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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21.6.10. 선고 2017다286874 판결
손해배상(기)
사건

2017다286874 손해배상(기)

원고상고인

원고 1 외 1인

소송대리인 변호사 이보현 외 1인

피고피상고인

대한민국

원심판결

부산고등법원 2017. 11. 9. 선고 2017나51825 판결

판결선고

2021. 6. 10.

주문

상고를 모두 기각한다.

상고비용은 원고들이 부담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사안 개요

원심판결 이유에 따르면 다음 사실을 알 수 있다.

가. 피고 소속 해양수산부 산하기관인 동해어업관리단은 부산신항의 입·출항로 등에서 불법어로행위 특별합동단속을 실시하기로 하였다. 이에 따라 동해어업관리단의 어업지도선 '○○○○○호(이하 '이 사건 어업지도선'이라 한다)'는 2015. 4. 22. 19:30경(이하의 내용은 같은 날에 일어난 것이므로 해당 시각만 기재한다) 부산 강서구 (주소 생략) 인근 해상으로 이동하여 단속정(6m 고무보트, 이하 '이 사건 단속정'이라 한다)을 바다로 내렸다.

나. 이 사건 단속정에는 단속팀장 소외 1, 운전원 소외 2, 팀원 소외 3과 소외 4 등 감독공무원 4명(이하 '이 사건 감독공무원들'이라 한다)이 승선하고 있었다. 이들은 19:45경 △△△ 휴게소 앞 □□□(암초) 인근 해상에서 소등 상태로 있던 ‘◇◇호(이하 '이 사건 사고선박'이라 한다)'와 '☆☆호'를 발견하고 접근하였다. 이 사건 사고선박에는 선장 소외 5와 소외 6이, ☆☆호에는 소외 5의 동생 소외 7이 승선하고 있었는데 이 사건 단속정이 접근하자 두 선박은 최대속력으로 도주하였다.

다. 이 사건 감독공무원들은 이 사건 사고선박을 추적하던 중 19:49경 시야에서 위 사고선박을 놓쳤다가 약 15초 후 □□□와 충돌하여 크게 파손된 위 사고선박과 그 앞에 부상당한 소외 6을 발견하였다. 한편 소외 5는 20:25경 소외 7에 의해 □□□에서 5~30m 떨어진 바다 위에서 익사한 상태로 발견되었다(이하 '이 사건 사고'라 한다).

라. 이 사건 사고가 있었던 주변 해역은 암초가 많고 조류가 센 편이었다. 또한 이 사건 사고 당시 기온이 낮았으며, 앞을 거의 볼 수 없을 만큼 어두운 상태였다.

마. 원고들은 이 사건 사고로 사망한 소외 5의 배우자와 모친으로 소외 5의 공동상속인이다.

2. 과잉단속 여부(상고이유 제1점)

원심은 다음과 같은 사정을 들어 과잉단속으로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하였다는 원고들의 주장을 배척하였다. 이 사건 단속정은 이 사건 사고선박에 접근하는 과정에서 안전을 확보할 수 있는 적정한 거리에서 탐조등을 켜는 등 행동요령을 준수하였다. 이 사건 사고는 위 단속정이 위 사고선박에 접근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이 아니라 위 사고 선박이 위 단속정을 피해 도주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이므로 위 단속정의 접근행위와 이 사건 사고 사이에는 상당인과관계가 없다. 이 사건 사고선박은 사용이 금지된 3중 자망을 적재한 상태로 조업을 위해 대기하고 있다가 이 사건 단속정이 접근하자 수차례의 정선명령에 응하지 않고 도주하였으므로 위 사고선박을 추적한 행위는 그 직무에 필요한 행위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은 채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난 잘못이 없다.

3. 이 사건 단속정과 사고선박의 충돌 여부(상고이유 제2점)

이 부분 상고이유 주장은 사실심인 원심의 전권사항에 속하는 증거의 취사선택과 사실인정을 다투는 것에 지나지 않아 적법한 상고이유가 아니다. 나아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아도 원심판결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은 채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난 잘못이 없다.

