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
2012고합325 살인, 사기, 사문서위조, 위조사문서행사, 절
도(일부 인정된 죄명 권리행사방해)
2012고합812(병합) 권리행사방해
피고인
A
검사
박영빈
변호인
변호사 B
판결선고
2012. 10. 11.
주문
피고인에 대한 형을 무기징역으로 한다.
이 사건 공소사실 중 사문서위조 및 위조사문서행사의 점은 무죄.
이유
범 죄 사 실
피고인은 2008. 10. 1. 수원지방법원에서 강도예비죄 등으로 징역 6월을 선고받고 2008. 10. 20. 그 형의 집행을 종료하였다.
[2012고합325호]
1. 살인 및 사기
피고인은 2008. 3.경부터 C(여, 27세)와 연인관계로 지내오면서 2009. 3.경부터 수차례에 걸쳐 C로 하여금 금융기관에서 대출을 받게 한 다음 이를 차용하였고, 2010. 1. 초순경 신용정보사에 채무불이행자로 등재된 상태에서 2010. 2. 하순경부터는 D(여, 26세)을 새로 사귀면서 수차례에 걸쳐 D으로 하여금 금융기관에서 대출을 받게 한 다음 이를 차용하였으며, 당구장 주인인 E로부터도 500여 만 원을 빌리는 등, 일정한 직업이나 소득이 없이 주위 사람들로부터 돈을 빌려 생활해 왔다.
한편 피고인은 2009. 2.경부터 피해자 F(여, 21세)과 연인관계로 지내던 중, 피해자가 부모의 이혼으로 인천에서 외조부모 및 여동생과 같이 생활하고 있는 등 가정형편이 좋지 않고 나이가 어리며 사회경험이 많지 않다는 점을 이용하여, 피해자가 우연한 기회에 사고를 당해 사망한 것으로 가장하여 살해함으로써 그녀를 피보험자로 하는 고액의 사망보험금을 편취하기로 마음먹었다.
피고인은 2010. 3. 중순경 보험모집인 일을 하는 고모 G를 통해 피해자로 하여금 '상해사망 2억 원, 질병사망 2억 원, 암 진단비 2,000만 원, 상해·질병 일당 3만 원'을 보장내용으로 하는 동부화재보험주식회사의 '무배당프로미라이프브라보라이프보험'에 가입하게 하였다. 위 보험의 수익자는 2010. 4. 초순경 법정상속인에서 피고인으로 변경되었다.
가. 살인
피고인은 우발적인 사고를 가장하여 피해자를 살해한 후 위 사망보험금을 수령하기로 마음먹고 그 기회를 노리고 있던 중, 2010. 4. 18. 23:20경 인천 남구 H에 있는 'I모텔' 객실을 예약한 후 그 부근에 있는 'J' 주점에서 피해자와 술을 마셔 피해자가 만취하게 하였다.
피고인은 'I모텔' 부근에 있는 'K' 횟집에서 산낙지 2마리는 물을 담은 봉지에 통째로 넣고 2마리는 잘라달라고 주문하여 이를 구입하고, 인근 편의점에서 소주와 맥주를 산다음 같은 날 03:00경부터 위 모텔 702호실에서 피해자와 함께 술을 마셨다.
그러던 중 피고인은 같은 날 04:00경부터 04:20경까지 사이에 피해자가 만취하여 저항을 할 수 없는 상태가 되자 부드러운 천과 같은 물체로 피해자의 코와 입을 막는 등의 방법으로 피해자로 하여금 질식케 하여 뇌사상태에 빠뜨리고, 2010. 5. 5. 21:00경 인천 남구 L에 있는 M병원 중환자실에서 무산소성뇌병증 및 심인성쇼크로 사망케 하였다.
이로써 피고인은 피해자를 살해하였다.
