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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민사지법 1990. 9. 20. 선고 90가합9051 제42부판결 : 항소기각
[파면처분무효확인][하집1990(3),335]
판시사항

판결에 따른 법률적 이익을 받을 의사 없이 오로지 명예회복만을 위하여 제기된 파면처분무효확인의 소의 적법 여부

판결요지

징계해고가 무효임의 확인을 구하는 소는 그에 대한 법원의 판단에 따라 현재 근로계약관계가 존속하고 있음의 확인을 구하는 의미에서 권리보호의 이익이 있어 적법하다 할 것인바, 해고 또는 파면처분이 판결에 의하여 무효로 확인되면 그 구체적이고 주된 법률효과로서 파면처분 등에 구애받지 않고 근로관계가 존속되는 것으로 인정되어 파면된 근로자는 계속하여 또는 다시 근로할 수 있고 근로자의 다른 귀책사유가 없는 한 무효인 파면처분으로 인하여 근로하지 못한 기간 동안의 임금을 청구할 수 있는 것이나 이러한 파면처분무효확인의 법률적 이익(소급적 임금청구 및 복직)을 받을 의사가 전혀 없이 오로지 명예회복만을 위하여 제기된 파면처분무효확인의 소는 국가가 법적 분쟁의 해결을 위한 종국적 판단을 하도록 소송제도를 둔 취지에 반하여 소의 이익이 없을 뿐 아니라 무익한 소권의 행사로서 소권의 남용에 해당되어 부적합하다.

원고

원고

피고

대한주택공사

주문

1. 원고의 이 사건 소를 각하한다.

2. 소송비용은 원고의 부담으로 한다.

청구취지

피고는 원고에 대하여 1989.3.9. 한 파면처분이 무효임을 확인한다라는 판결.

이유

먼저 직권으로 이 사건 소의 적법 여부에 대하여 본다.

1. 원고는 피고공사의 직원으로 근무하면서 무허가건물철거확인서를 부정발급하여 준 행위로 인하여 업무상배임 등 혐의로 구속되어 1989.2.13.부터 같은 해 4.4.까지 교도소에 수감되었는데 피고공사는 위 구속기간 중인 같은 해 3.9. 그 인사규정에 위배하여 징계대상자인 원고에게 진술의 기회를 부여하지 않고 원고가 위 비행행위를 자백하고 깊이 반성하고 있는 사실도 고려함이 없이 원고에 대하여 파면처분을 행하였는바, 원고는 피고공사에 복직하여 계속 근로할 의사가 없고 임금을 청구할 뜻도 없지만 원고의 명예회복을 위하여 피고공사의 위 파면처분이 징계권 남용이자 징계절차를 위배한 것으로 무효라고 주장하면서 이 사건 파면처분무효확인의 소를 제기하였다.

2. 사실관계

성립에 다툼이 없는 갑 제1호증(징게심의결과처분), 갑 제2호증(질의서), 갑 제4호증 내지 갑 제6호증(각 회신, 을 제8,9,11호증과 같다), 갑 제7호증(고발장), 갑 제9호증 및 갑 제10호증(각 판결, 을 제12호증 및 을 제13호증과 같다), 을 제1호증(통보장), 을 제2호증(영수확인서), 을 제3호증(징계심의결과보고), 을 제4호증(의결서), 을 제5호증(인사위원회개최통보), 을 제6호증의 1(감사결과처분요구), 같은 호증의 2(감사결과사항), 을 제14호증 및 을 제15호증(각 피의자신문조서), 을 제16호증(공소장), 을 제17호증(인사규정), 을 제18호증(인사규정시행세칙)의 각 기재와 변론의 전취지를 종합하여 인정되는 사실들 및 다툼이 없는 사실들은 다음과 같고 반증이 없다.

가. 원고의 비행행위 : 원고는 피고공사 광명사업단의 대리로 근무하면서 위 사업단에서 시공하는 아파트신축사업을 위한 광명시 철산동, 하안동 일대의 무허가건물철거확인 및 그 무허가건물 거주자에게 보상금 및 아파트입주권을 주기 위하여 이주대책수혜자인지를 확인하기 위한 철거확인서 발급업무를 담당하던 중 1988.8.초경 사업장 내의 무허가건물의 실거주자들에게만 철거확인서를 발급하여야 할 업무상의 임무에 위배하여 소외 1 등으로부터 실거주자 아닌 자들의 이름으로 철거확인서를 만들어달라는 청탁을 받고 1매당 금 700,000원에 거래되는 철거확인서 130매를 발급하여 주고(피고공사는 철거확인서를 발급받은 자들에게 이주대책비로 금 500,000원을 지급하고 아파트 수분양권을 부여하게 되어 있으며 이때문에 실제상 위 확인서는 금 3,000,000원 내지 금 4,000,000원의 프레미엄이 붙어 거래되었다) 합계 금 29,500,000원 상당을 취득한 사실로 1989.2.13. 구속되어 수원교도소에 수감중 기소되어 1989.4.4. 수원지방법원에서 업무상배임 및 배임수재죄로 징역 2년에 3년간 집행유예의 판결을 선고받고 항소하였으나 같은 해 12.21. 항소기각되었다.

