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시사항
[1] ‘손해배상의 예정액’이 부당히 과다한지 여부를 판단할 때에 실제 손해액을 구체적으로 심리·확정할 필요가 있는지 여부(소극) 및 기록상 실제 손해액 또는 예상 손해액을 알 수 있는 경우에는 그 예정액과 대비하여 볼 필요가 있는지 여부(적극)
[2] 기록상 알 수 있는 실제 손해액 내지 예상 손해액의 크기는 참작하지도 아니한 채, 참작사유로서 부적절한 사정들만을 들어 손해배상의 예정액을 감액한 원심판결을 파기한 사례
참조조문
[1] 민법 제398조 제2항 [2] 민법 제398조 제2항
참조판례
[1] 대법원 1995. 11. 10. 선고 95다33658 판결 (공1995하, 3912) 대법원 2004. 7. 22. 선고 2004다3543 판결
원고, 상고인
제일건설 주식회사 (변경 전 상호 : 주식회사 풍경채)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바른 담당변호사 구상모 외 1인)
피고, 피상고인
서울보증보험 주식회사 (소송대리인 변호사 최성곤)
피고보조참가인
주식회사 실크스톤 외 1인
주문
원심판결 중 계약보증금에 관한 원고 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에 대하여 판단한다.
1.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이 하남시 덕풍동 풍산택지개발지구의 제일풍경채아파트 신축공사를 도급받아 시공하는 원고가 2007. 3. 28. 피고보조참가인 주식회사 실크스톤(이하 ‘보조참가인’이라 한다)과 위 신축공사 중 1, 2단지 석공사에 관하여 하도급계약(이하 ‘이 사건 석공사계약’이라 한다)을 체결하면서 손해배상액의 예정에 해당하는 계약보증금을 계약금액의 20%로 정한 사실, 그리고 피고가 보조참가인과 체결한 보증보험계약을 통하여 위 계약보증금의 지급을 보증한 사실, 그 후 원고가 2007. 11. 2. 보조참가인의 채무불이행을 사유로 이 사건 석공사계약을 해제한 후 피고에게 위 보증보험계약에 따른 보험금을 청구한 사실을 인정한 다음, 피고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원고에게 그 보험금으로 위 계약보증금 9억 9,218만 원(이 사건 석공사계약의 계약금액 합계 49억 6,090만 원 × 20%)을 지급할 의무가 있으나, ① 위 계약보증금은 계약금액의 20%에 해당하는 금액으로 통상의 계약보증금이 계약금액의 10%인 경우와 비교하여 과다한 것으로 보이는 점, ② 이 사건 석공사계약에서 공사기간의 종기를 2007. 12. 31.까지로 정하였음에도 예정공정표에서는 공사예정종료일을 이보다 약 2개월 내지 4개월이나 빠르게 정하였고, 이와 같은 공사일정이나 당시의 자재공급여건을 감안할 때 이 사건 석공사의 2007. 10.경 기준 기성고 비율(24.49% 내지 33.86%)은 상당한 것으로 보이는 점, ③ 보조참가인은 이 사건 석공사의 자재를 공급받기 위하여 중국 소재 청도우영건재 유한공사 등과 계속적 공급계약을 체결하는 등 상당한 노력을 하였고, 그 결과 이 사건 석공사에 필요한 자재의 20% 정도를 공급받았던 점, ④ 원고는 2007. 10. 9. 보조참가인과 1차 선급금을 정산한 뒤 2007. 10. 11. 보조참가인에게 추가로 2차 선급금을 지급하였음에도 이 사건 석공사계약에서 예정한 공사종료일 전인 2007. 11. 2. 그 계약의 해제를 통지하였던 점 등을 고려해 보면, 위 계약보증금은 손해배상의 예정액으로서 부당하게 과다하다고 인정되므로 이를 그 50%인 4억 9,609만 원으로 감액함이 상당하다고 하여, 피고의 보증책임을 그 감액된 범위 내로 제한하였다.
2. 그러나 손해배상예정액의 감액에 관한 원심의 판단은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수긍하기 어렵다.
손해배상의 예정액이 부당히 과다한지 여부는 채권자와 채무자의 지위, 계약의 목적 및 내용, 손해배상액을 예정한 동기, 채무액에 대한 예정액의 비율, 예상 손해액의 크기, 그 당시의 거래관행과 경제상태 등 모든 사정을 참작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그리고 이 경우 실제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 손해액의 크기를 참작하여 손해배상의 예정액이 부당하게 과다한지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실제 손해액을 구체적으로 심리·확정할 필요는 없으나 기록상 실제 손해액 또는 예상 손해액을 알 수 있는 경우에는 그 예정액과 대비하여 볼 필요가 있다 ( 대법원 1995. 11. 10. 선고 95다33658 판결 , 대법원 2004. 7. 22. 선고 2004다3543 판결 등 참조).