나. 사기
피해자가 가입한 보험은 피보험자인 피해자가 재해나 일반사망으로 인해 사망하였을 경우에 보험금이 지급되는 것으로서 수익자인 피고인이 피해자를 살해한 경우에는 보험금이 지급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피고인은 위와 같이 피해자를 살해한 후 2010. 5. 13.경 인천 부평구 N에 있는 'O' 사무실에서 팩스를 이용하여 동부화재보험주식회사에 '피해자가 산낙지를 먹던 중 낙지가 목에 걸려 질식해 사망하였으니 2억 원의 사망보험금을 지급해 달라'는 내용의 보험금 청구서를 전송하여 보험금을 청구하였다.
피고인은 위와 같이 보험담당자를 기망하여 이에 속은 동부화재보험주식회사로부터 2010. 7. 23. 피고인 명의의 신한은행계좌로 사망보험금 및 입원비 명목 2억 51만 원을 송금받아 이를 편취하였다.
2. 절도 및 권리행사방해
피고인은 2011. 7. 8.경 피고인 소유의 P 벤츠 E320 승용차를 Q에게 1,100만 원에 양도하였으나, 위 승용차를 순차 양도받아 실질적으로 소유하고 있는 피해자 R이 2011. 12. 중순경 인터넷 중고차판매 사이트에 위 승용차를 판매한다는 글을 올린 것을 보고, 차량 명의가 피고인 앞으로 남아 있고 아직 이전되지 않은 것을 기화로 위 승용차를 몰래 가져와 이를 대부업체에 담보로 제공하고 돈을 마련하기로 마음먹었다.
피고인은 그 무렵 피해자에게 전화를 걸어 차량을 구입하고 싶다고 한 후, 2011. 12. 19. 16:30경 대전 대덕구 송촌동에 있는 국민은행 앞에서 피해자를 만나 "나는 S라고 하고, 인터넷 쪽 일을 하는 사람인데, 나중에 차를 사러 다시 올 것이니 주소를 알려달라"고 거짓말하여 피해자로부터 그의 주소를 알아낸 다음, 그 부근에 있는 벤츠판매점에서 위 승용차의 전자키를 분실하였다고 신고하여 새로 전자키를 교부받았다.
그 후 피고인은 2011. 12. 21.경 친구 T과 함께 대전 대덕구 U에 있는 피해자 주거지인 V아파트 104동 주차장으로 찾아가 위 승용차를 가져오려 하였으나, 위 승용차가 그곳에 없는 것을 발견하고 피해자에게 전화를 걸어 "모뎀번호를 알려주면 요금이 저렴한 인터넷 서비스에 가입시켜 주고, 상품권도 주겠다, 지금 집으로 가서 이를 확인하고 알려 달라"고 거짓말하여 피해자를 속이고 그가 집으로 돌아와 위 승용차를 주차하기를 기다렸다.
피고인은 같은 날 13:06경 피해자가 위 벤츠 승용차를 운전하여 와 주차장에 주차하는 것을 보고, 피해자에게 다시 전화를 걸어 "유리한 조건으로 인터넷 서비스에 가입하게 해 줄 테니 집에 들어가 모뎀번호를 불러 달라"고 하여 그로 하여금 위 승용차에서 떠나게 한 다음, 미리 준비한 전자키로 위 승용차의 문을 열고 운전하여 갔다.
이로써 피고인은 피해자 R의 위 승용차(시가 15,500,000원 상당)에 대한 권리행사를 방해함과 동시에 그 안에 들어 있던 피해자 W 소유의 현금 2,000,000원, 지갑 1점 및 가방 1점을 절취하였다.
[2012고합812호]
3. 권리행사방해
피고인은 2011. 2. 10. 인천 남구 X건물 205동 2504호에 있는 Y 주식회사 사무실에서, Z SM5 중고차량을 구입하면서 피해자 주식회사 솔로몬저축은행으로부터 중고차량 구입자금 대출 명목으로 1,200만 원을 대출받고, 2011. 2. 11.경 위 대출금채무에 대한 담보로 위 차량에 관하여 피해자를 근저당권자로 하는 채권최고액 1,200만 원의 근저당권을 설정하였다. 그럼에도 피고인은 2011. 4. 중순경 위 차량을 명의이전 없이 이른바 '대포차'로 팔기 위하여 AA에게 인도하였고, 위 차량은 AB에게 대포차로 양도되었다.
