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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지법 남부지원 2000. 10. 31. 선고 2000가단281 판결 : 항소
[손해배상(기)][하집2000-2,43]
판시사항

[1]증권회사의 직원이 고객의 매도주문을 매수주문으로 잘못 처리한 경우, 고객이 결제대금을 입금시킨 것이 추인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본 사례

[2]코스닥증권시장에서 1일 평균 주문건수가 6개월간 12배 이상 폭증하리라는 것은 누구도 쉽사리 예상할 수 없었을 뿐만 아니라, 코스닥증권시장을 운영 관리하는 자가 그 사이에 약 3개월씩의 사전 준비작업을 거쳐 전산시스템의 처리용량을 4배씩 증설하였다면 전산시스템의 설치, 관리에 어떠한 하자나 과실이 없다고 한 사례

[3]코스닥증권시장의 전산시스템이 정정 및 취소주문을 여타 매수 및 매도주문과 함께 접수시간 순서로 처리하도록 설계되어 있는 것에 어떠한 하자가 없다고 한 사례

판결요지

[1]매도주문을 매수주문으로 잘못 처리한 증권회사 직원에 대하여는 책임을 묻지 않기로 약속하였다 하더라도 사용자인 증권회사나 증권시장의 전산시스템을 소유, 관리하는 주식회사 코스닥증권시장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것을 전제로 결제대금을 입금시켰다면 이로써 잘못 처리된 매수주문을 추인하고, 증권회사에 대한 손해배상을 포기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한 사례.

[2]코스닥증권시장에서 1일 평균 주문건수가 6개월간 12배 이상 폭증하리라는 것은 누구도 쉽사리 예상할 수 없었을 뿐만 아니라, 코스닥증권시장을 운영 관리하는 자가 그 사이에 약 3개월씩의 사전 준비작업을 거쳐 전산시스템의 처리용량을 4배씩 증설하였다면 전산시스템의 설치, 관리에 어떠한 하자나 과실이 없다고 한 사례.

[3]관련 규정에 주문의 취소 및 정정은 접수된 주문 중에서 매매거래가 성립되지 아니한 경우에 한하도록 되어 있다고 하여 취소 및 정정주문이 접수될 때까지 매매거래가 성립되지 않았다면 최초 매매주문은 취소 및 정정주문의 접수와 동시에 무조건 취소 또는 정정되어야 한다고 볼 수 없으므로, 코스닥증권시장의 전산시스템이 접수된 주문을 종목별로 접수시간 순서로 순차적으로 처리하고, 중간에 취소 또는 정정주문이 접수된다고 하더라도 여타 매수 및 매도주문과 함께 접수시간 순서로 처리하도록 설계된 데에 어떠한 하자가 있다고 볼 수는 없다.

원고

김정무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미래 담당변호사 박홍우 외 3인)

피고

현대증권 주식회사 외 1인 (소송대리인 변호사 강현중 외 2인)

주문

1.피고 현대증권 주식회사는 원고에게 금 17,268,175원 및 이에 대하여 1999. 8. 25.부터 2000. 10. 31.까지 연 5푼의, 그 다음날부터 완제일까지 연 2할 5푼의 각 비율에 의한 금원을 지급하라.

2.원고의 피고 현대증권 주식회사에 대한 나머지 청구 및 피고 주식회사 코스닥 증권시장에 대한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3.소송비용 중 원고와 피고 현대증권 주식회사 사이에 생긴 부분은 이를 2등분하여 그 1은 피고 현대증권 주식회사의, 나머지는 원고의 각 부담으로 하고, 원고와 피고 주식회사 코스닥 증권시장 사이에 생긴 부분은 원고의 부담으로 한다.

4. 제1항은 가집행할 수 있다.

청구취지

피고들은 연대하여 원고에게 금 34,536,350원 및 이에 대하여 1999. 8. 25.부터 이 사건 소장부본 송달일까지 연 5푼, 그 다음날부터 완제일까지 연 2할 5푼의 각 비율에 의한 금원을 지급하라는 판결

이유

1. 기초 사실

아래 사실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거나 갑 제1호증 내지 제3호증, 제6호증, 을 제4호증의 3, 제6호증의 1, 2의 각 기재, 증인 문강래, 김연국의 각 증언 및 변론의 전취지에 의하여 인정된다.