우선 원심이 적법하게 확정한 사실관계에 의하면, 이 사건 석공사계약에서는 보조참가인으로 하여금 계약체결 후 지체 없이 이 사건 석공사의 예정공정표를 작성하여 원고의 승인을 받도록 하는 한편 원고로 하여금 위 아파트 신축공사의 원활한 수행을 위하여 이 사건 석공사와 관련이 있는 공사와의 조정이 필요한 경우 보조참가인과 협의하여 이 사건 석공사의 공사기간 등을 변경할 수 있도록 약정한 사실(제3조 제2항, 제4조 제1항), 보조참가인은 아파트 내·외장에 석재를 사용하는 이 사건 석공사가 완료되어야 외벽 비계 해체, 배관·우수관로 설치, 조경시설물 설치, 내부 바닥재·욕실벽체 설치 등의 후속공사가 진행될 수 있었고 이러한 후속공사의 완료에 따른 위 아파트 신축공사의 준공이 2008. 3. 31.로 예정되어 있던 점을 감안하여 위 약정에 따라 2007. 4. 4. 이 사건 석공사의 주요 공정을 2007. 8. 28.까지 완료하기로 하는 내용의 예정공정표를 작성하여 원고에게 제출하였는데, 그 예정과 달리 공사가 지연되자 2007. 7. 10. 그 공정을 2007. 10. 26.까지 완료하는 것으로 예정공정표의 내용을 변경하여 다시 제출한 사실, 이후 원고는 보조참가인의 공사지연을 지적하면서 수차례 공기준수를 독촉하는 한편 2007. 10. 9. 보조참가인과 1차 선급금을 일부 정산하고 2007. 10. 11. 보조참가인에게 2차 선급금을 지급한 사실, 그런데도 보조참가인은 2007. 10. 하순경까지 이 사건 석공사의 재하도급 시공업체와 자재 공급업체에게 대금지급을 지체하고 있었고, 그 무렵까지 공사현장에 입고된 석재도 약정한 전체 물량의 20% 정도밖에 되지 않았으며, 2007. 10. 16. 기준 기성고는 1단지의 경우 33.86%, 2단지의 경우 24.49%에 불과하였던 사실, 이에 원고는 2007. 10. 하순경 보조참가인에게 수차례에 걸쳐 공기준수 및 시공계획 등 만회대책을 요구하였음에도 보조참가인의 적절한 조치가 없자 이 사건 석공사계약을 해제하기에 이른 사실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원심의 인정 사실에 비추어 보면, 원심이 이 사건 손해배상의 예정액을 감액하는 데 있어 참작한 위 ②, ③항의 사정은 보조참가인이 이 사건 석공사계약에 따른 채무를 불이행한 내용으로서 그 계약해제의 원인이 되었던 것에 지나지 아니하여 위 감액에 참작할 사유가 될 수 없고, 위 ④항과 같은 1차 선급금의 정산 및 2차 선급금의 지급이 있었다 하더라도 그 이후 계속된 보조참가인의 채무불이행을 사유로 원고가 이 사건 석공사계약을 해제하였던 것인 이상 원심이 위 ④항과 같은 사정을 위 감액의 참작사유로 삼은 것 또한 타당하다고 볼 수 없다. 그리고 달리 위와 같은 보조참가인의 채무불이행에 관하여 원고에게 어떠한 과실이 있었음을 인정할 자료도 기록상 찾아볼 수 없다.
한편 원심 판시와 같이 통상의 공사하도급계약에 있어 하도급공사금액의 10% 정도를 계약금으로 정하고 이를 손해배상의 예정액으로 약정하는 예가 많기는 하나, 원심의 인정 사실과 기록에 비추어 보면, 보조참가인이 이 사건 석공사계약을 약정대로 이행하지 아니하여 그 계약이 해제될 경우 그 후속공사의 진행 및 위 아파트 신축공사의 준공에 상당한 차질이 불가피하게 발생하고 그로 인하여 원고가 입을 손해의 정도도 다른 하도급공사의 경우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클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이 사건 손해배상예정액의 비율을 통상의 경우보다 높게 책정하였다고 볼 여지가 많다. 따라서 이 사건 손해배상예정액의 비율이 통상의 경우보다 다소 높다는 사정만으로 그 예정액을 쉽게 감액할 것은 아니다.
나아가 원심이 인정한 사실에 의하면, 원고는 보조참가인의 채무불이행을 이유로 이 사건 석공사계약을 해제한 후 그 미시공 부분의 완성을 위하여 당초 보조참가인과 약정한 그 부분의 공사대금보다 12억 원가량을 더 지출하였다는 것인바,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고는 보조참가인의 채무불이행으로 지연된 공기를 최대한 만회하고 그 공기지연으로 파생되는 손해를 최소화하기 위하여 당초보다 빠른 속도의 공사 일정과 방법으로 위 미시공 부분의 공사를 진행할 필요가 있었고 이 때문에 위와 같이 공사비용을 추가로 지출할 수밖에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위 증가된 공사비용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위 미시공 부분의 완성을 위하여 지출한 합리적인 범위 내의 비용으로서 보조참가인의 채무불이행으로 인하여 입게 된 손해라고 볼 수 있는데, 그 금액은 12억 원가량 되어 이 사건 손해배상의 예정액인 9억 9,218만 원을 훨씬 상회하고 있다.
사정이 이상에서 본 바와 같다면, 이 사건 손해배상의 예정액이 부당하게 과다하다고 하여 이를 감액하는 것은 형평의 원칙에 비추어 현저히 불합리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도 원심은 실제 손해액 내지 예상 손해액의 크기는 참작하지도 아니한 채 그 감액의 참작사유로서 부적절한 판시의 사정들만을 들어 이 사건 손해배상의 예정액을 50%로 감액하고 그에 따라 피고의 보증책임을 그 감액한 범위 내로 제한하고 말았으니, 이러한 원심에는 손해배상예정액의 감액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3. 그러므로 원심판결 중 계약보증금에 관한 원고 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