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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죄
서울중앙지방법원 2010. 10. 4. 선고 2010고정3125 판결
[의료법위반·약사법위반][미간행]
피 고 인

피고인 1 외 1인

검사

김형원

변 호 인

변호사 이상윤

주문

피고인 1을 벌금 3,000,000원, 피고인 2를 벌금 2,000,000원에 각 처한다.

피고인들이 위 각 벌금을 납입하지 아니하는 경우 각 50,000원을 1일로 환산한 기간 피고인들을 각 노역장에 유치한다.

피고인들에 대하여 위 각 벌금에 상당한 금액의 가납을 명한다.

피고인들에 대한 각 의료법 위반의 점은 각 무죄.

범죄사실

피고인들은 공모하여, 공소외 1 주식회사가 약국개설자가 아닌데도 불구하고, 2007. 6. 15. 서울 동대문구 장안1동 (이하 5 생략)에 있는 공소외 2 주식회사 사무실에서 공소외 1 주식회사의 직원들 및 그 가족들에게 수여할 목적으로 전문의약품인 타미플루캅셀 75㎎(인산오셀타미비르) 39,600정, 시가 162,716,400원 상당, 피케이멜즈정(황산아만타딘) 39,600정, 시가 7,920,000원 상당을 공소외 2 주식회사로부터 매수하고, 이를 서울 중구 남대문로 5가 (이하 6 생략)에 있는 공소외 1 주식회사의 사무실로 배송 받아 이를 취득하였다.

증거의 요지

1. 피고인들의 각 일부 법정진술

1. 피고인들에 대한 각 검찰 피의자신문조서 중 각 일부 진술기재 및 공소외 8에 대한 검찰 피의자신문조서

1. 공소외 15, 16에 대한 각 경찰 피의자신문조서

1. 공소외 10에 대한 경찰 진술조서

1. 각 수사보고

법령의 적용

1. 범죄사실에 대한 해당법조 및 형의 선택

1. 노역장유치

1. 가납명령

피고인들 및 변호인의 주장에 관한 판단

1. 주장 내용

가. 피고인들은 판시 의약품을 직원들에게 무상으로 교부하기 위해 구매한 것이기 때문에 피고인들의 행위는 약사법 제44조 제1항 의 판매에 해당하지 아니한다.

나. 가사 피고인들의 행위가 약사법 제44조 제1항 의 판매에 해당한다 하더라도, 이는 전염병이 확산되고 있는 비상상황에서 이에 대처할 목적으로 직원들 명의로 처방전을 발급받아서 한 행위이기 때문에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아니하는 행위에 해당하여 형법 제20조 에 의하여 위법성이 조각된다.

2. 판단

가. 피고인들의 행위가 약사법 제44조 제1항 의 ‘판매’에 해당하는지 여부

1) 약사법 제44조 제1항 의 ‘판매’에 ‘수여’가 포함되는지 여부

약사법 제2조 제1호 약사법에서 사용되는 ‘약사’의 개념에 대해 정의하면서 ‘판매(수여를 포함한다, 이하 같다)’라고 규정함으로써, 이 사건에서 문제되고 있는 약사법 제44조 제1항 을 포함하여 위 정의 규정 이하의 조항에서의 ‘판매’에는 ‘수여’가 포함됨을 명문으로 밝히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본래 약사법이 1963. 12. 13. 법률 제1491호로 개정되기 전까지는 정의 규정에서 ‘수여’를 일괄적으로 ‘판매’에 포함시키지 아니한 채 개별 규정별로 ‘판매’와 ‘수여’를 각각 규정하고 있었는데, 당시 거의 모든 개별 조항에서 ‘판매’와 ‘수여’가 병기되어 있었지만 현행 약사법 제44조 제1항 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는 제25조 제1항 은 ‘약사가 아니면 의약품을 판매할 수 없다’고만 규정하여 ‘수여’를 배제한 채 다만 ‘판매’에 대해서만 규정하였고 제27조 는 ‘약사가 아니면 의약품을 소분하여 판매 또는 수여하지 못한다’고 규정함으로써, 결과적으로 소분하지 않은 채 수여하기만 하는 경우에 대하여는 규제대상으로 삼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물론 본건에서는 판매 목적 취득이 문제되는 것이어서 위 구 약사법 규정들에 의한다면 일종의 미수단계에 불과하다). 그런데 약사법이 1963. 12. 13. 법률 제1491호로 개정되면서, 정의 규정인 제2조 제1항 에서 일률적으로 ‘수여’가 ‘판매’에 포함된다고 규정한 뒤 그 이하의 규정에서는 별도로 수여에 대해 언급하지 않는 것으로 개정되었다.

