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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지법 1998. 9. 17. 선고 97가합3930 판결 : 항소
[조합원제명처분무효확인 ][하집1998-2, 133]
판시사항

[1] 노동조합의 조합원에 대한 제명처분의 요건

[2] 노동조합의 조합원이 그 조합장이 조합비를 횡령하였다는 허위의 사실을 유포한 혐의로 제명처분을 받는 경우, 그 제명처분이 징계권을 남용하여 무효라고 본 사례

판결요지

[1] 조합원들이 조합규약의 징계사유에 해당하는 비위를 저질렀다고 하더라도, 조합으로부터 제명하는 것은 조합원으로서의 신분을 상실시키는 제재로서 이른바 유니언 숍이 아닌 사업장의 경우에 있어서도 조합원인 근로자가 노동조합의 도움을 받아 혹시 있을지도 모를 회사측의 부당노동행위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는 기회를 박탈하게 되는 중대한 결과를 가져오는 것이므로 노동조합의 조직을 파괴하거나 적대적인 행위를 하여 조합원으로서 도저히 포용할 수 없는 경우에만 제명처분을 할 수 있다고 하여야 한다.

[2] 노동조합의 조합원이 그 조합장이 조합비를 횡령하였다는 허위의 사실을 유포한 혐의로 제명처분을 받는 경우, 그 제명처분이 징계권을 남용하여 무효라고 본 사례.

원고

원고 1외 3인 (소송대리인 변호사 이연봉)

피고

전국관광노동조합연맹 제주프린스호텔노동조합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덕수합동법률사무소 담당변호사 최병모 외 1인)

주문

1. 피고가 1997. 9. 18. 원고들에 대하여 한 제명처분은 각 무효임을 확인한다.

2. 소송비용은 피고의 부담으로 한다.

청구취지

주문과 같다.

이유

1. 기초 사실

피고 조합은 소속 조합원의 근로조건 유지 개선 및 경제적, 사회적 지위향상을 목적으로 소외 제주프린스호텔 주식회사 소속 근로자들을 구성원으로 하여 설립된 단위노동조합이고, 원고들은 피고 조합의 소속 조합원이었는데, 피고 조합은 1997. 9. 3. 원고들을 징계하기 위한 운영위원회를 개최하여, 원고들이 피고 조합 규약 제55조 제1항 각 호에 해당하는 행위를 하였다고 하여 원고들을 각 피고 조합으로부터 제명하는 처분을 내린 사실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고, 을 제1호증의 기재에 의하면, 피고 조합이 원고들을 제명하는 데 적용한 조합규약 제55조(징계)는 제1항에서, 조합원으로서 다음 각 호에 대항하는 자는 관계 기관의 결정으로서 징계(경고, 정권, 제명)에 처한다고 규정한 다음, 이하 ① 규약 제14조의 각 항을 위반하였을 시, ② 조합원으로서 체면을 현저하게 손상시켰을 시, ③ 조직의 혼란을 야기하여 조합의 권위를 실추시켰을 시, ④ 조합의 목적을 현저하게 위반하였을 시 등을 규정하고, 규약 제14조(조합원의 의무)는 조합원의 의무로서 ① 선언, 강령, 및 규약을 준수하고 조합 각 기관의 결정 사항과 지시 명령에 복종하여야 할 의무, ② 조합의 정당한 발전에 협력할 의무, ③ 조합의 명예를 유지할 의무, ④ 조합원은 임금총액의 3% 이내에서 총회 또는 대의원대회에서 결정한 조합비 및 장학기금 등 특별부과금을 납부할 의무 등을 규정하고 있는 사실을 인정할 수 있고 반증 없다.

2. 제명 정당성에 관한 판단

가. 제명 절차상 하자

원고들은 피고 조합이 원고들을 제명할 때 원고들에게 소명할 기회를 주지 않은 절차상 하자가 있다고 주장하고, 이에 대하여 피고 조합은, 원래 조합규약에는 징계를 함에 있어 당사자에게 소명의 기회를 주어야 한다는 조항도 없는데 피고 조합은 징계결의를 할 때 원고들에게 통지하여 소명의 기회를 부여하였으므로 징계절차상에 아무런 하자도 없다고 주장한다.

