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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지방법원 2022. 11. 18. 선고 2020노3595 판결
[실화][미간행]
피고인

피고인 1 외 1인

항소인

피고인들

검사

홍완희(기소), 김윤식(공판)

변호인

변호사 허형욱

원심판결

대구지방법원 2020. 10. 29. 선고 2020고정1089 판결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한다.

피고인들을 각 벌금 500만 원에 처한다.

피고인들이 위 각 벌금을 납입하지 아니하는 경우 10만 원을 1일로 환산한 기간 피고인들을 노역장에 유치한다.

피고인들에게 위 각 벌금에 상당한 금액의 가납을 명한다.

이유

1. 항소이유의 요지(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피고인들의 행위와 화재발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입증되지 않았고, 더 나아가 피고인들 중 누구의 행위로 인하여 화재가 발생한 것인지 여부도 입증되지 아니한 이상 과실범의 미수에 해당하여 처벌할 수 없다.

2. 당심에서의 공소장 변경

검사는 당심에서 이 사건 공소사실을 아래와 같은 내용으로 변경하되, 적용법조에 관하여 주위적 공소사실은 형법 제170조 제1항 제164조 , 제30조 로 하고, 예비적 공소사실은 위 형법 제30조 를 삭제하는 내용의 공소장변경허가신청을 하였는바, 이 법원은 2022. 10. 21. 이를 허가함으로써 그 심판대상이 변경되었으므로 원심판결은 더 이상 유지될 수 없다.

피고인들은 경산시 (주소 생략)에 있는 ㈜금강CS에서 근무하는 사람들이다.
피고인들은 함께 2020. 3. 19. 17:25경 위 회사 공장동 건물 외벽에 설치된 재활용 박스를 모아두는 분리수거장 옆에서 담배를 피우게 되었다. 당시는 위 분리수거장 방향으로 바람이 상당히 강하게 불고 위 분리수거장에는 불이 붙기 쉬운 종이로 된 재활용 박스 등이 쌓여 있었다. 더욱이, 피고인들은 위 회사 소속으로 평소 위 공장동에서 근무하는 근로자로서 특히 위 회사의 공장동에 화재 등의 위험이 발생하지 않도록 방지하거나 그 위험이 발생한 경우 이를 제거할 의무가 있는 한편, 피고인들은 함께 같은 공간에서 담배를 피우고 담배꽁초를 버린 후 그곳을 떠나게 되었으므로, 피고인들은 본인 및 상대방이 버린 담배꽁초 불씨가 살아있는지 여부를 확인하고 이를 완전히 제거하는 등 화재를 미리 방지하여야 할 주의의무가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인들은 이를 게을리한 채 피고인 1은 위 분리수거장 인근에 담배꽁초 불씨를 손가락으로 튕긴 후 담배꽁초를 위 분리수거장 바로 옆 바닥에 놓여있던 쓰레기봉투에 던져 버리고, 피고인 2도 위 분리수거장 인근에 담배꽁초 불씨를 손가락으로 튕긴 후 담배꽁초를 위 분리수거장을 향해 던져 버리는 한편, 피고인들 상호 간 위와 같이 담배꽁초 불씨를 위 분리수거장 인근에 손가락으로 튕겨 그 불씨가 위 분리수거장으로 바람에 날리게 하거나 담배 꽁초 불씨를 손가락으로 튕긴 정도로 그 불씨가 완전히 제거되지 않은 담배꽁초를 불이 붙기 쉬운 위 쓰레기봉투 내지 위 분리수거장에 던져 버리는 것을 보고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아니하고 그곳을 떠났다.
피고인들은 위와 같은 과실로 인하여 그 직후 피고인들이 버린 담배 꽁초 불씨에서 위 분리수거장 안에 쌓여 있던 재활용 박스 등에 불이 붙고 그 불이 위 공장동으로 번져 위 공장동이 전소되게 하는 약 645,500,000원 상당의 수리비가 들 정도로 이를 소훼하였다.