하지만 이와 같은 개정을 두고, 입법자가 위 구 약사법의 거의 모든 부분에서 ‘판매’와 ‘수여’를 병기하고 있다는 점만을 고려하여 위 구 약사법 제25조 제1항 의 경우 ‘수여’를 제외하고 있다는 사실은 망각한 채 편의상의 이유로 일률적으로 ‘수여’를 ‘판매’에 만연히 포함시키는, 일종의 입법과정상의 과오를 범한 것이라고 쉽사리 단정할 수는 없다. 기본적으로 구 약사법이 위와 같이 개정되면서 약사법 상의 용어사용에 있어서 ‘수여’가 ‘판매’에 포함되게 되었음은 법 문언 자체로 명확히 드러나는 바이기 때문에, 입법자의 다른 의사를 추단할 수 있는 객관적인 자료가 없는 상황에서는, 입법자가 그와 같은 사정을 염두에 두고 법률을 개정한 것이라고 보는 것이 상당한 해석이라고 생각된다.

이는 약사법 제44조 제1항 의 ‘판매’에 ‘수여’가 포함된다고 봄이 상당한 충분한 이유 내지 취지 또한 존재한다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인정될 수 있다. 곧 본조의 취지는 결국은 약국개설자라는 전문가를 통하여서만 의약품이 국내에 유통되도록 하려는 것이어서, ‘판매’가 아닌 ‘수여’의 경우라 하여 그와 같은 취지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볼 수 없기 때문이다.

2) 약사법 제44조 제1항 의 ‘수여’의 의미에 대한 해석

물론 ‘수여’의 모든 행위태양을 약사법 제44조 제1항 의 ‘판매’에 포함된다고 볼 경우, 가령 집에 보관되어 있던 의약품을 가족 구성원 상호간에 교부하는 것과 같은 행위도 동조 위반죄의 구성요건에 해당하게 된다는 다소 불합리한 결과에 이를 수 있다. 하지만 약사법 제44조 제1항 의 ‘판매’란 불특정 또는 다수인에게 유상으로 양도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기 때문에( 대법원 2003. 3. 28. 선고 2001도2479 판결 참조), ‘판매’에 포함되는 ‘수여’의 경우도 이에 대응하여 불특정 또는 다수인에게 무상으로 교부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해석함이 상당하고, ‘수여’의 의미를 이와 같이 해석하는 이상 특별히 불합리한 결과는 발생하지 않게 된다(이와 관련하여 피고인들 및 변호인은 위 대법원 판결을 언급하면서 약사법 제44조 제1항 의 ‘판매’는 유상양도에 한정되기 때문에 ‘수여’는 ‘판매’에 포함될 수 없다는 취지로 주장하기도 하지만, 위 대법원 판결은 ‘수출’과 구분되는 개념으로서의 ‘판매’에 관한 것으로서 ‘수여’를 포함하지 않은 일종의 협의의 ‘판매’에 관한 것일 뿐, ‘수여’를 포함하는 ‘판매’에 관한 것은 아니라고 판단된다).

한편 약사법 제44조 제1항 의 ‘수여’가 영리 목적임을 요하지 아니함은 분명하고, 나아가 업무로 할 것을 요건으로 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동 조 위반이 성립하기 위하여 계속성을 필요로 한다고 볼 수도 없다.

