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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13. 4. 25. 선고 2012다110286 판결
[손해배상금등][미간행]
판시사항

확정판결의 취득 또는 그에 기한 집행을 불법행위라고 하기 위한 요건 및 당사자가 단순히 실체적 권리관계에 반하는 허위주장을 하는 등의 행위만으로 확정판결의 위법한 편취에 해당하는 불법행위가 성립한다고 할 수 있는지 여부(소극)

원고, 상고인

원고 1 외 1인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로텍 담당변호사 김동국 외 3인)

피고, 피상고인

피고 (소송대리인 변호사 조창구)

주문

상고를 모두 기각한다. 상고비용은 원고들이 부담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살펴본다.

1. 상고이유 제1점에 관하여

가. 민사소송에서 판결이 확정되면 그 대상이 된 청구권의 존재 혹은 부존재를 더 이상 다툴 수 없게 되는 기판력이 발생하여 당사자의 법적 안정을 도모하고 있고, 때문에 위 확정판결의 효력을 배제하기 위해서는 재심 사유가 존재하는 경우에 한하여 재심의 소에 의하여 그 취소를 구하는 것이 원칙적인 방법이다. 따라서 확정판결의 취득 또는 그에 기한 집행을 불법행위라고 하기 위해서는, 소송당사자가 상대방의 권리를 해할 의사로 상대방의 소송관여를 방해하거나 허위의 주장으로 법원을 기망하는 등 부정한 방법으로 실제의 권리관계와 다른 내용의 확정판결을 취득하고, 그로 인하여 상대방의 절차적 기본권을 근본적으로 침해함으로써 확정판결의 효력을 존중하는 것이 정의관념에 반하여 이를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사정이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고 당사자가 단순히 실체적 권리관계에 반하는 허위주장을 하거나, 자신에게 유리한 증거를 제출하고 불리한 증거는 제출하지 아니하거나, 제출된 증거의 내용을 자기에게 유리하게 해석하는 등의 행위만으로는 확정판결의 위법한 편취에 해당하는 불법행위가 성립한다고 단정할 수 없다 ( 대법원 2010. 2. 11. 선고 2009다82046, 82053 판결 참조).

나.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피고가 종전 민사소송에서 임대료 등이 허위로 기재된 삼성빌딩입주자명단을 증거로 제출하는 등의 적극적인 방법으로 법원을 기망하고 원고들의 입증을 방해한 것이 명백하므로 피고의 행위는 적극적으로 허위증거를 작출하여 확정판결을 취득한 불법행위에 해당한다는 원고들의 주장에 대하여, ① 종전 민사소송에서 피고가 취득한 실제 임료의 액수에 관한 주장·입증책임이 원고들에게 있었던 이상, 피고가 실제 내용과 다른 2004. 1. 1.자 임대차계약서에 기하여 세무신고를 하였고 또 위 종전 민사소송에서 임료 액수에 관하여 허위주장을 하면서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증거로 삼성빌딩입주자명단을 제출하였다고 하더라도, 그로 인하여 원고들이 피고가 실제 취득한 임료 액수를 입증하는 데 다소 곤란을 겪었을 수는 있어도, 그것만으로 피고가 원고들의 절차적 기본권을 근본적으로 침해하였다고 보기는 어려운 점, ② 원고들은 종전 민사소송에서 피고의 세무신고자료에 대한 신뢰성에 의문을 가지고 임료감정평가액을 기준으로 부당이득액을 산정하여야 한다고 주장하였는바, 그렇다면 피고의 세무신고자료만을 증거로 제출할 것이 아니라 임차인을 증인으로 신청하는 등 다른 증거방법을 찾아보았어야 할 것임에도 그리하지 아니하였을 뿐만 아니라, 피고가 원고들의 그와 같은 증거신청을 현저하게 방해하였다고 볼 근거가 없는 점, ③ 종전 민사소송에서 항소심법원은 피고가 제출한 증거가 아니라 원고가 제출한 증거를 기초로 피고의 실제 취득 임료를 산정한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종전 민사소송에서 항소심법원이 피고의 세무신고자료를 기초로 부당이득액을 산정한 것은 원고들이 증명책임을 다하지 못한 데 기인한 것일 뿐 피고의 기망에 의한 것이라고 쉽게 단정하기 어렵고, 나아가 피고가 원고들의 절차적 기본권을 근본적으로 침해하였다고 볼 수도 없다고 하여 배척하였다.