다만, 이와 같은 직권파기사유에도 불구하고 피고인들의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주장은 변경된 공소사실을 판단하는 범위 내에서 여전히 이 법원의 심판대상이 되므로, 이하에서 살펴본다.

3. 판단

가. 이 사건 화재의 발생 원인

원심은, ① 피고인들은 사건 당일 화재 직전인 2020. 3. 19. 주1) 17:22:02경과 17:22:25경 각각 손가락으로 담뱃불을 튕겼던 점, ② 당시 바람이 화재가 처음 발생하였던 분리수거장 방향으로 강하게 불고 있었던 점, ③ 피고인들과 분리수거장의 거리는 1 미터에서 3미터 정도였던 점, ④ 분리수거장에는 종이류 등 불에 쉽게 탈 수 있는 물건들이 쌓여 있었던 점, ⑤ 피고인들이 담배를 피고 돌아온 후 약 3-4분 정도 지나 분리수거장 쪽에서 연기가 솟아오르기 시작하였고, 그곳이 최초발화지점으로 추정되는 점, ⑥ 그 수 분 내에 제3자가 방화를 할 가능성은 극히 낮고, 그 밖에 전기적·화학적 발화원인도 없었던 점 등을 종합하면, 피고인들의 각 행위와 이 사건 화재 발생 사이에는 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판단하면서 피고인들의 이 부분 주장을 배척하였다. 원심이 그 판시와 같이 인정한 사정들을 이 사건 기록과 대조하여 면밀히 살펴보면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할 수 있고, 거기에 피고인이 주장하는 바와 같은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고 볼 수 없다.

다만, 더 나아가 이 사건 화재의 발생이 피고인들 중 누구의 담배꽁초에서 비롯된 것인지 여부에 관하여 살피건대, 원심과 당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을 종합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 즉 CCTV 영상에 의하면 피고인 1이 분리수거장 방향으로 손가락으로 담뱃불을 튕겨서 끄고 피고인 2는 창고동 방향으로 담뱃불을 튕겨서 끄는 모습이 확인되기는 하나, 당시 바람이 분리수거장 방향으로 강하게 불었기 때문에 피고인 2의 담뱃불도 분리수거장으로 날아갔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점, 피고인들 모두 담배꽁초를 분리수거장 또는 그 부근에 버렸는데 당시 담배꽁초에 불씨가 남아 있었을 수도 있고 누구의 담배꽁초에서 발화가 시작되었는지 알 수 없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제출된 증거들만으로 이 사건 화재가 피고인들 중 누구의 행위에 의한 것인지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그러나 아래에서 살피는 바와 같이 피고인들에게는 각 실화죄 과실범의 책임을 물을 수 있다).

나. 피고인들의 각 과실범 성립 여부

살피건대, 바람이 많이 불고 종이류가 근처에 적재되어 있는 곳에서 담뱃재를 털거나 꽁초를 함부로 버릴 경우 화재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은 충분히 예견할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이므로, 피고인들은 이 사건 화재 발생의 책임을 면할 수 없다.

또한,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을 종합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 즉 ① 근로자는 근로계약에 따른 신의칙상의 부수적 의무로서 사용자에 대하여 노무제공 과정에서 사용자의 인적·물적 자원에 손해를 야기하지 않도록 주의할 의무가 있고, 사용자 소유의 건물 등을 안전하게 사용·관리하며 위 건물 등에 위험이 발생하였을 경우에는 가능한 범위에서 그 위험을 제거하여야 할 의무가 있다고 할 것인 점, ② 타기 쉬운 종이상자 등이 쌓여 있는 분리수거장 근처에서 담배 꽁초 불씨를 튕기거나 불씨가 완전히 꺼지지 않은 담배꽁초를 분리수거장 쪽으로 던지는 것을 보았거나 알 수 있었던 점, ③ 당시 건조한 날씨에 바람이 심하게 불어 상대방이 튕기거나 버린 위 담배꽁초로 인해 화재가 발생할 수 있음은 충분히 예견이 가능했던 점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들에게는 상호 간 그 불씨가 살아있는지를 확인하고 이를 완전히 제거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지 아니한 과실을 물을 수 있을 것이다.