살피건대, 을 제1호증, 을 제5호증의 1 내지 8, 을 제6호증, 을 제7, 8호증의 각 1 내지 6, 을 제9호증, 을 제10호증의 1 내지 42의 각 기재와 증인 김성우, 오은미의 각 증언에 변론의 전취지를 종합하면, 피고 조합은 그 규약에서 조합원의 징계에 관하여 운영위원회에서 심의결정하고 징계처분을 당한 당사자가 그 징계에 이의가 있을 때는 징계 결의서 접수일로부터 7일 이내에 불복 이유를 명기하여 운영위원회에 재심을 요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는 사실, 그러나 징계결의 전의 당사자 소명기회에 대하여는 따로 규정하고 있지 않은 사실, 그런데 피고 조합에서는 1997. 9. 3. 원고들을 징계하기 위한 운영위원회 개최를 예정하고 그 이틀 전인 9. 1.경 그 부위원장인 소외 김성우를 통하여 원고들에게 위 운영위원회에 참석하여 소명하라고 통지하였고, 예정대로 열린 위 운영위원회 도중에도 원고들에게 와서 소명하라고 통지하였으나, 원고들은 통지를 받고도 징계결의를 하는 운영위원회에 참석하지 않은 사실, 위 운영위원회는 원고들은 피고 조합으로부터 제명하기로 결의하고 그 결과를 공고하였으며, 이에 원고들은 9. 4.경 운영위원회의 제명결의에 대하여 이의를 신청하자 피고 조합은 재심을 위한 운영위원회를 9. 13. 열기로 하고 원고들에게 이에 참여하여 제차 소명할 것을 9. 9.경 통지한 사실, 징계재심을 위한 운영위원회도 예정대로 열려 이 자리에서 원고들은 소명의 기회를 부여받은 사실을 인정할 수 있고 반증이 없다.

위 인정 사실에 의하면 피고 조합 규약에서는 제명처분시 소명기회가 부여되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지 않아 소명기회가 없었다고 하여도 그 제명처분이 무효인 것은 아니며, 또 규정에 없음에도 원고들은 피고 조합으로부터 제명처분을 받을 때 상당한 소명기회를 부여받은 만큼, 이 사건 제명처분에 절차적 하자가 있다는 원고의 주장은 이유 없다.

나. 제명 내용상 하자

원고들은 자신들에게 제명사유가 없음에도 피고 조합이 허위사실을 기초로 하여 원고들을 제명하였으므로 이는 무효이고, 만일 그렇지 않다고 하더라도 조합장 위 소외 1이 자신을 반대하는 원고들을 제거하기 위한 부당한 목적에서 제명처분을 한 것이므로 징계권남용으로 무효라고 주장하고, 이에 대하여 피고 조합은, 원고들이 조합장 위 소외 1이 조합비를 횡령하였다는 허위사실을 주장하며 조합장 및 부조합장의 불신임을 위한 임시총회를 요구하는 서명운동을 하였고, 대의원대회에서 그 요구를 받아들여 임시총회를 개최하기로 하자 그 결과가 어떠하든 승복한다고 하였다가 임시총회에서 조합장 및 부조합장의 불신임안이 부결된 후에도 여전히 허위사실을 기재한 유인물 등을 배포하거나 위 소외 1을 허위사실로 고소하는 등 징계사유를 규정한 조합규약 제55조 제1항 각 호에 해당하는 행위를 하였으므로 원고들에 대한 제명처분은 정당하다고 주장한다.

살피건대, 노동조합은 근로자의 근로조건 기타 사회적, 경제적 지위의 향상을 목적으로 결성된 단체이므로 그 단결력을 강화하기 위하여는 그 조합원인 개개의 근로자의 행동에 대하여 일정한 규제를 가할 수 있고(이하 이를 조합의 통제권이라 한다) 이러한 조합의 조합원에 대한 통제권은 근로자의 단결권 보장의 일환으로서 법이 허용하는 바라고 할 것이나, 그 통제권은 노동조합의 목적달성에 필요하고 또 합리적인 범위 내에 한정되어 진다고 할 것이므로 통제의 실효성을 보장하기 위한 징계권 또한 그 범위 내에서 행사되어야 한다는 한계를 가지는 것이다.

갑 제1호증의 1 내지 6, 을 제2호증, 을 제4호증의 1, 2, 3, 을 제5호증의 1, 을 제6호증의 각 기재와 증인 김성우, 이옥연, 오은미의 증언에 변론의 전취지를 종합하면, 원고들은 1997. 7. 19.경부터 조합장 위 소외 1이 조합비로 핸드폰을 구입하였다거나 조합 여직원이 퇴직한 뒤에도 그 월급을 회사로부터 지급받아 횡령하였다고 주장하면서 조합장을 비롯한 조합임원들의 불신임을 위한 총회를 소집하여야 한다고 조합원들을 상대로 서명운동을 전개한 사실(피고 조합은 원고들의 위와 같은 행동이 조합장 소외 1을 비롯한 피고 조합의 현 집행부를 몰아내려는 회사측의 사주에 의한 것이라고 주장하나, 이에 부합하는 위 김성우, 오은미의 증언은 믿지 아니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피고 조합의 대의원회의는 원고들의 주장을 받아들여 조합장 등 집행부의 불신임을 묻는 조합원 임시총회를 1997. 7. 30. 열기로 결정하면서 한편으로는 원고들로부터 위 임시총회의 모든 결과에 승복하겠다는 약속을 받아냈으며, 예정대로 열린 임시총회에서는 조합장 소외 1 등의 불신임안이 표결에 붙여져 불신임 찬성 48표, 반대 28표, 무효 3표로 출석인원 3분의 2 이상으로 되어 있는 의결정족수에 3표 모자라 불신임안이 부결된 사실, 그런데 원고들은 위와 같이 불신임안이 임시총회에서 가결되지 못한 이후에도 그 결과에 승복하지 아니하고 여전히 조합장의 사퇴를 주장하거나 조합장이 조합비 9,900,000원을 횡령하였다는 내용의 유인물을 배포하였고 조합장 소외 1을 횡령혐의로 고소하기에 이른 사실, 한편 수사기관에서는 위 고소에 대하여 무혐의결정을 하였고 이에 대하여 원고들은 항고한 상태인 사실을 인정할 수 있고 달리 반증이 없다.

