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
2017고합302 유사강간
피고인
A
검사
한진희(기소), 김중(공판)
변호인
변호사 B
판결선고
2017. 6. 22.
주문
피고인은 무죄.
이 판결의 요지를 공시한다.
이유
1.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은 중국 국적의 외국인으로, 서울 중구 C빌딩 403호 'D'에서 근무하는 마사지 사이다.
피고인은 2017. 1. 2. 21:30경 위 'D' 업소에서 마사지를 받기 위해 손님으로 온 피해자 E(여, 24세)를 침대에 엎드리게 한 후 피해자의 다리 부위를 마시지 하던 중 피해자가 입고 있던 반바지 밑단 부분으로 손을 넣어 피해자의 팬티 부분을 만지고 계속하여 피해자로 하여금 천장을 바라보도록 눕게 한 다음 피해자의 눈에 수건을 올리고 피해자의 허벅지 부위를 마사지하는 척 하다가 갑자기 피해자의 팬티 속으로 손을 넣어 10회 가량 피해자의 음부를 만지고 피해자의 질 안에 손가락을 넣고 피해자의 반바지와 팬티를 끌어내리고 혀로 피해자의 음부를 핥으면서 피해자의 가슴을 손으로 만졌다.
이로써 피고인은 피해자를 유사강간하였다.
2. 피고인 및 그 변호인의 변소 요지
피고인은 이 사건 공소사실 기재 일시, 장소에서 피해자에게 정상적인 마사지 코스에 따라 마사지를 하여 주었을 뿐 피해자를 유사강간한 바 없다.
3. 판단
피고인이 공소사실 기재와 같이 피해자를 유사강간하였다는 점에 부합하는 듯한 증거로는 피해자의 진술과 피해자의 신체 등에서 채취한 감정물에 대한 유전자 감정 결과가 있다.
그러나 이 법원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할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 등을 종합하면 피고인으로부터 유사강간을 당하였다는 취지의 피해자의 진술은 이를 믿기 어렵고 위 유전자 감정 결과만으로는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기에 부족하며,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가.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에 관한 사정
① 피해자가 엎드린 상태에서 피고인이 피해자의 팬티를 만진 상황에 관하여 피해자는 이 사건 다음날인 2017. 1. 3. 수사기관에서 조사받을 때에는 "다리 마사지를 받을 때 피고인의 손이 자꾸 피해자의 팬티를 만졌다"고 진술하였는데(증거기록 8면), 이 법정에서 2017. 5. 29. 증언할 때는 "피고인이 마사지를 해주는데 피해자의 중요. 신체부위에 손이 닿았다. 그래서 마사지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해서 대수롭지 않게 넘어갔는데 마사지를 받는 도중에 중요 부위를 터치하는 횟수가 점점 많아졌고, 더 대담해졌다. 고의적으로 그 부분을 만진다는 것을 느끼기 시작했다", "다리 마사지를 시작하면서 허벅지 부분을 마사지할 때 바지 속으로 양 손을 넣어서 엄지손가락을 써서 엉덩이 부분에서 성기 부분 쪽으로 쓸면서 만졌다"고 진술하여 그 진술 내용이 시간이 지날수록 구체화되었다.
② 피해자가 천장을 보고 돌아누운 상태에서 피고인이 피해자의 성기에 손가락을 넣은 상황에 관하여 피해자는 2017. 1. 3. 수사기관에서는 "허벅지 부분을 마사지 할 때, 또 피고인의 손이 2~3번 정도 피해자의 팬티 위 음부 쪽에 자꾸 닿았다. 잠시 후 손이 팬티 속으로 들어오더니 피해자의 음부를 만졌다. 10회 이상 만지다가 질 안으로 손가락을 넣었다"고 진술하였다. 피해자는 이 법정에서는 피해자가 천장을 보고 누워 있을 때 피고인이 처음에는 바지 밑단쪽을 통하여 피해자의 팬티 속으로 손을 넣어서 피해자의 음부를 직접 만지고 질 안에 손가락을 넣었고, 다시 아랫배 쪽으로 손을 넣어 다시 또 음부를 만지고, 손가락을 넣었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그러나 "유사성행위까지 이루어지려면 반바지 속으로 팔뚝까지 다 들어가야 가능할 것 같은데, 무릎이나 허벅지 부분이 불편하지 않았나요"라는 변호인의 질문에 "바지를 허벅지 반까지 내렸으니까 유사성행위가 가능하지 않았을까요"라고 진술하고, 이에 변호인이 "유사성행위는 바지를 입은 상태에서 이루어진 것 아닌가요. 바지를 입은 상태에서 손가락을 질 안에 넣었나요"라는 질문에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그 후에도 피해자는 "중요 부위가 보이는 데까지 옷을 내려서 만진 것은 기억이 나는데, 바지 안으로 해서 손가락이 들어간 것까지는 정확히 기억이 안 난다. 만진 것은 확실하다"라고 진술하다가, 반바지와 팬티를 반쯤 내렸을 때 성기 안에 손가락이 들어왔다는 취지로 진술하다가, 바지와 팬티를 모두 입고 있을 때와 바지와 팬티를 내려서 성기가 눈에 보일 정도가 되었을 때 둘 다 손가락을 성기에 넣었다는 취지로 진술하여,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유사성행위를 한 시점 및 구체적인 경위에 관하여 수사기관과 법정에서의 진술 사이 뿐만 아니라 같은 날 이루어진 법정 진술 사이에서도 일관성이 없고, 시간이 지날수록 그 진술 내용이 구체화되었다.
