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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기: 양형 과다
서울고법 1972. 10. 17. 선고 72노874 제1형사부판결 : 확정
[살인등피고사건][고집1972형,85]
판시사항

객체의 착오라고 인정할 수 없는 경우

판결요지

범의의 확장을 가져오는 사실의 착오는 인식된 범행을 실행하기 위한 행위가 있고, 이 행위에 의하여 인식하지 못한 범행이 실현된 경우에만 문제가 된다 할 것이므로, 피해자가 사망하게 된 것은 피고인이 다른 제3자를 살해하려고 칼을 겨누고 있을 때 피해자가 뒤에서 이 칼을 빼앗으려고 하다가 우연히 같은 시간과 장소에서 발생한 것에 불과한 것 뿐이고 제3자를 살해하기 위한 행위에 의하여 피해자가 사망하게 된 것이 아닌 이상 사실의 착오의 문제는 생길 여지가 없다.

참조조문
피 고 인

피고인

항 소 인

검사 및 피고인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한다.

피고인을 징역 단기 2년, 장기 3년에 처한다.

원심판결 선고전 구금일수 중 170일을 위 형에 산입한다.

검사의 항소를 기각한다.

이유

1. 검사의 항소이유의 요지는 원심판결에 영향을 미친 법률위반이 있다는 것이다. 즉, 인식한 사실과 실현된 사실이 동일한 구성요건에 속할 때에는 실현된 사실에 관하여 범의가 없다 하더라도 인식한 사실에 관하여 범의가 있으면 실현된 사실과 인식한 사실이 일치하지 않더라도 실현된 사실에 관하여 범의를 인정함이 이른 바 강학상의 방법 또는 타격의 착오인 바, 원심은 피고인이 공소외 1을 살해하려는 의사로서 칼을 휘두른 사실은 인정하면서 단순히 피해자 공소외 2를 살해할 범의가 없었다하여 주된 공소사실인 살인에 관하여 무죄를 선고하였음은 위 방법의 착오의 범죄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는 것이고, 변호인의 항소이유의 요지는 첫째, 피고인이 식도를 휘두른 것은 피고인 및 피고인의 모와 외삼촌이 공소외 1로부터 저항할 수 없는 폭행을 당하고 이에 대한 유일한 제지 방법으로 한 것이므로 이는 정당방위에 해당되어 죄가 되지 않는다는데 있고, 둘째, 피고인이 소지한 식도에 피해자 공소외 2가 찔려 사망하게 된 것은 피고인이 무의식적으로 뿌리치는 순간에 피해자가 찔린 것이므로, 피고인에게 피해자에 대한 폭행이나 상해의 고의를 인정할 수가 없은 즉 과실치사로 문의함은 몰라도 상해치사로 의율함은 법률적용에 잘못이 있다는데 있고 셋째, 원심의 피고인에 대한 형의 양정은 피고인의 이 사건 범행에 이르게 된 경위에 비추어 볼 때에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는데 있다.

2. 먼저 검사의 항소이유에 관하여 본다. 원심은 주된 공소로서 살인, 예비적인 공소로서 상해치사라고 주장 공소한 검사의 이 사건 공소에 관하여 예비적인 상해치사의 점을 유죄로 인정하고, 주된 공소인 살인의 점을 배척하면서 그 이유를 다음과 같이 설시하고 있다. 즉…… "증거를 종합하면, 피고인은 1972.1.1. 10:00경 위 공소사실에 적힌 바와 같은 경위로 가해자 공소외 1 외 2명으로부터 아무런 이유없이 구타를 당하고, 피고인의 집으로 피신하여 왔던 바, 위 가해자들은 피고인의 집까지 쫓아와서 피고인은 물론 피고인의 어머니 공소외 3과 외삼촌에게까지 의자를 집어 던지는 등 행패를 부려, 공소외 3이 위 의자에 맞아 쓰러져 실신하게 되자 피고인은 이에 격분한 나머지 그 곳 조리대 위에 있는 식칼을 집어들고 가해자들을 향하여 "이 새끼들 나가지 않으면 찔러 죽이겠다."고 소리지르면서 위 가해자 중의 하나인 공소외 1을 향하여 접근한 사실, 당시 피고인과 공소외 1과는 위 술집에 설치되어 있는 술상용의 둥그런 탁자를 사이에 두고 마주보고 있었던 사실, 이 광경을 보고 피고인의 이웃에 거주하며 피고인의 절친한 친구인 피해자 공소외 2가 이를 제지하려고 피고인의 오른쪽 뒤에서 피고인의 칼든 손을 잡고 칼을 빼앗으려 하자 피고인은 공소외 2에게 "너는 경찰서에 가서 연락이나 해라."고 말하면서 위 칼을 왼손과 오른손으로 바꾸어 가며 빼앗기지 아니하려고 승강이를 벌이다가 다시 오른쪽으로 뿌리치는 순간 피고인의 오른쪽 뒤에 서 있던 위 피해자의 가슴을 위 식도로 찔러 동인으로 하여금 위 공소사실에 적힌 바와 같이 사망하게 한 사실,……등이 인정된다. 이제 위와 같은 상황하에서 피해자 공소외 2를 사망하게 한 피고인의 행위를 살인죄로 의율할 수 있는가에 관하여 보건대, 피고인이 가해자인 공소외 1을 살해할 의사가 있었던 점은 이를 인정할 수가 있으나, 피고인이 피해자 공소외 2를 살해할 의사가 없었음은 위에 설시한 바와 같으므로 피고인이 공소외 2를 사망하게 한 행위가 강학상 이른바 타격의 착오(또는 방법의 착오)에 해당하는 경우에만 동인에 대한 살해의 범의를 인정할 수가 있다고 할 것인 바, 위에서 설시한 바와 같이 피고인은 자기가 살해하려고 한 대상인 공소외 1과는 피고인을 중심으로 하여 정반대의 방향과 위치에 있는 피해자 공소외 2를 찌르게 되었으므로 피고인으로서는 위 피해자가 살해되리라는 것을 통상 예측할 수 없었다고 할 것이고, 이와 같은 경우에까지 착오의 이론에 의하여 살해의 고의를 인정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보지 않을 수 없고, 그러하다면 피고인은 위 피해자를 살해할 범의가 있었다고 인정할 수가 없다 할 것인 즉……"라고 하여 주된 살인의 점을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원심이 적법히 조사 채택한 증거들을 기록에 대조하여 보면, 위의 원심 사실인정은 정당하고, 또 사실이 위와 같다면 공소외 1에 대한 살인의 고의를 피해자 공소외 2의 사망에 까지 확대하여 살인으로 다스릴 수는 없다고 할 것이다.