이로써 피고인은 피해자의 권리의 목적이 된 피고인의 위 차량의 소재를 확인할 수 없도록 은닉하여 피해자의 권리행사를 방해하였다.
증거의 요지
[판시 제1의 사실]
1. 증인 AC, AD, G, D, AE, AF, AG, AH, AI, AJ, AK, AL, C의 각 법정진술
1. AM, AE, AC, AN, AO에 대한 각 검찰 진술조서, C, T, AP, AQ에 대한 각 경찰 진술조서, AG 작성의 진술서
1. 무배당프로미라이브 브라보라이프 보험청약서, 장기상해브라보라이프 계약변경신청서, 진단서, 사망진단서, 의무기록사본증명서, 구급활동일지 사본, 진료소건서사본, 응급실 간호기록지 사본, 응급임상사본, 입금확인증 사본, 신한은행거래내역, 예금거래실적증명서, 입출금내역, 사건현장사진, Ask역발신, Algt역발신, Akt역발신, 모텔 객실사진, 감정의뢰회보(낙지유전자 검출여부), 수사보고서(F 통화내역 자료 첨부)
[판시 제2의 사실]
1. 피고인의 법정진술
1. R, Q에 대한 각 경찰 진술조서
[판시 제3의 사실]
1. 피고인의 일부 법정진술
1. AR에 대한 경찰 진술조서, 자동차등록원부
[판시 전과]
1. 범죄경력조회
법령의 적용
1. 범죄사실에 대한 해당법조 : 형법 제250조 제1항(살인의 점), 형법 제347조 제1항 (사기의 점), 형법 제329조(절도의 점), 각 형법 제323조(권리행사방해의 점)
1. 형의 선택 : 살인죄에 대하여 무기징역형을, 나머지 죄에 관하여 징역형을 각 선택
1. 누범가중 : 형법 제35조, 구 형법(2010. 4. 15. 법률 제10259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42조 단서
1. 경합범 처벌 : 형법 제37조 전단, 제38조 제1항 제1호, 제50조(형이 가장 무거운 살인죄에 대하여 무기징역형을 선택하였으므로 다른 형을 과하지 아니함)
피고인 및 변호인의 주장에 대한 판단(살인 및 사기 범행 부분)
1. 주장
피고인 및 변호인은 피해자가 산낙지를 먹다가 질식사한 것일 뿐 피고인이 피해자를 살해한 사실이 없고, 따라서 보험금을 편취한 것도 아니라고 주장한다.
2. 판단
가. 살인죄 등과 같이 법정형이 무거운 범죄의 경우에도 직접증거 없이 간접증거만에 의하여 유죄를 인정할 수 있고, 살해의 방법이나 피해자의 사망경위에 관한 중요한 단서인 피해자의 사체가 멸실된 경우라 하더라도 간접증거를 상호 관련하에서 종합적으로 고찰하여 살인죄의 공소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대법원 2012. 9. 27. 선고 2012도2658 판결 등 참조).