③ 피해자가 천장을 보고 누운 상태에서 피고인이 피해자의 팬티를 내리고 피해자의 가슴을 만지면서 혀로 피해자의 음부를 핥은 상황에 관하여 피해자는 수사기관에서 "피고인이 혀로 피해자의 음부를 핥고, 손으로 가슴을 만졌다"고 진술하였다(증거기록 9면). 그런데 이 법정에서는 피고인이 피해자의 머리맡에 서서 피해자의 팔을 위로 올려 합장 자세가 되게 하여 피고인의 두 다리로 피해자의 팔을 누른 후 몸을 숙여서 피해자의 바지와 팬티를 허벅지 기준에서 반 정도까지 내렸고, 피해자의 소매 안쪽으로 팔을 넣어서 피해자의 가슴을 직접 만졌으며, 혀로 피해자의 음부를 핥았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피해자의 진술은 시간이 갈수록 구체화되었을 뿐 아니라 키가 크지 않은 피고인이 (피해자는 수사기관에서 피고인의 키가 171~174cm 정도 된다고 진술하였고, 피고인은 자신의 키가 170cm라고 진술하였다) 피해자가 누워있던 침대 머리맡에 서서 피해자의 양팔을 자신의 두 다리로 누른 채 상체를 숙여서 피해자의 음부를 핥았다는 것이 물리적으로 가능한지 의문이 든다.
④ 피해자는 천장을 보고 돌아누운 상태에서 피고인으로부터 마사지를 받은 상황에 관하여 수사기관에서는 "마사지를 시작한지 한 시간 정도 지났을 때, 피고인이 마사지가 다 끝났다고, 탈의실로 가면 된다고 하며 탈의실을 안내해줬다"라고 진술하였는데(증거기록 9면), 이 법정에서는 피해자가 엎드려 있다가 천장을 보고 돌아누운 상태에서 마사지를 어느 정도 받고 나서 합장 자세를 했고, 그 자세에서 피고인이 피해자의 음부에 혀를 댔을 때 밖에서 남자친구가 '자기야'라고 부르는 소리를 듣고 피고인이 놀라서 마사지를 급하게 마무리하는 식으로 해서 일어났다고 진술하였는바, 그 진술의 내용 역시 시간이 갈수록 구체화되고 있다.
⑤ 피해자는 피고인으로부터 마사지를 받는 내내 엎드려 있거나 천장을 보고 누워서 천으로 눈을 가리고 있었으므로 피고인의 구체적인 행위를 직접 보지는 못하였을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점을 감안하면 피해자는 촉각에 의하여 피고인의 행위를 인식하였을 것으로 보임에도 피해자가 "느낌이 '혀'라는 답 밖에 안 나왔다"라고 진술하는 등 피고인의 행위에 관하여 세부적인 부분에 대해서까지 확정적으로 진술하고 있다. 하지만 앞서 본 바와 같이 피해자가 촉각에 의하여 인식하였을 피해 경위에 관한 진술 내용이 일관적이지 못한 점을 고려하면 이 부분 진술도 쉽게 믿기 어렵다.
