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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고등법원 2013.10.11.선고 2013재노70 판결
대통령긴급조치제9호위반
사건

2013재노70 대통령 긴급조치 제9호위반

피고인겸재심청구인

A

항소인

피고인 및 검사

검사

유길선(기소), 심재계(공판)

변호인

변호사 B, C, D

재심대상판결

서울고등법원 1978. 2. 23. 선고 77노1931 판결

원심판결

서울형사지방법원 1977. 10. 26. 선고 77고합517 판결

판결선고

2013. 10. 11.

주문

원심판결 중 피고인에 대한 부분을 파기한다. 피고인은 무죄.

피고인에 대한 판결을 공시한다.

이유

1. 사건의 경과

기록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이 인정된다.

가. 피고인 겸 재심청구인(이하 '피고인'이라고 한다.)은 서울형사지방법원 77고합517호 사건에서 1977. 10. 26. 별지 기재와 같은 대통령 긴급조치제9호위반 범죄사실로 징역 4년 및 자격정지 4년을 선고받았다.다. 이에 대하여 피고인과 검사가 항소하여 서울고등법원 77노1931호 사건에서, 1978. 2. 23. 원심판결이 파기되어 피고인을 징역 2년 및 자격정지 2년에 처하는 재심대상판결이 선고되었고, 피고인이 다시 대법원에 상고하였으나 1978. 5, 9. 상고가 기각되어 재심 대상판결은 그 무렵 그대로 확정되었다.다. 그 후 피고인은 2013. 6. 28. 이 법원 2013재노70호로써 재심대상판결에 대한 재심을 청구하였고, 이 법원은 2013. 8. 12. 재심대상판결의 범죄사실은 긴급조치 제9호 를 형벌법령으로 한 것임이 분명하고, 대법원 2013. 4. 18.자 2011초기 689 전원합의체 결정에서 긴급조치 제9호가 당초부터 위헌·무효라고 판단된 이상, 이는 '유죄의 선고를 받은 자에 대하여 무죄를 인정할 명백한 증거가 새로 발견된 때'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420조 제5호에서 정한 재심사유가 있다고 판단하여 재심개시결정을 하였고, 그 이후 항고기간 내에 적법한 항고의 제기가 없어 위 재심개시결정은 그대로 확정되었다.

2. 항소이유의 요지

가, 피고인

1) 사실오인 내지 법리오해

피고인의 행위는 정치현실에 대한 비판에 불과한 것으로서 이를 가지고 대한민국헌 법에 대한 부정, 반대, 왜곡 전파 행위라고 볼 수 없음에도 피고인에 대하여 유죄를 인정한 원심판결에는 사실오인 또는 법령위반의 위법이 있다.

2) 양형부당

피고인에 대한 원심의 양형(징역 장기 4년 및 자격정지 4년)은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

나. 검사

피고인에 대한 원심의 양형은 너무 가벼워서 부당하다.

3. 판단

가.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에 대한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는 별지 기재와 같다.

나. 직권판단

피고인 및 검사의 항소이유 주장에 대한 판단에 앞서 직권으로 판단한다.

1) 재심대상판결에서 피고인에 대하여 적용한 법령의 무효

가) 재심 대상판결에서 적용한 법령에 대한 위헌심사 가부

재심이 개시된 사건에서 범죄사실에 대하여 적용하여야 할 법령은 재심판결 당시의 법령이므로, 법원은 재심 대상판결 당시의 법령이 폐지된 경우에는 형사소송법 제326조 제4호를 적용하여 그 범죄사실에 대하여 면소를 선고하는 것이 원칙이다. 그러나 법원

