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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고등법원 2004. 3. 25. 선고 2003나22297 판결
[손해배상(기)][미간행]
원고, 피항소인

전우성외 4인(소송대리인 법무법인 다산 담당변호사 김칠준외 1인)

피고, 항소인

피고(소송대리인 법무법인 바른법률 담당변호사 박인호외 1인)

변론종결

2004. 3. 4.

주문

1. 제1심 판결 중 피고 패소부분을 모두 취소하고, 그 부분에 관한 원고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2. 소송 총비용은 모두 원고들의 부담으로 한다.

청구취지 및 항소취지

1. 청구취지

피고는 원고 전우성, 정환용에게 각 50,000,000원씩, 원고 안재인, 박명철, 정영기에게 각 10,000,000원씩 및 각 이에 대하여 이 사건 소장 송달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25%의 비율에 의한 금액을 지급하라.

2. 항소취지

주문과 같다.

이유

1. 인정사실

아래 사실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거나, 갑 2호증, 갑 3호증의 1, 2, 3, 갑 4호증, 갑 6호증의 1, 2, 갑 7호증의 1 내지 4, 갑 8호증의 1, 2, 3, 갑 11, 12호증, 갑 13호증의 1, 2, 3, 갑 15 내지 18호증, 갑 20호증, 갑 21호증의 1, 2, 3, 갑 25호증의 2(단 인정사실과 배치되는 부분 제외), 3, 을 1호증, 을 2호증의 1, 2, 3, 을 4호증의 1 내지 5, 을 5호증, 을 7호증의 1, 2, 을 8호증의 1 내지 4, 을 9, 10, 14, 17, 18, 19, 20, 25, 26, 27호증, 을 29호증의 1, 2, 을 30호증의 1, 2, 을 44, 45호증의 각 기재에 변론의 전취지를 종합하여 이를 인정할 수 있다.

가. 당사자들의 지위

(1) 원고 전우성과 정환용은 1998. 11.경 소외대학교(이하 소외 대학교라고 한다) 대학원 의학과 1999학년도 1학기 박사과정 신입생선발에 지원하였다가 불합격처리된 자들이고 원고 안재인은 1998년 당시 소외 대학교 대학원 의학과 과장이었던 자, 원고 박명철, 정영기는 의학과 교수들로서 1998년 당시 11명으로 구성된 소외 대학교 ‘대학원의학과위원회’ 위원으로서 이 사건 대학원 박사과정 입시과정에 관여한 자들이다.

(2) 피고는 1995. 3.경부터 소외 대학교 총장으로 재직하던 중 1999. 6.경 교육부장관으로 입각하면서 총장직을 사임한 자이다.

나. 소외 대학교 대학원 박사과정 입학전형 방법

(1) 1997. 5. 30. 개정되기 전의 소외 대학교 ‘대학원학칙’ 제6조에 의하면 입학전형 방법은 서류심사, 필답고사, 면접고사에 의한다고 규정되어 있고, 이에 따라 ‘대학원 입학전형 시행규칙’은 박사과정 전형시 서류심사, 전공필답고사(200점), 영어필답고사(150점), 면접고사(150점)를 실시하도록 규정되어 있었으나, 1997. 5. 30. 제3차 대학원위원회에서는 위 대학원학칙 제6조의 규정에서 필답고사를 삭제하여 입학전형방법은 서류심사와 면접시험에 의하도록 개정하였고, 대학원 입학전형 시행규칙도 위 학칙 개정에 맞추어, 박사학위과정의 전형과목은 서류심사(100점), 면접시험(200점)으로 하되, 서류심사는 지원 과정 차하위 과정(즉 석사과정) 졸업성적으로 심사하고, 면접시험은 각 학과별로 3인 이상의 면접위원이 전공에 대한 지식 및 적성과 인격 등 해당 전공을 이수할 수 있는 능력을 폭넓게 심사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며, 면접위원별 부여점수의 평균이 60% 미만이거나 면접위원 2인 이상이 60% 미만으로 평가한 경우에는 불합격 처리하는 내용으로 개정하여, 1997. 3. 1.부터 소급 적용하였다.

