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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중앙지방법원 2017.2.17. 선고 2016고합415 판결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사기)
사건
피고인

A

검사

진정길(기소), 김보성(공판)

변호인

변호사 B

판결선고

2017. 2. 17.

주문

피고인은 무죄.

이유

1.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은 서울 중구 C에 있는 섬유무역업체인 주식회사 D(이하 'D'라고 한다)의 실질적인 대표이다.

피고인은 2014. 6.경 피해자 E 주식회사(이하 '피해자 회사'라 한다) 중국사무소 이사인 F에게 "원사나 원단을 수입하려는데 통관대행을 해달라. 수입통관대행을 해주면 통관 후 15일 내에 대금을 결제하고, 통관대행 수수료로 2.3%를 지급하겠다. 구매자가 확실하다. 현대하이닉스, 현대중공업 노조, G협회, 소방서 등(이하 위 각 회사를 포괄하여 지칭할 때에는 '현대하이닉스 등'이라 한다)이 구매자이다."며 거짓말하고, 피해자 회사와 수입통관대행계약을 체결하였다. 그러나 사실 현대하이닉스 등으로부터 수주받은 사실이 없을 뿐만 아니라 피고인은 채무초과 상태의 신용불량자로서 피해자 회사로부터 원단 등을 공급받아 수입통관을 대행하게 하더라도 약속한 대로 피해자 회사에게 대금 및 수수료를 지불할 의사나 능력이 없었다.

피고인은 이와 같이 F를 기망하여 이에 속은 피해자 회사로부터 2014. 6, 30.경 94,463,078원 상당 원사 및 원단을 공급받은 것을 포함하여 그 무렵부터 별지 범죄일람표 기재와 같이 2014. 9. 23.경까지 총 32회에 걸쳐 합계 2,163,694,567원 상당 원사 및 원단을 공급받아 이를 편취하였다.

2. 피고인 및 변호인의 변론 요지

피고인은 피해자 회사에 "현대하이닉스, 현대중공업 노조와 계약을 체결할 계획이고, G협회와 계약하였다."고 말하였을 뿐, 공소사실 기제와 같이 현대하이닉스 등이 구매자라고 말한 적이 없다. 피고인은 피해자 회사에 수입통관대금 약 21억 원 중 약 9억 원을 변제하였고, 12억 원은 선적 과정에서 원단이 오염되거나 피해자 회사가 납품을 지체하거나 중단하여 D의 거래처로부터 대금을 받지 못하였기 때문에 변제하지 못하였다. 따라서 피고인은 피해자 회사를 기망한 적이 없고, 기망의 고의도 없었다.

3. 판단

가. 먼저 피고인이 수입한 원사, 원단의 실구매자에 관하여 피해자 회사를 기망하였는지에 관하여 보건대,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인이 공소사실 기재와 같이 현대하이닉스 등이 실구매자라고 피해자 회사를 기망하였다거나 피고인의 기망행위로 인하여 피해자 회사가 착오에 빠진 나머지 수입통관대행계약을 체결하였다고 보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만한 증거가 없다.

① 피고인은 경찰과 검찰에서 "자신이 피해자 회사와 수입통관대행계약을 체결하기 이전에 피해자 회사의 이사 F에게 '만약 현대하이닉스로부터 의류를 수주받으면 수입통관대행을 할 수 있느냐?', '현대중공업 노조에서 단체복 의뢰가 들어왔는데, 수입통관대행을 진행할 수 있느냐?', 'H가 G협회로부터 실내골프장 천막을 수주받았다고 하는데, H로부터 수주받으면 수입통관대행을 하자.'고 말한 적은 있다."고 진술하였다(증거기록 188, 189, 363, 364, 423, 1014면), 나아가 F는 검찰에서 "각 수입통관대행계약별로 최종구매자가 현대하이닉스 등으로 정해져 있던 것은 아니었다. 그런 업체가 최종구매자이면 거래를 하는 데 좀 더 낫다는 정도였다."고 진술하기도 하였다(증거기록 1025면). 위 각 진술에 따르면 피고인은 F에게 현대하이닉스, 현대중공업 노조, G협회로부터 장차 수주를 받을 경우 수입통관대행을 할 수 있는지 문의하였을 뿐, D가 실제 위 각 회사로부터 수주를 받았다거나 위 각 회사들이 원사, 원단의 최종 구매자라고 말하였다고 보기는 어렵다.