다. 원심이 들고 있는 위와 같은 사정들과 원심판결 이유 및 기록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 즉 ① 원고들은 종전 민사소송 1심에서 제출한 2005. 6. 25.자 ‘청구취지 및 청구원인 변경’ 신청서를 통해, 자신들이 입수한 이 사건 건물 ‘부동산현황조사보고서’(당시 갑 제7호증), ‘부가가치세 과세표준증명’(당시 갑 제8호증)에 점포 임차인 수 34명, 임대차보증금 합계 10억 420만 원, 월 임료 합계 783만 원으로 기재되어 있음을 근거로 청구취지 금액을 변경하면서, 피고도 위 기재사항을 인정하고 있는 이상 다툼 없는 사실로서 별도의 감정은 불필요하다고 주장하였던 점, ② 2005. 7. 4. 진행된 변론준비기일에서 이 사건 건물 임차인 수 34명, 임대차보증금 합계 10억 420만 원, 월 차임 합계 783만 원인 사실은 다툼 없는 사실로 정리한 점, ③ 그 뒤 원고들과 피고는 부당이득금액 산정을 임대차보증금이 없는 경우의 월 임료에 의하여야 하는지를 놓고 공방하였을 뿐 앞서 다툼 없는 사실로 정리한 임대차보증금액이나 월 임료액에 관하여는 다투지 않았던 점, ④ 그러던 중 원고들은 2006. 7. 31.자 참고준비서면을 통해, 관할 성동세무서에 사업자등록된 이 사건 건물 점포 임차인 수가 위 갑 제7, 8호증에 기재된 34명이 아니라 42명이고, 8명의 임차인이 부가세 신고에서 누락되었으므로 위 갑 제7, 8호증을 근거로 월 임료를 산정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였고, 이에 대하여 피고가 2006. 8. 14.자 준비서면을 통해 실제 임차인 수는 34명이 맞다고 반박하였으며, 며칠 뒤인 2006. 8. 24. 피고의 위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하여 삼성빌딩 입주자명단을 제출한 점, ⑤ 원고들이 이 사건에서 문제로 삼고 있는 것은 종전 민사소송에서 위와 같이 쟁점이 되었던 임차인 수가 아니라 피고가 조세 회피 목적으로 임대차보증금을 증액하고 차임을 감액하는 내용의 임대차계약서를 허위로 작성하고 이에 기하여 축소 신고한 과세표준을 임대소득이라고 주장하며 그와 같은 내용이 기재된 삼성빌딩 입주자명단을 증거로 제출하여 법원을 기망하였다는 것인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가 허위의 주장과 증거 제출을 통해 법원을 적극적으로 기망하는 등 부정한 방법으로 확정판결을 취득하고, 그로 인하여 원고들이 이 사건에서 손해배상으로 청구하는 금액을 종전 민사소송에서 인정받지 못한 것이 원고들의 절차적 기본권을 근본적으로 침해하는 것으로 되어, 그 확정판결의 효력을 존중하는 것이 정의관념에 반함이 명백하여 이를 묵과할 수 없는 정도에 이르렀다고 할 수 없다.

원심의 이유설시에 다소 미흡한 점은 있으나, 피고의 확정판결 취득이 불법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한 원심의 결론은 정당하고, 거기에 불법행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거나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난 잘못이 없다.

2. 상고이유 제2점에 관하여

원심판결 이유를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이, 관할 세무서가 원고들의 소유권 지분에 따라 계산한 임대소득을 기준으로 추징한 세액은 원고들에게 귀속되는 소득에 관한 것으로서 원고들이 자신의 납세의무를 이행한 것일 뿐 피고의 납세의무를 대신하여 납부한 것이 아니라는 이유로, 원고들이 납부한 추징 세액 상당액의 구상금 청구를 배척한 것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할 수 있고, 거기에 관련 법리를 오해하거나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난 잘못이 없다.

3. 그러므로 상고를 모두 기각하고, 상고비용은 패소자들이 부담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박보영(재판장) 민일영(주심) 이인복 김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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