가.피고 현대증권 주식회사 (이하 '피고 현대증권'이라고만 한다) 는 유가증권 매매의 중개 또는 대리 등 증권업을 영위하는 회사이다. 피고 주식회사 코스닥증권시장 (이하 '피고 코스닥'이라고만 한다) 은 증권거래소에 상장된 주식 외의 다른 주식들을 거래하는 증권시장을 운영하는 회사이다. 원고는 1999. 4. 23. 피고 현대증권 주식회사 무교동 지점에 주식위탁계좌를 개설한 고객이다.

나.원고는 1999. 8. 25. 11:30경 피고 현대증권 무교동지점 소속 직원인 소외 김연국에게 원고가 보유하고 있던 하나로통신 주식 20,000주 중 10,000주를 상한가인 1주당 금 23,600원에 매도주문을 내도록 위탁하였다. 이에 따라 김연국은 같은 날 13:33:45 단말기를 통하여 원고 계좌의 하나로통신 주식 10,000주에 대하여 1주당 금 23,600원에 매도 주문을 낸다는 것을 착오로 거꾸로 매수주문을 내었다. 김연국은 그 직후인 13:34:24 매수주문에 대한 취소주문을 내었으나, 호가폭주로 인하여 주문에 대한 전산처리가 순차적으로 늦어지면서 14:25:03부터 14:25:06까지 사이에 먼저 접수된 매수주문이 처리되면서 하나로통신 주식 20주가 1주당 금 22,900원에 9,980주가 1주당 금 23,500원에 각 매수되었다. 이에 김연국은 위와 같이 착오로 매수된 주식에 대하여 매도주문을 내었으나, 동 주식에 대한 주문이 폭주하여 매도주문이 처리되지 않은 채 장이 종료되었다.

다.원고는 같은 날 김연국으로부터 하나로통신 주식 l0,000주가 착오로 매수되었음을 고지받고 그 처리방안에 대하여 상의한 끝에, 1999. 8. 27. 일단 반대매매를 당하여 손해가 확대되는 것을 막는 한편, 주가가 상승하는 기회에 이를 처분하여 손실을 만회하거나 최소한도 축소시킬 목적으로 일단 미수대금을 정리하기로 하고 당시 원고가 보유하고 있던 현대자동차 주식 3,000주를 매도하는 한편, 금 85,000,000원을 입금시켰다. 이에 따라 원고의 계좌에서 주식매수대금 234,988,000원(22,900원×20+23,500원×9,980), 수수료 929,350원 등 합계 금 235,917,350원이 인출, 정리되었다.

라.그 후 하나로통신의 주가가 점차 하락추세를 보이자, 원고와 김연국은 서로 의논 끝에 1999. 9. 14. 결국 하나로통신 주식 10,000주를 1주당 금 20,300원에 매도하였다. 이에 따라 그 매도대금 203,000,000원 중 수수료 810,000원 및 증권거래세액 809,000원이 공제된 나머지 금 201,381,000원이 원고 계좌로 입금되었다.

2. 주 장

원고 소송대리인은 이 사건 청구원인으로, 피고 현대증권은 김연국의 사용자로서 동인이 원고의 매도주문을 매수주문으로 잘못 처리한 과실로 인하여 원고가 입은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고, 피고 코스닥으로서는 매수주문이 처리되기 전에 취소주문을 접수하였으면 매수주문을 처리하지 말아야 할 의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게을리한 채 취소주문이 접수된 지 약 50분이나 지나 매수주문을 처리하였는바, 이는 피고 코스닥이 원고의 대리인인 피고 현대증권의 복대리인 내지 원고의 제2차 대리인의 지위에서 원고와의 중개 및 매매위탁약정을 불이행한 것이고, 가사 그렇지 않다 하더라도 매수 주문이 처리되기 전에 취소주문이 접수되었음에도 이를 무시하고 그대로 매수주문을 처리한 하자 있는 전산시스템의 점유자로서, 또는 위와 같은 전산시스템 운영상의 잘못을 저지른 피용자의 사용자로서 원고가 입은 손해를 피고 현대증권과 연대하여 배상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한다.

3. 손해배상책임의 발생

가. 피고 현대증권에 대한 청구에 관한 판단

(1) 피고 현대증권의 사용자책임

피고 현대증권은 김연국의 사용자로서 동인이 전산조작을 잘못하여 원고의 매도주문 요구에 대하여 반대로 매수주문을 내어 하나로통신 주식 10,000주를 매수토록 한 불법행위로 인하여 원고가 입게 된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 할 것이다.

