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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법위반사실 공표명령과 양심의 자유 -
(2002. 1. 31. 2001헌바43, 판례집 14-1, 49)
김 승 대*
1. 양심의 자유의 보호 범위
2. 사업자단체의 공정거래법위반행위가 있을 때 공정거래위원회가 당해 사업자단체에 대하여 법위반사실의 공표를 명령하는 것이 양심의 자유를 침해하는지 여부
3. 위 법위반사실 공표명령이 일반적 행동 자유권이나 명예권등을 과잉되게 침해하는지 여부
4. 위 법위반사실 공표명령이 무죄추정 및 진술거부권의 보장에 위배되는지 여부
이 사건 심판대상은 독점규제및공정거래에관한법률(1999. 2. 5. 법률 제5813호로 개정된 것) 제27조 중 ‘법위반사실의 공표를 명할 수 있다’는 부분이 헌법에 위반하는지 여부인바, 이 사건 법률조항 및 관련 규정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독점규제및공정거래에관한법률 제27조(시정조치) 공정거래위원회는 제26조(사업자단체의 금지행위)의 규정에 위반하는 행위가 있을 때에는 당해 사업자단체(필요한 경우 관련 구성사업자를 포함한다)에 대하여 당해 행위의 중지, 법위반사실의 공표 기타 시정을 위한 필요한 조치를 명할 수 있다.
독점규제및공정거래에관한법률 제26조(사업자단체의 금지행위) ①사업자단체는 다음 각 호의 1에 해당하는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된다.
3. 구성사업자(사업자단체의 구성원인 사업자를 말한다. 이하 같다)의 사업내용 또는 활동을 부당하게 제한하는 행위
가. 청구인(사단법인 대한병원협회)은 병원급 이상의 의료기관, 국공립병원 및 군병원의 병원장 또는 그 의료책임자 등을 구성사업자로 하여 설립된 결합체로서 독점규제및공정거래에관한법률(이하 ‘공정거래법’이라고 한다) 제2조 제4호의 규정에 의한 사업자단체에 해당한다.
나. 보건복지부가 2000. 7. 1.자로 의약분업을 시행함을 앞두고 의약품유통구조의 투명화를 위하여 1999. 11. 15. ‘의약품실거래가 상환제’를 실시하자, 같은 달 30. 서울 소재 장충체육관에서 청구인과 청구외 사단법인 대한의사협회의 공동주최로 제1차 의사집회를 개최하고 이어서 2000. 2. 17. 서울 여의도 문화광장에서 제2차 대규모 의사대회를 개최하였다.
다. 이에 청구외 공정거래위원회는 청구인의 위 행위가 구성사업자들로 하여금 휴업 또는 휴진을 하게 함으로써 구성사업자의 사업내용 또는 활동을 부당하게 제한하는 행위로 보아 공정거래법 제26조 제1항 제3호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같은 달 24. 청구인에게 동 행위를 금지함과 동시에 4대 중앙일간지에 동 법위반사실을 공표하도록 함과 아울러 청구인을 고발하는
내용의 시정명령등 처분을 하였다.1)
라. 청구인은 공정거래위원회를 상대로 위 처분의 무효 혹은 취소를 구하는 행정소송을 제기하고, 당해 소송이 계속중 위 처분의 근거조항인 법 제27조의 위헌제청신청을 하였으나 2001. 5. 17. 당해 소송 법원이 이를 기각하자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2항에 따라 이 사건 헌법소원을 제기하였다.
가. 청구인의 주장
청구인은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이 사건 법률조항인 공정거래법 제27조에 의거하여 ‘청구인이 그 회원들에게 이 사건 의사대회에 참가하라고 권고하는 행위를 함으로써 공정거래법에 위반하였다는 사실을 시인하고 이를 공표하라’는 것인데, 이 사건 법률조항 중 법위반사실의 공표명령부분은 (1) 공정거래법 위반의 잘못을 저질렀다고 믿지 않는 자에게 본심에 반하여 위법행위를 자인하는 의미의 의사표시를 강요하는 것으로서 헌법에 보장된 양심의 자유, 인간의 존엄과 가치 및 그를 바탕으로 한 인격권을 침해하는 것이고 (2) 형사소추기관에 고발하는 결정권을 갖고 있는 공정거래위원회가 그 고발사실에 대하여 행위자 이름으로 그 위반사실을 스스로 공표할 것을 명하고, 나아가 이를 이행하지 아니하면 일정한 범위의 형벌을 부과하도록 규정함으로써 결국 위 조항은 묵비권을 침해하여 형사상 자기에게 불리한 진술을 강요한 것이며 (3) 공정거래법 위반행위에 대하여 이를 시정하고 재발을 방지하는 수단으로 시정명령, 과징금부과, 형사처벌 등
이 규정되어 있는데도 그 이외에 구태여 양심의 자유와 인격권을 침해하는 요소를 갖는 공표명령까지 규정함은 과도하고도 불필요하게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하는 것으로 과잉금지의 원칙에 위배된다.
나. 위헌심판제청신청기각이유 및 공정거래위원회의 의견
공정거래위원회의 이 사건 처분 중 (1) 공표명령 부분은 신청인으로 하여금 공정거래법을 위반하였다는 사실을 밝히고 그 뜻을 표명하라는 데에 그치는 것이어서 윤리적 결정을 강요한 것이 아니고 양심의 자유나 인격권을 침해하지 아니하였고, (2) 위 공표의 결과가 바로 범죄의 직접적 증거로 활용된다고 보기 어려워 형사상 불리하다고 할 수 없으며, 진술거부권이나 묵비권을 침해한 것도 아니고, (3) 자본주의 사회의 경쟁원리를 합리적으로 확보하기 위한 공정거래법의 내용을 위반한 사업자단체에게 그 위반사실의 공표를 명하는 것은 법의 목적에 비추어 볼 때 수단의 적절성이 인정되고 과도한 처분이라고 보기 어려워 헌법상 과잉금지의 원칙에 위반한다고 보기 어렵다.