다. 주위적 공소사실에 관한 판단

과실범의 공동정범은 행위자들 사이에 공동의 목표와 의사연락이 있는 경우에 성립하는 것인바( 대법원 1997. 11. 28. 선고 97도1740 판결 등 참조), 함께 담배를 피웠을 뿐인 이 사건의 피고인들에게는 ‘공동의 목표’가 있었다고 보기 어려워 위와 같은 공동정범의 법리가 적용될 수는 없다고 봄이 타당하므로, 과실범의 공동정범으로 형법 제30조 를 적용한 주위적 공소사실에 관한 검사의 주장은 이유 없다. 주2)

라. 예비적 공소사실에 관한 판단

공동의 과실이 경합되어 화재가 발생한 경우에 적어도 각 과실이 화재의 발생에 대하여 하나의 조건이 된 이상은 그 공동적 원인을 제공한 각자에 대하여 실화죄의 죄책을 물어야 함이 마땅하다( 대법원 1983. 5. 10. 선고 82도2279 판결 ).

살피건대, 앞서 살핀 바와 같이 누구의 행위로 인한 것인지 밝힐 수는 없지만 피고인들 중 한 명은 이 사건 화재 발생의 직접적 원인이 되는 행위를 한 과실이 있고, 적어도 다른 한 명은 위와 같이 충분히 예견이 가능함에도 불구하고 그 불씨가 살아있는지를 확인하고 이를 완전히 제거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지 않은 채 만연히 현장을 떠난 과실이 있으며, 이들 피고인들 각자의 과실이 경합하여 이 사건 화재를 일으켰다고 봄이 상당하므로, 예비적 공소사실에 관한 검사의 주장은 이유 있다.

4. 결론

그렇다면 원심판결에는 위와 같은 직권파기사유가 있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2항 에 따라 이를 파기하고 변론을 거쳐 다시 다음과 같이 판결한다.

범죄사실

이 법원이 인정하는 범죄사실이 요지는 앞서 본 제2항과 같다.

증거의요지

1. 피고인들의 일부 법정진술

1. 피고인들에 대한 각 피의자신문조서

1. 현장감식결과보고서

1. 수사보고(현장 CCTV 확인 관련)

1. 피해견적서

법령의적용

1. 범죄사실에 대한 해당법조

1. 노역장 유치

1. 가납명령

양형의이유

실화로 인한 재산상 손해액이 적지 않은 점, 주의의무 위반의 정도가 가볍지 아니한 점 등에 비추어 그 죄책이 가볍지 아니하나, 한편, 화재가 발생한 공장에 대하여 화재보험이 가입되어 있어 피해가 다소 회복된 것으로 보이는 점, 피고인들이 반성하고 있고 범죄전력이 없는 초범인 점 등 및 그 밖에 피고인들의 연령, 성행, 환경, 전과관계, 범행의 동기 및 경위, 수단과 결과, 범행 후의 정황 등 양형의 조건이 되는 여러 사정을 참작하여 주문과 같이 형을 정한다.

무죄부분

이 사건 주위적 공소사실의 요지는 앞서 본 제2항 기재와 같고, 위 제3의 다항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따라 무죄를 선고하여야 한다. 그러나 이와 동일성이 인정되는 예비적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는 이상 따로 주문에서 무죄를 선고하지 아니한다.

판사   이영화(재판장) 문채영 김아영

주1) 원심 판결문 제2쪽 마지막행의 “2020. 3. 16.”은 “2020. 3. 19.”의 오기로 보인다.

주2) 검사는 변경 전 공소사실에 관하여 형법 제30조를 적용하여 피고인들을 공동정범으로 기소하였으나, 이에 대하여 원심은 형법 제30조를 삭제하고 피고인들에 대해서 각 단독범으로 하여 유죄로 판단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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