3) 소결론

피고인들이 직원들에게 무상으로 교부할 의도로 본건 의약품들을 취득한 것이라 하더라도 이는 494명(피고인들 및 공소외 4, 11을 제외하더라도 490명)이라는 다수인에게 수여할 목적으로 취득한 것에 해당하기 때문에, 이는 약사법 제44조 제1항 의 의약품을 판매할 목적으로 취득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피고인들 및 변호인의 제1의 가.항 기재 주장은 받아들이지 아니한다(관련하여 판시 의약품들 중 피고인들 및 공소외 4, 11에게 교부될 것으로 예정되어 있었던 분량이 포함되었을 수 있으나, 결과적으로 구매가 이루어진 부분이 교부된 처방전에 비하여 적은 수로 보이기 때문에 별도로 판단하지 아니 한다).

나. 정당행위 해당 여부

위 가.항 기재와 같이 약사법 제44조 제1항 의 ‘판매’에 ‘수여’가 포함된다고 볼만한 충분하고도 합리적인 입법 이유 내지 취지가 존재하고, 이 경우 ‘수여’의 개념을 불특정 또는 다수인에게 무상교부하는 것으로 한정 해석함으로써 사회상규에 반하지 않는 행위라고 통상 상정해 볼 수 있는 많은 행위가 구성요건해당성 판단 단계에서 걸러지게 되었다고 볼 수 있기 때문에, 그 반면으로 구성요건해당성이 인정되는 이상 다시금 위법성조각사유가 인정된다고 보기 위해서는 매우 특별한 사정이 있어야 한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피고인들 및 변호인이 주장하는 이 사건에서 위법성을 조각할만한 사정이라는 것은, 약사법 제44조 제1항 이 규제하고자 예정한 그 행위의 범주를 벗어나지 않는 것으로 봄이 상당하기 때문에, 피고인들 및 변호인의 제1의 나.항 기재 주장도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무죄부분

1. 피고인들에 대한 각 의료법 위반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들은 2007. 6. 12.경 서울 마포구 망원1동 (이하 1 생략)에 있는 공소외 9 의원에서, 공소외 1 주식회사의 영업담당 직원인 공소외 4를 통하여 공소외 9 의원을 운영하는 의사 공소외 8에게 공소외 1 주식회사의 직원 100명의 명단을 전달하고, 공소외 8은 명단에 기재된 직원들을 직접 진찰하지 않은 채 그 직원들에 대하여 타미플루 및 파킨트렐갑셀을 처방한다는 내용의 처방전 100장을 작성하여 공소외 4에게 교부하고, 공소외 4는 피고인 2에게, 피고인 2는 피고인 1에게 교부한 것을 비롯하여, 그 무렵 같은 방법으로 의사 공소외 3, 5, 6, 7, 8과 공모하여 공소외 1 주식회사 직원 494명에 대하여 직접 진찰하지 않고 처방전을 발급하여 교부하였다.

2. 판단

판시 의사들을 실제로 만나 처방전을 교부받은 사람은 피고인들이 아닌 공소외 1 주식회사의 공소외 4, 11(이하 ‘ 공소외 4 등’이라고 한다)인데, 피고인들은 다만 공소외 4 등에게만 가공하였을뿐 판시 의사들에게는 가공한 적이 전혀 없기 때문에, 만일 공소외 4 등이 처벌되는 경우에는 그에 가공한 피고인들도 공소외 4 등의 공범으로 처벌될 수 있을 것이지만, 공소외 4 등에 대하여 구성요건해당성이 부정되는 경우에는 그들에게 가공한 피고인들 또한 불가벌이 될 것이므로, 피고인들에 대한 각 의료법 위반죄의 성립 유무는 공소외 4 등의 처벌 유무에 직접적으로 관련된다고 할 수 있다.

