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시사항
[1] 자동차종합보험약관상 '다른 피보험자를 위하여 피보험자동차를 운전 중인 자'의 의미 및 기명피보험자 등에 고용된 운전자가 당해 운행에 있어서의 구체적이고 개별적인 승낙의 유무에 관계없이 그 약관상의 피보험자에 해당하는지 여부(적극)
[2] 운전업무 이외의 업무를 위하여 고용된 피용자가 무면허 상태에서 기명피보험자를 위하여 운전한다는 의사로 무단으로 자동차를 운전한 경우 운전피보험자에 해당하는지 여부(소극)
판결요지
[1] 자동차종합보험약관에서 말하는 '다른 피보험자를 위하여 피보험자동차를 운전 중인 자'라고 함은 통상 기명피보험자 등에 고용되어 피보험자동차를 운전하는 자를 의미하고, 이와 같이 기명피보험자 등에 고용된 운전자의 경우에는 당해 운행에 있어서의 구체적이고 개별적인 승낙의 유무에 관계없이 위 약관상의 피보험자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한다.
[2] 어떤 피용자가 운전업무 외의 업무를 위하여 고용되었을 뿐 아니라 자동차 운전면허를 갖고 있지 못하여 그 피용자가 피보험자동차를 운전하는 것이 기명피보험자 등의 의사에 명백히 반하는 것으로 보이는 경우에 무면허인 그 피용자가 기명피보험자인 사용자 등의 개별적 또는 포괄적, 명시적 또는 묵시적 승낙 없이 무단으로 자동차를 운전하였다면 설사 그 피용자가 기명피보험자 등을 위하여 운전한다는 의사로 그 자동차를 운전하였다고 하더라도 그 피용자는 운전피보험자에 해당하지 않는다.
원고,상고인
현대해상화재보험 주식회사 (소송대리인 변호사 양동학)
피고,피상고인
피고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이 사건을 광주지방법원 본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이유
1. 원심이 적법하게 확정한 사실 및 기록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알 수 있다.
가. 원고는 1998. 5. 6. 오병국과 사이에 그의 소유인 전남 82가2834호 화물차에 관하여 기명피보험자를 오병국으로, 보험기간을 1998. 5. 6.부터 1999. 5. 6.까지로 하는 업무용 자동차종합보험계약을 체결하였다.
나. 오병국은 엘지건강 생활필수품 위탁판매업에 종사하면서 정동균을 위 화물차의 운전기사로, 피고를 물품의 상·하차 작업을 돕는 보조직원으로 고용하여 연쇄점 등에 물품을 배달, 판매하게 하였다.
다. 정동균은 1998. 6. 12. 위 화물차에 물건을 싣고 전남 보성읍 용문리 소재 연쇄점에 가서 그 곳에 차량을 정차시키고 차량에 열쇠를 그대로 꽂아 놓은 채 물품을 연쇄점에 배달, 진열하면서 위 화물차의 관리를 잠시 소홀히 하고 있었는데 그 틈에 무면허인 피고가 오병국 또는 정동균의 승낙을 받지 아니한 채 홀로 위 화물차를 운전하였다.
라. 피고는 위와 같이 위 화물차를 운전하여 홀로 물품을 배달하기 위하여 다른 거래처로 가던 중 그 날 14:20경 전남 보성읍 용문리 녹차시험장 앞 삼거리 교차로에서 전방 진로를 제대로 살피지 않은 채 좌회전을 하다가 진행방향 좌측에서 우측으로 직진하던 정병춘 운전의 50cc 오토바이를 충격하여 넘어지게 하여 위 오토바이를 운전하던 정병춘으로 하여금 1998. 7. 1. 사망하게 하는 교통사고를 내었다.
마. 정병춘의 상속인들이 원고 등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원고의 보험금 지급을 명하는 판결이 선고되어 확정되자, 원고는 1999. 7. 26. 정병춘의 상속인들에게 판결에서 인용된 금액 범위 내인 62,992,000원의 보험금을 지급하고 나머지 금액에 관한 청구권을 포기 받았다.
2. 이 사건에서 원고는 보험자대위에 의하여 피보험자인 오병국의 피고에 대한 구상권을 취득하였다고 주장하면서 피고에 대하여 손해배상 합의금 및 응소를 위하여 지출한 변호사 보수 등을 합한 80,311,560원의 지급을 구하였다.