1. 헌법 제19조에서 보호하는 양심은 옳고 그른 것에 대한 판단을 추구하는 가치적ㆍ도덕적 마음가짐으로, 개인의 소신에 따른 다양성이 보장되어야 하고 그 형성과 변경에 외부적 개입과 억압에 의한 강요가 있어서는 아니되는 인간의 윤리적 내심영역이다. 따라서 단순한 사실관계의 확인과 같이 가치적ㆍ윤리적 판단이 개입될 여지가 없는 경우는 물론, 법률해석에 관하여 여러 견해가 갈리는 경우처럼 다소의 가치관련성을 가진다고 하더라도 개인의 인격형성과는 관계가 없는 사사로운 사유나 의견 등은 그 보호대상이 아니다.
2. 이 사건의 경우와 같이 경제규제법적 성격을 가진 공정거래법에 위반하였는지 여부에 있어서도 각 개인의 소신에 따라 어느 정도의 가치판단이 개입될 수 있는 소지가 있고 그 한도에서 다소의 윤리적 도덕적 관련성을 가질 수도 있겠으나, 이러한 법률판단의 문제는 개인의 인격형성과는 무관하며, 대화와 토론을 통하여 가장 합리적인 것으로 그 내용이 동화되거나
3. 공정거래법 위반행위의 내용 및 형태에 따라서는 일반공중이나 관련 사업자들이 그 위반여부에 대한 정보와 인식의 부족으로 말미암아 공정거래위원회의 시정조치에도 불구하고 위법사실의 효과가 지속되는 사례가 발생할 수 있고, 이러한 경우 조속히 법위반에 관한 중요 정보를 공개하는 등의 방법으로 일반공중이나 관련 사업자들에게 널리 경고함으로써 계속되는 공공의 손해를 종식시키고 위법행위가 재발하는 것을 방지하는 조치를 할 필요가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일반공중이나 관련 사업자들의 의사결정에 중요하거나, 그 권리를 보호하기 위하여 실질적으로 필요하고 적절하다고 인정될 수 있는 구체적 정보내용을 알려주는 것이 보다 효과적일 것이다. 그런데 소비자보호를 위한 이러한 보호적, 경고적, 예방적 형태의 공표조치를 넘어서 형사재판이 개시되기도 전에 공정거래위원회의 행정처분에 의하여 무조건적으로 법위반을 단정, 그 피의사실을 널리 공표토록 한다면 이는 지나치게 광범위한 조치로서 앞서 본 입법목적에 반드시 부합하는 적합한 수단이라고 하기 어렵다. 나아가 ‘법위반으로 인한 시정명령을 받은 사실의 공표’에 의할 경우, 입법목적을 달성하면서도 행위자에 대한 기본권 침해의 정도를 현저히 감소시키고 재판 후 발생가능한 무죄로 인한 혼란과 같은 부정적 효과를 최소화할 수 있는 것이므로, 법위반사실을 인정케 하고 이를 공표시키는 이 사건과 같은 명령형태는 기본권을 과도하게 제한하는 것이 된다.
4. 공정거래위원회의 고발조치 등으로 장차 형사절차내에서 진술을 해야할 행위자에게 사전에 이와 같은 법위반사실의 공표를 하게 하는 것은 형사절차내에서 법위반사실을 부인하고자 하는 행위자의 입장을 모순에 빠뜨려 소송수행을 심리적으로 위축시키거나, 법원으로 하여금 공정거래위원회 조사결과의 신뢰성 여부에 대한 불합리한 예단을 촉발할 소지가 있고 이는 장차 진행될 형사절차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결국 법위반사실의 공표
명령은 공소제기조차 되지 아니하고 단지 고발만 이루어진 수사의 초기단계에서 아직 법원의 유무죄에 대한 판단이 가려지지 아니하였는데도 관련 행위자를 유죄로 추정하는 불이익한 처분이 된다.
가. 공정거래법에는 이 사건 법률조항 이외에도 각 위반행위의 유형별로 대별된 각 장별로 시정조치에 관한 조항이 설치되어 있고, 동 조항들은 모두 ‘법위반사실의 공표’를 시정조치의 한 수단이 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동 법 제5조, 제16조, 제21조, 제24조, 제31조) 나아가 1999. 2. 5. 법률 제5814호로 제정된 표시?광고의공정화에 관한법률에도 부당한 표시광고에 대한 시정조치의 한 수단으로 ‘법위반사실의 공표’가 규정되어 있다.(동 법 제7조 제1항) 이와 같이 이 사건 법률조항은 전체 공정거래법의 체계상으로는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반하는 내용의 행위 유형별로 규정된 시정조치 조항들 중의 하나에 불과하고, 앞서본 조항들은 이 사건 법률조항과 체계적으로 밀접불가분하며, 동일 내지 유사한 헌법적 심사척도가 적용되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
나. 헌법재판소의 관련 판례
이 사건의 경우와 직접적으로 유사한 사례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결정례는 발견되지 않는다. 그러나 위헌제청은 개정전 법률조항에 대하여 이루어졌지만 개정법률 또는 다른 유사법률에 제청신청된 법률과 마찬가지의 위헌성이 있는 경우, 이에 대하여 심판대상을 확장할 수 있는가 하는 점에 대하여 헌법재판소는 부정적 입장을 취하고 있다.(헌재 2001. 4. 26. 2000헌가4, 공보 56, 416, 418),
다만 제청법원이 단일 조문 전체를 위헌제청하고 그 조문 전체에 같은 심사척도가 적용될 심사대상인 경우에 그 조문 전체에 대하여 심판대상을 확장할 수 있다고 하고 있다. 헌법재판소는 이와 관련하여 법률조항 중 당해사건의 재판에서 적용되지 않는 내용이 들어 있는 경우에도 “제청법원이
단일 조문 전체를 위헌제청하고 그 조문 전체가 같은 심사척도가 적용될 위헌심사의 대상인 때”에는 그 조문 전체가 심판대상이 된다고 하였다.(헌재 1996. 11. 28. 96헌가13, 판례집 8-2, 507, 516).