왜냐하면 "갑"을 향하여 쏜 총탄이 옆에 있는 "을"에게 명중한 검사가 주장하고 있는 이른바 강학상의 타격 또는 방법의 착오든 "갑"인줄 알고 칼로 찔러 죽이고 보니 "을"이었다는 객체의 착오든 또는 "갑"의 목을 졸라 동인이 실신한 것을 사망한 것으로 간주하여 물에 집어 넣어 질식 사망케 한 인과관계의 착오든, 그 어느 경우를 막론하고 범의의 확장을 가져오는 사실의 착오는, 인식된 범행을 실행하기 위한 행위가 있고, 이 행위에 의하여 인식하지 못한 범행이 실현된 경우에만 문제가 된다고 할 것인 바, 이 사건에 돌이켜 보건대, 피해자 공소외 2가 사망하게 된 것은 피고인이 공소외 1을 살해하려고 칼을 겨누고 있을 때 뒤에서 이 칼을 빼앗으려고 하다가 우연히 같은 시간과 장소에서 발생한 것에 불과한것 뿐이고 공소외 1을 살해하기 위한 행위(예를 들면 공소외 1을 살해하기 위하여 칼로 찔르는 행동)에 의하여 피해자 공소외 2가 사망하게 된 것이 아님은, 위에서 본 바와 같으므로, 이 사건에서는 사실의 착오문제는 생길 여지가 없다 할 것이다. 따라서 사실의 착오 이론에 의하여 공소외 1에 대한 살인의 범의를 가지고 피해자 공소외 2에 대한 사망에 대하여 살인죄로 다스리기 위한 나머지 요건에 관하여는 더 나아가 살펴볼 필요도 없이 검사의 이 주장은 이유가 없어 받아들이지 않는다. (물론 공소외 1에 대하여 별도의 죄를 구성함은 별 문제이다.)

다음 변호인의 항소이유 첫째점에 관하여 보건대, 그러나 피해자 공소외 2가 사망하게 된 것은 위에서도 본 바와 같이 공소외 1의 부당한 침해를 방어하기 위한 행위에 인한 것이 아니었으므로 나머지 요건에 관하여는 살펴볼 필요도 없이 피고인의 이 사건 범행이 정당방위라는 논지는 이유없고, 다음 변호인의 항소이유 둘째점에 관하여 보건대, 그러나 사실이 앞에서 본 바와 같이 피해자가 피고인의 칼든 손을 잡고 빼앗으려 하자, 이를 빼앗기지 않으려고 칼을 왼손, 오른손으로 바꾸어가며 승강이를 벌이다가 다시 오른쪽으로 뿌리치는 순간 피해자가 찔린 것이라면, 피고인에게 피해자가 칼에 찔릴지도 모른다는 미필적인 인식은 있었다고 아니할 수가 없으므로 원판시 피고인의 이 사건 범행에 대하여 상해치사죄로 의율한 원심판결은 정당하고, 과실치사에 불과하다는 변호인의 항소논지는 이유없고, 끝으로 변호인의 항소이유 셋째점에 관하여 보건대, 원심이 적법히 조사 인정한 피고인의 이 사건 범행에 이르게 된 경위에, 피고인이 지려가 천박한 미성년이란 점 등을 보태어 보면 피고인의 본건 범행에 대하여 징역 단기 3년, 장기 5년을 선고한 원심의 형의 양정은 무거워서 부당하다고 사료되므로 논지는 이유있다.

이에 변호인의 같은 항소이유를 받아들여 형사소송법 제364조 6항 에 의하여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변론을 거쳐 당원이 다시 다음과 같이 판결한다.

3. 당원이 인정하는 피고인에 대한 범죄사실과 증거관계는 원심 판결이유 위의 그것과 같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9조 에 의하여 이를 그대로 여기에 인용한다.

법률에 비추건대, 판시소위는 형법 제259조 1항 에 해당하는 바, 피고인의 이건 범행에는 위 파기이유에서도 본 바와 같이 그 정상에 참작의 여지가 있으므로 동법 제53조 , 동 제55조 1항 3호 에 의하여 작량감경을 하고 피고인은 소년법 제2조 소정의 소년이므로 동법 제54조 에 의하여 소정형기 범위내에서 피고인을 징역 단기 2년, 장기 3년에 처하고 동법 제57조 에 의하여 원심판결선고전 구금일수 중 170일을 위의 형에 산입한다.

4. 이상의 이유로 검사의 항소는 이유가 없으므로 받아들이지 않고, 피고인의 항소는 이유가 있어 이를 받아들여 당원이 자판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윤운영(재판장) 최규봉 김인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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