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시사항
피고인이 술에 취한 상태에서 자동차를 운전하였다고 인정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어 경찰관으로부터 호흡측정 방식으로 음주측정에 응할 것을 요구받았음에도 음주측정기에 입김을 불어 넣는 시늉만 하는 방법으로 이를 회피하여 경찰관의 음주측정 요구에 응하지 아니하였다고 하여 도로교통법 위반(음주측정거부)으로 기소된 사안에서, 피고인은 오른쪽 안면 신경마비의 후유증으로 호흡측정기에 의한 음주측정이 심히 곤란한 상태에 있었음이 인정된다는 등의 이유로 무죄를 선고한 제1심판단이 정당하다고 한 사례
판결요지
피고인이 술에 취한 상태에서 자동차를 운전하였다고 인정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어 경찰관으로부터 약 38분간 5회에 걸쳐 호흡측정 방식으로 음주측정에 응할 것을 요구받았음에도 음주측정기에 입김을 불어 넣는 시늉만 하는 방법으로 이를 회피하여 경찰관의 음주측정 요구에 응하지 아니하였다고 하여 도로교통법 위반(음주측정거부)으로 기소된 사안이다.
피고인이 음주운전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와사풍으로 인한 후유증으로 인하여 호흡측정기에 숨을 불어 넣었으나 힘껏 불 수 없었고 숨이 새어나간 것이라고 일관되게 진술하는 점, 피고인은 안면마비 발병 이후에 호흡측정 방식으로 음주 단속된 전력이 있으나 당시로부터 17년 전에 발생하였던 점 등을 고려하면 음주운전 단속 전력만으로 피고인이 당시 호흡측정기에 의한 측정이 가능한 상태였다고 단정하기 어려운 점, 피고인은 음주운전 단속 당시 경찰관에게 와사풍으로 인한 신경마비 증상을 이야기하였고, 경찰관이 요구하지 않았음에도 본인 스스로 오른쪽 입술을 막고 음주측정기 불대에 바람을 불려고 노력하였으므로 음주측정 거부의 범의가 있다고 보기 어려운 점 등 제반 사정을 종합하면, 피고인은 오른쪽 안면 신경마비의 후유증으로 호흡측정기에 의한 음주측정이 심히 곤란한 상태에 있었음이 인정되고, 그로 인해 음주측정 수치가 나타날 정도로 숨을 불어 넣지 못한 결과 호흡측정기에 의한 음주측정이 제대로 되지 않았더라도 음주측정에 불응한 것으로 볼 수 없다는 등의 이유로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한 제1심판단이 정당하다고 한 사례이다.
피 고 인
피고인
항 소 인
검사
검사
윤국권 외 1인
변 호 인
변호사 최상무 외 2인
주문
검사의 항소를 기각한다.
이유
1. 항소이유의 요지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에 의하면, 피고인은 경찰공무원의 거듭된 음주측정 요구에도 불구하고 호흡측정기에 숨을 불어 넣는 시늉만 하는 방법으로 이를 회피하여 정당한 사유 없이 음주측정에 불응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판결에는 사실을 오인하거나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2. 판단
가. 도로교통법 제44조 제2항 에 의하면, 술에 취한 상태에서 자동차 등을 운전하였다고 인정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에 경찰공무원은 운전자가 술에 취하였는지 여부를 호흡측정기에 의하여 측정할 수 있고 운전자는 그 측정에 응할 의무가 있으나, 운전자의 신체 이상 등의 사유로 호흡측정기에 의한 측정이 불가능 내지 심히 곤란한 경우에까지 그와 같은 방식의 측정을 요구할 수는 없으며, 이와 같은 경우 경찰공무원이 운전자의 신체 이상에도 불구하고 호흡측정기에 의한 음주측정을 요구하여 운전자가 음주측정 수치가 나타날 정도로 숨을 불어 넣지 못한 결과 호흡측정기에 의한 음주측정이 제대로 되지 아니하였다고 하더라도 음주측정에 불응한 것으로 볼 수는 없다( 대법원 2006. 1. 13. 선고 2005도7125 판결 참조).
나. 원심은 위 법리에 따라 그 채택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아래와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면, 피고인은 이 사건 당시 오른쪽 안면 신경마비의 후유증으로 호흡측정기에 의한 음주측정이 심히 곤란한 상태에 있었음이 인정되고, 그로 인해 피고인이 음주측정 수치가 나타날 정도로 숨을 불어 넣지 못한 결과 호흡측정기에 의한 음주측정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이를 음주측정에 불응한 것으로 볼 수 없으므로,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이 사건 공소사실이 합리적인 의심을 배제할 정도로 증명되었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이 사건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하였다.