다. 평 가
독일의 경우에는 연방헌법재판소법 제82조 제1항, 제78조 제2문(“동일한 법률의 다른 규정이 동일한 이유로 기본법 또는 기타의 연방법률과 합치하지 아니하는 경우에는 연방헌법재판소는 그 규정도 무효로 선언할 수 있다”)에 의하여 같은 조문 가운데의 내용에 대하여만이 아니라 동일한 법률 중의 다른 규정에 대하여까지 심판대상을 확장하고 있는바(BVerfGE 78, 77; 78, 132),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독일과 같은 명문의 규정이 존재하지 않으므로 독일의 법적 상황과는 차이가 있다.
이 사건의 경우 단일 조문내의 문제가 아니라 단일 법률의 다른 조항 나아가 다른 법률의 내용이 문제되는 경우이므로 비록 법체계상 헌법적 평가가 유사하게 내려질 요소들이 존재하는 것으로 보이기는 하나, 각 조항들에 따라서는 독자적인 입법목적과 고유한 존재의미가 있을 수 있고 이 점에 대하여는 동 조항 자체에 대한 별개의 헌법심사가 이루어짐에 의하여 이해관계자의 의견과 자료를 제시받아 심층판단되어야 하고 일괄적 판단은 적절하지 아니한 것으로 생각된다. 따라서 이 사건에서는 이 사건 법률조항이외의 조항에 포함되어 있는 시정조치로서의 ‘법위반사실의 공표’ 부분에까지 심판의 범위를 확장할 필요가 없다고 할 수 있다.2)이 사건 결정의 이유에서 이 문제에 대하여 명확히 언급하고 있지는 아니하나 주문에서 당해 법률조항에 한정하여 위헌을 선고하고 있는 것은 이와 같은 판단을 전제한 것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가. 1980. 12. 31. 법률 제3320호로 제정된 독점규제및공정거래에관한법
률에 이 사건 법률조항은 제6장 사업자단체 편에 제19조 제1항으로 설치되었고, 동 조항은 ‘경제기획원장관은 제18조의 규정3)에 위반하는 행위가 있을 때에는 당해 사업자단체에 대하여 당해 행위의 중지 기타 시정을 위한 필요한 조치를 명할 수 있다.’고 규정하였다.
나. 동 법률은 1990. 1. 13. 법률 제4198호로 전면개정되어 이 사건 조항은 제27조로 편제되었는바, 동 조항(시정조치)은 ‘공정거래위원회는 제26조에 위반하는 행위가 있을 때에는 당해 사업자단체에 대하여 당해 행위의 중지, 정정광고, 법위반사실의 공표 기타 시정을 위한 필요한 조치를 명할 수 있다.’고 규정하였다. 그 입법의 취지는 동 법의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하여 시정조치수단을 강화하고자 한 것으로 구체적으로는 ‘정정광고와 법위반사실의 공표’라는 시정조치 수단이 새로 부가되어 명문화되었다.
다. 동 조항은 1992. 12. 8. 다시 개정되었는바, 시정명령대상인 사업자단체에 필요한 경우 ‘구성사업자도 포함’하는 것으로 규정하여 시정조치의 실효성을 제고하고자 하였다.
라. 1996. 12. 30. 개정에서는 ‘???제26조???’부분을 ‘???제26조(사업자단체의 금지행위)???’로 하여 조문의 내용을 보다 명확히 하는 자구수정을 행하였다.
마. 1999. 2. 5. 개정은 ‘표시?광고의공정화에관한법률’의 제정에 따른 입법체계의 정비에 해당한다. 동 법은 독점규제및공정거래에관한법률에 규정된 표시?광고 관련 제도의 미비점을 보완하여 부당한 표시?광고를 상세히 규정하고 이에 대한 시정조치로서 정정광고를 할 수 있도록 별도로 규율하였으므로 독점규제및공정거래에관한법률상의 이 사건 조항에 있던 ‘정정광고’부분을 삭제하게 된 것이다.
이와 같은 법개정의 경과에 따라 현행법상 사업자단체의 금지행위 위반에 대한 시정조치로서는 당해 행위의 중지, 법위반사실의 공표, 기타 시정을 위한 필요한 조치 만이 남게 되었다.
1915년 설립된 미연방거래위원회(U.S. Federal Trade Commission, 이하 FTC라고 한다)는 독점금지 및 공정거래업무를 관장하는 독립규제위원회로서 우리 공정거래위원회 제도의 원형이다. FTC는 임기 7년의 5인의 위원으로 구성되는바 위원은 상원의 동의를 얻어 대통령이 임명한다. FTC는 독점금지 및 공정거래 관련 법률의 집행을 담당하며, 동 법위반사건을 조사하여 처리할 권한을 가진다. 조사는 관계자에 대한 임의적 조사에 의거하여 행하는 예비조사(preliminary investigation)와 예비조사로는 미흡한 사항을 강제적 조사방법까지 동원하여 보완함으로써 조사를 완료하는 본조사(full investigation)의 단계로 행하여 진다. 조사결과 법위반이 인정되면 당사자와의 합의에 의하여 내리는 합의시정명령(consent order)을 내릴 수 있으나, 당사자와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행정고발(administrative complaints)을 하게 된다. 동 고발에 의하여 위원회 심결절차(commission adjudication)가 시작된다. 심리는 1단계로 1인의 행정심판관이 담당하는 예비심리의 형태로 진행되며 동 절차에서 증인신문, 소환등을 통한 청문회가 개최되고 사실조사가 이루어진다. 동 결과에 따라 행정심판관은 예비심결(initial decision)을 내리는데 당사자가 이에 불복하거나 위원회가 이의가 있을 경우에는 위원회의 최종심결(final orders)절차에 회부된다. 위원회의 심리결과는 최종명령으로 공표되며 동 명령에는 당해 위반행위의 중지(cease and desist orders)와 기타 위원회가 적절하다고 판단하는 보조적 명령(anciliary mandate)이 포함된다.
FTC는 위법행위에 대한 조치를 행함에 있어서 중지명령을 포함한 광범위한 형태의 명령을 재량으로 발할 수 있다. 여기에는 단순히 소극적인 금지명령의 정도를 넘어서 적극적(affirmative) 조치를 하는 것이 포함된다. 계속되는 공공의 손해와 과거 위법행위의 효과를 종식시키고 위법행위가
동일 혹은 유사 방식으로 재발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하여 필요한 모든 조치를 할 권한을 가지는 것이다. 그리고 FTC가 합의시정명령이나 심결절차를 거친 경우에는 광범위한 영역에서 ‘광고에 의한 적극적 공표(affirmative advertising disclose)'를 명할 권한을 가진다.