② 피고인과 최초로 교섭하고, 직접 수입통관대행계약을 체결한 피해자 회사의 이사 F는 경찰에서는 "피고인이 자신에게 실구매자로 현대하이닉스, 현대중공업 노조, G협회를 말하였고, 현대하이닉스의 아웃도어 브랜드, 현대중공업 노조의 작업복, G협회의 이권 관련사업이라고 하였다. 소방서는 최종 구매자라고 말한 적이 없다. 실제 구매자를 확인하지 않고 피고인이 말한대로 보고하였다."고 진술하였고(증거기록 143, 144, 404면), 피고인 역시 경찰에서 F에게 소방서는 말한 적이 없다고 진술하였다(증거기록 189면), 위 F로부터 D의 실구매자에 관한 보고를 받은 피해자 회사의 중국사무소 책임자 I는 본인이 작성한 경위서와 경찰에서 D의 실구매자로 현대하이닉스를 언급하지 아니 하였고(증거기록 64, 66, 83면), 검찰에서 "F가 현대하이닉스를 언급하였는지 여부는 분명하지 않다."라고 진술하였다(증거기록 996면), 위 각 진술에 따르면 피고인이 D의 실구매자로 현대하이닉스와 소방서를 언급하였는지 여부도 불분명하다.

③ '최종 구매자' 내지 '실구매자'의 의미에 관하여, F는 검찰에서 "원사, 원단의 특징상 가공단계를 거치기 때문에 피고인에게 최종 구매자가 확실하지 않고, 알 수 없는 곳으로 흘러 들어간다면 거래를 할 수 없다고 하였다."고 진술하였다(증거기록 1027면), 피해자 회사의 법무팀장 J은 이 법정에서 "수입한 원사, 원단을 중간판매상, 도매상에게 팔았기 때문에 최종 구매자를 확인할 수 없었다."고 진술하였다. I는 경찰에서 "자신이 F에게 지시할 때 말한 실구매자는 계약서상 구매자가 A라는 업체라고 기재되어 있더라도 최종 물품을 공급받는 업체가 현대중공업 노조, G협회, 소방서로 확인되어야 하는 것이다."라고 진술하였다가(증거기록 77면) 검찰에서는 수입통관대행계약서상 구매자를 의미한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증거기록 996, 997면), 이와 같이 피해자 회사의 실무자들 사이에 '최종 구매자' 내지 '실구매자'가 D와 공급계약을 체결한 상대방, 수입한 원사로 원단을 생산하는 제조업체 또는 원사, 원단을 가공하여 생산한 물품의 최종 소비자 중 누구를 지칭하는 것인지조차 불분명하다.

④ D와 피해자 회사가 체결한 원사, 원단 수입통관대행계약의 구조는 다음과 같다.

즉, D는 국내 구매업체와 사이에 원사, 원단 공급계약을 체결한 후, 피고인 또는 국내 구매업체가 원사, 원단을 수입할 중국 내 제조업체를 선정하여, 피해자 회사에게 이를 알린다. 피해자 회사는 D와 사이에 수입통관대행계약을 체결하고, 선정된 중국 내 제조업체와 사이에 원사, 원단 공급계약을 체결한다. 피해자 회사는 거래 금융기관에 수입신용장을 개설하여 금융기관이 중국 내 제조업체에 물품대금을 지급하고, 통관경비를 대신 부담하면, 원사, 원단의 통관 후 약정기일 이내에 D로부터 물품대금, 통관경비 및 수입통관대행 수수료를 지급받는다.

그런데 D와 피해자 회사는 수입통관대행계약을 체결할 때마다 계약서에 D로부터 원사, 원단을 구매하는 업체를 기재하고, D와 구매업체 사이에 체결한 공급계약서를 확인하였다(증거기록 689~853면), 피해자 회사는 위 각 계약서를 통하여 D로부터 수입한 원사, 원단을 구매하는 업체를 확인할 수 있었고, 위 각 계약서에는 구매업체로 H, K, L, M, N, O, P로 기재되어 있다. 따라서 설령 피고인이 피해자 회사의 F에게 개별 수입통관대행계약 체결 이전에 현대하이닉스 등이 최종 구매자라고 말하였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이 개별 수입통관대행계약을 체결할 당시 피해자 회사 측에 실구매자가 현대하이닉스 등이라고 기망하였다고 인정할만한 증거가 없고, 개별 수입통관대행계약 체결 이전에 한 피고인의 위와 같은 발언으로 인하여 피해자 회사가 착오에 빠진 나머지 물품대금 등 합계 21억 원에 이르는 수입통관대행계약을 체결하였다고 보기는 어렵다.