(2) 소외 대학교가 1997. 7. 교육부장관에게 제출한 대학원 학칙변경 인가신청서에 의하면, 위와 같이 대학원 입학전형에서 필기시험을 없앤 대학원학칙 제6조의 개정이유는 ‘면접시험으로 지원자의 수학능력과 자격을 더욱 정확하게 판정할 수 있고, 필기시험을 부과하는 경우 타대학과 소외 대학교에서의 수강과목·내용의 상이로 인하여 타대학 졸업자에게 상대적인 불이익을 줄 수 있으므로 이를 방지하여 기회균등과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는데, 그 설명의 말미 괄호안에 ‘학과·전공에 따라 필요한 경우 자체 필기시험을 부과할 수 있도록 한다’는 내용이 부기되어 있다. 다만, 위 괄호안의 내용이 위 개정학칙에 명시적으로 기재된 바는 없다.

(3) 한편 소외 대학교의 대학원 과정의 입시전형과정을 개관하면, 먼저 대학원 교학과에서 입시계획안을 수립하면 이를 대학원위원회가 심의, 의결하고, 대학원장이 입시계획을 확정한 후 이를 각 학과에 서류전형 심사원칙, 면접시험 시행원칙과 함께 송부하고, 국내 중앙 일간지에 모집공고를 하며, 대학원 교학과에서 입학원서를 접수하고 서류전형을 실시하며, 각 학과별로 면접을 실시(면접위원은 대학원 각 학과의 조교수 이상 전임교원 중에서 대학원장이 위촉)한 후, 그 면접전형결과를 대학원 교학과에 송부하면, 대학원 교학과에서 서류심사점수와 면접점수를 합산하고, 대학원장은 이러한 입학전형 결과를 대학원위원회에 회부하여야 하고, 대학원위원회는 학위과정별 입학정원을 감안하여 합격여부를 사정하고, 대학원장은 대학원위원회의 사정 결과를 총장에게 보고한 후 총장의 승인을 얻어 합격 여부를 결정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을 14호증 및 위 대학원 입학전형 시행규칙).

(4) 1998. 10. ‘1999학년도 전기 대학원 입학전형 실시계획’(을4호증의 1 내지 5)이 내부결재를 통과하고, 대학원위원회의 심의, 의결을 거쳐 확정되었는데, 위 실시계획에 의하면, 박사학위과정은 의학과를 포함하여 21개 학과이고, 전형방법은 서류심사(100점)와 면접시험(200점)인데, 다만 시스템공학과의 전형방법은 서류심사, 토플시험, 전공구술, 면접으로 시행한다고 되어 있다. 그리고 위 실시계획에 포함되어 있는 ‘서류전형 시행원칙’에 의하면 박사학위의 경우 석사 최종 졸업성적을 소정의 계산방식으로 환산하도록 되어 있고, ‘면접시험 시행원칙’에 의하면 학과별 3인 이상의 위원이 전공에 대한 지식, 능력 및 적성과 인격 등 각 과정별 해당전공을 이수할 수 있는 능력을 세부적으로 판단하여 전공능력을 60%, 적성, 인격 등을 40%의 비율로 평가하여 성적을 부여하고, 다만 외국어능력을 면접시험시 평가하여 수학능력의 정도에 따라 점수 부여 없이 가부로 판정하되, 각 위원별로 배부된 면접평가표를 수험생별로 작성, 면접시험 종료 즉시 학과별로 종합하여 대학원 교학팀에 제출하도록 되어 있다.

위 실시계획에 따라 작성된 ‘1999학년도 전기 대학원 학생모집안내서’(을5호증)에도 박사과정의 전형방법으로 ‘서류심사(석사성적)와 면접시험(전공 및 외국어능력, 적성, 인격 등 구술시험 포함)’만이 명시되었다.

대학원장은 1998. 10. 26. 위와 같이 확정된 대학원 입학전형 모집요강을 대학원 의학과 주임교수인 원고 안재인에게 통보하였다.