이러한 공표명령이 인정된 사례를 보면, 소비자의 신용거래의 부정적 측면, 특정 상품의 소비자측 의무의 한계, 토지거래와 관련된 투자위험, 특정 상품의 가치나 효용의 한계, 상품의 성분에 대한 정보의 한계, 가정방문판매원의 진정한 방문목적, 특정 상품에 예상되는 해로운 효과 등을 알리도록 하는 것이나, 소비자의 의사결정에 중요하거나 소비자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하여 실질적으로 필요하다고 평가되는 정보를 알려주는 것 등이다.4)
나아가 FTC는 이와 같은 보호적, 경고적, 예방적 형태의 공표조치를 넘어서 ‘시정적 형태의 광고조치(corrective advertising)’를 요구할 수도 있다. FTC는 특정 회사가 그 구강청소액이 감기와 기관지통증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다고 80년간 광고해온 것을 확인하고 동 회사에 대하여 그 시정광고를 함에 있어서 그 비용의 일부를 지급하도록 하는 명령을 내린 바 있고 법원은 이와 같은 FTC 명령의 합헌성을 인정하였다.5)
그러나 위법행위의 시정을 위한 조치의 형태와 내용을 정함에 있어서 FTC가 가지는 광범위한 재량에는 헌법적 한계가 있다. 허위광고의 시정조치에는 수정헌법 제1조가 적용된다. 동 조항에 따라 허위 과장광고의 금지조치가 허용되기는 하지만 그 내용상 기망(deception)을 예방하거나 과거의 기망효과를 시정하는데 필요한 한도 내에서의 구제조치만이 허용될 수 있다고 함이 판례이다.6)즉, FTC의 시정조치는 먼저 연방거래위원회법에 정한 입법목적, 즉 장래의 법위반의 방지를 포함한 구제목적에 명확히 부합되어야 한다. 법원은 막연하고 너무 광범위하고 기록상 뒷받침되지 아니하
는 FTC의 명령은 취소하여 왔다. 법원이 이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위반의 정도와 기간, 빈번성, 당해 회사의 영업의 성격과 경쟁관련법 위반 전력, 당해 회사측에서 법위반사실을 확신하고 있었는지 혹은 법규상의 불명확성으로 인하여 다른 견해를 가졌는지 여부등을 모두 종합하여 고려한다. 만약 시정명령의 정도가 법위반 내용에 비추어 합리적인 정도를 넘어서고 있을 경우에는 이는 지나치게 광범위(overbroad)한 것으로 취소된다.7)
일본의 공정거래위원회는 총리대신 직속으로 행정 각부로부터 독립되어 있고 위원장을 포함하여 5인으로 구성된다. 일본의 공정거래관련 규율은 ‘私的獨占의 禁止 및 公正去來 確保에 관한 法律’에 의한다. 동 법 위반사건에 대한 조사는 위원회가 지정한 심사관에 의하여 개시된다. 심사관은 법위반사건을 조사하여 인정이 된다고 판단하면 당해 행위자에게 적당한 조치를 취할 것을 권고할 수 있다. (법 제48조 제1항, 제2항)
권고를 받은 자는 지체없이 공정거래위원회에게 당해 권고의 응낙 여부에 대하여 통지하여야 하고(법 제48조 제3항), 응낙의 경우 위원회는 심판절차를 거치지 않고 당해 권고와 같은 취지의 심결을 할 수 있다.(법 제48조 제4항)8)
심판절차가 개시되는 경우 위원회는 심판관을 지정하며 문서로 피심인에게 심판절차의 개시사실을 송달하여 피심인측에서 이에 대한 준비를 할 수 있도록 한다. 송달일로부터 30일 이후에 심판기일을 지정하고 피심인은 자신의 입장과 답변을 서면으로 작성 제출할 수 있다. 심판절차는 원칙적으로 공개하며 심사관측과 행위자측의 주장을 듣고 증거를 조사한다. 심판관은 심판절차 종료후 30일 이내에 심결안을 작성하여 위원회에 제출하고
위원회는 이를 검토하여 최종적으로 심결을 내린다.
법 제8조는 사업자단체의 불공정거래행위의 유형을 5가지로 열거하고 이를 금지하고 있으며, 제8조의2는 ‘전조의 규정에 위반하는 행위가 있을 때에는 공정거래위원회는 제8장 제2절에 규정한 절차9)에 따라 사업자단체에 대하여 신고를 명하거나 또는 당해 행위의 금지, 당해 사업자단체의 해산 기타 행위의 시정에 필요한 조치를 명할 수 있다.’고 규정하여 위법행위에 대한 위원회의 조치범위를 정하고 있다. 이와 같이 일본법은 사업자단체의 법위반시 시정조치에 관하여 우리 법의 경우와 거의 유사한 조항을 가지고 있으나, 시정조치의 내용으로 ‘법위반사실의 공표’와 같은 수단을 명문으로 허용하고 있지는 아니하다.
독일은 흔히 카르텔의 모국이라고 불릴 만큼 각종 카르텔이 성행하였는바, 공정거래법도 이러한 부당 카르텔에 대한 규제를 중심으로 출발하였고, 이를 규제하는 기관도 연방카르텔청(Bundeskartellamt)등 카르텔관청(Kartellbehorden)이다. 부당한 카르텔 등 독점행위를 비롯한 각종 경쟁제한행위의 규율은 경쟁제한금지법(Gesetz gegen Wettbewerbsbeschrankungen)에 의하여 행하여진다. 그리고 이와는 별도로 부정경쟁방지법(Gesetz gegen unlautern Wettbewerb)을 두어서 광고, 선전이나 상품에 대한 각종 표시행위가 그 내용이 불명확하거나 과장 등에 의하여 소비자의 이익이 침해될 우려가 있는 경우 등 영업거래에 있어서의 선량한 풍속의 위반행위를 규제하는 것을 규제하고 있다.