나. 징계의 실체적 정당성 : 피고공사는 징계사유에 관하여 인사규정(을 제17호증) 제37조에 "제 규정에 위반하여 직원 본분에 배치되었을 때(제1호), 직무상의 의무를 위반하거나 정당한 이유없이 직무를 태만히 하였을 때(제2호), 직무의 내외를 막론하고 공사의 체면 또는 위신을 손상시켰을 때(제3호)"등 3개의 사유를, 직권면직사유에 관하여 인사규정 제20조에 "형사사건으로 기소된 자가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되었을 때(제4호)"등 9개의 사유를 각 규정하고 있고 1989.3.9. 원고의 앞서 인정한 비행행위가 위 인사규정 제37조의 징계사유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원고를 파면하였는바, 피고공사의 위 파면처분은 정당한 이유가 있다.

다. 징계절차상의 하자 : 나아가 징계절차에 관하여 보건대, 위 인사규정 및 동 시행세칙(을 제18호증)에 "징계의 경우는 인사위원회의 심의를 거쳐야 하며(동 시행세칙 제56조), 검찰, 경찰 기타 수사기관에서 수사중인 사건에 대하여는 수사기관에서 수사를 개시한날로부터 징계의결의 요구 기타 징계절차를 진행하지 아니할 수 있고(인사규정 제40조), 인사위원회는 징계혐의자에게 충분한 진술을 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하여야 하며, 징계혐의자는 서면 또는 구술로써 자기에게 이익이 되는 사실을 진술하거나 증거를 제출할 수 있고(동 시행세칙 제59조), 피고공사는 지체없이 징계의결 내용을 당사자에게 통보하여야 하며, 위 통보를 받은 자는 그 받은 날로부터 5일 이내에 불복을 제기할 수 있다(동 시행세칙 제79조)"라고 규정하고 있는데, 피고공사는 1989.2.경 실시한 감사에서 원고의 앞서 본 바와 같은 비행사실을 적발하여 인사위원회의 심의를 요구하자 인사위원회는 피고공사 노동조합의 대표에게만 인사위원회 개최를 통지하고 참석이 기회를 주었을 뿐 원고에게는 구두 또는 서면진술의 기회를 부여하지 않은 채 1989.3.9. 앞서 본 바와 같은 이유로 원고에 대하여 파면처분을 한 후 같은 달 13. 원고의 처인 소외 2에게 위 징계내용과 5일 내에 불복할 수 있음을 통지하였다.

그렇다면 피고공사의 원고에 대한 징계는 피고공사가 인사규정에서 스스로 규정한 절차를 지키지 아니한 것으로서 무효라 할 것이다.

3. 소의 적법 여부에 대한 판단

살피건대, 일반적인 소권론에 의하면 과거의 권리 또는 법률관계에 관한 존부확인을 구하는 소는 권리보호의 이익 또는 그 필요가 없어 부적법하나, 근로관계소송에서 피고가 행한 징계해고가 무효임의 확인을 구하는 소는 그에 관한 법원의 판단에 의해 현재 원·피고간에 근로계약관계의 존속확인을 구하는 의미에서 권리보호의 이익이 있고 적법하다고 할 것인바(이점에서 실무상 청구취지로서 해고무효확인을 구하는 것보다는 원·피고간의 근로계약관계의 존속확인을 구하는 것이 보다 이론적이라고 보이며, 이러한 사정은 피고인 당사자로서의 지위가 합병 또는 영업양도 등에 의해 승계된 경우 보다 큰 의미를 갖는다), 해고 또는 파면처분이 판결에 의해 무효로 확인되면 그 구체적이고 주된 법률효과로서 그 파면처분 등에 구애받지 않고 근로관계가 존속한 것으로 인정되어 파면된 근로자는 계속하여 또는 다시 근로할 수 있고 근로자의 다른 귀책사유가 없는 한 무효인 파면처분으로 인하여 근로하지 못한 기간 동안의 임금을 청구할 수 있는 것이나, 원고의 구속수감으로 인하여 근로제공이 사실상 불가능하였음이 앞서 인정된 바와 같이 피고공사의 인사규정 제20조 제4호에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된 때에는 직권면직 사유로 되어 있는 이 사건에서 원고가 파면처분무효확인의 법률적 이익(소급적 임금청구 및 복직)을 받을 의사가 전혀 없이 제기한 원고의 이 사건 소는 국가가 법적분쟁의 해결을 위한 종국적 판단을 하도록 소송제도를 둔 취지에 반하여 소의 이익이 없을 뿐만 아니라 무익한 소권의 행사로서 소권의 남용에 해당되며 따라서 부적법함을 면치 못한다 할것이다(원고는 명예회복을 위해 이 사건 제소에 이르렀다고 주장하지만 원고의 범죄행위가 법원의 형사판결에 의해 명백히 밝혀진 이상 그에 관하여 우리의 법질서가 정당한 것으로 보호할 원고의 명예가 인정될 수 없을 뿐 아니라 원고의 징계절차에 앞서 인정한 절차상의 하자가 있다 할지라도 그것만으로는 원고의 명예를 회복시킬 충분한 사유는 될 수 없다).

4. 결론

따라서 원고의 이 사건 소를 각하하고 소송비용은 패소자인 원고의 부담으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박용상(재판장) 김선우 김소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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