다. 대학원의학과위원회의 결정 및 시행과 피고의 개입

(1) 그런데 소외 대학교 대학원 의학과는 조직체계상 대학원 소속이나, 1994. 3. 1. 의과대학과 부속병원을 통합하여 관장하는 ‘의료원’이 신설되면서 대학원 의학과 업무도 의료원직제로 체계를 일원화하기 위하여 대학원 의학과의 관련업무 일체(교학업무, 예산 및 회계업무 등 기타)가 1994. 3. 1.자로 대학원에서 의료원으로 이관되었고, 의료원 직제규정, 직무분장규칙, ‘대학원 의학과 학사운영 시행세칙’ 등이 제정되었다. ‘대학원의학과위원회’는 ‘대학원의학과위원회 운영세칙’(갑 17호증)에 따라 의과대학장의 자문에 응하기 위하여 설치된 위원회인데, 위 시행세칙에 의하면 위 위원회의 기능 중에는 입학시험 사정도 포함되어 있다(다만 대학원 입학시험의 최종적인 사정권한은 앞서 본 바와 같이 대학원위원회에 있으므로 위 대학원의학과위원회의 입학시험사정이란 대학원의학과의 내부적인 결정절차를 말하는 것으로 보인다).

(2) 1998년 당시 대학원 의학과장으로서 대학원의학과위원회의 위원장이던 원고 안재인은 1998. 4. 17. 대학원의학과위원회 위원으로 원고 박명철, 정영기 등 의학과 교수와 부교수 중 11명을 위촉하고 그 사실을 대학원위원회 위원들을 비롯한 학교측에 통보하였다.

(3) 한편 앞서 보듯이 1997. 3. 1.부터 개정된 대학원학칙이 적용되었는데 1997. 10. 10. 개최된 대학원의학과위원회 회의에서는 당시 학교 방침은 대학원생은 서류 및 면접만으로 선발하기로 결정되었으나 선발의 공정성을 기하기 위하여(전공을 이수함에 있어서 영어능력이 필요하고 전공과정이 37개로 나뉘어 있는데도 불구하고 신입생은 전공별로 선발하지 않고 일괄 선발하도록 되어 있어 전공능력을 객관적이고 공정하게 평가하는 데 어려움이 있을 뿐만 아니라 비의학전공자들의 입학을 가능하도록 하기 위하여) 위 학칙과는 달리 1998학년도 전기 대학원 의학과 입시전형에 관하여 영어필기시험을 추가로 실시하기로 결정하고 이를 시행하였고, 1998. 6. 11.에도 1998학년도 후기 대학원 의학과 입시 역시 영어필기시험을 실시하여 그 성적을 면접평가 점수에 반영하여 신입생을 선발하였고, 당시 이러한 처리가 당시 피고나 학교본부 측으로부터 학칙위반 등을 이유로 문제되지는 않았다.

(4) 앞서 본 바와 같이 대학원위원회에 의하여 심의, 의결, 확정된 ‘1999학년도 전기 대학원 입학전형 실시계획’과 그에 기한 ‘1999학년도 전기 대학원 학생모집안내서’에 의하면 박사과정의 경우 ‘서류심사(석사성적)와 면접시험(전공 및 외국어능력, 적성, 인격 등 구술시험 포함)’만을 보도록 확정되었고, 그 내용이 원고 안재인에게 통보도 되었으나, 대학원의학과는 ‘99학년도 전기 대학원 의학과 입학전형안내서’(갑 2호증)를 만들어 1998. 11. 9.부터 같은 해 11. 18.까지 사이에 지원자들에게 원서와 함께 따로 나누어주었는데 그 안내서상 전형방법은 ‘서류심사, 면접시험, 영어필기시험’이었다. 영어필기시험의 배점이나 반영방법 등 자세한 내용은 기재되어 있지 않았다(다만, 1999년 전기 대학원 입시와 관련하여 사전에 대학원의학과위원회가 열려 영어필기시험을 보기로 결정하였다는 회의록은 법원에 제출되지 아니하여 사전에 그 문제와 관련하여 언제 어떤 결정이 있었는지는 알기 어렵다).