(2) 추인 여부에 관한 판단

(가) 주 장

피고 현대증권 소송대리인은, 원고가 사건 당일 김연국으로부터 주문이 거꾸로 처리되었다는 말을 듣고 다음날인 8. 26. 피고 현대증권 무교지점으로 김연국을 찾아가 그 처리문제에 대하여 의논하던 중, "잘못 매수한 하나로통신 주식의 주가가 상승하면 효자 노릇을 할 수 있지도 않느냐"고 하면서 하나로통신 주식 매수로 인하여 발생한 미수금은 원고가 보유중인 현대자동차 주식을 매도하는 한편, 나머지 차액을 현금으로 입금시켜 정리하겠다고 하였으므로, 원고는 위 주식 매수를 추인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나) 인정 사실

을 제6호증의 1, 2, 제10호증의 1 내지 3 의 각 기재, 증인 문강래, 김연국의 각 증언 및 변론의 전취지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이 인정된다.

①원고는 다음날인 8. 26. 현대증권 무교동지점으로 김연국을 찾아가 사후대책에 대하여 상의하는 자리에서 처음에는 하나로통신 주식 10,000주를 매수한 것은 본인의 위탁 없이 매수한 것이므로 원고에게는 아무런 효력도 없고, 따라서 절대로 이를 인수할 수 없다고 주장하다가, 김연국으로부터 동인이 책임지겠다는 말을 듣자, "김 부장에게 책임을 묻고 싶은 마음은 없고, 이런 경우 회사가 책임을 져야 하는 것 아니냐"고 하였다. 이에 김연국은 회사가 책임을 진다는 것은 결국 담당직원인 자신이 책임을 지는 것이라고 하면서 회사에 이 일이 알려지면 인사상 상당한 불이익이 있을 것이니 어떠한 형식으로든 주가가 오를 때 처리하여 나머지는 자신이 개인적으로 책임지겠다고 하면서 선처를 부탁하였다. 그러자 원고는 김연국에게 "사람이 실수도 할 수 있는 것인데, 어떻게 책임추궁을 하겠느냐"고 하면서 동인에게는 책임을 묻지 않겠다고 하였다.

②원고는 다음날인 8. 27. 김연국으로부터 미수정리가 되지 않으면 원고가 보유하고 있는 다른 주식에 대하여 하한가로 반대매매가 실시되어 손실이 더 커진다는 말을 듣고 원고가 입은 손해에 대하여는 추후 피고들에 대하여 배상을 요구하기로 마음 먹고 일단 원고가 보유하고 있던 현대자동차 주식을 처분하는 등으로 미수대금을 정리하였다.

③원고는 1999. 9. 14. 착오로 매수된 하나로통신 주식을 매각한 다음 피고 현대증권에게 원고가 입은 손해를 배상하여 줄 것을 요구하는 진정서를 제출하였고, 원고의 요구가 거부당하자 1999. 10. 금융감독원에 분쟁조정신청을 하였다.

(다) 판 단

위 인정 사실에 의하면, 원고가 보유중이던 다른 주식을 매각하는 등으로 미수대금을 결제한 것은, 어차피 피고 현대증권이 부담하는 배상책임이 내부구상관계를 통하여 결국 담당직원인 김연국이 지게 되어 있고, 이 사건이 피고 현대증권에 알려져 인사상의 불이익까지 받게 되는 점을 고려하여 일단 원고가 김연국이나 피고 현대증권 대신 원고의 계산으로 미수대금을 정리한 다음 차후 주식시장에서 주가 상승의 기회에 손실을 회복하여 원·피고 및 김연국 누구에게도 피해가 없이 사건을 원만히 해결하려는 데 그 목적이 있었던 것으로, 이로써 원고가 피고 소송대리인 주장과 같이 무효인 이 사건 주식매매를 추인하고 나아가 피고 현대증권에 대한 손해배상청구를 포기한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할 것이다.

나. 피고 코스닥에 대한 청구에 관한 판단

(1) 매매위탁약정상의 채무불이행책임

코스닥 증권시장은 대통령령이 정하는 유가증권의 매매거래의 중개를 위하여 설립된 한국증권업협회로부터 피고 코스닥이 위임받아 운영하는 중개시장이고, 피고 코스닥은 증권회사나 고객과 위임 또는 위탁계약을 체결하고 증권회사나 고객을 대리하여 매매계약을 체결하는 대리인이 아니라 코스닥 증권시장에서 호가가 일치하는 경우 매매거래를 성사시켜 주는 중개인에 불과하다.

