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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1995. 4. 25. 선고 94다45029 판결
[물품대금][공1995.6.1.(993),1943]
판시사항

물품공급계약 체결 및 대금 수금에 관한 권한이 있는 대리인이 면책적 채무인수의 약정을 한 경우, 권한을 넘은 표현대리를 인정한 원심판결을 파기한 사례

판결요지

일반적으로 대리인에게 물품공급계약의 체결 및 그로 인한 대금의 수금에 관한 권한이 주어져 있다고 하여 채무자의 채무를 제3자가 면책적으로 인수하도록 함으로써 채무자로 하여금 면책시키는 약정을 할 수 있는 권한까지 주어진 것이라고 볼 수는 없고, 또 채무자의 채무가 원래 제3자의 채무로서 그 제3자가 이를 이행하지 못하여 대리인의 요구에 따라 채무자에 의하여 인수된 것이라면, 채권자로서는 대금의 수금을 확보한 것이라 할 것인데, 이와 같이 확보된 수금방법을 버리고 종래 이행을 하지 못하던 제3자에게 면책적으로 인수하도록 약정한다는 것은 그것이 채무자로부터 다른 채무의 변제를 받으면서 이루어진 것이라 하더라도 일반인으로서는 쉽게 납득하기 어려운 것이라 할것이므로, 채무자가 채권자의 대리인에게 그와 같은 면책적 채무인수의 약정을 할 권한이 있다고 믿었다고 하더라도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렇게 믿은 데 정당한 이유가 있다고 하기는 어렵다는 이유로, 권한을 넘은 표현대리를 인정한 원심판결을 파기한 사례.

참조조문
원고, 상고인

주식회사 금성 (금성) 레미콘 소송대리인 변호사 박현렬

피고, 피상고인

피고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부산지방법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본다.

1. 원심의 사실인정 및 판단은 다음과 같다.

가. 피고로부터 주유소 신축공사를 도급받은 소외 1이 피고 명의로 원고와의 사이에 레미콘공급계약을 체결한 뒤, 원고로부터 1992.6.15.부터 같은 해 8.5.까지 위 공사현장에 레미콘 금 9,048,743원 상당을 공급받고는 그 대금을 지급하지 못하자, 피고는 원고의 영업부 직원인 소외 2의 요구에 따라 같은 해 12.22. 피고가 위 레미콘 대금을 위 주유소건물의 준공검사 후 수회 분할하여 원고 회사에 직접 지급하기로 약정하고, 그러한 내용의 확인서(갑 제2호증)를 위 소외 2에게 교부하였는데, 그 후 위 주유소건물이 완공되어 그 보존등기까지 경료되었다.

나. 한편, 피고가 위 레미콘공급과는 별도로 1993.1.초순경 원고로부터 직접 레미콘 금 7,649,400원 상당을 공급받았는데, 같은 달 15. 피고를 대리한 소외 3, 위 소외 2, 위 소외 1 등 3인이 모여 피고가 직접 공급받은 레미콘대금 7,649,400원을 원고 회사에 지급하면서, 피고 명의로 위 소외 1이 그전에 공급받은 레미콘 대금 9,048,743원은 소외 1이 이를 원고 회사에 지급하기로 하고, 원고 회사가 더이상 이에 관하여는 피고에게 어떠한 문제제기도 하지 아니하기로 약정하였다.

다. 위 소외 2는 원고 회사의 영업부직원으로서 원고 회사를 대리하여 원고 회사와 피고 사이의 이 사건 레미콘공급계약 및 그 수금행위에 관하여 원고 회사를 대리할 권한이 있었다.

라. 위와 같이 위 소외 2에게는 레미콘공급계약의 체결이나 그 수금행위에 관하여 원고 회사를 대리할 권한이 있었고, 아울러 그가 피고로부터 위 확인서(갑 제2호증)를 받아간 점에 비추어 볼 때, 피고로서는 위 소외 2가 피고의 원고 회사에 대한 이 사건 레미콘대금 금 9,048,743원에 관하여 면책적 채무인수의 약정을 할 권한을 가지고 있었다고 믿을 만한 정당한 이유가 있다.

마. 따라서 위 소외 2가 1993.1.15. 소외 3, 소외 1과 사이에 한 위 약정은 표현대리의 법리에 따라 원고 회사에 미친다고 할 것이므로 피고의 원고에 대한 이 사건 레미콘대금채무 금 9,048,743원은 위 소외 1에게 면책적으로 인수되었다는 피고의 항변은 이유 있다.

2. 그러나, 권한을 넘는 표현대리에 있어서 정당한 이유가 있는지의 여부에 관하여는 거래 당시의 사정과 객관적인 거래의 관념에 따라 판단하여야 할 것인바, 일반적으로 대리인에게 물품공급계약의 체결 및 그로 인한 대금의 수금에 관한 권한이 주어져 있다고 하여 채무자의 채무를 제3자가 면책적으로 인수하도록 함으로써 채무자로 하여금 면책시키는 약정을 할 수 있는 권한까지 주어진 것이라고 볼 수는 없고, 또 채무자의 채무가 원래 제3자의 채무로서 그 제3자가 이를 이행하지 못하여 대리인의 요구에 따라 채무자에 의하여 인수된 것이라면, 채권자로서는 대금의 수금을 확보한 것이라 할 것인데, 이와 같이 확보된 수금방법을 버리고, 종래 이행을 하지 못하던 제3자에게 면책적으로 인수하도록 약정한다는 것은 그것이 채무자로부터 다른 채무의 변제를 받으면서 이루어진 것이라 하더라도, 일반인으로서는 쉽게 납득하기 어려운 것이라 할 것이므로, 채무자가 채권자의 대리인에게 그와 같은 면책적 채무인수의 약정을 할 권한이 있다고 믿었다고 하더라도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렇게 믿은 데 정당한 이유가 있다고 하기는 어려울 것이고, 그 대리인이 면책적 채무인수의 약정을 하면서 지급받은 것이 원래부터 채권자가 채무자로부터 당연히 변제받을 것이었다면 더더욱 정당한 이유가 있다고 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원심은 그 설시와 같은 사정만을 들어 피고가 위 소외 2에게 위와 같이 원고 회사를 대리하여 위 소외 1로 하여금 피고의 원고 회사에 대한 채무를 면책적으로 인수하도록 하는 내용의 약정을 할 권한이 있다고 믿은 데 정당한 이유가 있다고 판단하고 말았으니, 원심에는 결국 권한을 넘은 표현대리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고 아니할 수 없다.

이 점을 탓하는 논지는 이유 있다.

3.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이임수(재판장) 김석수 정귀호(주심) 이돈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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