규제기관인 카르텔관청은 직권 또는 신청에 의하여 절차를 개시한다.(경쟁제한금지법 제54조) 당사자에게 의견진술의 기회를 제공하여야 하며, 당사자의 생략동의가 없는 한 구두변론에 의하여 심리하되 변론은 원칙적으
독일법은 우리 법이나 일본법의 경우와 같이 규제기관 시정조치의 구체적 내용에 대한 일반조항을 가지고 있지 아니하다. 그 대신 금지행위를 규정하는 각 개별조항에서 카르텔관청이 내릴 수 있는 조치를 구체적으로 정하고 있다. 그러나 동 조항들의 내용을 보아도 당해 법위반행위의 금지지시 혹은 변경지시, 무효선언, 적용 금지 등의 조치를 할 수 있을 뿐 법위반사실의 공표와 같은 조치는 전혀 명문화되어 있지 아니하다.
독일법의 경우 공정거래 관련 규율의 기본법이라고 할 수 있는 경쟁제한금지법 외에 별도로 부정경쟁방지법을 둔 것은 우리법 체계상 1999. 2. 5. ‘표시?광고의공정화에관한법률’을 별도로 제정하여 공정거래법에 규정된 표시?광고 관련 제도의 미비점을 보완하여 부당한 표시?광고를 상세히 규율한 것과 유사한 방식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독일의 경우 부정경쟁방지법 위반 행위에 대하여는 형사처벌의 대상이 되거나 직접 피해자가 가해자에게 행위의 금지 혹은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을 뿐이고(부정경쟁방지법 제1조), 카르텔관청은 물론 우리나라의 공정거래위원회와 유사한 어떠한 규제기관도 이에 직접 개입하는 구조로 규율하고 있지 아니하다.
가. 헌법 제19조는 “모든 국민은 양심의 자유를 가진다.”라고 하여 양심의 자유를 기본권의 하나로 보장하고 있는바, 여기의 양심이란 세계관ㆍ인생관ㆍ주의ㆍ신조 등은 물론, 이에 이르지 아니하여도 보다 널리 개인의
인격형성에 관계되는 내심에 있어서의 가치적ㆍ윤리적 판단도 포함된다고 볼 것이다. 그러므로 양심의 자유에는 널리 사물의 시시비비나 선악과 같은 윤리적 판단에 국가가 개입해서는 안되는 내심적 자유는 물론, 이와 같은 윤리적 판단을 국가권력에 의하여 외부에 표명하도록 강제받지 않는 자유 즉 윤리적 판단사항에 관한 침묵의 자유까지 포괄한다고 할 것이다. 이와 같이 해석하는 것이 다른 나라의 헌법과 달리 양심의 자유를 신앙의 자유와도 구별하고 사상의 자유에 포함시키지 않은 채 별개의 조항으로 독립시킨 우리 헌법의 취지에 부합할 것이며, 이는 개인의 내심의 자유, 가치판단에는 간섭하지 않겠다는 원리의 명확한 확인인 동시에 민주주의의 정신적 기초가 되고 인간의 내심의 영역에 국가권력의 불가침으로 인류의 진보와 발전에 불가결한 것이 되어 왔던 정신활동의 자유를 보다 완전히 보장하려는 취의라고 할 것이다. 우리나라가 1990년에 가입한 시민적및정치적권리에관한구제규약(이른바 국제인권규약 B규약) 제18조 제2항에서도 스스로 선택하는 신념을 가질 자유를 침해하게 될 어떠한 강제도 받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헌재 1991. 4. 1. 89헌마160, 판례집 3, 149, 153-154; 헌재 1998. 7. 16. 96헌바35, 판례집 10-2, 159, 159).
나. 양심의 자유는 인간의 존엄성을 유지하기 위한 기본조건이며 민주주의 체제가 존립하기 위한 불가결의 전제인 정신적 자유권 중에서도 가장 핵심적인 최상급 기본권(Supergrundrecht)이다. 양심의 자유는 양심결정의 자유, 침묵의 자유, 양심상 결정을 표명하거나 실현할 자유로 분류되는 바 그 중 양심결정의 자유와 침묵의 자유는 어떠한 경우에도 규제될 수 없다.10)이 사건의 경우 당해 행위자는 이 사건 법률조항에 의하여 내심의 판단을 외부에 공표하도록 요구받고 있는 것이므로 만약 양심의 자유의 영역에 든다면 이는 침묵의 자유의 침해가 될 것이다. 그렇다면 결국 이 사건 법위반사실의 공표명령이 양심의 자유의 영역의 문제가 된다면 이는 바로 내면적 정신영역에 대한 침묵의 자유의 침해로서 더 이상 살펴볼 필요가 없이 바로 위헌이 될 것이다. 그러므로 이 사건의 경우 과연 ‘양심’의 영역범위에 들 수 있는 문제인가에 대한 판단이 먼저 필요하다.
다. 헌법재판소는 명예훼손의 사죄광고판결의 위헌결정에서 비행을 저질
렀다고 믿지 않는 자에게 본심에 반하여 사죄 내지 사과를 강요하는 것은 윤리적 도의적 판단을 강요하는 것으로서 양심의 자유 중 침묵의 자유의 침해라고 판시한 바 있다.11)
이 사건 법률조항의 경우 ‘법위반사실의 공표’를 명하는 것이 과연 사죄 혹은 사과의 의미를 가지는 것인지 문제가 될 수 있다. 그러나 법규정의 문언상 단순히 법위반사실 자체를 공표하라는 것일 뿐 사죄 내지 사과하라는 의미요소를 더 가지고 있지 아니하며 위원회의 실제 운용에 있어서도 ‘……내용의 행위를 함으로써 공정거래법을 위반하였다는 사실’을 일간지등에 공표하라는 식으로 명령하고 있는바, 이는 행위자에게 사죄 내지 사과
를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는 전혀 볼 수 없다. 따라서 이 사건 법률조항의 경우 위 판례에서 나타난 바와 같이 사죄 내지 사과를 강요함으로 인하여 발생하는 양심의 자유등 기본권의 침해문제는 발생하지 않는다.