가. 처벌가치가 없다는 주장에 관한 판단

피고인들 및 변호인은, 피고인들의 행위는 전염병이 확산되고 있는 비상상황에서 의약품을 비축해 두었다가 이를 직원들에게 무상으로 나누어 주기 위해서 한 행위이기 때문에 처벌가치가 없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의료법 제17조 제1항 본문의 취지 내지 이유로는, ① 직접 진찰하지 않은 의사가 처방전 등을 교부할 경우 부정확한 정보에 기초하여 부정확한 처방전 등이 교부될 우려가 있다는 점, ② 처방전 등의 증명기능 등을 고려할 때 그 정확성과 객관성을 담보할 필요성이 높은 한편, 직접 진찰되지 않은 채 교부되는 처방전 등은 다른 용도로 악용될 소지도 적지 않다는 점, ③ 의약분업과 관련하여 실제로는 약국개설자가 처방을 하고 의약품을 판매하는데도 다만 그에 대해 처방전만 발급해 주는 의사들이 생겨날 수도 있다는 점 등을 생각해 볼 수 있다. 또한 이에 더하여 ④ 한정된 자원이라고 할 수 있는 의약품(본건의 경우 조류독감의 대유행에 대비하여 판시 의약품을 비축하였던 것이라는 피고인들의 주장 자체에서도 판시 의약품의 한정성이 드러난다)이 사회 전체적으로 그 효용이 극대화될 수 있는 방법으로 사용되도록 한다는 가치 또한 위 규정 취지의 하나로 볼 수 있을 것이다. 실제로 이후 신종 독감이 유행하면서 판시 의약품에 대한 품귀현상이 발생하기도 하였는바, 가령 그와 같이 특정 질병의 유행 등이 예측되는 상황에 이르러, 만일 예비적·예방적 목적이라는 이유로 개개인이 그들 각자의 판단 하에 의약품을 비축하게 된다면, 당장 그 의약품을 급하게 필요로 하는 환자가 생기더라도 의약품을 적절히 처방할 수 없는 비효율이 발생하게 될 것이다.

이상과 같은 의료법 제17조 제1항 본문의 규정취지 등을 고려한다면, 피고인들의 행위를 처벌할 것인지 여부는 입법정책의 문제일 뿐 처벌가치가 없다고 볼 수는 없다.

나. 의료법 제17조 제1항 본문의 ‘환자에게 교부한 경우’의 해석

1) 문제점

의료법 제17조 제1항 본문은 ‘의료업에 종사하고 직접 진찰한 의사가 아니면 처방전 등을 작성하여 환자에게 교부하지 못한다’고 규정하여, ‘환자에게 교부하는 것’을 구성요건으로 하고 있다.

의사로부터 진단서나 처방전 등을 교부받은 사람(이하 ‘피교부자’라고 한다)과 진단서나 처방전 등의 명의자(이하 ‘명의자’라고 한다)가 동일한 경우에는 그 피교부자이자 명의자가 환자라는 점에 의문의 여지가 없다. 하지만 피교부자와 명의자가 다른 경우에는 과연 환자에게 교부되었다고 볼 수 있는지의 문제가 발생한다.