위 인정 사실에 의하면, 위와 같이 원고들이 명확히 확인하지도 않고 마치 조합장 위 소외 1이 조합비를 횡령한 것처럼 조합원들에게 공개적으로 주장하여 조합장 소외 1의 명예를 훼손한 점, 특히 원고들이 주장하여 열린 임시총회에서 조합장 등의 불신임 결의가 부결되었으면 이에 승복하여 조합의 민주적 운영에 협조하여야 함에도 임시총회 후에도 여전히 조합장의 퇴진을 주장하는 등 규약에서 허용하는 적법한 절차에 의하지 아니한 방법으로 집행부의 교체를 꾀하는 분란을 일으킨 점, 그리하여 결과적으로 노동조합의 단결을 해쳐 피고 조합의 주장처럼 당면한 임금협상에 악영향을 끼친 점 등은 피고 조합 규약 제14조의1, 2, 3호(조합장 개인에 대한 비난이라 할지라도 그 내용이 조합장 직무와 관련되는 경우에는 조합의 명예를 훼손한 경우에 포함된다고 할 것이다)와 제55조 제1항 제3호에 해당하여 조합의 통제권에 기한 징계권의 대상이 된다고 할 것이다.

그러나 한편 피고 조합이 원고들에 대한 징계로서 선택한 제명처분이 피고조합의 규약 내용, 원고들의 규약 위반정도 등에 비추어 볼 때 노동조합의 목적달성에 필요하고 또 합리적인 범위 내에서 행하여진 정당한 처분인지의 여부에 관하여 보건대, 제명처분은 조합원으로서의 신분을 상실시키는 제재로서 이른바 유니언 숍이 아닌 사업장의 경우에 있어서도 조합원인 근로자가 노동조합의 도움을 받아 혹시 있을지도 모를 회사측의 부당노동행위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는 기회를 박탈하게 되는 중대한 결과를 가져오는 것이므로 노동조합의 조직을 파괴하거나 적대적인 행위를 하여 조합원으로서 도저히 포용할 수 없는 경우가 아니라면 함부로 내려서는 안된다는 점에서 다른 제재수단과는 달리 특히 신중히 처리하여야만 하는 한계를 가지고 있다고 할 것인데, 위에서 거시한 증거들 및 갑 제4호증에 의하여 인정되는 사실로서 조합장 소외 1은 비록 횡령한 것으로 판명나지는 않았다 하더라도 회사측으로부터 조합 여직원 월급 명목으로 9,900,000원을 수수하였고 또 이외에도 회사측과 돈을 주고받은 적이 있는 등 조합원들로부터 의심을 살 만한 행동을 한 것은 사실인 점(이는 임시총회에서 조합원의 과반수가 조합장 불신임에 찬성하는 결과로 나타났다.), 한편 원고들은 피고 조합으로부터 징계를 받은 전력이 없고, 나아가 원고들이 피고 조합을 파괴하기 위하여 위와 같은 분란을 일으킨 것이라고까지는 인정할 수 없는 점, 노동조합이란 근로자들의 자주적인 조직체로서 원하는 자는 누구든지 그 조합원이 될 수 있어야 하고, 또 그 민주적 발전을 위해서는 서로 의견이 다르더라도 내부의 언론 및 비판의 자유를 폭넓게 인정하여 함께 공존하는 민주적 훈련이 필요하다는 점, 피고 조합은 그 징계로서 경고, 정권, 제명의 3단계를 두고 있는 점 등을 감안하면, 원고들에게 앞서 본 바와 같은 잘못이 있다고 하더라도 이를 이유로 곧바로 가장 무거운 제명처분을 하는 것은 피고 조합이 징계권을 행사함에 있어 그 한계를 일탈하여 징계권을 남용한 경우에 해당한다. 결국 원고들에 대한 징계로서 제명처분을 선택한 것은 용인될 수 없다.

3. 결 론

그렇다면 원고들에 대한 위 1997. 9. 18.자 제명처분의 무효 확인을 구하는 원고들의 청구는 이유 있어 이를 인용하기로 한다.

판사 김용호(재판장) 강문원 강선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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