(5) 당시 대학원 의학과장 겸 대학원의학과위원회의 위원장이었던 원고 안재인은 1998. 11. 중순경 대학원장의 위임을 받아 김선용, 정호근, 문창현 등 3명의 입시위원을 위촉하였고, 1998. 11. 25. 원고 전우성, 정환용 및 피고의 딸인 소외 1을 포함한 33명의 응시자들에 대하여 영어필기시험과 면접시험이 실시되었다. 위 입시위원들은 각자 응시자들에 대해 면접을 치른 후 대학원 교학과에서 보내 온 양식을 사용하여 ‘면접시험평가표’(갑 3호증의 1, 2, 3)를 작성하였는데, 위 면접시험평가표 중 ‘적성, 인격 등(80점)’란에만 면접결과에 따른 점수를 기재하였고, 나머지 ‘전공능력(120점)’란에는 100점 만점으로 치른 영어필기시험의 성적에 20점을 더한 점수를 기재하였으며(실제 기재는 담당직원들이 함), ‘외국어능력(가/부)’란은 모두 ‘가’로 기재하였다.

(6) 원고 안재인은 1998. 11. 27. 개최된 대학원의학과위원회 98-8차 회의에서 응시자별 면접시험평가표에 기초하여 입학전형 실시결과를 보고하였고, 위 위원회는 박사과정은 영어필기시험성적 및 면접결과대로 선발하되 선발인원은 14명으로 하기로 결의하였다(99년도 대학원 입시에서 영어필기시험성적을 반영하여 선발하기로 한 내용은 위 회의의 회의록인 갑 4호증에서 처음으로 발견된다). 위 회의가 종료된 후 응시자별 면접시험평가표는 대학원 교학팀에 제출되었다.

(7) 한편, 위 회의 당시 위 면접시험평가표에 따라 면접점수를 내고 이를 서류심사점수와 추후 합산할 경우 피고의 딸인 소외 1이 합격하기 어려운 상황임을 알게 된 원고 안재인은 이러한 사정을 그후 피고에게 알렸다. 당시를 기준으로 그와 같이 영어필기시험성적을 포함한 면접시험결과와 서류심사결과를 합산하면 원고 전우성은 239.4점(면접시험148.8점 + 서류심사 90.6점)으로 석차가 14위, 원고 정환용은 240.6점(면접시험 156.2점 + 서류심사 84.4점)으로 석차가 13위로 합격이 가능하였으나, 소외 1은 234.3점(면접시험 141.8점 + 서류심사 92.5점)으로 석차가 20위여서 합격이 불가능한 상태였다.

(8) 피고는 그후 원고 안재인에게 대학원의학과위원회 위원들과의 모임을 주선해 달라고 요구하여 1998. 12. 9. 대학원의학과위원회 위원들과 피고, 대학원장, 의과대학장이 참석한 대학원의학과위원회 회의가 열렸다. 회의록(갑 6호증의 1, 2, 3)에 따르면 그 자리에서 총장인 피고는 ‘대학원 입시규정에 의하면 전공에 관한 평가를 하게 되어 있고, 영어시험의 결과를 가, 부로만 평가하게 되어 있는데 이번 시험의 경우 전공의 평가가 적절히 이루어지지 않았고, 영어성적을 실점수로 반영한 것은 학칙에 위배되는 것’이라고 지적하였다. 이에 소외 임인경 교수는 ‘객관적인 평가를 위해 대학원의학과가 개설된 이후 영어시험 성적을 입학여부결정을 위하여 적용하여 온 것은 대학원위원회의 결정이고 회의록에 기재되어 있다’는 취지로 반론을 폈고, 소외 이철주 교수는 ‘대학원의학과의 경우 개업의 등이 대상이 많이 되므로 전공을 시험과목으로 선택하는 데는 무리가 있어 영어를 시험과목으로 선택한 것으로 알고 있다’는 취지로 반론을 폈으나, 피고는 ‘특수성은 인정되지만 학칙을 위배하여 입학전형을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따라서 시험결과의 사정을 다시 하는 것이 좋겠으며, 방법은 위원들의 견해를 따르는 것이 좋겠다’고 재반론하였다. 이에 위 이철주가 ‘면접점수는 그대로 인정하고 영어는 가부로 표시하며, 전공평가는 석사과정중의 성적을 환산하여 합산한 후에 평가를 하는 것이 좋겠다’고 발언하였고, 피고가 ‘다른 의견이 있으면 발의를 해주시고 결의하겠다’고 하자, 참석자 전원이 타당한 방법으로 인정하여 찬성하였다. 이에 피고는 ‘성적결과를 합의한 내용대로 대학원에서 재취합하여 합격자발표를 예정대로 진행하도록 하고, 대학원장이 결과를 정리하도록’ 하였으며, 마지막으로 원고 안재인은 ’대학원 의학과의 경우 개교이후에 의학과의 특수성을 감안하여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것으로 위임을 받아 운영되어 왔으나 앞으로는 학칙에 입각하여 행정적인 처리를 하도록 개선하겠다‘는 발언을 하였다.