2) 판단

가) 의료법 제17조 제1항 본문의 개정 과정을 살펴보면, ① 본래 의료법은 1999. 9. 7. 법률 제6020호로 개정되기 전에는, 제18조 제1항 본문에서 ‘의료업에 종사하고 자신이 진찰한 의사가 아니면 진단서 등을 교부하지 못한다’고 규정하여 진단서 등의 교부 대상을 제한하지 않고 있었다. ② 그리고 이후 의약분업의 실시가 예정됨에 따라 1999. 9. 7. 법률 제6020호로 개정되면서 제18조의2 제1항 에 ‘의사 등은 환자에게 의약품을 투여할 필요가 있다고 인정하는 때에는 처방전을 작성하여 환자에게 교부하여야 한다’는 취지의 규정이 신설되었지만, 제18조 제1항 본문의 내용은 변화가 없었다. ③ 그런데 전자처방전 등의 도입으로 2002. 3. 30. 법률 제6686호로 개정되면서, 제18조 제1항 본문은 ‘의료업에 종사하고 자신이 진찰한 의사가 아니면 진단서, 처방전 등을 작성하여 환자에게 교부하지 못한다’는 취지로 개정되어 진단서 등 교부대상을 ‘환자’로 특정하게 되었고, ④ 그 후 다시 2006. 10. 27. 법률 제8067호로 개정되면서, 제18조 제1항 본문은 ‘의료업에 종사하고 자신이 진찰한 의사가 아니면 진단서, 처방전 등을 작성하여 환자(환자가 사망한 경우에는 배우자, 직계존비속 또는 배우자의 직계존속을 말한다)에게 교부하지 못한다’는 취지로 개정되어 환자가 사망한 경우에 대한 위 괄호의 내용이 추가되었으며, ⑤ 이후 2007. 4. 11. 법률 제8366호로 전부 개정되면서, 종전 제18조 제1항 본문은 제17조 제1항 본문으로 변경되게 되었다.

위 개정 과정에 비추어 보면, 의료법이 2002. 3. 30. 법률 제6686호로 개정되기 전까지는 의사가 직접 진찰하지 아니한 이상 그 진단서를 누구에게 교부하더라도 규제대상에 되었는데, 의료법이 2002. 3. 30. 법률 제6686호로 개정되면서 교부대상이 ‘환자’로 한정되게 되어 ‘환자’가 아닌 사람에게 교부한 경우에는 규제대상이 아닌 것이 되어 버렸다. 이에 대하여는 직접 진찰하지 않은 의사가 진단서 등을 환자에게 교부하는 경우와 환자 이외의 사람에게 교부하는 두 경우에 있어서, 뒤의 경우가 불법성이 보다 크다고 할 것인데도, 종래에는 두 경우 모두를 규제하던 것을 불법성이 보다 크다고 할 수 있는 뒤의 경우는 규제하지 않는 것으로 입법자가 결정한 것인지에 관하여 의문이 생기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의료법이 2006. 10. 27. 법률 제8067호로 개정되면서 ‘환자(환자가 사망한 경우에는 배우자 등을 말한다)’라는 괄호의 내용이 추가된 상황에 이르러서는, 환자가 사망한 경우에 의료법 제17조 제1항 본문은 ‘직접 진찰한 의사가 아니면 사망한 사람에 대한 진단서 등을 작성하여 그 배우자 등에게 교부하지 못한다’는 것으로 읽힘이 분명하여, 사망한 사람의 배우자 등이 아닌 사람은 교부대상에서 제외되었다고 보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그리하여 현행 의료법 제17조 제1항 본문은, 직접 진찰한 의사가 아닌데도 진단서 등을 환자에게 교부한 경우와 환자가 아닌 사람에게 교부한 경우 및 직접 진찰한 의사이지만 진단서 등을 환자가 아닌 사람에게 교부한 경우의 세 가지 경우 중 첫 번째 경우만을 규제대상으로 하는 것이 되었고, 나머지 두 경우는 위 규정의 규제범위에는 더 이상 속하지 않게 되었다고 볼 수밖에 없게 되었다.

