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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죄
울산지방법원 2009. 9. 11. 선고 2009노240 판결
[배임][미간행]
피 고 인

피고인

항 소 인

쌍방

검사

박성욱

변 호 인

법무법인 동행 담당변호사 김성환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한다.

피고인은 무죄

이 사건 판결의 요지를 공시한다.

이유

1.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의 남편인 공소외 1(1990. 1. 17. 사망)은 1981. 2. 18.경 불상의 장소에서 자신의 소유인 울산 울주군 상북면 이천리 (지번 1 생략) 답 약 1,286㎡(이하 ‘이 사건 토지’라 한다)에 대한 매매계약을 공소외 2와 체결하였다.

공소외 2는 그 즈음 공소외 1에게 매매대금(이 사건 토지 및 같은 리 (지번 2 생략) 답 약 569㎡에 대한 총 70만 원)을 모두 지급하였고 이후 1987. 1. 17.경 불상의 장소에서 이 사건 토지에 대한 매매계약을 피해자 공소외 3과 체결하였으며, 공소외 3은 1987. 1. 20.경 공소외 2에게 매매대금을 모두 지급하였다.

또한 공소외 2가 공소외 1로부터 이 사건 토지를 매수한 이후에는 공소외 2와 그 가족들이 직접 이를 경작하였고, 공소외 3이 공소외 2로부터 이 사건 토지를 매수한 이후에는 공소외 3이 공소외 4에게 이를 임대하여 공소외 4와 그 가족들이 공소외 3에게 임료를 지급하고 이를 경작하여 왔다.

이로써 공소외 1은 공소외 2 및 공소외 3에게 이 사건 토지에 대한 소유권이전등기절차를 이행하여 주어야 할 임무가 발생하였고, 1990. 1. 17.경 공소외 1의 사망으로 인하여 상속인인 피고인이 위 임무를 승계받았다.

그럼에도 피고인은 위와 같은 임무에 위배하여, 2004. 3. 26.자 협의분할로 인한 재산상속을 원인으로 하여 피고인 명의로 이 사건 토지에 대한 소유권이전등기를 경료한 후, 2004. 3. 말경 울산 울주군 상북면 거리 (지번 3 생략) 피고인의 집에서 성명불상의 부동산업자에게 대금 3,800만 원에 이 사건 토지를 매도하였다(이후 이 사건 토지는 2004. 4. 12. 매매를 원인으로 하여 공소외 5 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가 경료되었다).

이로써 피고인은 이 사건 토지의 시가 3,800만 원 상당의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고 공소외 3에게 같은 액수에 해당하는 손해를 가하였다.

2. 항소이유의 요지

가. 피고인(사실오인 또는 법리오해)

아래와 같은 사유로 피고인을 유죄로 인정한 원심의 판단에 사실오인 또는 법리오해로 인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1) 피고인이 이 사건 토지를 공소외 5에게 처분할 때까지 재산세 등 부동산에 부과되는 제세공과금을 계속 납부해 온 점 등에 비추어 배임죄(이중매매)의 고의가 없었다.

(2) 지금으로부터 10년 전에 큰 비가 온 후부터 이 사건 토지는 계속 방치되어 왔으므로 피고인의 소유권이전등기의무는 10년의 소멸시효가 완성되어 소멸하였다.

(3) 공소외 3이 농지개혁법상 농지를 취득할 수 있는 요건인 자경 또는 자영의 의사가 없었음이 명백하므로 농지인 이 사건 토지를 이중으로 매도하였더라도 배임죄는 성립하지 아니한다.

나. 검사(양형부당)

피고인은 법률적으로 피해자에 대한 책임을 질 이유가 없다며 당심에 이르기까지 부인하며 자신의 잘못을 반성하지 아니하고 있는 점, 피해자에게 3,800만 원 상당의 손해를 가하고도 합의 또는 어떠한 피해회복의 노력도 하지 않고 있는 점 등 제반 정상에 비추어 보면, 원심이 피고인에게 선고한 형(징역 6월, 집행유예 1년)은 너무 가벼워서 부당하다.

3. 판단

원심판결의 범죄사실에 대한 유죄여부를 판단하기에 앞서 먼저 당초 공소사실인 공소외 3에 대한 배임죄의 성립여부를 판단하기 위하여 공소외 3에게 이 사건 토지에 대한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이 있는지 여부에 관하여 본다.

살피건대, 농지개혁법 소정의 소재지 관서의 증명은 농지매매의 성립요건이 아니므로 매매계약 체결 당시에 농지매매증명이 없다는 이유만으로 채권계약인 매매가 무효로 되지는 않는다 할 것이지만, 농가가 아니고 농지를 자경하거나 자영할 의사도 없어 농지개혁법상 농지를 취득할 수 없게 된 자에 대하여 농지를 매도한 계약은 무효이어서 매도인은 그 소유권을 이전할 의무가 없으므로 매도인의 이중양도행위는 배임죄에 해당하지 아니한다 볼 것이다.

이 사건 기록에 의하면 ① 공소외 3은 원심 법정에 증인으로 출석하여 이 사건 토지를 매수한 동기가 학창시절에 등산을 갔을 때 경치가 아름다워서 나이가 들면 노년을 이곳에서 보내고 싶은 생각이었고 애당초 이 사건 토지를 매수할 당시 직접 농사를 지을 의도는 없었다고 진술하였던 점, ② 공소외 3은 1987. 1. 17. 이 사건 토지에 대한 매매계약을 체결한 이후 일정 기간 공소외 4에게 이 사건 토지를 임대해 주고 임료를 지급받았을 뿐이고 이 사건 토지에 대한 자경 또는 자영을 한 사실은 없는 점, ③ 위 매매계약 체결 이래로 20년 가까이 경과하도록 공소외 3은 소유권이전등기를 경료하기 위한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고, 이 사건 토지와 멀리 떨어진 부산 등에서 생활하여 왔던 점, ④ 위 기간동안 이 사건 토지에 대한 재산세 등 부동산에 부과되는 제세공과금은 모두 피고인이 납부하여 왔던 점 등이 인정되고, 위 인정사실에 비추어 보면 공소외 2와 공소외 3 사이의 위 매매는 당초는 물론 그동안 한번도 자경 또는 자영할 의사가 없었던 매매로서 농지개혁법상 당연 무효의 것으로 공소외 3은 농지개혁법상 이 사건 토지의 소유권을 취득할 수 없어 피고인은 이 사건 토지에 관하여 공소외 3에게 소유권이전등기절차를 이행할 임무가 있다 할 수 없으니 결국 피고인이 공소외 5에게 이 사건 토지의 소유권이전등기절차를 마쳤다하여도 공소외 3에 대하여 배임죄를 구성하지 아니한다 할 것이다.

그렇다면 이 사건 공소사실은 그 범죄사실의 증명이 없어 무죄에 해당한다 할 것임에도 원심은 피고인에 대하여 원심 판시와 같이 배임죄를 유죄로 인정하였는바 이는 배임죄에 대한 법리를 오해하였거나 채증법칙에 위반하여 사실을 인정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을 범하였다고 볼 것이다.

4. 결론

그렇다면 피고인의 항소는 이유 있으므로 검사의 양형부당 주장에 나아가 판단할 필요 없이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변론을 거쳐 다시 다음과 같이 판결한다.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는 제1항 기재와 같은바, 이는 앞서 본 바와 같이 범죄사실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의하여 피고인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하기로 하고, 형법 제58조 제2항 에 의하여 이 사건 판결의 요지를 공시한다.

판사 김상국(재판장) 나청 강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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