은, 형벌에 관한 법령이 헌법재판소의 위헌결정으로 말미암아 소급하여 효력을 상실하였거나 법원에서 위헌·무효로 선언된 경우, 당해 법령을 적용하여 공소가 제기된 피고사건에 대하여 형사소송법 제325조에 따라 무죄를 선고하여야 한다. 나아가 형벌에 관한 법령이 재심판결 당시 폐지되었다 하더라도 그 '폐지'가 당초부터 헌법에 위반되어 효력이 없는 법령에 대한 것이었다면 형사소송법 제325조 전단이 규정하는 '범죄로 되지 아니한 때'의 무죄사유에 해당하는 것이지, 형사소송법 제326조 제4호 소정의 면소사유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 그리고 유신헌법 제53조 제4항이 대통령 긴급조치에 대하여 사법심사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나, 앞서 본 바와 같이 재심소송에서 적용될 절차에 관한 법령은 재심판결 당시의 법령이므로, 사법적 심사의 대상이 되는지 여부는 현재 시행 중인 대한민국헌법(이하 '현행 헌법'이라고 한다.)에 기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그런데 현행 헌법 제76조는 대통령의 긴급명령 · 긴급재정경제명령 등 국가긴급권의 행사에 대하여 사법심사배제 규정을 두고 있지 아니할 뿐 아니라, 유신헌법 자체에 의하더라도 그 제8조에서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이를 위하여 국가는 국민의 기본적 인권을 최대한으로 보장할 의무를 진다."고 규정하고 제9조 내지 제32조에서 개별 기본권 보장 규정을 두고 있었으므로, 설령 유신헌법 제53조 제4항이 사법심사를 배제할 것을 규정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이는 사법심사권을 절차적으로 제한하는 것일 뿐 이러한 기본권 보장 규정과 충돌되는 대통령 긴급조치의 합헌성 내지 정당성까지 담보한다고 할 수는 없으므로, 이 사건 재심절차를 진행함에 있어, 모든 국민은 유신헌법에 따른 절차적 제한을 받음이 없이 법이 정한 절차에 의해서 대통령 긴급조치의 위헌성 유무를 따지는 것이 가능하다. (대법원 2010. 12. 16. 선고 2010도5986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나) 대통령 긴급조치의 위헌심판기관 현행 헌법 제107조 제1항은 "법률이 헌법에 위반되는 여부가 재판의 전제가 된 경우에는 법원은 헌법재판소에 제청하여 그 심판에 의하여 재판한다."라고 규정하고, 헌법 제111조 제1항 제1호는 헌법재판소의 관장사무로 법원의 제청에 의한 법률의 위헌 여부 심판을 규정하고 있는바, 여기서 위헌심사의 대상이 되는 '법률'이라 함은 '국회의 의결을 거친 이른바 형식적 의미의 법률'을 의미하고, 위헌심사의 대상이 되는 규범이 형식적 의미의 법률이 아닌 때에는 그와 동일한 효력을 갖는 데에 국회의 승인이나 동의를 요하는 등 국회의 입법권 행사라고 평가할 수 있는 실질을 갖춘 것이어야 한다.

그런데 유신헌법 제53조 제3항은 대통령이 긴급조치를 한 때에는 지체 없이 국회에 통고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을 뿐, 사전적으로는 물론이거니와 사후적으로도 대통령 긴급조치가 그 효력을 발생 또는 유지하는 데 국회의 동의 내지 승인 등을 얻도록 하는 규정을 두고 있지 아니하고, 실제로 국회에서 대통령 긴급조치를 승인하는 등의 조치가 취하여진 바도 없으므로, 유신헌법에 근거한 대통령 긴급조치는 국회의 입법권 행사라는 실질을 전혀 가지지 못한 것으로서, 헌법재판소의 위헌심판대상이 되는 '법 률'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는 것이어서, 결국 대통령 긴급조치의 위헌 여부에 대한 심사권은 최종적으로 대법원에 속한다(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다) 긴급조치 제9호의 위헌 여부

