 상당하고, 따라서 이 사건과 같이 만기에 도달한 약속어음을 수탁자가 위법하게 인출을 거부하여 소유자가 입게 되는 손해는 그 액면금 상당액이며, 이와는 달리 만기에 도달한 약속어음의 교환가치가 그 액면금액과 다르다고 볼 특별한 사정에 대한 입증책임은 이를 주장하는 당사자가 부담하여야 한다는 전제 아래, 세일파이낸스가 1997. 12. 2. 현재 불량대출금 약 75억 6,900만 원을 포함하여 예금과 대출금의 합계가 약 1,027억 4,900만 원이고, 단기차입금은 약 982억 9,100만 원으로 단기차입금이 불량대출금을 제외한 예금과 대출금의 합계액을 초과한 상태였고, 1997. 12. 2.부터 같은 달 26.까지 사이에 지급하여야 할 차입금이 이 사건 어음금을 포함하여 392억 9,100만 원에 이르는 데 비하여 같은 기간 동안 회수할 수 있는 대출금은 84억 6,000만 원에 불과한 사실, 당시 IMF 사태라는 금융위기로 인하여 채권자들이 자신의 채권을 적극적으로 회수하려고 하였기 때문에 일반기업들의 신규자금 조달이 매우 어려웠고, 특히 세일파이낸스의 경우에는 모회사인 항도종금이 업무정지 명령을 받은 관계로 자금 조달이 더욱 어려웠던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세일파이낸스가 이 사건 어음의 만기로부터 약 1개월 반이 지나 1998. 2. 12. 부도가 나기 전까지는 어음금을 포함한 차입금 등을 결제하여 온 점, 이 사건 어음의 액면금이 20억 원으로 세일파이낸스의 거래규모에 비추어 그다지 큰 금액이 아니라는 점, 일반적으로 기업에서 '부도'란 사형선고와 같은 것으로서 당해 기업은 물론 그 이해관계인들로서는 공식·비공식적인 경로를 통하여 자금조달을 하여 부도를 면하고자 하는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앞서 인정한 사정만으로는 원고가 1997. 12. 26.경 항도종금으로부터 이 사건 어음을 반환받아 세일파이낸스에 지급제시를 하였다고 하더라도 어음금을 지급받지 못하였을 것이라고 추인하기에는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항도종금 및 신용관리기금이 배상하여야 할 손해액을 이 사건 어음금에 상당한 20억 원으로 인정하였다.

나. 그러나 이와 같은 원심의 사실인정과 판단은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수긍할 수 없다.

기록(1998. 11. 30.자 세일파이낸스에 대한 사실조회결과, 기록 167면)에 의하면, 항도종금에 대하여 이 사건 업무 등의 정지명령이 있은 1997. 12. 2. 현재 세일파이낸스의 총자산은 1,026억 3,100만 원으로 총부채 982억 9,100만 원을 상회하나, 당시는 IMF 사태의 초기로 자금시장이 극도로 경색된 나머지 우량기업이라 할지라도 고율의 이자로도 자금을 조달하기가 어려운 형편이었고, 대다수의 기업들은 물론 제2 금융권의 금융기관, 나아가 은행까지도 존립 자체가 불투명한 비상상황이었는바, 이와 같은 상황에서 지급준비금이 불과 1억 1,800만 원밖에 남아 있지 않은 세일파이낸스와 같은 제도권 밖의 금융기관으로서는, 그것도 모기업인 항도종금마저 업무정지명령이라는 극단적인 제재조치를 받고 있는 상황에서 차입금에 대한 상환자금을 마련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일로서, 그 무렵에 만기가 도래하는 차입금 등은 이를 상환할 수 없을 것임이 분명해 보인다. 즉, 1997. 12. 2.부터 이 사건 어음의 지급일인 같은 달 26.까지 사이에 실제로 회수된 채권은 수십억 원에 불과한 반면, 같은 기간 동안 세일파이낸스가 상환하여야 할 채무는 약 392억 원에 달하여 실제로도 그 중 55억 원 정도의 채무만 상환되었으며, 나머지 대부분의 채무에 대하여는 재정경제원장관의 명령으로 만기가 연장된 결과 부도를 면할 수 있었다. 따라서 그 무렵 재정경제원장관으로부터 만기연장명령을 받은 종합금융회사들이 고객 매출분 어음에 대하여 만기연장을 하지 않고 지급제시기간 내에 지급제시하거나, 해당 고객이 이를 인출하여 직접 지급제시하였더라면, 1997. 12. 26. 지급기일이 도래한 이 사건 어음의 경우 정상적으로 결제되었을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보지 않을 수 없다.

그렇다면 위와 같은 객관적 사정들에 비추어 이 사건 어음은 당초의 만기를 기준으로 한 객관적인 가치가 그 액면가액에 달한다고 보기는 어렵고, 오히려 당시 세일파이낸스의 청산을 전제로 한 청산가치에 가깝다고 봄이 경험칙에 부합하는 것으로 보이는바, 이와는 달리 그 판시와 같은 이유로 이 사건 어음의 객관적 가치를 그 액면금액에 상당하다고 인정한 원심판결에는 손해의 범위에 대하여 심리를 다하지 아니하거나, 채증법칙에 위배하여 사실을 잘못 인정한 위법이 있고, 이는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쳤음이 분명하다.

상고이유 중 이 점을 지적하는 부분은 이유 있다.

5. 결 론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케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윤재식(재판장) 송진훈(주심) 변재승 이규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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