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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고등법원 2012.9.14. 선고 2012누7686 판결
시정명령등취소
사건

2012누7686 시정명령 등 취소

원고

주식회사 A

피고

공정거래위원회

변론종결

2012. 8. 24.

판결선고

2012. 9. 14.

주문

1. 원고의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2.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청구취지

피고가 2012. 2. 9. 의결 B로 원고에 대하여 한 별지1 목록 기재 시정명령 및 과징금납부명령을 모두 취소한다.

이유

1. 처분의 경위

가. 조달청은 2008. 1. 18. 최저가 낙찰제 방식으로 진행되는 'C 및 D 취수장 이전 건설공사 2, 3 공구 입찰'(이하 2공구 부분은 '이 사건 2공구 입찰', 3공구 부분은 '이 사건 3공구 입찰'이라 하며, 이를 합하여 '이 사건 입찰'이라 한다) 공고를 하였다.

나. 주식회사 E(이하 주식회사를 다시 칭할 경우 회사 형태는 생략한다)의 영업본부장 F는 2008. 2.경 E의 사무실에서 주식회사 G의 대표이사 H와 I 주식회사의 대표이사 J을 만나 이른바 들러리업체를 내세워 이 사건 2공구 입찰에서는 E이, 이 사건 3공구 입찰에서는 I이 낙찰받기로 합의하였다.

다. 원고는 H의 권유로 이 사건 입찰에 참여하기로 하고, 2008. 4. 1.경 G의 K로 하여금 그가 USB에 저장해 온 이 사건 2공구에 대한 입찰내역서(E의 직원인 L가 작성한 것으로서, E을 제외한 16개 업체가 8번, 22번, 25번, 27번, 28번, 29번 등 6개 공종에서 설계금액 대비 109% 내외로 높게 투찰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를 이용하여 원고 명의로 이 사건 2공구 입찰에 투찰하게 하였다.

라. 한편, 원고 외에도 주식회사 M, N 주식회사, O 주식회사, P 주식회사, Q 주식회사, R 주식회사, S 주식회사, T 주식회사, U 주식회사, V 주식회사는 G의 부탁으로, W주식회사, X 주식회사, 주식회사 Y, Z 주식회사는 E의 부탁으로 각 이 사건 입찰에 참여하기로 하고 G 또는 E로부터 건네받은 위 다.항과 같은 내용의 입찰내역서를 이용하여 이 사건 2공구 입찰에 투찰하였다. 이에 따라 E이 이 사건 2공구 입찰에서 낙찰자로 선정되었다.

마. 원고는 그 다음날인 2008. 4. 2. K로 하여금 그가 USB에 저장해 온 이 사건 3공구에 대한 입찰내역서(I을 제외한 16개 업체가 6번, 22번, 26번, 27번, 28번, 29번, 30번 등 7개 공종에서 109% 내외로 높게 투찰하는 것으로 작성되어 있다)를 이용하여 원고 명의로 이 사건 3공구 입찰에 투찰하게 하였고, 앞서 본 업체들도 위 라.항과 같은 방법으로 위와 동일한 입찰내역서를 이용하여 이사건 3공구 입찰에 투찰하였다. 이에 따라 I이 이 사건 3공구 입찰에서 낙찰자로 선정되었다.

바. 피고는 2012. 2. 9. 의결 B로, '원고 등 위 17개 업체(AA 주식회사에 흡수합병된 W과 X을 1개 업체로 보았다. 이하 '원고 등 17개 가담업체'라 한다)가 이 사건 2공구 입찰에서는 원고 E이, 이 사건 3공구 입찰에서는 I이 낙찰받기로 합의한 후 이를 실행하였다'(이하 '이 사건 공동행위'라 한다)고 보아, 원고 등 17개 가담업체에 대하여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이하 '공정거래법'이라 한다) 제19조 제1항 제8호 위반을 이유로 별지1 목록 기재와 같은 시정명령 및 과징금납부명령을 하였다(이하에서는 그 중 원고에 대한 부분만을 '이 사건 처분'이라 한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3, 4, 6, 7호증, 을 제11호증의 각 기재, 갑 제5, 8, 9, 10호증의 각 일부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이 사건 처분의 적법 여부

가. 원고의 주장

원고의 대표이사 AB은 G의 대표이사 H로부터 원고가 이 사건 입찰에서 낙찰받으면 G에 하도급 우선권을 달라는 요청을 받고 이를 수락한 후, 이 사건 입찰에 참여하면서 최저가 낙찰제에 따른 입찰내역서 작성방법을 몰라 G으로부터 입찰내역서 작성에 관한 도움을 받았을 뿐, 이 사건 공동행위에 관하여 합의한 바 없다.

나. 관계법령

별지2 기재와 같다.

다. 판단

공정거래법상 부당한 공동행위는 사업자들이 공정거래법 제19조 제1항 각호에서 규정하는 행위를 할 것을 합의함으로써 성립한다. 이러한 '합의'는 반드시 명시적이어야 하는 것은 아니고 묵시적 합의나 암묵적 양해에 그치는 경우도 포함한다. 또한 전체 사업자 사이에 합의과정이 없었다 하더라도 그들 사이에 순차로 의사의 결합만 있으면 전체 사업자 사이의 합의는 성립될 수 있다.

