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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중앙지방법원 2014.5.14. 선고 2013재고합37 판결
국가안전과공공질서의수호를위한대통령긴급조치위반

위반

피고인

A

재심청구인

피고인

검사

김정헌(공판)

변호인

법무법인 B

담당 변호사 C

재심대상판결

제5관구 보통군법회의 1979. 1. 26. 선고 79보군형공제4호 판결

판결선고

2014. 5. 14.

주문

피고인은 무죄.

이유

1. 이 사건 공소사실

피고인은 1975, 3, 4. D대학교 사회과학대학 사회계열에 입학하여 같은 대학 신문학과 4학년에 재학중이던바, 대한민국 헌법과 국가안전과 공공질서의 수호를 위한 대통령긴급조치에 대하여 불만을 품어오던 중, 1978. 4. 28. 서울 용산구 남영동 상호불상 경양식 집에서 같은 대학 정치학과 4학년에 재학 중이던 E, 같은 대학 경제학과 4학년에 재학 중이던 F 등과 공모하여 현행헌법의 폐지와 긴급조치의 해제를 요구하는 시위를 하기로 모의한 후,

가. 1978, 5. 5. 17:00경부터 다음 날 16:00경까지 안양시 G에 있는 H여관 8호실에서, 미리 준비해 둔 등사기, 철판, 철필, 등사용 원지, 갱지 등을 사용하여 유신체제의 허구성, 민주경제의 참담한 현실, 학원자율의 침체, 독재적인 현 정권이라는 논리로 서술한 것을 본문으로, 유신헌법 철폐 및 긴급조치 해제 등 7개항을 결의사항으로, 통일주체국 민회의 대의원 선거 반대 동맹휴학 등 4개항을 행동지침으로 하는 "학원 민주선언" 제목 하의 유인물 400부를 등사하여 대한민국 헌법을 반대하고 긴급조치를 공연히 비방하는 내용의 표현물을 제작하고,

나. 같은 달 8. 12:30경 같은 대학교 구내도서관 앞 계단에서, 피고인 등이 선동하여 약 2,000여 명의 같은 대학교 학생들을 모아놓고, 위와 같이 제작한 "학원 민주선언" 제목 하의 유인물을 뿌리면서, "유신헌법 철폐하라", "긴급조치 해제하라"는 등의 구호를 외침으로써 학교장의 사전허가 없이 정치에 관여하는 집회 및 시위를 하고, 대한민국의 헌법의 폐지를 주장하고 긴급조치를 공연히 비방하는 행위를 하면서 그와 같은 내용의 표현물을 배포하였다.

2. 사건의 경과

이 사건 기록에 의하면, 제5관구 보통군법회의는 1979. 1. 26. 피고인에 대하여 위 각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다음 피고인에게 대통령 긴급조치 제9호위반죄로 징역 2년 및 자격정지 2년의 판결(이하 '재심대상판결'이라 한다)을 선고하였고, 그 무렵 피고인의 항소포기로 재심 대상판결이 확정되었음을 인정할 수 있다.

3. 판단

가. 재심대상판결의 적용법조

재심대상판결은 위 각 공소사실에 대하여 구 대한민국헌법(1980. 10. 27. 헌법 제9호로 전부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유신헌법'이라 한다) 제53조에 규정된 긴급조치권에 근거하여 발령된 국가안전과 공공질서의 수호를 위한 대통령 긴급조치(1975. 5. 13. 대통령 긴급조치 제9호로 제정되고, 1979. 12. 7. 대통령 공고 제67호로 해제된 것. 이하 '긴급조치 제9호'라고 한다) 제7호, 제1호 나 내지 라, 제7호, 제2호를 적용하였다.

나. 긴급조치 제9호의 위헌성

1) 국가긴급권은 국가가 중대한 위기에 처하였을 때 그 위기의 직접적 원인을 제거하는 데 필수불가결한 최소의 한도 내에서 행사되어야 하는 것으로서, 국가긴급권을 규정한 헌법상의 발동 요건 및 한계에 부합하여야 한다. 유신헌법제53조 제1항, 제2항에서 긴급조치권 행사에 관하여 '천재 지변 또는 중대한 재정 · 경제상의 위기에 치하거나, 국가의 안전보장, 또는 공공의 안녕질서가 중대한 위협을 받거나 받을 우려가 있어, 신속한 조치를 할 필요'가 있을 때 그 극복을 위한 것으로 한정하고 있다.