나) 위 가)항 기재와 같이 보는 경우 의료법 제17조 제1항 본문 위반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 교부대상인 ‘환자’가 누구인지를 특정하는 것이 필요하게 된다. 이와 관련하여, 만일 피교부자가 타인 명의를 도용하여 의사로부터 진찰을 받고 타인 명의의 처방전을 교부받은 경우에는 진찰의 대상이 된 피교부자를 환자로 보아야 할 것이고, 의사가 그와 같은 명의도용 사실을 알았던 경우에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만일 피교부자가 명의자의 부탁을 받고 의사를 찾아 가 명의자의 상태에 대해 설명하고 처방전을 교부받은 경우에는 명의자를 환자라고 보아야 할 것이고, 이 경우 명의자의 일종의 사자 내지 대리인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는 피교부자에게 처방전이 교부됨으로써 환자에게 처방전이 교부되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만일 피교부자가 명의자와 사이에 아무런 의사연락이 없이 의사를 찾아가 명의자에게 교부한다며 의사로부터 처방전을 교부받은 경우에는 어려움이 발생한다. 이 경우 명의자를 환자로 볼 경우 과연 처방전 등이 환자에게 교부되었다고 볼 수 있는지의 문제가 생기기 때문이다. 의료법 제17조 제1항 본문은 ‘처방전 등을 작성하여 환자에게 교부하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교부란 ‘내어 주거나 물건을 인도하는 일’을 의미하고, 의료법 제17조 제1항 본문은 그 문언 상 직접 진찰하지 아니한 의사가 처방전 등을 ‘발급’ 또는 ‘작성’하는 단계에서 나아가 이를 환자에게 교부까지 한 경우를 규제의 대상으로 삼고 있음이 분명하기 때문에, 죄형법정주의의 원칙에 의하여 환자에게 처방전이 아직 건네어 지지 아니한 단계에서는 위 규정 위반죄의 기수에 이르렀다고 볼 수 없고, 위 규정 위반죄는 미수를 처벌하지 않으므로 결국은 불가벌이 되게 된다. 그리고 위와 같은 사안에서 명의자를 환자로 보는 이상, 피교부자와 명의자 사이에는 아무런 의사연락이 없기 때문에, 피교부자에게 교부된 것을 두고 명의자에게 교부된 것으로 평가할 수는 없어, 역시 기수에 이르지 못하여 불가벌이라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물론 명의자와 의사연락이 없는 피교부자에 대한 교부행위의 가벌성은 엄연히 인정되는 바이고, 또한 위와 같이 볼 경우 피교부자와 명의자 사이의 의사연락 유무라는 우연한 사정에 의해 의사의 처벌유무가 달라지게 된다는 문제점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이는 의료법 제17조 제1항 본문이, ‘의사는 직접 진찰한 환자에게 진단서 등을 작성하여 교부하여야 한다’와 같이 교부가 가능한 한 가지 경우를 규정함으로써 그 반면으로 그 위반의 범위에 가벌성이 있는 세 가지 경우를 모두 포함하게 되는 것이 아니라, 다만 교부가 불가능한 한 가지 경우만을 규정함으로써 그 반면으로 그 위반의 범위에 가벌성이 있는 세 가지 경우 중 한 가지 경우만을 포함하게 된 데에 따른 부득이한 점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이와 같은 어려움을 피하기 위해, 다만 의사(의사)의 의사(의사)만을 기준으로 삼아 의사(의사)가 환자에게 교부되는 것으로 알고 교부한 이상 피교부자와 환자 사이의 의사연락 유무에 불구하고 환자에게 교부된 것으로 볼 수 있다는 해석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의료법 제17조 제1항 본문 위반죄에 있어서 ‘환자에게 교부하는 것’은 객관적 구성요건에 해당하기 때문에, ‘환자’와 ‘교부’의 의미를 이미 정한 바에 있어서는, 다만 의사(의사)가 환자에게 교부되는 것으로 알았다는 사정만으로 객관적으로 환자에게 교부된 것이 된다고는 보기 어렵다. 가령 피교부자가 자신을 위하여 명의를 도용하는 것이면서 다만 의사(의사)에게는 명의자에게 교부할 것처럼 말하므로 의사(의사)가 진단서 등을 교부한 경우 피교부자와 명의자의 관계는 피교부자가 명의자를 위한 의사(의사)인 경우보다 단절된다고 볼 수 있는데, 이때에도 의사(의사)가 명의자에게 교부될 것으로 알면서 교부하였다는 사정만으로 객관적으로 명의자에게 교부가 된 것이 될 수는 없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또 다른 해석으로 피교부자를 환자로 보는 해석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① 위 가)항 기재와 같이 진단서 등 명의자가 사망한 경우 환자는 사망한 사람이 되고 교부대상은 그 배우자 등이 되는 점에 반하는 점, ② 위와 같이 해석할 경우 피교부자와 명의자 사이에 실제로 의사연락이 있었는지 여부라는, 의사(의사)와는 전혀 무관한 사정에 따라 환자가 달라지게 되는 점, ③ 무엇보다 위와 같은 사안에서 의사가 진찰하였어야 하는 대상은 그 처방전 또는 처방전에 따른 의약품이 교부될 것으로 예정된 명의자인 것이어서, 의사가 어떤 식으로든 그 명의자를 진찰하기만 한다면 환자를 진찰하고 처방전을 교부한 것이 될 것인 반면, 의사가 피교부자를 진찰하더라도 그것으로써 환자를 진찰하고 처방전을 교부한 것이 될 수는 없는 점, ④ 그리고 의료법 제17조 제1항 은 처방전뿐만 아니라 진단서 등에 대하여도 함께 규정하고 있으므로 환자의 의미는 처방전에 대하여서 뿐만 아니라 진단서 등에 대하여도 통일적으로 해석되어야 할 것인데, 진단서나 검안서 등에 있어서 환자란 그 진단 또는 검안의 대상이 된 사람 이외의 제3자를 생각하기 어렵다는 점 등을 고려할 때, 위와 같이 해석하기는 어렵다고 생각된다.