(9) 다음날인 1998. 12. 10. 피고가 배석하고, 대학원위원장인 소외 2(대학원장)와 위원인 최태영, 이웅무 등이 참석한 제11차 대학원위원회에서 의학과 박사과정의 면접시험 성적은 대학원의학과위원회(1998. 12. 9. 제9차)에서 의결된 사항에 따라 사정하는 것으로 결의되었고, 이에 따라 영어필기시험 성적은 면접점수에 따로 반영하지 아니하고, 가부로만 판단하되, 이미 입시위원들이 모든 응시생들에게 ‘가’를 부여한 상태여서 그대로 모든 응시생들에게 ‘가’를 부여하고, 면접점수 중 전공평가는 석사과정중의 성적을 환산하여 합산한 후에 평가를 하기로 위 대학원의학과위원회에서 결의는 되었으나, 석사과정 성적은 이미 서류심사점수로 환산되어 있었기 때문에 불필요하다는 점 등의 이유로 이를 공란으로 두고, 면접을 통한 적성, 인격 등의 평가 점수만으로 면접점수를 부여하여 새로 사정을 하였다. 그 사정결과에 따라 피고의 승인을 거쳐 합격자가 결정되고 발표되었다.

그 결과 소외 1은 사정성적이 166.8점(서류점수 92.5점 + 면접점수 74.3점)으로 석차 5위로 합격하였으나, 원고 전우성은 사정성적이 158.9점(서류점수 90.6점 + 면접점수 68.3점)으로 석차 25위, 원고 정환용은 사정성적이 156.1점(서류점수 84.4점 + 면접점수 71.7점)으로 석차 29위가 되어 각 불합격 처리되었다.

2. 원고들의 청구에 관한 판단

가. 원고들의 주장내용

이 사건 1999학년도 대학원 의학과 박사과정의 신입생 선발과정에서 대학원의학과위원회가 영어필기시험을 실시하고 그 점수를 면접시험의 전공능력란의 점수로 환산하여 면접점수를 산출하고 이를 최종 합격자사정에 반영되게 한 결정은 대학원의학과가 가지는 자율권의 범위내의 행위로서 대학원학칙에 반하지 아니한다(대학원학칙 변경시에 교육부에 제출한 대학원 학칙변경 인가신청서에 학과·전공에 따라 필요한 경우 자체 필기시험을 부과할 수 있도록 하여 이러한 필기시험을 미리 예정하고 있고, 대학원의학과의 입시업무를 포함한 모든 업무가 1994. 3. 1. 의료원의 설치에 따라 의료원으로 이관되었고 대학원의학과위원회는 대학원의학과의 입학전형에 관하여 자율권을 가지고 위 학칙상의 예외규정에 근거하여 적법하게 영어필기시험을 보고 그 결과를 입시결과에 반영한 것이다. 실제로 그와 같은 이유로 위 학칙이 개정된 후인 1998학년도 전기 및 후기 박사과정 입시에서도 영어필기시험을 치러 이를 입학전형에 반영하였으나 당시 피고나 대학본부 측이 이의를 제기한 바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는 자신의 딸인 소외 1이 위 시험에 응시하여 그와 같은 전형방법에 따를 경우 불합격될 처지에 놓이게 되자, 총장으로서 대학원위원회를 통과한 입시사정결과를 승인할 권한만을 보유하고 있으면서도, 총장의 권한을 유월하거나 남용하여 대학원의학과위원회 회의를 소집하도록 한 후 그 회의에 직접 참석하여 이미 확정된 전형방법과 달리 영어필기시험결과를 점수로써 면접평가결과에 반영하지 못하고 가부로만 평가하여 반영하는 방식으로 바꾸도록 주도하고 그 과정에서 원고 안재인, 박명철, 정영기를 포함한 대학원의학과위원회 위원들을 강요하여 새로운 결정을 하도록 강제하였으므로, 피고의 그와 같은 행위는 위 원고들을 포함한 대학원의학과위원들의 면접시험진행 및 평가권을 박탈, 침해한 것으로서 불법행위를 구성한다.