나. 피해자의 사망원인
피해자는 2010. 4. 19. 04:20경 I모텔 객실에서 호흡과 맥박이 정지된 상태에 이르렀고, 같은 날 04:34경 AS병원 응급실에 들어와 그 날 오후 M병원으로 옮겨져 심폐기능은 돌아왔으나 깨어나지 못하고 있다가 2010. 5. 5. 21:00경 M병원에서 무산소성 뇌병증 및 심인성쇼크에 의한 다발성장기부전, 급성신부전으로 사망하였다. 처음 피해자를 관찰하고 점검하였던 AS병원 의료진과 이를 이어받아 이후 피해자의 건강상태를 계속 점검하고 관리하였던 M병원 의료진은 일치하여 피해자의 심폐기능 정지는 질식에 기인한 것이라고 판정하고 있다. 피해자의 연령, 건강 상태나 치료 전력 등에 비추어 피해자가 갑작스러운 심폐기능 정지 상태에 이를만한 다른 이유는 보이지 않는다. 특히, 피해자가 심폐기능 정지 상태에 이를 당시 그 현장에서 피해자를 직접 지켜보았던 피고인 스스로 자신이 보는 앞에서 피해자가 호흡곤란으로 인한 질식 때문에 심폐기능정지 상태에 이르렀다고 일관하여 이야기하고 있는 상황에서, 피해자가 다른 이유로 심폐기능 정지 상태에 이르렀을 수도 있다고 상정하는 것은 합리적인 추론이나 의심이라고 할 수 없다. 결국, 피해자가 I모텔 객실에서 심폐기능이 정지된 것은 호흡곤란으로 인한 질식에 기인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다. 질식의 원인
(1) 피고인은 피해자가 산낙지를 먹다가 질식하였다고 일관하여 주장하나, 다음과 같은 사정에 비추어 보면 그 주장은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
① 증거조사 결과에 의하면, 피고인과 피해자는 2010. 4. 18. 23:20경부터 주점에서 술을 마신 후 산낙지 네 마리(통낙지 두 마리, 자른 낙지 두 마리)와 술을 사서 2010. 4. 19. 03:00경 모텔에 투숙하였는데, 당시 피해자는 술에 만취한 상태였다. 피고인은 04:20경 객실 내 전화로 프론트에 있던 종업원 AG에게 "여자친구가 낙지를 먹다가 숨을 쉬지 않는다"며 119에 신고해 줄 것을 요청하였다. AG는 04:24경 119에 신고를 한 다음, 1층으로 내려온 피고인과 함께 객실에 올라가 출입구 쪽에서 의식을 잃고 있는 피해자를 보았는데, 피해자는 평온한 표정으로 잠을 자듯 하늘을 향해 반듯하게 누워 있었다. 피해자로부터 2미터 정도 떨어진 객실 안쪽에는 술잔과 잘려진 낙지가 들어있는 1회용 용기, 통낙지 한 마리가 담긴 검은 비닐봉지, 작은 수건이 있었고, 피해자 근처에는 큰 수건과 통낙지 한 마리가 떨어져 있었는데, 술자리는 전혀 흐트러지지 않은 상태였다.
② 피해자가 평온한 표정으로 잠을 자듯 하늘을 향해 반듯하게 누워 있었고, 술자리가 전혀 흐트러지지 않은 상황은, 피고인의 주장과 양립할 수 없다. 피해자가 산낙지를 먹다 질식에 이를 정도로 호흡곤란을 느꼈다면 고통으로 괴로워하며 강하게 몸부림쳤을 것이기 때문이다. 피해자가 누워 있던 곳이 술자리와는 상당히 떨어진 출입구 쪽인 점도 설명하기 어렵다.
③ 관련 자료에 의하면 피고인은 AG가 보는 앞에서 피고인이 피해자의 입 안에 있는 산낙지를 빼내었다거나, 병원 의료진이 피해자의 입 안에서 산낙지를 빼낸 것을 보았다는 취지로 주장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AG는 일관하여 위와 같은 사실을 목격한 적이 없다고 하고, AS병원과 M병원 의료진도 일치하여 피해자의 입 안에서 산낙지를 빼낸 사실이 없다고 한다.
또 피고인은 처음에는 피해자의 입 안에서 산낙지가 보이지 않아 빼내지 못했는데 AG가 온 뒤 손가락을 넣어 산낙지를 빼내었다고 주장하기도 하였으나, 법의학자 AJ, AH은 일치하여 음식물을 밀어내리는 연하작용을 감안할 때 위와 같은 주장은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판정하고 있다.