라. 양심은 옳고 그른 것을 추구하는 윤리적 도덕적 마음가짐으로 다양성이 보장되어야 하고 컨센서스가 불가능한 인간의 윤리적 도덕적 내심영역의 문제이다. 이는 단순한 사유, 의견, 사상, 확신 등과는 다르다고 할 것이다. 법률해석의 문제를 포함한 어떤 특정한 사항에 대하여 가지는 사람의 사유, 의견, 사상, 확신등도 어느 정도 윤리적 도덕적 관련성을 갖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들은 컨센서스가 불가능한 것이 아니라 서로 대화와 토론을 하는 과정에서 그 내용이 동화되거나 변질될 수 있는 포용성을 가지므로 헌법 제19조에 의하여 보장되는 양심의 영역에 포함되지 아니한다고 함이 상당하다.
이 사건의 경우 공정거래법 위반 여부의 법률적 판단에 관하여 사람에 따라 견해 차이가 있을 수 있으나, 이러한 견해와 소신은 상호간의 토론이나 대화에 의하여 가장 바람직한 모양으로 동화될 수 있는 문제이며, 반드시 양심의 영역에서 그 다양성이 보장되는 가치적 윤리적 판단이라고 하기 어렵다.
따라서 법위반사실의 공표를 명하고 있을 뿐인 이 사건 조항은 이 사건 결정에서 판단하고 있는 바와 같이 위반행위자의 양심의 자유를 침해할 수는 없다고 보아야 정당한 것이다.
그러나 앞서본 바와 같이 이 사건의 경우 양심의 자유의 침해의 문제까지는 될 수 없다고 하더라도 일반적 행동자유권, 명예권 등 타 기본권의 침해 여부는 문제가 될 것이다.
헌법 제37조 제1항은 국민의 자유와 권리는 헌법에 열거되지 아니한 이유로 경시되지 아니한다고 규정한 것은 헌법 제10조에서 규정한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누리기 위하여 필요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헌법에 규정하지 아니한 모든 자유와 권리를 보장함을 의미한다고 함이 통설이다.12)또 이에
따라 헌법 제37조 제1항에 의하여 보장되는 기본권으로 대표적인 것이 일반적 행동자유권과 명예권 등이다. 생각건대 이 사건의 경우 행위자가 자신의 법위반 여부에 관하여 위원회와는 판단을 달리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불합리하게 법률에 의하여 이를 공표할 것을 강제 당한다면 동 행위자에 대한 일반적 행동자유권과 명예권의 침해 여부가 당연히 문제될 것이다.
헌법 제27조 제4항은 “형사피고인은 유죄의 판결이 확정될 때까지는 무죄로 추정된다”고 규정하여 이른바 무죄추정의 원칙을 선언하고 있다. 무죄추정의 원칙은 형사절차와 관련하여 아직 공소가 제기되지 아니한 피의자는 물론 비록 공소가 제기된 피고인이라 할지라도 유죄의 판결이 확정될 때까지는 원칙적으로 죄가 없는 자로 다루어져야 하고, 그 불이익은 필요최소한에 그쳐야 한다는 원칙을 말한다. 이 원칙은 언제나 불리한 처지에 놓여 인권이 유린되기 쉬운 피의자나 피고인의 지위를 옹호하여 형사절차에서 그들의 불이익을 필요한 최소한에 그치게 하자는 것으로서 인간의 존엄성 존중을 궁극의 목표로 하고 있는 헌법이념에서 나온 것이다. (1997. 5. 29. 96헌가17 판례집 9-1, 509면 : 517면)
또한 헌법 제12조 제2항은 ‘모든 국민은 형사상 자기에게 불리한 진술을 강요당하지 아니한다’고 진술거부권을 보장하였는바 이는 피고인이나 피의자가 수사절차 또는 공판절차에서 수사기관 또는 법원의 신문에 대하여 진술을 거부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이러한 진술거부권은 형사절차 뿐만 아니라 행정절차나 국회에서의 조사절차에서도 보장된다. 진술거부권은 고문등 폭행에 의한 강요는 물론 법률로서도 진술을 강요당하지 아니함을 의미한다(헌재 1997. 3. 27. 96헌가11, 판례집 9-1, 245, 266).
헌법재판소의 판례는 형사사건으로 공소제기가 되었다는 사실만으로 변호사에 대하여 업무정지명령을, 교원 혹은 공무원에 대하여 무조건적인 직위해제처분을 각 하도록 한 것은 아직 유무죄가 가려지지 아니한 상태에서 유죄로 추정하는 것이 되며 이를 전제로 한 불이익한 처분이라고 판시한 바 있다.13)14)15)
이 사건 법률조항의 법위반사실 공표명령은 그 자체가 형사절차의 일부는 아니고 고발로 인하여 형사절차가 개시되기 전 진행된 행정절차 종료시에 행하여진 최종적 행정처분의 하나이기는 하다. 그러나 위원회의 고발조치등으로 장차 형사절차내에서 진술을 해야할 행위자의 입장을 고려할 때 사전에 이와 같은 법위반사실의 공표를 행하게 하는 것이 형사절차에 전혀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단정하여 생각하기 어렵다. 결국 법위반사실의 공표명령은 공소제기조차 되지 아니하고 단지 고발만 이루어진 수사의 초기단계에서 아직 법원의 유무죄에 대한 판단이 가려지지 아니한 채로 관련 행위자를 유죄로 추정하는 것이 되며 이를 전제로 한 불이익한 처분이 된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또한 진술거부권은 형사절차가 아닌 행정절차에서도 인정되고 법률에 의한 강요도 가능한 것인바, 이 사건 공표명령에 따르면 그 내용상 행위자로 하여금 형사절차에 들어가기 전에 법위반행위를 자백하게 하는 것이 될 수밖에 없으므로 이 사건 결정에서 밝힌 바와 같이 이 사건 법률조항은 진술거부권도 침해한다고 보아야 정당할 것이다.
