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
2015고단3305(분리) 직무유기, 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
위반(업무상위력등에의한추행)
피고인
A
검사
최미화(기소), 최혜경(공판)
변호인
법무법인 B
담당변호사 C, D
판결선고
2017. 1. 25.
주문
1. 피고인을 징역 6월에 처한다.
2. 다만, 이 판결 확정일부터 1년간 위 형의 집행을 유예한다.
피고인에 대하여 성폭력치료강의 40시간의 수강을 명한다.
3. 피고인에 대한 신상정보 등록기간을 10년으로 정한다.
이유
범죄사실
피고인은 2013. 1, 6.부터 2015. 8. 1.까지 서울 서대문구에 있는 OOO고등학교에서 교장으로 근무한 교육공무원이다.
1. 피고인은 2013. 7, 22. 21:00경 충남 보령시 E에 있는 F수련원에서 위 학교의 교직원 연수 행사기간 중 위 수련원 근처 노래방에서 위 학교 교사로서 업무상 피고인의 감독을 받는 관계인 피해자 G(여, 44세)가 소파에 앉아 있는 것을 보고 함께 블루스를 추기 위하여 피해자의 한쪽 팔을 잡아 당겼으나 피해자가 몸을 뒤로 빼면서 거부하자 다시 팔을 잡고 세게 당겨 무대 쪽으로 데려가 한쪽 팔로 피해자의 상체를 껴안고 다른 손으로 피해자의 손을 잡고 블루스를 추면서 피고인과 거리를 유지하려는 피해자의 몸을 피고인 쪽으로 밀착시키기 위하여 피해자의 등을 감싼 손에 힘을 주어 피고인의 몸 쪽으로 밀어 업무상 위력으로 피해자를 추행하였다.
2. 피고인은 교육공무원으로서 위 학교의 교무를 통할하면서 소속 교직원을 지도·감독하는 교장인바,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 및 그에 대한 서울특별시교육청지침 등에 따라 교내 성폭력 사건을 보고 받으면 학부모에게 알리고 교육감에게 발생보고를 하여야 하며 경미한 사안에 대해서도 지체 없이 전담기구 또는 소속 교원으로 하여금 사실여부를 확인 및 조사 하도록 지시·감독하여야 하는 직무상의 의무가 있다. 그럼에도 피고인은 2014. 6. 중순경 위 학교 교장실에서, 교감 H로부터 '교사 I가 여학생들의 신체를 만지는 성추행을 하였고 그 장면이 촬영된 동영상이 있다는 교사 J의 보고를 받았다.'라는 취지의 보고를 받고도 사안조사 및 보고 등 필요한 조치를 취하지 아니하여 정당한 이유 없이 직무를 유기하였다.
증거의 요지
[판시 제1의 사실]
1. 피고인의 일부 법정진술
1. 증인 G의 법정진술
1. G, K에 대한 각 경찰 진술조서
피고인 및 그 변호인은, 피고인이 판시 일시·장소에서 피해자와 블루스를 춘 사실은 있으나, 당시 여러 교사들이 함께 노래를 부르며 춤을 추는 통상적인 회식 분위기 가운데 피고인이 피해자와 짧게 의례적인 춤을 춘 것에 불과하여 이는 추행에 해당하지 아니하고, 피고인과 피해자의 관계(2014. 3. 경부터 피해자와 피고인이 빈번하게 대립하는 등 수직적인 관계가 아니었던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위력을 행사하였다고 볼 수도 없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살피건대, 위 각 증거들에 의하면 피고인이 판시와 같이 블루스를 추기 위하여 내키지 않아 머뭇거리는 피해자의 팔을 재차 당겨 무대 쪽으로 데려간 다음 한쪽 팔로 피해자의 상체를 껴안고 다른 손으로 피해자의 손을 잡고 블루스를 추면서 피해자의 등을 감싼 손에 힘을 주어 피해자의 몸을 피고인의 몸 쪽으로 잡아당긴 사실을 인정할 수 있는바, 위와 같은 행위의 경위, 행위태양, 주변 상황과 피해자의 의사, 피고인과 피해자의 이전부터의 관계, 성별, 연령 등을 종합해 볼 때 위와 같은 행위는 명백히 객관적으로 일반인에게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게 하는 추행 행위로 평가할 수 있고, 당시 피해자가 피고인의 행동을 강하게 거부하지 아니하고 블루스 춤에 응해 주었다거나 그 후 아무런 문제를 삼지 아니하였다고 하여 달리 볼 것이 아니며, 당시의 회식분위기가 전반적으로 화기애애하였다는 점 등은 고려할 것이 못 된다. 