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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1997. 11. 11. 선고 95다22115 판결
[손해배상(자)][공1997.12.15.(48),3743]
판시사항

[1]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 제3조 단서 소정의 '승객의 고의 또는 자살행위'의 의미

[2] 운전자에 의한 급박한 범죄적 불법행위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승객이 달리는 택시에서 뛰어내려 사고를 당한 경우, 그 행위는 고의 또는 자살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본 사례

판결요지

[1]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의 목적이 자동차의 운행으로 사람이 사망하거나 부상한 경우에 있어서의 손해배상을 보장하는 제도를 확립함으로써 피해자를 보호하고 자동차 운송의 건전한 발전을 촉진함에 있음에 비추어 보면, 같은 법 제3조 단서 소정의 '승객의 고의 또는 자살행위'는 승객의 자유로운 의사 결정에 기하여 의식적으로 행한 행위에 한정된다.

[2] 운전자가 그 동안 정을 통해오던 여자의 변심을 알고 찾아가 차에 태운 후 강제적인 성행위, 폭행, 감금 등을 하면서 여자의 정차 요구에도 계속 이를 거절하자 여자가 달리는 차에서 무작정 뛰어내려 사고를 당한 경우, 이는 급박한 범죄적 불법행위를 벗어나기 위한 행위로서 비록 여자가 여러 시간 전에 일시적으로 자살을 기도했다는 사정을 감안하더라도 그의 자유로운 의사 결정에 따라 의식적으로 행한 자살행위라고 단정하기는 어렵고 오히려 운전자의 범죄행위로 유발된 자동차 사고일 뿐이므로, 이를 '승객의 고의 또는 자살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한 사례.

원고,상고인

원고 1 외 2인 (원고들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신화 담당변호사 유선호 외 1인)

피고,피상고인

승진통상 주식회사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지방법원 본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본다.

1.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그 거시의 증거에 의하여 피고소속 운전사인 소외 1 1992. 1. 24. 01:40경 피고 소유인 택시를 운전하여 서울 관악구 신림동 1665 소재 녹십자약국 앞길에서 시속 약 50km의 속력으로 달리던 중 위 택시 뒷좌석에 타고 있던 원고 원고 1이 위 택시에서 떨어져 부상을 입은 사실 및 원고 원고 2, 원고 3이 위 원고의 부모인 사실을 인정하고 나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피고는 위 택시의 운행으로 말미암아 원고들이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단한 다음, 그 내세운 증거에 의하여 위 소외 1는 1989년 중반 무렵부터 자신의 고종사촌 누나인 원고 원고 3의 딸인 원고 원고 1과 주위 친척들의 눈을 피하여 정을 맺어 오다가, 1990. 5.경 위 원고와의 관계를 청산하기 위하여 다른 여자를 사귀어 동거에 들어갔으나 위 원고를 잊지 못하여 다시 위 원고를 찾아가는 등 관계를 지속하였고, 위 소외 1가 다른 여자와 동거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위 원고로부터 배신하였다는 취지의 말을 듣게 된 사실, 그러던 중 위 원고가 1992. 1. 19.경 자신이 우연한 기회에 소개하여 준 소외 소외 2에게 호감을 가지고 계속 사귀려 한다는 소문을 듣고, 같은 달 23. 19:00경 위 택시로 위 원고를 찾아가 태우고 이를 운전하여 가면서 "그를 만나지 말라."고 요구하였으나 위 원고로부터 "누가 먼저 배신하였느냐."라는 항의를 받게 되자, 제1한강교 옆 고수부지에 이르러 위 원고에게 "자신과 위 원고가 그 동안 어떤 관계를 가져 왔는지 모두 위 소외 2에게 털어놓아 버리겠다."고 말하며 인천에 사는 위 소외 2에게 전화하여 만나자는 약속을 한 사실, 그러자 위 원고는 택시에서 내려 한강에 몸을 던지려고 하고 자기의 목에 두르고 있던 머플러를 꼬며 자살을 기도한 사실, 이에 위 소외 1는 위 원고의 기분을 풀어주려고 서울 구로구 가리봉동 소재 주점으로 가서 같이 술을 마신 뒤, 다음날인 같은 달 24. 00:30경 서울 구로구 구로3동 소재 와이케이케이 건물 옆에 이르러 위 택시 안에서 강제로 위 원고와 성관계를 맺고, 다시 위 택시를 운전하여 서울 관악구 신림8동 남부순환도로에서 시흥대로 대림동 방면 인터체인지에 도착할 무렵 위 소외 2의 전화번호가 적힌 노트가 들어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으로 앞좌석에 놓여 있던 위 원고의 가방을 택시 밖으로 던져버린 사실, 이에 뒷좌석에 앉아 있던 위 원고가 운전중인 그의 머리채를 잡아 흔들므로, 화가 나서 택시를 세운 뒤 뒷좌석 문을 열고 발로 위 원고의 허리를 2회 차 폭행한 다음 다시 위 택시를 운전하여 가는데 위 원고가 갑자기 뒷좌석 문을 열고 뛰어내려 위와 같이 부상을 입은 사실을 인정하고, 나아가 뛰어내린 경위에 대하여는 원고가 계속 정차를 요구했으나 소외 소외 1가 이를 거절하고 계속 진행하자, 이에 겁을 먹은 원고가 사고 장소에서 뒷문을 열고 뛰어내리다 지면에 추락하였다는 원고의 주장을 피고가 원용하였다고 판시한 후, 위 인정 사실에 따르면 위 사고는 위 원고가 위 택시가 진행중임을 알고서 뛰어내려 발생한 것이므로 이는 승객인 위 원고의 고의 또는 자살행위로 말미암은 것인 때에 해당한다고 보아, 이를 주장하는 피고의 항변을 받아들여 피고는 위 사고로 입은 원고들의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없다고 판단하였다.