다. 이 사건의 검토

판시 처방전 중에는 실제 처방전을 교부받은 공소외 4 등 명의의 처방전과 그 이외 직원들 명의의 처방전이 존재한다.

1) 우선 공소외 4 등 명의의 처방전과 관련하여, 그에 대한 각 의료법 위반 공소사실은 결국 피고인들이, 공소외 4 등이 의사들과 공모하여 환자인 공소외 4 등에게 처방전을 교부한 행위에 가공하였다는 것이 된다. 그런데 의료법 제17조 제1항 본문은 직접 진찰하지 아니한 의사가 환자에게 처방전을 교부하는 것을 규제대상으로 삼고 있고, 교부하는 행위는 그 반면으로 교부받는 행위를 예정하고 있기 때문에, 직접 진찰하지 아니한 의사의 처방전 교부행위와 환자의 수수(수수)행위는 대향범의 관계에 있다고 할 것이고, 대향범에 대하여는 공범에 관한 형법총칙 규정을 적용할 수 없기 때문에( 대법원 2007. 10. 25. 선고 2007도6712 판결 등 참조), 실제 처방전을 교부받은 공소외 4 등은 판시 의사들의 처방전 교부 행위의 공동정범이 될 수 없는 것이어서, 결국 처벌규정이 없는 공소외 4 등에게 가공한 피고인들 또한 불가벌이라고 할 것이다.