4. 구조의무 위반에 따른 손해배상책임 인정 여부(상고이유 제3점)

가. 공무원의 직무집행상 과실이란 공무원이 그 직무를 수행하면서 해당 직무를 담당하는 평균인이 통상 갖추어야 할 주의의무를 게을리 한 것을 말한다(대법원 1987. 9. 22. 선고 87다카1164 판결 참조), 공무원에게 부과된 직무상 의무의 내용이 단순히 공공 일반의 이익을 위한 것이거나 행정기관 내부의 질서를 규율하기 위한 것이 아니고 전적으로 또는 부수적으로 사회구성원 개인의 안전과 이익을 보호하기 위하여 설정된 것이라면, 공무원이 그와 같은 직무상 의무를 위반함으로써 피해자가 입은 손해에 대해서는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는 범위에서 국가가 배상책임을 진다. 이때 상당인과관계의 유무는 일반적인 결과 발생의 개연성은 물론 직무상 의무를 부과하는 법령을 비롯한 행동규범의 목적, 가해행위의 양태와 피해의 정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1993. 2. 12. 선고 91다43466 판결, 대법원 2016. 7. 27. 선고 2014다227843 판결 참조).

나. 원심판결 이유와 기록에 따르면 다음 사정을 알 수 있다.

(1) 이 사건 감독공무원들은 19:49경 □□□에서 파손된 이 사건 사고선박과 부상당한 소외 6을 발견하고, 소외 1, 소외 4, 소외 3이 이 사건 단속정에서 내려 □□□로 건너갔다. 소외 4는 소외 6의 상태를 살피던 중 그로부터 소외 5가 물에 빠진 것 같다는 말을 들었다. 소외 1은 무전기로 이 사건 어업지도선에 이 사건 사고를 보고한 후, 19:52경 이 사건 단속정에 남아있던 소외 2에게 사건을 본부에 보고하도록 지시하였다.

(2) 소외 2는 이 사건 단속정을 인근에 있던 부산지방해양수산청의 ▽▽▽호(38톤)로 이동하여 사건보고를 하고, 19:55경과 19:59경 이 사건 어업지도선에 무전기로 이 사건 단속정의 워터제트(선박 밑의 흡입구에서 물을 빨아들인 후 뒤로 분사하여 추진력을 얻는 장치) 흡입구에 이물질이 끼어 제거해야 한다고 두 차례 보고한 후 위 어업지도선으로 이동하였다. 이 사건 단속정은 20:02경부터 20:14경까지 이 사건 어업지도선의 갑판에서 이물질을 제거한 후 다시 □□□ 방향으로 이동하여, 20:20경 □□□로 복귀하였다.

(3) 같은 시각 소외 1과 소외 4는 함께 각자의 손전등과 휴대용 탐조등을 비추면서 “계세요.”라고 외치며 □□□ 암초 위와 □□□ 주변 바다를 살펴보는 방식으로 □□□반대편까지 수색하였다. 소외 3은 소외 6의 옆에 남아 안정을 취하도록 도우면서 주변바다를 살폈으나 손전등이 없어 자세히 살펴볼 수는 없었다.

(4) 소외 7은 20:01경 소외 6으로부터 전화로 이 사건 사고 소식을 전해 듣고 20:15경 이 사건 사고 해상에 도착하였고, 다른 어선 및 해경과 함께 □□□ 주변을 수색하다가 20:25경 □□□ 주변 해상에서 익사한 상태의 소외 5를 발견하였다.