따라서 피고 코스닥이 취소주문 접수 후에 당초의 매수주문에 따라 매매처리한 것이 원고의 대리인인 피고 현대증권의 복대리인 내지 원고의 제2차 대리인의 지위에서 원고와의 중개 및 매매위탁약정을 불이행한 것이라는 원고 소송대리인의 주장은 이유 없다.

(2) 공작물점유자로서의 손해배상책임

(가) 을 제1호증 내지 제3호증, 제4호증의 4 내지 10 의 각 기재, 증인 김희종의 증언 및 변론의 전취지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이 인정된다.

①코스닥증권시장의 전산시스템은 각 증권사로부터 접수된 주문을 종목별로 접수시간 순서로 순차적으로 처리하고, 중간에 정정 또는 취소주문이 접수된다 하더라도 여타 매수 및 매도주문과 함께 접수시간 순서로 처리되도록 설계되어 있는데, 이는 코스닥시장뿐만 아니라 증권거래소시장, 나아가 미국이나 일본과 같은 선진국가의 경우에도 동일하다.

②코스닥시장은 처음 개설된 1996. 7. 1.부터 약 2년 동안은 1일 주문건수가 1, 2천건에도 미치지 못할 정도로 거래가 없다가, 1999. 2. 비로소 1일 주문건수가 13,595건으로 1만 건을 넘게 되었고, 그 후 그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 1999. 5.에는 1일 평균 72,159건, 1999. 6.에는 153,693건, 1999. 7.에는 173,675건, 1999. 8.에는 171,621건, 1999. 9.에는 133,452건, 1999. 10.에는 247,433건, 1999. 11.에는 659,680건에 이르렀다.

③피고 코스닥은 1996. 7. 1. 시장 개설 당시 매매체결을 위한 전산시스템을 구축하면서 1일 처리용량 4만 건인 TANDEM k2000 4CPU를 설치하여 1999. 2.까지 아무런 문제없이 이를 운영하여 왔는데, 1999. 2.에 들어서면서 주문건수가 1만 건을 넘어서자 향후로도 주문건수가 계속 증가할 것으로 보고 1999. 6. 7. 전산시스템을 기존 용량보다 4배가 큰 1일 처리용량 16만 건 정도인 TANDEM k70000 4CPU로 증설하였고, 그 뒤로도 주문건수가 계속 중가하자 1999. 8. 30. 전산시스템을 1일 처리용량 48만 건인 TANDEM k70000 12CPU로 증설하였다. 전산시스템의 용량을 중설하는 데에는 증설용량에 따라 차이가 있는데, 용량을 대폭 증설하는 경우에는 너무 많은 기간이 소요되어 증설이 채 이루어지기도 전에 용량부족현상이 발생할 수도 있으므로, 피고 코스닥은 3개월 정도의 기간이 소요되는 증설을 실시하여 왔다.

④피고 코스닥의 전산시스템은 각자 독립하여 주문을 처리할 수 있는 10개 그룹의 연산처리장치로 나뉘어져 있고, 장이 종료하면 전체 종목을 당일 주문건수에 따라 10개의 그룹으로 나누어 다음날 처리할 그룹별 총주문건수가 각 그룹의 연산처리장치에 균등하게 배정되어 무리없이 처리되도록 설계되어 있다. 그런데 예상 외로 특정종목에 대한 주문건수가 폭주하는 경우, 또는 1일 주문건수는 많지 않다 하더라도 짧은 시간에 주문건수가 폭주하는 경우에는 전산시스템 전체 처리용량과 무관하게 해당 연산처리장치에 배정된 종목들에 대한 주문처리가 지연될 수 있다. 이 사건의 경우에도 사건 당일 하나로통신 주식의 경우 3백만 주 이상 거래가 될 정도로 주문이 폭주하여 불가피하게 처리가 지연되었다.

⑤피고 코스닥은 당일 09:15, 10:15, 13:30 및 14:50 등 4차례에 걸쳐 주문폭주로 인하여 매매체결 및 시세정보제공이 약 20분 내지 45분간 지연되고 있다는 사실을 공시하기까지 하였다.