평상시의 헌법 질서에 따른 권력 행사방법으로는 대처할 수 없는 중대한 위기상황이 발생한 경우 이를 수습함으로써 국가의 존립을 보장하기 위하여 행사되는 국가긴급권에 관한 대통령의 결단은 존중되어야 할 것이나, 이 같은 국가긴급권은 국가가 중대한 위기에 처하였을 때 그 위기의 직접적 원인을 제거하는 데 필수불가결한 최소의 한도 내에서 행사되어야 하는 것으로서, 국가긴급권을 규정한 헌법상의 발동 요건 및 한계에 부합하여야 하고, 이 점에서 유신헌법 제53조에 규정된 긴급조치권 역시 예외가 될 수는 없다. 유신헌법제53조 제1항, 제2항에서 긴급조치권 행사에 관하여 '천재·지변 또는 중대한 재정·경제상의 위기에 처하거나, 국가의 안전보장 또는 공공의 안녕질서가 중대한 위협을 받거나 받을 우려가 있어, 신속한 조치를 할 필요'가 있을 때 그 극복을 위한 것으로 한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에 근거하여 발령된 긴급조치 제9호의 내용은 '유언비어를 날조, 유포하거나 사실을 왜곡하여 전파하는 행위', '집회·시위 또는 신문, 방송, 통신 등 공중전파수단이나 문서, 도화, 음반 등 표현물에 의하여 대한민국 헌법을 부정·반대 ·왜곡 또는 비방하거나 그 개정 또는 폐지를 주장·청원·선동 또는 선전하는 행위', '학교 당국의 지도, 감독하에 행하는 수업, 연구 또는 학교장의 사전 허가를 받았거나 기타 의례적 비정치적 활동을 제외한, 학생의 집회·시위 또는 정치관여 행위' 및 '이 조치를 공연히 비방하는 행위' 일체를 금하고(제1항 각 호), 이를 위반한 내용을 방송·보도 기타의 방법으로 공연히 전파하거나, 그 내용의 표현물을 제작 · 배포 · 판매·소지 또는 전시하는 행위를 금하며(제2항), 이 조치 등에 위반한 자는 1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하고, 이 경우에는 10년 이하의 자격정지를 병과하며, 미수에 그치거나 예비 또는 음모한 자도 또한 같고(제7항), 이 조치 또는 이에 의한 주무부장관의 조치에 위반한 자는 법관의 영장 없이 체포·구금 · 압수 또는 수색할 수 있으며(제8항), 주무부장관은 이 조치위반자 범행 당시의 그 소속 학교, 단체나 사업체 또는 그 대표자나 장에 대하여 대표자나 장·소속 임직원 · 교직원이나 학생의 해임 또는 제적의 조치, 휴업·휴교·정 간·폐간·해산 또는 폐쇄의 조치 등을 할 수 있다(제 5항)는 것이다. 이는 유신헌법에 대한 논의 자체를 전면금지하거나 이른바 유신체제에 대한 국민적 저항을 탄압하기 위한 것임이 분명하여 긴급조치권의 목적상의 한계를 벗어난 것일 뿐만 아니라, 긴급조치 제9호가 발령될 당시의 국내외 정치상황 및 사회상황이 긴급조치권 발동의 대상이 되는 비상사태로서 국가의 중대한 위기상황 내지 국가적 안위에 직접 영향을 주는 중대한 위협을 받을 우려가 있는 상황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으므로, 그러한 국내외 정치상황 및 사회상황에서 발령된 긴급조치 제9호는 유신 헌법 제53조가 규정하고 있는 요건 자체를 결여한 것이다. 또한 긴급조치 제9호의 내용은 민주주의의 본질적 요소인 표현의 자유 내지 신체의 자유와 헌법상 보장된 청원권을 심각하게 제한하는 것으로서, 국가로 하여금 국민의 기본적 인권을 최대한으로 보장하도록 한 유신헌법 제8조(현행 헌법 제10조)의 규정에도 불구하고 유신헌법 제18조(현행 헌법 제21조)가 규정한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고, 영장주의를 전면 배제함으로써 법치국가원리를 부인하여 유신헌법 제10조(현행 헌법 제12조)가 규정하는 신체의 자유를 제한할 뿐 아니라 유신헌법 제14조(현행 헌법 제16조)가 규정한 주거의 자유를 제한하며, 명시적으로 유신헌법을 부정하거나 폐지를 청원하는 행위를 금지시킴으로써 유신헌법 제23조(현행 헌법 제26조)가 규정한 청원권 등을 제한한 것이다. 더욱이 긴급조치 제9호는 허가받지 않은 학생의 모든 집회·시위와 정치관여 행위를 금지하고, 이를 위반한 자에 대하여는 주무부장관이 학생의 제적을 명하고 소속 학교의 휴업, 휴교, 폐쇄조치를 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유신헌법 제19조(현행 헌법 제22조)가 규정하는 학문의 자유를 제한하는 한편, 현행 헌법 제31조 제4항이 규정하는 대학의 자율성도 제한한 것이다. 이와 같이 긴급조치 제9호는 그 발동 요건을 갖추지 못한 채 목적상 한계를 벗어나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지나치게 제한함으로써 헌법상 보장된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한 것이므로, 긴급조치 제9호가 해제 내지 실효되기 이전부터 이는 유신헌법에 위반되어 위헌, 무효이고, 나아가 긴급조치 제9호에 의하여 침해된 기본권들의 보장 규정을 두고 있는 현행 헌법에 비추어 보더라도 위헌 · 무효라 할 것이다(대법원 2013. 4. 18.자 2011초기689 결정 참조).

2) 소결론

그러므로 피고인에 대하여 위헌·무효인 대통령 긴급조치 제9호 제1항, 제7항을 적용하여 공소가 제기된 별지 기재 각 대통령긴급조치위반의 점은 형사소송법 제325조 전단의 '범죄로 되지 아니하는 경우'에 해당한다. 그럼에도 원심은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하였으니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대통령 긴급조치 제9호의 효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4. 결론

그렇다면 원심판결 중 피고인에 대한 부분에는 앞서 본 바와 같은 직권파기사유가 있으므로 피고인 및 검사의 항소이유 주장에 관한 판단을 생략한 채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2항에 따라 원심판결 중 피고인에 대한 부분을 파기하고 변론을 거쳐 다음과 같이 판결한다.

-다 음 - 피고인에 대한 이 사건 공소사실은 별지기재와 같은바, 앞서 3. 나. 항에서 본 바와 같이 범죄로 되지 아니하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전단에 의하여 피고인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하고, 형사소송법 제440조에 따라 판결을 공시하기로 한다.

이상의 이유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재판장판사황병하

판사유헌종

판사남양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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