그리고 원고 전우성, 정환용은 위와 같이 적법하게 확정, 공고된 최초의 입시전형방법을 신뢰하고 시험에 응시하였으므로 그 신뢰를 보호받을 권리가 있는데 피고가 위와 같이 부정한 목적(자신의 딸을 합격시키기 위하여)으로 권한을 유월하거나 남용하여 입시과정에 개입함으로써 위 원고들의 합격될 지위를 침해하였으므로, 피고의 행위는 불법행위를 구성한다. 따라서 피고는 원고들에게 불법행위로 인한 정신적 피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

나. 판단

(1) 먼저 대학원의학과위원회의 애초의 결정대로 영어필기시험을 실시하고 그 점수를 면접점수에 반영하는 방식이 학칙에 적합한지에 관하여 본다.

살피건대 ① 앞서 본 바와 같이 개정된 대학원학칙은 대학원 박사과정의 입시전형에 있어서 서류심사와 면접시험만 보도록 규정하고 있고, 원고들이 주장하고 있듯이 위 대학원학칙의 변경시에 교육부에 제출한 대학원 학칙변경 인가신청서의 해당조문 개정이유 설명의 말미 괄호안에 ‘학과·전공에 따라 필요한 경우 자체 필기시험을 부과할 수 있도록 한다’는 내용이 부기되어 있기는 하나, 위 괄호안의 내용이 위 개정학칙에 명시적으로 기재된 바는 없는 점, ② 위 1. 나. (4)에서 본 바와 같이 1999학년도 대학원 입시계획 확정시 시스템공학과의 경우에는 서류심사와 면접시험만으로 전형하는 것이 아니라 ‘서류심사, 토플시험, 전공구술, 면접’을 시행한다고 확정되었는데, 의학과의 경우에는 영어필기시험을 시행한다든지, 별도로 대학원의학과 또는 대학원의학과위원회에서 따로 결정하여 공고한다는 언급이 없는 점을 보면 위와 같은 대학원의학과의 애초의 결정은 학칙에 위반된다고 본다.

원고들은 1994. 3. 1. 의료원의 설치에 따라 대학원의학과의 입학전형에 관한 모든 권한이 의료원에 모두 이관되었으므로 그 산하의 대학원의학과위원회가 자율적으로 대학원의학과의 입시업무를 관장하고, 영어필기시험을 추가하여 시행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바, 갑 11호증에 의하면 1994. 3. 1. 대학원의학과 관련업무 일체(교학업무, 예산 및 회계업무 등 기타)를 대학원으로부터 의료원으로 이관한다는 공문이 있는 것은 사실이고, 교학업무에는 입시업무도 포함되는 것이 일반적이라고는 하나, 대학원의학과의 업무가 이관되었다고 하여 대학원의학과를 포함한 전체 대학원 차원(대학원위원회와 대학원장)에서 학칙을 적용하여 입시전형방법을 결정하는 권한을 자신들이 임의로 행사할 수 있다고 보기는 어렵고(이와 관련하여 원고들은 원고 안재인이 대학원위원회의 회의에서 대학원의학과의 경우는 특수성이 있으므로 영어필기시험을 치르고 이를 면접점수에 반영하겠다고 제의하여 동의를 받았다고 주장하나,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실제 이 사건 전체 입시과정에 있어서도 대학원의학과는 대학원장으로부터 확정된 입시계획을 통보받고 그에 따라 면접위원을 선정하여 보고하고 면접시험을 실시하여 그 결과를 평가표에 기재하여 대학원 교학과에 제출하는 것이 자신들의 업무영역이었을 뿐이고 그 점에서는 대학원의 다른 학과와 별다른 차이가 없어 보이므로, 대학원의학과위원회에서 대학원의학과의 입시업무를 독자적, 자율적으로 대학원의학과의 입시업무를 관장하고, 영어필기시험을 추가하여 시행할 수 있다는 위 주장은 받아들이지 아니한다(원고들은 위 학칙이 개정된 후인 1998학년도 전기 및 후기 박사과정 입시에서도 대학원의학과에서는 영어필기시험을 치러 이를 입학전형에 반영하였으나 당시 피고나 대학본부 측이 이의를 제기한 바 없다는 것도 자신들 주장의 하나의 근거로 드나, 앞서 본 바와 같이 영어필기시험 성적을 면접점수 중의 전공능력평가란의 점수에 기재하는 방식으로 산입한다면 외부적으로 영어필기시험을 시행하여 이를 반영하였다는 점을 쉽게 알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이므로 피고나 대학본부 측이 그러한 점을 알고도 용인하였다고 인정하기 어렵다).