6 피해자는 피고인의 유사강간 행위에 대하여 별다른 항의를 하지 않은 이유에 대하여 수사기관에서는 "만지면 만질수록 두렵고 무섭기도 했다", "마사지사니까 힘도 세겠지, 피해자가 저항하면 도망갈 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들고, 무서운 생각도 들었다"(증거기록 9면)라고 진술하였고, 이 법정에는 "피고인이 피해자보다 힘이 세니까 당연히 피해자가 위협을 당할 것 같다는 생각밖에 안 들어서 소리를 지를 수 없었다"고 진술하였는데, 피고인이 피해자를 마사지한 마사지실은 문이 없고 블라인드만 있었으나 블라인드가 내려지지 않아 개방된 상태였고 피해자가 마사지를 받던 중간 무렵부터는 맞은편 방에 F가 다른 손님을 마사지하고 있었으므로 F가 피고인을 볼 수 있는 위치에 있었으며, 당시 이 사건 마사지 업소에는 피해자와 피고인을 제외하고도 피해자의 남자친구를 포함한 다른 손님 3명, 다른 마사지사 3명이 있었으므로 피해자가 피고인에게 거부 의사를 표시하면서 구조 요청을 하면 충분히 피고인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이고, 피해자가 피고인의 마사지에 대하여 아프다거나 간지럽다고 큰 소리를 내기도 한 것에 비추어 피해자는 피고인의 추행에 거부 의사를 전혀 표시하지 못할 만큼 내성적인 성격으로 보이지도 않으므로 피해자의 위와 같은 진술은 쉽게 믿기 어렵다.
⑦ 피해자는 피고인으로부터 마사지를 받은 후 나와서 카운터에 있는 직원에게 마사지 잘 받았다고 고맙다는 취지로 인사를 하고, 이 사건 마사지 업소를 나서서도 복도에 미리 나와 있던 피고인이 "안녕히 가세요"라고 인사하는데 대하여 "안녕히 계세요"라고 화답한 후 귀가하였는데, 이러한 피해자의 태도는 유사강간을 당했다는 사람의 태도로서는 매우 이례적이다(피해자는 사건 당일 22:46경 마사지를 마치고 이 사건 마사지 업소를 나온 이후 그 다음날 00:15경 이 사건에 대하여 추행으로 112 신고를 하였다).
⑧ 피해자는 이 법정에서 이 사건 이후 샤워를 하지 않고 바로 수사기관에 신고 했다는 취지로 진술하였고, 피해자의 진술에 의하면 피고인이 접촉하였다는 피해자의 신체 부위는 가슴, 외음부, 질 내부 등인데, 위 유전자 감정 결과에 의하면 피해자의 가슴, 외음부, 질 내용물에서는 피해자의 유전자형만 검출되었다(피해자의 팬티 중 피해자의 음부와 닿는 부위에 대하여는 유전자검사를 시행하지 않았다). 결국 피해자의 진술은 객관적 증거인 위 유전자 감정 결과와도 배치된다(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따르면 손으로 만지는 행위만으로도 사람의 DNA가 검출될 수 있다고 한다).
나. 유전자 감정 결과에 관한 사정위 유전자 감정 결과가 피해자의 진술과 배치되는 점은 앞서 본 바와 같다. 한편 이 사건 당시 피해자가 입었던 팬티의 하복부와 서혜부 부위 각 안쪽 면에서 피고인의 유전자형이 검출된 사실은 인정되나, 앞서 본 바와 같이 피고인으로부터 유사강간을 당하였다는 피해자의 진술을 믿기 어려운 점, 이 사건 마사지 업소의 다른 마사지사인 F의 진술에 의하면 마사지사가 마사지를 하다 보면 땀이 나서 다리를 마사지할 때는 미끄러운 경우도 있는 점 등을 고려하면, 피고인이 피해자의 옷 위로 피해자를 마사지 하는 과정에서 피고인의 땀이 피해자의 팬티에까지 스며들거나 피해자가 팬티를 벗는 과정에서 피해자의 다리에 묻어있던 피고인의 땀이 피해자의 팬티에 묻는 등 공소사실에 기재된 피고인의 행위 외에 다른 경로로 피고인의 유전자가 피해자의 팬티에서 검출되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4. 결론
그렇다면, 이 사건 공소사실은 범죄의 증명이 없는 때에 해당하여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의하여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하고, 형법 제58조 제2항에 의하여 무죄판결의 요지를 공시하기로 한다.
이상의 이유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재판장판사나상용
판사신동일
판사이아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