또한 피해자가 피고인의 위와 같은 행위를 강하게 거부하지 못한 것은 같은 학교의 교장과 교사라는 피고인과 피해자의 관계에 기인한 것으로서, 위 각 증거들에 의하면 피고인으로서는 이러한 지위관계로 인하여 피해자의 자유의사가 제압될 수 있음을 적어도 미필적으로 나마 인식하면서도 위와 같은 행위에 이르렀다고 판단된다(이 사건이 발생한 2013. 7. 22.경은 피고인과 피해자가 함께 근무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시점으로서 피해자로서는 지위관계로 인하여 피고인의 행위에 대해 자유롭게 거부의사를 표현하기 어려웠을 것으로 보이고, 피고인이 주장하는 2014. 3.경부터의 사정은 이 사건 발생 후 상당한 시간이 경과한 후의 것이므로 이를 근거로 이 사건 발생 당시 피고인이 행사한 세력이 피해자의 자유의사를 제압할 만한 것이 아니었다고 볼 수도 없다). 따라서 위 각 증거들에 의하여 판시 사실을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 피고인 및 변호인의 위 주장은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판시 제2의 사실]
1. 피고인의 일부 법정진술
1. 피고인에 대한 검찰 피의자신문조서 중 일부 진술기재
1. L, M에 대한 각 경찰 진술조서
1. H에 대한 각 경찰 진술조서(2015. 8. 31.자) 사본
1. 성폭력 사안처리 가이드, 2013 공공기관 성희롱 방지조치, 학교폭력 외 학생 사안에 대한 처리 요령
피고인 및 그 변호인은, 피고인이 당시 교감 H로부터 보고받고 교사 I에게 직접 확인한 바에 따라 성추행 문제가 아니라고 판단하였고 당초 문제를 제기하였던 교사 J로부터도 별다른 언급이 없어 종결된 사안으로 판단하고 다른 조치를 취하지 아니하였고, 교직원의 학생에 대한 성폭력은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이 규율하는 대상도 아니라는 취지로 주장한다.
그러나 위 각 증거들에 의하면, 피고인은 교감 H로부터 '교사 J에 의하면 교사 I가 수업 중 여학생의 신체 일부를 만지는 일이 있었고 이를 촬영한 동영상도 있다고 한다'는 보고를 받은 사실, 초·중등교육법상 학교의 장은 직무상 아동·청소년대상 성범죄[아동·청소년에 대한 강제추행죄 또는 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위반(업무상위력등 에의한추행)죄 등이 포함된다.]의 발생 사실을 알게 된 때에는 즉시 수사기관에 신고하여야 할 법령상의 의무를 부담하고1), 서울특별시교육청 학생생활교육과가 하달한 '학교폭력 외 학생 사안에 대한 처리 요령'2)에 따르면 학교폭력 외 학생사안으로서 성폭력 사건 발생이 인지되는 경우 교육청에 사안보고를 하도록 되어 있는 사실, 그럼에도 피고인은 수사기관에 신고하거나 조사 의뢰를 하지 아니하였을 뿐만 아니라[당시에는 학교전담경찰관(SPO)도 지정되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전담기구 또는 보건교사 등을 통하여 사안을 조사하거나3) 피해 학생의 피해사실 유무를 확인하는 등 최소한의 조치도 취하지 아니한 사실, 피고인은 이에 대하여 검찰 조사 시 '수업 시간에 있었던 일이니 성추행은 아니었을 것이라고 생각하였기 때문에 보고하지 않았다.'라거나 '그런 일은 있을 수도 없는 일이라고 생각하였기 때문에 조치를 취하지 아니하였다.'라는 등의 납득할 수 없는 변명을 한 사실이 인정되는바, 위 인정사실을 종합하면, 피고인은 사안조사 및 보고 등 필요한 조치를 취하여야 할 직무상의 의무가 있음을 알면서도 이를 의식적으로 포기하였음을 넉넉히 인정할 수 있다(이 사건 당시 시행되던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의 규율 대상에 교직원의 학생에 대한 성폭력도 포함되는지 여부에 관하여는 다소 논란의 소지가 있으나, 위에서 본 바와 같이 반드시 위 법률에 의하지 아니하더라도 피고인에게는 위와 같은 직무상의 의무가 있었던 것으로 판단된다).4) 피고인 및 변호인의 주장은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법령의 적용