다. 이러한 사정을 위에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이 사건 감독공무원들에게 직무집행상 과실이 있다고 단정하기 어렵고, 나아가 이들의 행위와 소외 5의 사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볼 수도 없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1) 위에서 보았듯이 이 사건 사고 주변 해역은 암초가 많고 조류가 센 편이며, 당시 기온이 낮고, 앞을 거의 볼 수 없는 어두운 상태였다. 이 사건 감독공무원들은 소외 5의 정확한 추락위치조차 모르는 상태였으므로 이 사건 사고선박 주변에서부터 그 수색 범위를 점차 넓혀갈 수밖에 없었고 혹시라도 이 사건 단속정에 소외 5가 부딪히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수색작업 또한 천천히 진행할 수밖에 없었다. 더구나 유일한 이동·수색수단인 이 사건 단속정의 워터제트 흡입구에 이물질이 끼어 2차 사고가 발생하거나 도중에 단속정이 멈출 수 있는 위험이 있었다. 단속팀장인 소외 1로서는 이와 같은 여러 상황을 종합하여 제한된 인원과 장비로 암초수색과 해상수색을 무리하게 병행하기보다는 소외 2를 본부에 보내 정확한 상황을 알리면서 지원요청을 하고 아울러 단속정의 위험 상태를 해소한 후 수색하는 편이 낫다고 판단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물론 소외 2를 본부에 보내지 않고 무선으로 상황보고를 하는 것이 당시 더 합리적인 판단이었다고 볼 여지도 있으나, 무선 보고와 대면 보고를 반드시 같은 것으로 취급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위와 같이 단속정의 고장 위험까지 있었다는 것을 함께 감안하면, 비록 그 결정이 결과론적·사후적 관점에서 최선이 아니었다고 하더라도 사고 당시를 기준으로 전혀 합리성이 없다거나 평균인이 통상 갖추어야 할 주의의무를 게을 리 한 잘못이 있다고 쉽게 단정할 수는 없다.

(2) 원심판결에도 나타나 있듯이, 전형적 익사에 소요되는 시간은 인체의 상태, 물에 대한 반응, 수온이나 주위의 상황에 따라 다르지만 대체로 5~8분 정도이고, 물에 빠질 것을 예상하지 못하였거나 신체상태가 불량하거나 수영능력이 없으면 단축된다. 소외 5는 혈중알코올농도 0.053%의 술에 취한 상태에서 고속으로 진행하던 이 사건 사고선박에서 예상치 못하게 어둡고 차가운 바다로 추락하였다. 또한 추락 후 복장의 제약으로 수영을 제대로 할 수 없었다고 추정된다. 이 사건 감독공무원들의 암초수색 당시 상황에 따르면 소외 5는 추락 후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을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사정을 종합하면 소외 5가 수영을 잘하였다고 하더라도 추락부터 익사에 이르기까지의 시간은 5~8분보다 단시간이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런데 위에서 보았듯이 이 사건 사고 시간과 기상 상태, □□□ 주변 상황, 이 사건 감독공무원들의 인원적 제한과 장비상의 문제, 단속정과 소외 5의 충돌 위험성 등으로 수색작업은 이 사건 사고선박 주변을 중심으로 천천히 진행될 수밖에 없었다. 이 사건 감독공무원들보다 소외 5의 추락경위와 위치를 더 잘 알 수 있었던 소외 7도 당초 □□□ 서남쪽 부근 해역을 수색하였으나 소외 5를 발견하지 못하다가 □□□ 북동쪽 부근 해역으로 이동한 후 수색에 착수한 때부터 약 10분이 지나서야 비로소 사망한 소외 5를 발견하였다. 따라서 소외 1이 이 사건 단속정을 본부에 이동시키지 않고 그 사이에 해상수색을 하도록 했더라도 소외 5의 생존가능 시간 내에 그를 발견하여 구조할 가능성이 높다고 볼 수 없다.

라. 원심판결 이유를 관련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판결 이유 중 부적절한 부분이 있지만, 결과적으로 국가배상책임을 인정하지 않은 결론은 정당하고,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은 채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상당인과관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는 등으로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

5. 결론

원고들의 상고는 이유 없어 이를 모두 기각하고 상고비용은 패소자들이 부담하도록 하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재판장 대법관 노정희

주심 대법관 김재형

대법관 안철상

대법관 이흥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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