이러한 입법목적은 입법자가 추구할 수 있는 헌법상 정당한 공익이라고 할 것이고, 또한 중요한 것으로서 이러한 공익을 실현하여야 할 현실적 필요성이 존재한다는 것도 명백하다.
수단의 적합성과 침해의 최소성을 심사함에 있어서는 입법자의 판단이 명백히 잘못되었다는 소극적 심사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입법자로 하여금 법률이 공익의 달성이나 위험의 방지에 적합하고 최소한의 침해를 가져오는 수단이라는 것을 어느 정도 납득시킬 것이 요청된다(헌재 1999. 12. 23. 99헌마135, 판례집 11-2, 800, 818).
공정거래법 위반행위의 내용과 형태에 따라서는 일반 공중이나 관련 사업자들이 그 위반여부에 대한 정보와 인식이 부족함으로 인하여 공정거래위원회의 시정조치에도 불구하고 위법사실의 효과가 지속되고 피해가 계속되는 사례가 발생할 수 있다. 이러한 경우 조속히 동 법위반에 관하여 중요한 정보를 공개하는 등의 방법으로 일반 공중이나 관련 사업자들에게 시기적절하게 널리 경고함으로써 계속되는 공공의 손해와 과거 위법행위의
효과를 종식시키고 위법행위가 동일 혹은 유사 방식으로 재발하는 것을 방지하는 조치를 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여기에서 위 입법목적에 적합한 수단이라고 인정될 수 있기 위하여는 일반 대중이나 관련 사업자들의 의사결정에 중요하거나 그 권리를 보호하기 위하여 실질적으로 필요하고 적절하다고 인정될 수 있는 구체적 정보내용을 알려주는 조치가 되어야 할 것이며, 법위반사실의 인정 여부가 형사재판에 의하여 확정되기도 전에 위원회의 행정처분에 의하여 무조건적으로 법위반을 단정하여 그 피의사실을 널리 공표하도록 하는 것은 지나치게 광범위한 조치로서 앞서본 입법목적에 반드시 부합하는 적합한 수단이라고 납득하기 어렵다.
이와 같이 이 사건 법률조항의 기본권 제한수단으로서의 적합성을 인정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최소침해성의 관점에서 볼 때에도 동 조항이 반드시 위 입법목적을 달성하면서 기본권에 대한 침해를 최소화하고 있는 것인지 의문시된다. 법위반사실에 관련하여 위원회가 이 사건 조항에 의하여 재판을 통한 유죄판결을 받기 이전에 이와 같은 법위반사실의 공표를 행하는 것은 동 재판에서 무죄가 선고되어 확정되면 그 행위자에게 죄가 되지 아니하는 사실에 대하여 죄가 되는 것으로 일반에 공표하도록 하는 조치가 될 것이며 이는 동 행위자에게 회복할 수 없는 권리침해를 가져올 것이다. 이를 회복시켜 주기 위하여는 ‘법위반사실의 공표’에 대한 정정광고를 하는등의 방법을 써야 할 것인데 이러한 방법에 의한다고 하더라도 행위자의 이미 침해된 권리가 완전히 회복될 수 있는 것으로는 볼 수 없다.
한편 이 사건 법률조항의 ‘법위반사실의 공표’는 해석상 행위자가 ‘공정거래법을 위반하였다는 사실을 인정하여 공표’하라는 의미이며 이 사건의 경우와 같이 위원회도 동 법률조항부분을 이와 같은 의미로 해석?운용하고 있는바, 이는 행위자가 ‘동 법위반으로 위원회로부터 시정명령을 받은 사실의 공표’와는 개념상 구분될 수 있다. 그런데 위원회는 행위자로 하여금 ‘공정거래법을 위반하였다는 사실을 인정하여 공표’하라는 과잉된 조치를 하는데까지 나아가지 않고, 이 사건 법률조항에 의한 조치가 이루어질 시점에는 행위자가 법위반으로 조사받아 시정명령을 받는 상태에 있음을 감
안하여 ‘법위반 혐의로 인하여 시정명령을 받은 사실의 공표’라는 수단을 통하여 앞서본 입법목적인 공중에 대한 보호적, 경고적, 예방적 목적을 얼마든지 달성할 수 있다고 사료된다. 이와 같은 방법에 의한다고 하더라도 위원회가 어떠한 사실관계에 대하여 법위반을 문제삼아 조치한 것인지에 관하여는 일반공중에게 충분히 인식시킬 수 있을 것이고 그 정도는 앞서본 이 사건 조항 부분인 ‘법위반사실의 공표’의 방법과 큰 차이가 없을 것으로 판단된다. 이와 같이 ‘법위반으로 인한 시정명령을 받은 사실의 공표’에 의한다면 행위자에 대한 기본권 침해의 정도와 재판후 무죄로 인한 혼란과 같은 부정적 효과를 최소화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구태여 법률규정에 의하여 명문으로 ‘법위반사실의 공표’를 시정명령의 한 형태로 인정하는 것은 비록 입법목적에 부합하는 조치라고 하더라도 기본권에 대한 침해가 불합리하게 과도한 것이라고 하여야 할 것이다.16)
법위반사실의 공표를 통하여 얻을 수 있는 공익적 효과는 공표 후 만약 행위자의 법위반사실 인정여부에 대한 재판이 진행되어 무죄판결이 확정되는 경우에는 기본권에 대한 제한을 전혀 정당화할 수 없게 된다. 무죄의 경우 공표된 내용 자체가 법위반이 아님이 확정되는 것이므로 공표명령 자체가 위법한 상황이 된다. 그러므로 이러한 경우 보호하여야 할 공익은 전무한 것이므로 더 나아가 살펴볼 필요도 없이 법익의 균형성은 무너지는 것이다.