④ 피해자가 먹은 산낙지에 관하여 피고인이 사건 관련자들에게 하였던 말은 일관성도 없다. 즉, 피고인은 AK, AM, C, AP, T 등에게는 피해자가 통낙지를 먹다가 질식하였다고 하고, G, AE, AL 등에게는 피해자가 통낙지에서 잘라낸 낙지 다리를 먹다가 질식하였다고 하는 등, 사람에 따라 상당히 다른 내용으로 이야기를 하였다. 뿐만 아니라 피고인은 T, AK에게 피해자가 통낙지를 먹었다고 하다가 나중에는 낙지 다리를 먹었다고 하면서 말을 바꾸기도 하였다.
⑤ 피고인이 구입한 낙지는 해물탕 용으로 쓰는 큰 것이어서 통째로는 먹을 수 없는 크기였고, 통낙지 두 마리 중 한 마리는 비닐봉지 안에 한 마리는 피해자 근처 바닥에 떨어져 있었는데 두 마리 다 누군가가 먹던 것으로 보이지는 않았으며(증거기록 805쪽 이하, 878쪽 이하 사진, AG의 법정진술, 증거기록 560쪽, 1848쪽), 피해자는 치아우식증으로 인하여 양 어금니의 저작기능이 현저히 저하되어 있는 상태였는데 그러한 피해자가 아무리 취하였다고 해도 산낙지 같이 씹기 힘든 음식을 제대로 자르지도 않고 먹는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려운 사정 등도, 피해자가 낙지를 먹다가 갑자기 호흡곤란을 일으켰다는 피고인의 말을 받아들이기 어려운 이유이다.
(2) 이상과 같이 낙지로 인한 질식의 가능성을 제외한 다음, 이 사건 당시의 객관적인 상황을 중심으로 하여 피해자가 질식에 이른 이유를 추론해 보면 피고인의 행위 외에는 다른 원인을 상정하기 어렵다.
피해자는 심폐기능이 정지될 정도로 극심한 호흡곤란에 시달렸음에도 불구하고 피해자의 신체나 사건 현장에는 당연히 나타나야 할 피해자의 격렬한 몸부림의 흔적을 전혀 발견할 수 없다. 피해자의 신체나 사건 현장 상황으로 볼 때 피해자는 몸부림을 치기는커녕 아무런 요동도 없이 평온한 자세로 잠을 자듯 반듯하게 누워 숨을 거둔 것처럼 보인다. 피해자가 술에 만취하였던 사정을 고려하더라도 이는 아주 이례적인 상황이다. 피해자가 몸부림을 치지 않았다고 상정하기보다는 몸부림을 칠 수 없었던 사정이 있었다고 추론하는 것이 자연스러우며, 몸부림을 칠 수 없었던 이유는 피해자가 호흡곤란으로 심폐기능 정지에까지 이르는 과정을 바로 곁에서 지켜보고 있었다고 스스로 주장하는 피고인의 유형력 행사 외에는 다른 원인을 상정하기 어렵다. 결국, 피해자는 만취한 상태에서 코와 입을 막는 등 호흡을 곤란하게 하는 피고인의 유형력 행사에 제대로 저항하지 못하고 심폐기능 정지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의 신체나 사건 현장에 저항의 흔적이 거의 남지 않은 것은 만취한 피해자의 미약한 저항을 피고인이 압도적으로 제압하였기 때문이고, 코와 입을 막은 흔적 등이 남지 않은 것은 현장에서 발견된 타월 등과 같은 부드러운 천을 사용하였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밤새워 마신술로 만취하였던 피해자와는 달리, 피고인은 심폐기능이 정지된 피해자를 업고 I모텔 객실을 나와 6층에서부터 1층까지 계단을 내려 온 다음 AS병원으로 뛰어갈 정도로 정신이 온전하였던 사정도 위와 같은 추론의 유력한 근거가 된다. 나아가, 다음과 같은 여러 정황도 이러한 추론을 뒷받침한다.
