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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22. 7. 28. 선고 2020므13975 판결
[혼인의무효등][미간행]
판시사항

민법 제815조 제1호 에서 혼인무효의 사유로 정한 ‘당사자 간에 혼인의 합의가 없는 때’의 의미 및 이를 판단하는 기준

원고,피상고인

원고 (소송대리인 변호사 김성한)

피고,상고인

피고 (소송대리인 법무법인(유한) 바른 담당변호사 고영한 외 2인)

원심판결

대구가법 2020. 8. 20. 선고 2019르6096 판결

주문

원심판결의 주위적 청구 중 혼인무효 확인 부분 및 예비적 청구에 관한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대구가정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상고이유서 제출기간이 지난 다음 제출된 상고이유 보충서의 기재는 상고이유를 보충하는 범위에서)를 판단한다.

1. 관련 법리

민법 제815조 제1호 가 혼인무효의 사유로 규정하는 ‘당사자 간에 혼인의 합의가 없는 때’란 당사자 사이에 사회관념상 부부라고 인정되는 정신적·육체적 결합을 생기게 할 의사의 합치가 없는 경우를 의미한다 ( 대법원 2010. 6. 10. 선고 2010므574 판결 등 참조).

가정법원은 상대방 배우자에게 혼인신고 당시 혼인의사가 없었던 것인지, 혼인 이후에 혼인을 유지할 의사가 없어진 것인지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심리·판단하여야 하고, 혼인의사라는 개념이 다소 추상적이고 내면적인 것이라는 사정에 기대어 상대방 배우자가 혼인을 유지하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 하였다거나 혼인관계 종료를 의도하는 언행을 하는 등 혼인생활 중에 나타난 몇몇 사정만으로 혼인신고 당시 혼인의사가 없었다고 추단하여 혼인무효 사유에 해당한다고 단정할 것은 아니다 ( 대법원 2021. 12. 10. 선고 2019므11584, 11591 판결 등 참조).

2. 원심의 판단

원심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원고와 피고 사이의 혼인은 무효라고 판단하였다.

가. 피고가 다른 소송에서 원고 사망 이후 유족연금을 받기 위하여 혼인신고를 한 것이라고 주장하였던 점, 원고의 정년퇴직 직전에 혼인신고가 마쳐진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원고와 피고의 혼인신고는 피고에게 유족연금 수급권자 자격을 취득시킬 목적으로 이루어졌음이 명백하다.

나. 가톨릭 신도인 원고와 피고가 혼인성사를 하였으나, 그 혼인성사의 절차나 방식이 가톨릭 교회법의 규정에 부합하지 않고 원고의 가족이 전혀 참석하지 않았으며 원고와 피고가 사후에도 가족이나 지인들에게 혼인성사 사실을 알리지 않은 점 등을 고려할 때 이러한 혼인성사 사실만으로 혼인신고 무렵 당사자들에게 혼인의 의사가 존재하였다고 인정하기 어렵다.

다. 원고와 피고는 처음부터 상호 합의 아래 각자의 집에서 각자의 개인 생활을 영위하였는데, 이는 혼인의 본질이 요청하는 부부간 동거의무를 당사자들이 임의로 전면 배제한 것으로서 허용될 수 없으므로, 이 사건 혼인신고 무렵 당사자들에게 진정한 혼인의 의사가 존재하였다고 보기 어렵다.

라. 원고와 피고가 함께 자주 저녁식사를 하였고 몇 차례 성관계를 가진 점, 원고가 피고에게 금전적 지원을 한 점 등은 부부관계가 아닌 관계에서도 가능한 것이므로 이러한 사정만으로 원고와 피고 사이에 혼인생활의 실체가 있었다고 볼 수 없다.

3. 대법원의 판단

그러나 이러한 원심의 판단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수긍하기 어렵다.

가. 원심판결 이유와 기록에 의하면 다음 사실을 알 수 있다.

1) 원고는 전 배우자인 소외 1이 (연원일 1 생략) 사망한 후 (연원일 2 생략) 피고와 소외 2 신부의 주례 아래 혼인성사를 마친 다음 (연원일 3 생략) 혼인신고를 마쳤다. 혼인신고 당시 원고는 만 65세, 피고는 만 47세였다.

2) 혼인신고 전부터 원고는 대구 남구 (주소 1 생략)에서, 피고는 같은 아파트 (주소 2 생략)에서 거주하였는데, 혼인신고 이후에도 원고와 피고는 각자의 집에서 계속 생활하였다.

3) 원고는 혼인성사 이후 수시로 피고의 집을 방문하여 피고와 저녁식사를 함께 한 다음 자신의 집으로 돌아왔고, 2008년 무렵부터는 거의 매일 피고의 집에 방문하였으며, 그 과정에서 수차례 피고와 성관계를 가졌다. 원고와 피고의 이러한 생활양상은 원고가 2018년경 신장암 진단을 받아 수술 및 입원치료를 받을 무렵까지 지속되었다.

4) 원고는 혼인성사 이후부터 피고에게 생활비 명목으로 월 100만 원 내지 150만 원을 매월 지급하였고, 피고는 자신의 차량을 이용하여 여러 차례 원고의 출퇴근을 도왔다.

5) 피고는 2018. 1. 8. 자신이 거주하는 아파트와 관련된 소송에서 성립한 조정에 따라 1억 1,500만 원을 지급할 의무를 부담하게 되었는데, 원고는 2018. 1. 30. 피고에게 1억 2,000만 원을 지급하였고 피고는 그 돈으로 조정금을 지급하였다.

나. 이러한 사실관계에 의하면, 원고와 피고는 혼인성사를 통해 자신들의 혼인의사를 대외적으로 표시한 다음 혼인신고를 마쳤고, 혼인신고 이후에도 15년 가까이 장기간에 걸쳐 정신적·육체적 결합관계를 유지하면서 부부간의 부양의무나 협조의무를 이행하였다고 봄이 타당하다. 설령 피고가 혼인신고 당시 원고 사망 이후 유족연금을 받을 목적을 가지고 있었다고 하더라도 이는 혼인신고에 이른 부수적인 동기에 불과하므로 그러한 사정만으로 피고에게 진정한 혼인의 의사가 없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원고와 피고가 같은 거주지에서 동거를 하지는 아니하였으나 그러한 사정만으로 원고와 피고가 애초부터 부부간의 동거의무를 전면적으로 배제하기로 합의하였다고 인정할 수 없고, 이들이 동거의 합의 없이 혼인신고 후에도 계속 별거하면서 왕래하려는 의사만 있었다고 하더라도 혼인의 실질적 합의가 없었다고 할 수도 없다.

다. 그런데도 원심은 이와 같이 당사자들의 혼인의사를 추단할 수 있는 여러 사정을 도외시한 채 판시와 같은 몇몇 사정만을 내세워 피고가 원고와 진정한 혼인의 의사 없이 유족연금 수급 등 다른 목적으로 혼인신고를 하였으므로 혼인이 무효라고 판단하였다.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민법 제815조 제1호 에서 정한 혼인무효 사유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고 이에 대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한 잘못이 있다. 이를 지적하는 피고의 상고이유는 이유 있다.

라. 위와 같이 주위적 청구 중 혼인무효 확인 부분이 파기되는 이상 예비적 청구에 관한 부분 역시 파기되어야 한다.

4. 결론

원심판결의 주위적 청구 중 혼인무효 확인 부분 및 예비적 청구에 관한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안철상(재판장) 김재형 노정희 이흥구(주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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