이에 대하여 원심은 이 사건 보험계약약관에서 '다른 피보험자를 위하여 피보험자동차를 운전 중인 자'도 피보험자(운전피보험자)로 규정하고 있음을 인정한 후, 피보험자동차를 실제 운전한 자가 다른 피보험자에 의하여 고용된 운전자가 아니라고 하더라도 그의 운전 목적 내지 경위가 피보험자의 이익을 위하여 피보험자동차를 운전한 것이기만 하면 위 약관에서 정한 운전피보험자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다. 또한 원심은, 그 채택 증거를 종합하여, 피고는 이 사건 사고 당일 운전기사인 정동균과 함께 이 사건 화물차에 물품을 싣고 거래처인 전남 보성읍 용문리 소재 연쇄점으로 이동하여 정동균이 싣고 간 물품을 그 연쇄점에 배달·진열하는 사이에 시간절약 등 효율적 납품업무 수행을 위하여 홀로 위 화물차를 운전하여 다른 거래처인 노동농협으로 가서 배달한 다음 또 다른 거래처인 미력농협을 향하여 그 화물차를 운행하여 가던 중 이 사건 사고를 일으킨 사실을 인정하고, 이러한 인정 사실에 비추어 보면 피고는 비록 고용 운전자는 아니고 단지 물품의 상·하차 작업을 돕는 보조직원에 불과하지만 적어도 이 사건 사고 당시 이 사건 보험계약상의 기명피보험자인 오병국의 업무 내지 이익을 위하여 피보험자동차인 이 사건 화물차를 운전하던 자이므로 위 보험약관상의 운전피보험자에 해당한다고 봄이 상당하고, 피고가 기명피보험자인 오병국이나 고용 운전자 정동균으로부터 그 화물차의 운행에 관하여 구체적이고 개별적인 명시 또는 묵시의 승낙을 받지 못하였다 하여 달리 볼 것도 아니라고 판단하였다. 이어서 원심은 보험자인 원고가 보험자대위의 법리에 의하여 피보험자의 권리를 대위 행사하기 위해서는 손해가 제3자의 행위로 인하여 생긴 경우라야 하는데 피고도 약관상의 피보험자에 해당하는 이상 피고가 제3자임을 전제로 하는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다고 판단하였다.
3. 그러나 원심의 판단은 수긍할 수 없다.
이 사건 보험약관에서 말하는 '다른 피보험자를 위하여 피보험자동차를 운전 중인 자'라고 함은 통상 기명피보험자 등에 고용되어 피보험자동차를 운전하는 자를 의미하고 (대법원 1991. 11. 26. 선고 90다10063 판결, 1993. 6. 29. 선고 93다1770 판결 등 참조), 이와 같이 기명피보험자 등에 고용된 운전자의 경우에는 당해 운행에 있어서의 구체적이고 개별적인 승낙의 유무에 관계없이 위 약관상의 피보험자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대법원 2000. 9. 29. 선고 2000다33331 판결 참조).
그러나 이 사건에서와 같이 어떤 피용자가 운전업무 외의 업무를 위하여 고용되었을 뿐 아니라 자동차 운전면허를 갖고 있지 못하여 그 피용자가 피보험자동차를 운전하는 것이 기명피보험자 등의 의사에 명백히 반하는 것으로 보이는 경우에 무면허인 그 피용자가 기명피보험자인 사용자 등의 개별적 또는 포괄적, 명시적 또는 묵시적 승낙 없이 무단으로 자동차를 운전하였다면 설사 그 피용자가 기명피보험자 등을 위하여 운전한다는 의사로 그 자동차를 운전하였다고 하더라도 그 피용자는 운전피보험자에 해당하지 않는다 고 할 것이다.
따라서 이와 견해를 달리하여 피고를 이 사건 보험약관상의 운전피보험자에 해당한다고 판단하고 이러한 판단을 전제로 원고의 보험자대위 주장을 배척한 원심의 판단에는 자동차종합보험상의 피보험자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고 할 것이고, 이 점을 지적하는 상고이유의 주장은 정당하다.
4.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이 사건을 새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