라. 이 사건 전후의 정황
(1) 피고인은 당시 신용불량자로 일정한 직업이나 지속적인 소득 없이 가끔 유리창닦는 일 등을 하면서 생활하였고, 연인관계였던 C나 D 및 주변 지인들로부터 수차례 금원을 차용하였으며 이 사건 보험 가입 당시 C 등으로부터 수차례에 걸쳐 채무 변제를 독촉받는 등 금전적으로 궁핍한 상태에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은 C로부터 차용한 금원으로 싼타페 차량을 구입한 것을 비롯하여 수차례에 걸쳐 고급 수입 승용차를 구입하기도 하는 등 피고인의 형편에 비하여 과다한 금전소비를 하고 있었다. 더욱이 피고인은 당시 별다른 예상 수입이 없었음에도 C, D 등에게 "돈이 나올 곳이 있다"고 말하기도 하였다(C, D의 법정진술, 증거기록 603쪽 등), 이는, 피고인에게 경제적 궁핍을 면할 목적으로 보험금을 노리고 피해자를 살해할 동기가 있었다고 볼만한 사정들이다.
(2) 이 사건 보험은 피해자가 보험모집 일을 하는 피고인의 고모 G를 통해 보험설계사 AC에게 가입한 것인데, AC, G는 피해자와 직접 만나거나 연락한 적이 없고 보험가입 및 그 후의 수익자 변경은 모두 피고인을 통하여 이루어졌다. AE은 이 사건 보험가입 당시 피해자로부터 "피고인이 가족들의 암 병력을 걱정하면서 보험을 들어준다고 하였다"는 말을 들었는데(AE의 법정진술, 증거기록 1211쪽), 피고인은 AC에게 피고인을 수익자로 하여 사망보장이 큰 보험을 들어 달라고 하였다. 당시 피해자는 21세의 젊은 여성으로 치아우식증을 앓고 있던 것 외에는 특별한 병력이 없었고, 피해자의 외조모와 친모에게 암 병력이 있기는 하였으나 가족들 중에 암으로 사망한 사람은 없었다. 이러한 보험 가입이나 수익자 변경 경위는 상당히 이례적일 뿐 아니라, 피해자가 피해자 형편에는 상당한 고액인 월 13만 원의 보험료를 납부하면서까지 사망보장이 큰 보험을 들 이유도 특별히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보험의 보장내용 중에는 암진단비도 포함되어 있으나 그 보장액은 2천만 원에 불과하다).
(3) 피고인은 I모텔 종업원 AG에게 119 신고를 요청하였다. 그러나 피고인과 피해자는 당시 모두 휴대폰을 가지고 있었고, 이 사건 직후의 통화내역에 비추어 보면 위 휴대폰 모두 당시 사용이 가능한 상태였던 것으로 보인다(증거기록 863쪽, 1581쪽)1). 그럼에도 피고인이 AG에게 119 신고를 부탁한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피해자의 호흡과 맥박이 정지할 때까지 시간을 끄는 동시에 목격자를 만들기 위한 것이라는 의심을 갖게 하는 대목이다.
(4) 이 사건 이후 피고인의 행동 역시 결혼을 앞둔 연인을 갑작스런 사고로 잃은 사람의 처신으로서는 도저히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이 많다.
① 피고인은 이 사건 이틀 후인 2010. 4. 21. 신한은행에 피고인 명의의 계좌를 개설하였고, 2010. 4. 29. 위 계좌에서 2회 보험금 13만 원을 송금하여 납부하였다. 피고인은 2010. 5. 13. 보험금을 청구하여 2010. 7. 23. 위 계좌로 보험금 2억 51만 원을 송금받은 다음, 채무를 변제하고 전세금을 지급하는 한편 G, T에게 별다른 이유 없이 금원을 지급하거나 D에게 승용차를 사 주기도 하는 등으로 상당히 짧은 시간 내에 대부분의 보험금을 소비하였다.