따라서 대학원의학과위원회에 의한 애초의 전형방법은 학칙에 위반된다고 봄이 합당하다.

(2) 다음으로 피고가 대학원의학과위원회 회의에 개입한 것이 권한유월이나 남용에 해당하여 위법한지에 관하여 본다.

앞서 본 바와 같이 피고는 총장으로서 대학원위원회의 최종 사정결과에 관하여 승인을 할 권한이 있는바, 그렇다면 학칙위반의 입시사정에 대하여는 승인을 하지 않을 권한도 있다 할 것이며, 이러한 불승인의 권한은 불승인의 원인을 제공한 조직이나 구성원에게 그 문제점을 지적하고, 이를 논의하고, 나아가 시정을 요구할 권한까지 포함한다고 봄이 합당하다. 그리고 피고가 입시과정에서의 학칙위반의 문제점을 알게 되었다면 자신에게 대학원위원회의 사정결과가 제출되기 이전이라도 이를 지적하는 등 개입할 수 있다고 본다. 이 사건에 있어서 피고는 대학원의학과위원회의 결정이 학칙에 위반된다고 판단하고 이의 시정을 위하여 자신이 승인권을 행사하기 이전에 위 위원회에 이를 지적하고 이의 시정을 요청한 것이라고 봄이 상당하므로 결국 이는 정당한 총장의 직무권한 범위내의 행위로서 불법행위가 아니라 할 것이다.

그리고 원고들은 피고가 당시 대학원의학과위원회 회의를 주도하고 위원들을 강요하여 새로운 결정을 하도록 강제하였으므로, 위원들의 자유로운 의사결정권을 박탈, 침해하였다고 주장하나, 앞서 본 당시의 회의내용에 따르면 피고는 학칙위반사항의 정정을 요구했고, 위원들은 일부 그에 반대의견을 제시하다가, 결국 전원일치로 자신들의 이전 결정을 바꾸는 내용으로 새로운 결정을 하였는바, 그 과정을 살펴보면 피고가 위원들의 자유로운 의사결정권을 침해하고 그들을 강요하여 새로운 결정을 하도록 강제하였다고 보기는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자료가 없다. 대학원의학과위원회의 위원들로서는 자신들의 애초의 결정이 학칙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면 이를 변경할 것이 아니라 끝까지 자신들의 기존의 결정을 유지하였어야 할 것이다. 결국 당시 위 위원회 위원들이 새로운 결정을 한 것은 기본적으로 학칙위반을 지적하는 피고의 주장에 타당한 면이 있다고 판단하였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다만 피고로서는 자신의 딸이 입시당사자였고, 그가 애초의 전형방법에 의하면 불합격처리될 처지이다가 바뀐 전형방법에 의하여는 합격을 한 점에 비추어 보면 피고의 위와 같은 개입이 오로지 자신의 딸을 합격시키기 위한 행위로서 적절치 못한 개입이라는 비판을 받을 소지는 있겠으나, 자신의 딸이 입시의 당사자가 되었다고 하여 총장으로서의 권한을 행사할 수 없다고 하기는 어려운 점, 학칙위반의 점을 알고도 승인한다면 그에 따른 책임문제도 생길 수 있는 점 등을 고려하면, 피고의 개입이 불법행위에 해당한다고는 할 수 없다고 본다.