나. 다음으로 피고인이 본인 내지 D의 변제의사 내지 변제자력에 관하여 기망하였는지 여부에 관하여 보건대, 피고인이 신용불량자이고, D의 대표이사를 피고인의 동생 ② 또는 지인 R 명의로 등기하여 실질적으로 D를 운영하고 있는 사실은 인정된다. 그러나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D가 약정한 기일 내에 물품대금 및 수입통관대행 수수료를 지급할 의사나 능력이 없었다거나 자력에 관하여 피해자 회사를 기망하였다.

고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① F는 2014. 4.경 내지 5.경 피해자 회사의 수입 신용장을 활용하여 수익을 창출하기 위하여 수입통관대행이 필요한 업체를 찾다가 부친인 S로부터 지인인 피고인을 소개받아 피고인에게 "수입통관대행이 필요하면 알려달라."고 제안하였고, 피고인이 F에게 "원사나 원단을 수입하는데 대행해달라."고 하여 수입통관대행에 관하여 교섭하게 되었다(증거기록 141면).

② F는 경찰 및 검찰에서 개별 수입통관대행계약 체결 당시 "D가 실질적으로 수입물품을 공급해주더라도 공급금액 및 수수료를 지급할 자금력이 있는 업체인지 여부에 관하여 확인한 적이 없다. 자력 유무에 관하여 별도로 확인하지 아니하였고, 통관 후 15일 내지 45일 이내에 수입통관대행 수수료를 지급하도록 여신을 제공하면서도 D에 담보를 요청하지는 아니하였다. I 역시 '사업할 때 이 정도 위험 부담은 별 것 아니니까 믿고 해보자, 문제가 생긴다고 해서 1~2억 원 정도야 극복 가능하다. 그리고 자네부친 지인인데 문제 있겠냐.'고 하였다."고 진술하였다(증거기록 161, 162, 1033, 1036면), 피해자 회사는 초기에는 대금결제기한을 통관 후 15일 이내, 수입통관대행 수수료를 2.2%로 하였다가, 후에 피고인의 요청으로 대금결제기한을 통관 후 45일 이내, 수입통관대행 수수료를 3%로 변경하면서도 D의 자력을 심사하거나 별도의 담보제공을 요청하지 아니하였다.

③ D의 2013년 매출액은 779,589,610원이고, 당기순이익은 144,933,192원이며 (증거기록 236면), 2014년 하반기의 매출액은 2,187,848,989원이다(증거기록 451면), D는 피해자 회사와 사이에 2014. 6, 12.경부터 2014. 8. 18.경까지 수입통관대행계약을 체결하였는데, 물품대금 및 수입통관대행 수수료 합계 약 21억 6,000만 원 중 2014. 6. 12.부터 2014. 7. 23.까지 체결한 수입통관대행계약에 따른 물품대금 및 수입통관대행 수수료 약 9억 2,000만 원을 변제하였다. 위 각 사정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이 신용불량 상태에 있었다는 사정만으로 D가 2014. 6.경부터 2014. 9.경까지 물품대금 및 수입통관대행 수수료를 변제할 능력이 없었다고 보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만한 증거가 없다.

(①) D로부터 수입한 원사, 원단을 구매한 K 전무이사 T, H의 상무이사 U의 이 법정에서의 각 증언에 따르면 D는 수입된 원단의 하자 내지 납기 지연으로 인하여 원단이 반품되어 K, H로부터 약 5억 원에 이르는 물품대금을 지급받지 못한 사실이 인정되는 바, 그 결과 D가 피해자 회사에 나머지 물품대금 및 수입통관대행 수수료 합계 약 12억 4,000만 원을 지급하지 못하였다고 하더라도 이는 D와 피해자 회사 사이에 수입통관대행계약을 체결한 이후의 사정으로서 채무불이행에 해당함은 별론으로 하고, 이러한 사정만으로 피고인이 수입통관대행계약을 체결할 당시 물품대금 및 수입통관대행 수수료를 변제할 의사가 없었다고 보기 어렵다.

⑤ D가 피해자 회사로부터 합계 969,280,063원에 수입통관한 원단을 K에 합계 871,337,170원에 할인판매한 사실은 인정되나(증거기록 922면), 피고인은 검찰에서 통관이 지체되는 바람에 시세가 하락했기 때문에 할인판매하였다고 진술하였다(증거기록 1016면), 위와 같은 할인 거래만으로 피고인이 D의 자력을 악화시키거나 덤핑 판매하여 대금을 제대로 변제할 의사가 없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4. 결론

그렇다면 이 사건 공소사실은 범죄의 증명이 없는 때에 해당하여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의하여 무죄를 선고한다.

판사

재판장판사김수정

판사김윤석

판사박노을

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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