(나)위 인정 사실에 의하면, 매수주문이 처리되기 전에 취소주문이 접수되었음에도 이를 무시하고 그대로 매수주문이 처리되었다는 점만으로는 코스닥증권시장의 전산시스템에 통상 그 용도에 따라 갖추어야 할 안전성을 갖추지 못한 하자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고, 달리 피고 코스닥이 전산시스템을 운영하는데 잘못이 있었다고 볼 증거가 없다.

(다) 원고 소송대리인의 주장에 대한 판단

①원고 소송대리인은, 피고 코스닥은 코스닥시장이라는 협회중개시장을 설치, 운영하는 주체로서 시장에서의 매매주문의 접수, 접수주문의 처리 등 매매 체결에 이르는 일련의 과정을 정상적으로 소화할 수 있는 충분한 전산시스템을 확보하여 시장에서의 주식거래가 정상적으로 원활하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시장을 관리하여야 할 의무가 있는데, 1999. 4. 자사주의 매입 등에 관한 상장기업과의 차별 해소 등을 골자로 개정된 증권거래법의 시행, 1999. 5.초 공모제도 완화 및 세제지원정책의 시행 등 정부의 코스닥시장 육성책과 제도정비가 코스닥시장의 활황을 촉발하여 코스닥시장의 신규등록과 거래건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것은 이미 충분히 예견가능하였으므로 전산시스템의 처리용량 부족사태는 미연에 방지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피고는 예상되는 거래규모의 증가에 맞도록 전산시스템의 처리용량을 대폭 확충하는 등으로 적절한 조치를 취하여야 할 주의의무를 게을리한 잘못이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원고 소송대리인 주장과 같은 사정으로 코스닥시장의 신규등록 및 주식거래의 활황이 상당부분 예상되었다고는 하지만, 앞서 인정한 바와 같이 1일 평균 주문건수가 1999. 2.부터 1999. 8.까지 6개월 동안 12배 이상 폭증하리라는 것은 어느 누구도 쉽사리 예상할 수 없었다 할 것이고, 피고 코스닥이 1999. 6. 7. 및 1999. 8. 30. 두 차례에 걸쳐 사전에 매번 약 3개월간의 준비작업을 거쳐 전산시스템의 처리용량을 4배씩 증설하였다면 이 점에서 피고 코스닥으로서는 어떠한 과실이 있다 할 수 없다.

만약 코스닥증권시장의 전산시스템이 모든 주문을 지연 없이 접수 즉시 처리하였더라면 원고의 매수주문은 이를 취소할 여유도 없이 즉시 처리되었을 것이므로, 전산시스템의 용량이 부족한 것과 원고의 손해 사이에는 아무런 인과관계도 없다 할 것이다.

②나아가 원고 소송대리인은, 협회중개시장운영규정시행세칙 제15조에 의하면, 규정 제31조 제5항에 의하여 호가의 취소 및 정정은 접수된 호가 중에서 매매거래가 성립되지 아니한 경우에 한하며, 정정 및 취소호가의 접수순에 의하여 처리하도록 되어 있고, 주식중개업무에관한규칙 제8조 제3항에 의하면 증권회사는 제6조 제1항의 규정에 의하여 접수된 호가 중에서 매매거래가 성립되지 아니한 분에 한하여 취소 또는 정정할 수 있고, 이 경우 회사는 이를 정정 및 취소 호가의 접수순에 의하여 처리한다고 되어 있으므로, 취소주문이 접수될 때까지 매매거래가 성립하지 않았다면 최초 매매주문은 취소주문의 접수와 동시에 무조건 취소되어야 하고, 이 사건 취소주문이 정상적으로 접수된 것으로 보아 그 때까지 매수주문과 조건이 맞는 매도주문이 접수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이므로 먼저 접수된 취소주문에 따라 매수주문이 취소되었어야 하는데, 피고 코스닥은 먼저 접수된 취소주문에 대한 처리가 지체되고 있는 동안 조건이 맞는 매도주문이 접수되자 매매거래가 성립한 것으로 잘못 처리하였으므로 이로 인하여 원고가 입게 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 사건 취소주문이 정상적으로 접수되었다는 사정만으로는 그 때까지 매수 주문과 조건이 맞는 매도주문이 접수되지 않은 것으로 인정하기는 어렵고, 달리 매도주문보다 원고의 취소주문이 먼저 접수되었다고 볼 아무런 자료가 없을 뿐만 아니라, 관련 규정과 같이 호가의 취소 및 정정은 접수된 호가 중에서 매매거래가 성립되지 아니한 경우에 한하며, 정정 및 취소호가의 접수순에 의하여 처리하도록 되어 있다고 하여 취소주문이 접수될 때까지 매매거래가 성립하지 않았다면 최초 매매주문은 취소주문의 접수와 동시에 무조건 취소되어야 한다고 볼 수는 없고, 앞서 인정한 바와 같이 코스닥증권시장의 전산시스템은 접수된 주문을 종목별로 접수시간 순서로 순차적으로 처리하게 되고, 중간에 정정 또는 취소주문이 접수된다 하더라도 여타 매수 및 매도주문과 함께 접수시간 순서로 처리되도록 설계되어 있으므로, 피고 코스닥이 취소주문에 따라 당초의 매수주문을 취소처리하지 않았다고 하여 이 점에 있어서 어떤 잘못이 있다고 볼 수는 없다.