1. 범죄사실에 대한 해당법조 및 형의 선택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10조 제1항(업무상 위력 추행의 점), 형법 제122조(직무유기의 점), 각 징역형 선택
2. 경합범가중
형법 제37조 전단, 제38조 제1항 제2호, 제50조[형이 더 무거운 성폭력범죄의처벌 등에관한특례법위반(업무상위력등에의한추행)죄에 정한 형에 경합범가중]
3. 집행유예
형법 제62조 제1항(아래 양형이유 중 유리한 정상 등 참작)
4. 신상정보 등록기간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45조 제4항[신상정보 등록의 원인이 된 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위반(업무상위력등에의한추행)죄와 나머지 직무유기죄의 형과 죄질, 범정의 경중 등에 비추어 볼 때,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45조 제1항 제3호, 제2항에 따라 등록기간이 결정되는 것은 부당하다고 인정되므로 더 단기의 기간인 10년을 등록기간으로 정함]
양형의 이유
피고인이 추행 피해자로부터 용서받지 못한 점, 명시적인 동의를 받지 아니하고 직장 동료에게 블루스를 추도록 이끈 행위 자체가 부적절한 것임에도 이에 대한 뚜렷한 반성의 기미를 보이지 아니하는 점, 한편, 피고인이 사실관계 자체는 대체로 인정하고 있고 책임을 통감한다는 취지로 진술하는 점, 이 사건 직무유기의 정도가 크게 중하지는 아니한 점, 교사 I로 인한 사건이 원만히 마무리됨으로써 피고인의 직무유기로 인하여 중한 결과가 초래되지는 아니하였고, 피고인이 그 무렵 남성 교사들을 불러 모아 주의를 주는 조치는 취하였던 점, 그 밖에 피고인의 연령, 성행, 환경, 추행 피해자에 대한 관계, 범행의 동기, 수단과 결과, 범행 후의 정황 등 형법 제51조에 규정된 제반 양형조건을 참작하여 주문과 같이 형을 정한다.
신상정보의 등록 및 제출의무
등록대상 성범죄인 판시 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위반(업무상위력등에의한추행)죄의 범죄사실에 관한 유죄판결이 확정되면 피고인은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42조 제1항의 신상정보 등록대상자가 되므로, 같은 법 제43조에 따라 관계기관에 신상정보를 제출할 의무가 있다.
신상정보 공개명령 또는 고지명령
피고인의 연령, 직업, 재범위험성, 이 사건 범행의 동기, 범행 방법, 결과 및 죄의 경중, 공개명령 또는 고지명령으로 인하여 피고인이 입는 불이익의 정도와 예상되는 부작용, 그로 인해 달성할 수 있는 등록대상 성폭력범죄의 예방 및 피해자 보호효과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볼 때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47조 제1항, 제49조 제1항,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제49조 제1항 단서, 제50조 제1항 단서에 따라 신상정보를 공개 · 고지하여서는 아니 될 특별한 사정이 있다고 판단되므로, 피고인에 대하여 공개명령 또는 고지명령을 선고하지 아니한다.
판사
판사 남현
2) 2014. 1. 28. 제정된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의 시행(2014. 9. 29.)을 앞두고 하달된 문서로 보인다.
3) 성폭력 사안처리 가이드(2014. 5., 교원용) 제21면에서는 "1. 전담기구의 사안조사'라는 항목 아래에 "학교장은 성폭력사안 해결이 총지휘자로서 사안을 정확하게 파악할 필요가 있고, 구성원을 소집하여 업무지시를 하고 그 결과를 보고받는다."라고 기술하고 있다(증거기록 제638면).
4) 피고인의 변호인은, 피고인은 이 사건 동영상을 한 번도 본 적이 없고 거기에 어떠한 내용이 담겨 있는지조차 알지 못하며 그 동영상의 존재 자체가 의심스럽다는 취지로 주장하나, 이와 같은 상황이 바로 조사 지시 소홀 등 피고인의 직무유기 행위로 인하여 발생한 것이라고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