2. 그러나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의 목적이 자동차의 운행으로 사람이 사망하거나 부상한 경우에 있어서의 손해배상을 보장하는 제도를 확립함으로써 피해자를 보호하고 자동차 운송의 건전한 발전을 촉진함에 있음( 위 법 제1조 참조)에 비추어 보면, 위 법 제3조 의 "자기를 위하여 자동차를 운행하는 자는 그 운행으로 말미암아 다른 사람을 사망하게 하거나 부상하게 한 때에는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을 진다. 다만 승객이 사망하거나 부상한 경우에 있어서 그것이 그 승객의 고의 또는 자살행위로 말미암은 것인 때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라는 취지의 규정에서 말하는 '승객의 고의 또는 자살행위'는 승객의 자유로운 의사 결정에 기하여 의식적으로 행한 행위에 한정된다 고 보아야 할 것이다.

그런데 이 사건에서 원심이 인정한 위 판시 사실관계를 보면 피해자인 원고 원고 1이 달리는 택시에서 뛰어내린 것은 위 택시의 운전사인 소외 1의 강제적인 성행위, 폭행, 감금 등 급박한 범죄적 불법행위를 벗어나기 위하여 무작정 택시에서 뛰어내린 것으로서, 이는 위 원고가 여러 시간 전에 일시적으로 자살을 기도하였다고 하는 사정을 감안하더라도 원고의 자유로운 의사 결정에 따라 의식적으로 행한 자살행위라고 단정하기는 어렵고 오히려 운전자인 소외 1의 범죄행위로 유발된 자동차 사고일 뿐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는데도 불구하고, 원심이 이를 '승객의 고의 또는 자살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것은 위 법조 단서의 해석을 잘못하였거나 그 적용을 잘못한 위법이 있는 때에 해당 하고, 그 위법은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쳤음이 분명하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위 원고의 행위가 고의 또는 자살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상고이유의 주장 속에 들어 있는 위와 같은 취지의 주장은 이유가 있다.

이에 나머지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을 생략하고 원심판결을 파기하여 사건을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관여 법관의 의견이 일치되어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서성(재판장) 최종영 이돈희(주심) 이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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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급 사건
-서울지방법원 1995.4.14.선고 94나1287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