법위반사실의 공표가 법위반여부에 대한 법원의 재판이 확정되기 이전 위원회의 조사가 완결되는 시점에서 행하여지는 한 이와 같은 무죄의 위험은 상존한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렇다면 이 단계에서의 이 사건 법률조항에 의하여 얻는 공익적 효과는 불안한 것이며 확정적이 아니다. 이러
한 불확정적 공익의 보호라는 긍정적 효과와 행위자가 입는 기본권 침해의 확정적 피해라는 부정적 효과 사이에 교량하여 보더라도 합리적인 비례관계를 형성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가. 헌법 제12조 제1항 후문은 “모든 국민은 …… 법률과 적법절차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처벌ㆍ보안처분 또는 강제노역을 받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위 헌법조항이 규정한 적법절차의 원칙은 절차는 물론 법률의 실체적 내용도 합리성과 정당성을 갖춘 것이어야 한다는 원리로서, 공권력에 의한 국민의 생명, 자유, 재산의 침해는 합리적이고 정당한 법률에 의거하여 정당한 절차를 밟은 경우에만 유효하다는 것으로 이러한 적법절차는 특히 기본권 보장에 관한 헌법정신을 형사소송절차에도 구현하여 형사소송의 전반을 규율하는 기본원리로서 기능하고, 형사피고인의 기본권이 공권력에 의하여 침해당할 수 있는 가능성을 최소화하도록 절차를 형성ㆍ유지할 것을 요구한다(헌재 1997. 5. 29. 96헌가17, 판례집 9-1, 509, 515).
나. 이 사건의 경우 이 사건 법률조항에 의한 위원회의 법위반사실의 공표명령이 과연 위와 같은 헌법상의 적법절차의 원리에 부합하는지 여부가 검토되어야 할 것이다. 동 공표명령은 법위반행위자에 대하여 위원회가 내리는 시정조치의 일종으로서 법원의 판단에 앞서 내리는 중요한 기본권 제한조치이므로 그 절차적 합리성과 정당성이 보장되지 않으면 안된다. 앞서 본 외국의 입법례에서 미국과 일본 및 독일은 공히 이와 같은 공정거래법 위반행위에 대한 시정조치를 위한 조사절차를 준사법적 구조로 구성하여 모두 법률에 의하여 상세히 규율하고 있다. 그리고 조사는 단독의 조사관에 의하여 일단 개시되어 일차적인 판단을 하게 되나 이러한 일차적 조치는 당해 행위자의 승낙이 있어야만 효력이 있고17)만약 행위자가 거부하면 반드시 의견진술과 증거제출을 위한 대석적 구두변론의 기회가 부여된 준사법적 절차를 거쳐야만 조치할 수 있는 것으로 되어 있다.
이에 비하여 우리 공정거래법상의 조사절차에서는 당사자의 동의권이
약화되어 있고 준사법적 절차로서의 요소가 배제되어 미국?일본?독일에 비하여 적법절차성이 크게 미흡하다(법 제49조 내지 제55조의2). 위원회가 조사 후 법위반사실이 있다고 인정되면 행위자에게 이를 시정권고할 수 있고 행위자가 이를 수락하면 시정조치가 명하여진 것으로 보도록 하고 있어(법 제51조) 언뜻 앞서본 외국의 사례와 유사한 것으로 보이나, 우리의 경우 위원회는 반드시 당사자의 승낙여부를 묻는 절차를 거쳐야 하는 것이 아니라 위원회의 임의의 판단에 따라 권고를 행할 수도 있다는 정도에 불과하여 제도적 의미가 크게 축소되어 있다. 그리고 시정조치 등을 내릴 경우에 당사자에게 의견진술의 기회를 보장하도록 되어 있기는 하지만(법 제52조), 앞서 본 외국의 경우와 같이 충분한 사전준비를 위한 기간의 보장이 없고 대석적 구두변론절차 등 준사법적 절차라고 할 만한 절차는 완전히 배제되어 있다.18)이와 같은 우리 법상의 절차는 그 절차 이후에 행위자가 받게 되는 법위반사실의 공표 및 그 밖의 시정조치가 당해 행위자에게 주는 권리 침해의 중대성에 비추어 볼 때 그 절차적 정당성과 합리성이 충분하지 못한 것이라고 하겠다.
다. 또한 공정거래법위반의 여부는 반드시 공정거래위원회가 고발하고 또 검사가 기소한다고 하여 반드시 유죄가 확정되리라는 보장도 없고 위원회의 법위반사실 공표명령이 집행된 후 무죄로 인하여 결국 법위반이 되지 아니하는 사실을 공표하는 경우가 되어버릴 수도 있어 이는 결과적으로 그 절차의 내용이 심히 적정치 못한 경우로서 역시 적법절차에 위배되며, 나아가 정의에도 반한다.
중대한 문제이므로 이 점에 대한 판단을 보다 신중히 하기 위한 배려에서 그러한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이상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이 사건 결정은 공정거래법위반사실의 공표를 명하는 이 사건 법률조항부분이 비록 양심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은 아니지만 행위자의 일반적 행동자유권과 명예권을 과잉되게 침해하고 적법절차와 무죄추정의 원칙에 반할 뿐만 아니라 헌법상 보장된 진술거부권을 침해하는 것으로서 헌법에 위반된다고 판단하였다. 이 사건 결정은, 비록 자유로운 시장경제를 유지하기 위하여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 유지를 위한 입법과 엄격한 집행이 필수적인 것이기는 하지만, 이러한 조치를 행함에 있어서 행정적 효율성을 고려함과 동시에 다른 한편으로 이는 수규자의 권리와 이익에 대한 중대한 침해가 됨을 생각하여 반드시 사법절차로서의 제반 한계를 준수하고 과잉된 기본권 제한이 되지 않도록 하여야 함을 명확히 한 점에서 평가할 만한 결정이었다고 생각된다. 그리고 이 사건에서 문제된 법위반사실 공표명령의 제도는 이 사건 법률조항에서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며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의 유지와 관련된 제반 법률과 그 조항들에서 다수 발견되고 있는 것이다. 비록 이 사건 결정이 이러한 유사조항들에 대해서까지 직접 판단을 하고 있지는 아니하나, 이 결정으로 인하여 위 유사조항상의 법위반 사실공표명령의 제도도 사실상 운용이 불가능하게 되었다. 그러한 의미에서 이 사건의 공정거래제도에 대한 영향은 보다 광범위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아울러 양심의 자유에 대한 보호범위를 밝힘으로써 이 문제에 대한 헌법적 해결을 하고 있는 점에서도 법리적으로 참고할 대목을 가지고 있는 결정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