(3) 그리고, 가사 원고들이 주장하는 바와 같이 대학원의학과위원회가 영어필기시험을 치르게 하고 그 점수를 입시당락결정에 반영하는 것이 학칙에 위반되지 않는다 하더라도, 앞서 본 바와 같이 학칙 자체에는 영어필기시험을 칠 수 있는 근거규정이 없고, 그 학칙에 따라 대학원위원회에서 심의, 의결한 입시계획에도 영어필기시험을 친다는 내용이 없으므로, 피고로서는 이를 학칙에 위반되는 것으로 판단할 수도 있는 객관적 상황이 있었다고 보이므로, 이를 대학원의학과위원들에게 지적하고 그 시정을 요구할 수는 있는 것이라고 보이는바, 따라서 이런 점에 있어서도 피고의 행위는 불법행위에 해당하지는 아니한다고 본다.

(4) 나아가 이 사건 입시의 응시자인 원고 전우성, 정환용의 권리 침해여부에 관하여 좀더 보건대, 우선 위에서 본 바와 같이 애초의 대학원의학과의 결정에 따라 영어필기시험을 시행하고 이를 면접점수에 반영한 것은 학칙에 위반되고 이의 시정을 요구한 피고의 개입은 권한내의 행위로서 위법하지 않을 뿐 아니라, 앞서 본 사실에 의하면, 원고 전우성, 정환용이 이 사건 입시에 응함에 있어서 대학원의학과 명의로 된 99학년도 입학전형안내서가 배포되었고, 그 안내서에 전형방법으로 서류심사와 면접시험 외에 영어필기시험이 기재되어 있었던 점은 인정되나, 그 안내서에 그 영어필기시험의 점수를 어떤 방법으로, 어느 정도 반영하는지에 관하여는 기재되어 있지 않고, 대학본부 측에서 공고하고 배부한 입시안내서에서는 시험방법이 서류심사와 면접시험만 기재되어 있고, 위 면접시험에 전공 및 외국어능력 등 구술시험이 포함되어 있다고 기재되어 있었던바, 위와 같이 대학원의학과의 자체 결정에 따라 시행된 영어필기시험을 이 사건 입시에서 최종적으로는 학칙 등 제반규정과 입시계획, 입시안내 등에 부합되게 면접시의 외국어능력 시험결과 가부의 판단자료로만 사용하였다 하더라도, 응시생들인 위 원고들의 권리가 침해되었다고 하기는 어렵다고 본다(이점에 관하여 위 원고들은 피고의 개입에 따른 새로운 결정에 따라 외국어능력평가는 모두 ‘가’를 주어 실질적으로 평가를 하지 아니한 것과 동일한 부당한 결과에 이르렀다고 주장하나, 모든 응시생들에게 외국어능력을 ‘가’로 부여한 것은 앞서 본 바와 같이 면접위원들의 평가에 따른 것이므로 위 주장은 이유 없다).

즉 최종적인 합격판정이 학칙 및 정당하게 확정된 입시계획과 입시안내에 따라 이루어졌고, 대학원의학과에 의하여 위 원고들에게 별도로 제공된 안내서에 기재된 내용과 명시적으로 어긋나지 아니하므로(위 별도의 안내서에 영어필기시험을 본다고만 되어 있고, 그 점수를 그대로 반영한다거나 외국어능력의 가부판단자료로만 사용한다고 기재되어 있지는 않으므로), 위 원고들이 최종적으로 불합격 처리되었다고 하여, 이를 최초의 입시전형방법을 신뢰하고 시험에 응시한 위 원고들의 권리침해라거나 불법행위라고 할 수는 없다.

(5) 그리고 원고들은 피고가 대학원의학과위원회의 결정에 부정하게 개입한 이후 그 후속과정에서도 1998. 12. 10. 대학원위원회를 위법하게 소집, 개최하고 그 회의에서도 의학과 박사과정의 사정이 공식적으로 이루어진 적이 없는 등 불법을 저질렀다고도 주장하나, 앞서 본 사실인정에 비추어 위 주장은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6) 따라서 원고들의 청구는 모두 이유 없다.

3. 결 론

그렇다면 원고들의 청구는 모두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하여야 할 것인바, 제1심의 결론은 이와 달라(피고의 불법행위책임을 인정하고 위자료로 원고 1, 2에게 각 금 500만원, 원고 3, 4, 5에게 각 금 300만원 및 각 지연손해금을 인용함), 제1심 판결 중 피고 패소부분을 모두 취소하고, 그 부분에 관한 원고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이종찬(재판장) 김시철 곽동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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