② 피고인은 피해자를 M병원으로 옮긴 날 피해자의 친모 AM가 피해자가 G를 통해들은 보험이 무엇인지 묻자, 보험금을 내지 않아 실효되었다고 거짓말을 하였다(증거기록 1863쪽). 피고인은 그 후인 2010. 4. 말경 피해자의 친부 AK와 계모 AL에게 "피해자가 5천만 원짜리 보험을 들어놓은 것이 있는데 수익자가 AM로 되어 있다. AM에게 보험금을 줄 수는 없지 않느냐, 수익자를 피해자의 동생 AE으로 변경하겠다"고 거짓말을 한 다음, AE이 신분증을 분실하여 수익자를 AE으로 변경하지 못하였다고 하며 브로커를 통해 수익자를 피고인으로 변경하여 보험금을 지급받아 주겠다고 하였다. 그러나 피해자 사망 후인 2010. 5. 중순경 AK가 집으로 배송된 보험증권을 통해 보험금이 2억 원인 사실을 알고 피고인에게 이를 따져 묻자, 피고인은 "브로커가 임의로 보험금을 올린 것 같다"는 등으로 평계를 대다가 보험금을 지급받은 후 이를 AK에게 알리지 않고 연락을 끊었다.
③ 피고인은 피해자가 응급실 또는 중환자실에 있을 때 AC에게 전화하여 피해자의 사고 소식을 알리며 보험에 관하여 문의하였고, G와 함께 AC의 사무실에 찾아가 "피해자의 부모가 사망보험금 수익자 관련 소송을 걸면 부모들에게 보험금의 일부를 주어야 하느냐"고 물어보기도 하였다. 이에 AC은 "보험금의 40% 정도는 부모에게 주어야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대답하였다(수사기록 1283쪽).
④ 피해자가 병원에 입원하여 회복하지 못하고 사경을 헤매고 있는 동안에도 피고인은 D과 계속 만나면서 그 가족들과 함께 삼성산 등산을 하는 등, 태연하게 D과의 교제를 지속하였다.
⑤ 이러한 행동들은 피고인이 AG나 119 대원, 의사 및 피해자 가족들 앞에서 보인 피해자의 사고에 매우 큰 충격을 받아 흥분하고 슬퍼하는 모습과는 어울리지 않은 것이다. 피고인의 위선적인 면모가 드러나면서, 피해자의 사고에 진심으로 충격을 받고 슬퍼하였다는 피고인의 주장을 믿을 수 없도록 하는 부분이다.
마. 소결론
위와 같은 제반 사정을 상세히 살펴보면, 이 사건 살인 및 사기의 공소사실은 넉넉히 유죄로 인정된다. 위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는다.
양형의 이유
[주된 범죄인 살인죄의 양형기준]
○ 유형 및 권고영역 : 살인범죄, 가중영역, 제3유형
○ 특별양형인자 : 가중요소 - 계획적 살인 범행, 범행에 취약한 피해자
○ 권고 형량범위 : 15년 이상, 무기 이상
[선고형의 결정] 무기징역형
살인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존엄한 가치를 가진 인간의 생명을 빼앗는 행위로 어떠한 방법으로도 그 피해를 회복시킬 수 없다.
피고인은 보험금을 노리고 연인관계에 있던 피해자를 살해하였다. 그 범행이 매우 치밀하고 계획적으로 이루어졌을 뿐 아니라, 재산적 탐욕에 기인하여 피고인에 대한 피해자의 애정과 신뢰를 이용하고 살해할 것을 계획하였다는 점에서 지극히 비인간적 이고 잔혹하다. 사랑하는 가족을 잃은 피해자 유족들의 슬픔과 고통은 가늠하기조차 쉽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 범행 후 이 법정에 이르기까지 피고인이 보인 태도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이 이러한 범행을 저지른 것에 대한 두려움이나 후회, 피해자에 대한 죄책감 등의 감정을 느끼고 있다고 보이지 않는다.