2) 다음으로 공소외 4 등 이외의 직원들 명의의 처방전과 관련하여, 이 법원이 적법하게 채택한 증거들에 의하면, 공소외 4 등과 판시 의사들 사이에는 판시 각 의약품을 비축해 두었다가 조류독감이 유행할 경우 이를 판시 직원들에게 투약한다는 전제가 어느 정도 성립되어 있었던 반면 판시 직원들은 판시 처방전 작성·교부에 대하여 알지 못하였던 것으로 인정되는바, 그렇다면 위 경우에 있어서 환자는 판시 처방전의 명의자로서 판시 처방전 또는 그에 따른 의약품이 투약될 자로 예정되었던 판시 직원들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고, 그런데 판시 처방전은 판시 직원들에게 교부되지 못하였기 때문에, 부득이 판시 의사들의 행위는 기수에 이르지 못하였다고 보지 않을 수 없다. 법문언 자체로부터 일반적으로 파악되는 의미는 처벌의 불비나 입법자의 진의 등에 우선될 수밖에 없고 법해석으로 이를 보충할 수는 없다고 생각된다[한편 이 사건의 경우 판시 의약품은 실제로는 판시 직원들에게 교부되지 못한 채 공소외 1 주식회사 내에 비축된 상태에서 유통기한이 도과하였는바, 만일 공소외 4 등과 판시 의사들 사이에 판시 각 의약품을 그 즉시 판시 직원들에게 교부한다는 의사의 성립까지는 없었고 다만 공소외 1 주식회사 내에 일단 비축될 것이란 정도의 전제만이 성립되었던 것으로 보는 전제에 선다면, 이는 피교부자가 자신을 위한 의사로 명의를 도용하고 의사가 그와 같은 사정을 알고 있는 경우에 해당하여, 판시 처방전 교부행위 모두에 대해 위 1)항 기재와 같은 이유로 처벌할 수 없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만일 이 경우 판시 직원들에게 처방전이 교부되었다고 해석하는 경우, 이는 공소외 4 등에게 처방전을 교부한 행위를 두고 판시 직원들에게 처방전이 교부된 것이라고 평가하는 것이 될 것인데, 공소외 4 등과 판시 직원들 사이에는 아무런 의사연락이 없었다는 점에서 그와 같은 해석은 죄형법정주의에 반한다고 판단되지만, 그 점을 제외하더라도 그와 같은 해석은, 공소외 4 등이 처방전을 교부받은 행위를 두고, 공소외 4 등과 판시 의사들 사이에 자신들 명의로 처방전이 수수(수수)되고 있다는 사실에 대해 전혀 알지도 못하였던 판시 직원들이 받은 것으로 평가할 만큼 공소외 4 등을 판시 직원들과 사실상 동일시하는 것이어서, 공소외 4 등은 여전히 교부를 받는 판시 직원들 측의 위치 내지 지위에 있는 것으로 평가함이 상당하여, 판시 의사들의 교부행위의 공동정범에는 해당되지 않는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명의자의 부탁을 받고 의사에게 명의자의 상태를 설명하고 처방전을 교부받은 피교부자는 기본적으로 환자인 명의자와 함께 처방전을 교부받는 위치 내지 지위에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고, 이러한 점은 피교부자가 명의자로부터 어떠한 위임 내지 위탁을 받지 않아서 사실은 명의자는 다만 상정되는 존재일 뿐인 경우에는 더욱 그러하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나아가 가사 공소외 4 등이 환자인 판시 직원들 자체는 아니기 때문에 공소외 4 등이 처방전을 교부받은 행위를 두고 판시 직원들이 교부받은 것으로 평가하더라도 다시금 공소외 4 등이 그 처방전을 환자인 판시 직원들에게 교부한 것으로도 평가할 수 있다고 본다 하더라도, 이는 결국 공소외 4 등이 판시 의사들과 판시 직원들의 양 쪽 모두에 가공한 것으로 보는 것이 될 것인데, 기본적으로 의료법 제17조 제1항 본문이 규제하는 의사의 행위는 환자가 의사에게 직접 진찰 없이 처방전을 교부해 줄 것을 요청함으로써 비로소 발생하는 것이 통상 예상되는 바라는 점에서, 이 사건에서 공소외 4 등이 하였다고 인정되는 행위의 정도만을 가지고는 그와 같이 통상 예상되는 범주에서의 요청의 정도를 벗어난다고 볼 수 없어, 의료법 제17조 제1항 본문 위반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여전히 처벌규정이 없는 환자들의 행위에 가공한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대법원 1988. 4. 25. 선고 87도2451 판결 참조). 그리고 이와 같이 해석하는 것이 환자들의 경우 공범에 해당하더라도 불가벌이라는 점과의 처벌균형 측면에서도 타당하다고 생각된다(물론 본건에서 판시 직원들은 의사연락이 없고 객관적, 주관적 구성요건해당성이 전혀 없어 해석 여하에 무관하게 처음부터 처벌대상이 될 수 없다).

3) 이상의 이유로 피고인들에 대한 각 의료법 위반 공소사실은 합리적 의심의 여지없이 증명되지 못하였다고 할 것이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의하여 무죄를 선고한다.

판사 방태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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