2) 그러나 긴급조치 제9호는 그 내용이 유신헌법에 대한 논의 자체를 전면금지하거나 이른바 유신체제에 대한 국민적 저항을 탄압하기 위한 것임이 분명하여 긴급조치권의 목적상 한계를 벗어난 것일 뿐만 아니라 긴급조치 제9호가 발령될 당시의 국내외 정치상황 및 사회상황이 긴급조치권 발동의 대상이 되는 비상사태로서 국가의 중대한 위기상황 내지 국가적 안위에 직접 영향을 주는 중대한 위협을 받을 우려가 있는 상황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으므로, 그러한 국내외 정치상황 및 사회상황에서 발령된 긴급조치 제9호는 유신헌법 제53조가 규정하고 있는 요건 자체를 결여한 것이다.

3) 또한, 긴급조치 제9호의 내용은 국가로 하여금 국민의 기본적 인권을 최대한으로 보장하도록 한 유신헌법 제8조(현행 헌법 제10조)의 규정에도 불구하고 유신헌법 제18조(현행 헌법 제21조)가 규정한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고, 영장주의를 전면 배제함으로써 법치국가원리를 부인하여 유신헌법 제10조(현행 헌법 제12조)가 규정하는 신체의 자유를 제한할 뿐만 아니라 유신헌법 제14조(현행 헌법 제16조)가 규정한 주거의 자유를 제한하며, 명시적으로 유신헌법을 부정하거나 폐지를 청원하는 행위를 금지시킴으로써 유신헌법 제23조(현행 헌법 제26조)가 규정한 청원권 등을 제한한 것이다. 더욱이 긴급조치 제9호는 허가받지 않은 학생의 모든 집회·시위와 정치관여 행위를 금지하고, 이를 위반한 자에 대하여는 주무부장관이 학생의 제적을 명하고 소속 학교의 휴업, 휴교, 폐쇄조치를 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유신헌법 제19조(현행 헌법 제22조)가 규정하는 학문의 자유를 제한하는 한편, 현행 헌법 제31조 제4항이 규정하는 대학의 자율성도 제한한 것이다.

4) 이와 같이 긴급조치 제9호는 그 발동 요건을 갖추지 못한 채 목적상 한계를 벗어나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지나치게 제한함으로써 헌법상 보장된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한 것이므로, 긴급조치 제9호가 해제 내지 실효되기 이전부터 이는 유신헌법에 위반되어 위헌· 무효이고, 나아가 긴급조치 제9호에 의하여 침해된 기본권들의 보장 규정을 두고 있는 현행 헌법에 비추어 보더라도 위헌·무효라 할 것이다{대법원 2013. 4. 18.자 2011초기 689 전원합의체 결정, 헌법재판소 2013. 3. 21. 선고 2010헌바70, 132, 170(병합) 전원재판부 결정.

다. 폐지 또는 실효된 형벌 관련 법령이 당초부터 위헌·무효인 경우 법원이 취할 조치

형벌에 관한 법령이 헌법재판소의 위헌결정으로 인하여 소급하여 그 효력을 상실하였거나 법원에서 위헌 무효로 선언된 경우, 당해 법령을 적용하여 공소가 제기된 피고사건에 대하여 형사소송법 제325조에 따라 무죄를 선고하여야 한다. 나아가 형벌에 관한 법령이 재심판결 당시 폐지되었다 하더라도 그 '폐지'가 당초부터 헌법에 위배되어 효력이 없는 법령에 대한 것이었다면 형사소송법 제325조 전단이 규정하는 '범죄로 되지 아니한 때'의 무죄사유에 해당하는 것이지, 형사소송법 제326조 제4호 소정의 면소사유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대법원 2010. 12. 16. 선고 2010도5986 전원합의체 판결).

4. 결론

그렇다면 이 사건 각 공소사실은 그 적용법령인 긴급조치 제9호의 제7호, 제1호 나 내지 라, 제7호, 제2호가 위헌·무효이어서 '피고사건이 범죄로 되지 아니한 때'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전단에 의하여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재판장판사김용관

판사성하경

판사정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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