③원고 소송대리인은 피고 코스닥에 대한 예비적 청구원인으로, 사건 당시 코스닥시장에서는 매매주문의 접수, 체결 및 체결통보 등이 상당한 시간 동안 지연되고 있었고, 주식거래를 위한 모든 정보들도 몇 시간 전의 정보로서 실시간 정보를 제공하지 못하고 있었으므로, 그 결과 원고와 같은 투자자들은 주문의 접수 여부, 매매거래의 성립 여부 및 그 내역 등에 대하여 확인하기 위하여 상당한 시간 동안 기다려야만 하였고, 또 이 사건의 경우와 같이 매매거래의 성립 여부에 대하여 알 수 없는 상태에서 취소주문을 내더라도 취소처리가 되었는지 여부에 대하여 즉시 확인조차 안되는 매우 불안정한 상황에 있게 되었는바, 이로 인하여 원고는 상당한 정신적 고통을 입게 되었으므로, 피고 코스닥은 원고에게 위자료로 적어도 금 30,000,000원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앞서 판시한 바와 같이 피고 코스닥에게 이 사건 매매체결과 관련하여 어떠한 불법행위가 있었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예비적 청구 또한 이유 없다.

4. 손해배상책임의 범위

가.앞서 인정한 바와 같이 이 사건 주식의 매매로 인하여 원고의 계좌에서 금 235,917,350원이 인출되었다가 금 201,381,000원이 입금된 결과, 원고는 그 차액에 상당한 금 34,536,350원의 손해를 보게 되었다.

나.그런데 사건 발생 다음날인 1999. 8. 26. 하나로통신 주식의 종가는 금 21,200원이었고, 역시 종가 기준으로 1999. 8. 27. 금 22,000원, 1999. 8. 30. 금 22,160원, 1999. 8. 31. 금 21,600원 등과 같이 22,000원 선에서 등락을 거듭하다가 그 후 원고가 위 주식을 처분할 때까지 최고 금 21,450원에서 최저 금 20,150원 선까지 주가가 하락하였다. (증거:갑 제8호증, 을 제9호증의 각 기재)

원고로서도 신의칙 또는 손해부담의 공평이라는 손해배상제도의 이념에 비추어 손해의 확대를 방지하거나 감경하기 위하여 노력하여야 할 의무가 있는바, 원고가 착오로 매수된 주식의 인수를 거부하였더라면 피고 현대증권으로서는 미수대금의 결제시한인 거래일로부터 3일째 되는 날까지 시장 상황을 살펴 위 주식을 적절히 매각하여 손실을 크게 줄일 수 있었을 것인데, 원고 스스로 자신의 계산으로 미수대금을 결제하고 위 주식의 주가가 계속 하락중임에도 불구하고 1999. 9. 14.까지 처분을 미루어 손해를 확대시킨 과실이 있다.

위와 같은 손해의 확대와 관련한 원고의 과실을 참작할 때, 피고 현대증권이 배상하여야 할 손해액을 50% 감액함이 상당하다.

5. 결 론

그렇다면 피고 현대증권은 원고에게 금 17,268,175원(34,536,350원×50/100) 및 이에 대하여 1999. 8. 25.부터 판결선고일인 2000. 10. 31.까지 민법에 정하여진 연 5푼의, 그 다음날부터 완제일까지 소송촉진등에관한특례법에 정하여진 연 2할 5푼의 각 비율에 의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으므로, 원고의 피고 현대증권에 대한 청구는 위 인정범위 내에서 이유 있어 이를 인용하고, 피고 현대증권에 대한 나머지 청구 및 피고 코스닥에 대한 청구는 모두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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