위와 같은 법리에 비추어 이 사건에 관하여 보건대, 앞서 인정한 사실 및 앞서 든 증거에 갑 제1, 11, 13호증, 을 제1, 4, 5, 6, 7, 9, 10호증의 각 기재와 갑 제12호증의 1, 2, 갑 제14호증, 을 제8호증의 각 일부기재 및 증인 L의 일부증언을 보태어 인정할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원고 등 17개 가담업체 사이에 이 사건 공동행위에 관한 합의가 있었음을 인정할 수 있으므로, 원고의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1) 행정재판에 있어서 형사재판의 사실인정에 구속을 받는 것은 아니라고 하더라도 동일한 사실관계에 관하여 이미 확정된 형사판결이 유죄로 인정한 사실은 유력한 증거자료가 되므로, 행정재판에서 제출된 다른 증거들에 비추어 형사재판의 사실 판단을 채용하기 어렵다고 인정되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와 반대되는 사실은 인정할 수 없다. 그런데 원고의 대표이사 AB, 관리이사 AC은 '원고 등 17개 업체의 대표이사 및 입찰담당자들이 미리 조작해놓은 투찰금액 등을 서로 담합하여 이 사건 입찰에 참여함으로써 그 중 1개 업체가 낙찰되면 낙찰된 업체는 직접 시공을 하거나 다른 업체로 하여금 실제 시공을 하도록 하고 실제 시공업체로부터 공사계약금액의 7%를 취득하고 나머지 16개 업체는 공사계약금액의 2~3%를 나누어 취득하기로 공모한 후 위 제1항에서 인정한 바와 같은 방법으로 이 사건 입찰에 투찰함으로써 건설산업기본법을 위반하였다'는 범죄사실로 기소되어 위 범죄사실을 다투었으나, 유죄판결이 확정되었다.

(2) G의 대표이사인 H는 2010. 1. 25. 피고 사무실에서 "G은 I을 포함하여 12개 회사의, E은 5개 회사의 도움을 받기로 하여 이 사건 공동행위에 가담할 업체를 원고 등 17개로 확정하고 이들의 입찰내역서를 E회사 L가 일괄 작성하여 원고 등 17개 가담업체에 전달하기로 하였으며, 원고의 대표이사 AB을 만나 도와달라고 부탁을 하였다."고 진술하였고, 2010. 2.경 피고에게 "전문건설업체들 사이에서는 상하수도 업계 실적 상위기업으로서 낙찰시 시공능력이 보장되고 공사현장에 가까이 위치한 I, E, G 정도가 이 사건 입찰에서 낙찰받아야 할 것이라는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었으며, G의 대표이사H를 믿고 협조한 가담업체들은 돈 한 푼 안 받고 협조해 준 것이다."는 내용의 진술서를 제출하였으며, 이 법원 2012누7662호 사건에서 증인으로 출석하여 "위 진술서는 자신이 직접 작성한 것이고, 이 사건 입찰담합에 참여한 모든 들러리 업체들이 그와 같은 요청에 적극적으로 협조하였다."고 진술하였다. 그런데 H로부터 도와달라는 부탁을 받았다는 N의 대표이사 AD은 "도와달라는 것은 여러 가지 의미가 있을 수 있는데, 들러리를 서 주거나 금액을 상의하자는 의미로 받아들였다."고 진술하고 있고, M의 대표이사 AE은 "H가 정하는 사람이 낙찰될 수 있도록 M이 들러리를 서주었다."고 진술하고 있으며, U의 상무이사 AF도 "H가 2008. 3. 초순경 이 사건 입찰에 들러리로 참여해 줄 것을 요청하였고, 그 참여 대가로 낙찰자 확정 후에 일정 금액을 받는 것으로 합의하였다."고 진술하고 있는 점에 비추어 보면, H가 AB에게 한 도와달라는 말의 의미는 들러리로서 이 사건 입찰에 참여하여 달라는 것임을 알 수 있다.

(3) AC은 "AB이 H와 함께 있는 자리에서 이 사건 입찰에 대하여 이야기하면서 정상적인 업무 범위 안에서 도와줄 수 있는 부분이 있으면 G을 도와주라고 지시하였다."고 진술하고 있는바, 그 진술 자체에 의하더라도 G을 도와주라는 것이지 G의 도움을 받아 원고가 이 사건 입찰에서 낙찰받도록 하라는 것이 아니다.

(4) 원고가 주장하는 바와 같이 최저가 낙찰제에 의해 진행되는 입찰에 참여한 적이 없어 구체적인 입찰내역서 작성방법을 몰라 G의 도움을 받을 필요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적어도 투찰금액은 원고 스스로 또는 G과 상의하여 결정하는 것이 정상적인 업무관행이라고 할 것이고, 그와 같이 하여야만 원고로서도 최저가 낙찰제에서 낙찰받기 위한 입찰내역서 작성방법에 대하여 경험을 쌓게 된다. 그런데도 원고는 투찰금액을 스스로 결정하지 않았고 사전에 G과 아무런 상의도 하지 아니한 채 입찰 당일에 G의 직원 K가 미리 작성하여 온 입찰내역서상의 투찰금액도 확인하지 아니하고 K로 하여금 그대로 원고 명의로 투찰하게 하였고, 이 사건 2공구에 대한 입찰에서 낙찰받지 못하였는데도 그 다음날 열린 이 사건 3공구에 대한 입찰에서도 위와 동일한 방법으로 입찰에 응하였다. 이에 비추어 보면, 원고가 이 사건 입찰에서 낙찰자로 선정되려는 의사가 있었다고 볼 수 없다.

(5) 원고 등 17개 가담업체 사이에서 직접적인 합의는 없었으나 G이나 E을 통해 그들 사이에 이 사건 공동행위에 관하여 순차적인 합의가 있었으므로, 원고가 이 사건 공동행위에 가담한 업체들의 수나 낙찰방법을 구체적으로 알지 못하였다 하더라도, 그와 같은 사정이 원고가 나머지 가담업체들과 이 사건 공동행위를 합의하였음을 인정하는 데 방해가 된다고 할 수는 없다.

3.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모두 기각한다.

판사

재판장 판사 김창보

판사 강상욱

판사 양대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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