① 피고인은 수사기관에서부터 원심 법정에 이르기까지 음주운전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와사풍으로 인한 후유증으로 인하여 호흡측정기에 숨을 불어 넣었으나 힘껏 불 수 없었고, 숨이 새어나갔던 것이라고 일관되게 진술하고 있다.
② 원심법원의 피고인에 대한 신체감정 촉탁에 의한 감정서에 의하면, 안면 신경전도 검사 결과 피고인에게 우측 안면 신경마비 증상이 있다는 점이 확인되고, 그로 인해 피고인이 3~5초간 지속적인 호기(호기) 측정을 하는 데 지장이 있다는 사실이 확인된다. 또한 감정의는 호흡측정기에 3~5초간 숨을 불어 넣기 위해서는 입 모양이 형성되어야 하는데, 피고인의 경우 안면 신경마비 후유증으로 인해 3~5초간 풍선을 불 수 있을 정도로 입 모양이 형성되지 않는 증상을 보였다고 진술하였다.
③ 원심의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대한 사실조회 회신에 의하면, 피고인은 2009. 6.경, 2010. 1.경부터 같은 해 5월경까지, 2012. 5.경, 같은 해 6월경, 2014. 1.경 벨 마비, 얼굴 신경의 손상이나 장애 등으로 수차례 한의원에서 진료를 받은 사실이 인정된다.
④ 피고인을 단속한 경찰공무원인 공소외인은 피고인이 호흡측정기의 불대를 못 불겠다는 것이 아니라 계속 불려고는 하였고, 그 당시 피고인이 일부러 짧게 분 것인지 아니면 열심히 불었는데 그것밖에 못 분 것인지 판단이 서지 않는다고 진술하였고, 공소외인의 전체적인 진술 내용, 구체적인 진술 경위와 태도 등에 비추어 이 사건 공소사실에 부합하는 공소외인의 진술을 그대로 믿기 어렵다.
⑤ 검사가 피고인이 음주측정을 회피하는 모습이라고 제출한 사진의 영상(증거목록 순번 12번)은 단속 당시 피고인에게 호흡측정기에 의한 음주측정을 실시하는 모습을 촬영한 것일 뿐이고, 그 사진 하단에 수기로 기재된 내용은 당시 피고인을 단속한 경찰공무원의 추측이나 판단을 기재한 것에 불과하므로, 이것만으로는 피고인이 이 사건 당시 경찰공무원으로부터 음주측정을 요구받고도 호흡측정기에 숨을 내쉬는 시늉만 하거나 음주측정 수치가 나타날 정도로 숨을 제대로 불어 넣지 아니하여 음주측정을 거부하였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다.
⑥ 피고인에 대하여 호흡측정기에 의한 음주측정이 가능하였다는 사진(증거목록 순번 18번)의 영상은 이 사건 단속으로부터 2개월 정도 지나 피고인이 경찰에서 조사를 받으면서 자신의 오른쪽 입 부분을 손으로 막고 호흡측정기에 숨을 불어 넣자 측정이 이루어진 모습을 촬영한 것으로, 이것만으로 단속 당시 피고인의 신체 상태가 호흡측정기에 의한 음주측정이 가능하였다고 단정할 수 없다.
다. 원심이 내세운 위와 같은 이유를 원심이 채택한 증거들과 대조하여 살펴보고, 여기에 당심이 제시하는 아래와 같은 이유를 더하여 볼 때, 원심의 판단 및 결론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할 수 있고, 거기에 검사가 주장하는 바와 같은 사실오인 또는 법리오해의 위법이 없다. 검사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1) 피고인은 안면마비 발병 이후인 2000년경에 호흡측정 방식으로 음주 단속된 전력이 있으나, 이 사건 범행은 그로부터 17년 이후에 발생한 점, 피고인은 당시 50대 후반의 여성인 점, 피고인은 2009년경부터 얼굴 신경의 손상이나 장애에 대한 치료를 집중적으로 받은 점을 고려하면, 피고인의 음주운전 단속 전력만으로 피고인이 이 사건 범행 당시 호흡측정기에 의한 측정이 가능한 상태였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2) 피고인은 이 사건 음주운전 단속 당시 담당경찰관에게 와사풍으로 인한 신경마비 증상을 이야기하였고, 담당경찰관이 요구하지 않았음에도 본인 스스로 오른쪽의 입술을 막고 음주측정기 불대에 바람을 불려고 노력하였다. 따라서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 피고인에게 음주측정 거부의 범의가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
3. 결론
검사의 항소는 이유 없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4항 에 의하여 이를 기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