피고인의 불우한 성장환경 등 나름대로 피고인에게 유리한 양형조건을 모두 감안하여 심사숙고해 보더라도, 유죄로 인정되는 범죄사실 전체에 대한 피고인의 죄책은 우리 사회 구성원과 법질서가 범죄인에게 베풀 수 있는 관용과 포용의 한계를 고민하게 한다. 심리 과정에서 확인된 제반 사정을 고려하여 피고인을 사회로부터 영구히 격리시키기로 한다.
무죄 부분
1. 사문서위조 및 위조사문서행사
가.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은 보험모집 일을 하는 고모 G를 통하여 보험대리점 직원 AC과 접촉하여 F으로 하여금 2010. 3. 25, 피보험자 'F', 수익자 '법정상속인'으로 하는 동부화재보험주식회사의 '무배당프로미라이프브라보라이프보험'계약을 체결하도록 하였다.
피고인은 2010. 3. 하순경 G에게 보험수익자를 기존의 '법정상속인'에서 자신으로 변경해 줄 것을 요청하여, G를 통해 2010. 3. 29.경 AC으로 하여금 수익자를 'A, AY, 배우자'로 변경하는 내용의 두 쪽짜리 보험계약변경신청서를 출력케 하였다. 피고인은 그 무렵 'AZ주점'에서 G로부터 변경신청서를 건네받아 2010. 4. 초순경 인천 이하 장소를 알 수 없는 곳에서 F에게 사망수익자를 기존의 법정상속인에서 피고인으로 변경하는 내용이 기재된 변경신청서 2쪽을 보여주지 아니하고 이러한 사실을 알리지도 아니한 채, 보험계약과 관련하여 필요하다고 F을 속여 이에 속은 그녀로 하여금 '계약변경 문구'만 기재된 변경신청서 1쪽의 서명·날인 란에 서명과 사인을 하게 하고, 그 무렵 새로이 새겨 가지고 있던 F 명의의 도장을 날인하였다.
이후 피고인은 그 무렵 인천 이하 장소를 알 수 없는 곳에서 위 계약변경신청서 2쪽 하단의 '개인 신용정보의 제공 및 활용 동의서' 아래에 있는 신청인의 성명 및 서명 란에 불상의 방법으로 F의 이름을 기재하고, 그녀의 서명인 듯한 표시를 한 후 이를 G에게 건네주고, G는 그 무렵 'AZ주점'에서 위와 같이 위조한 F 명의의 계약변경신청서를 AC에게 건네주었다.
또한 피고인은 2010. 4. 8.경 F에게 보험계약과 관련하여 필요하다며 그녀 명의의 인감증명서를 발급받아 줄 것을 요청하여 인천 남구 BA사무소에서 F으로 하여금 위와 같이 계약변경신청서 1쪽에 날인한 도장으로 인감변경신청을 하게하고, 그녀 명의의 인감증명서를 발급받게 한 후 이를 건네받아 G에게 건네주고, G는 2010. 4. 9.경 'AZ주점'에서 AC에게 위 인감증명서를 건네주었다.
AC은 같은 날 인천동암우체국에서 F 명의의 인감증명서 및 위와 같이 위조된 F 명의의 계약변경신청서를 그 위조사실을 모르는 동부화재보험주식회사에 등기우편으로 제출하여 2010. 4. 12.경 접수되도록 하였다.
이로써 피고인은 권리의무에 관한 사문서인 F 명의의 보험계약변경신청서를 위조하고, 이를 행사하였다.
나. 판단
피고인은 공소사실 기재 계약변경신청서를 위조한 사실이 없다고 다툰다.
이 부분 공소사실은 피고인이 두 장으로 된 보험계약변경신청서 중 두 번째 장만 위조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변경신청서 첫 장에는 다른 내용은 거의 없이 '계약변경 내용(뒷면)과 같이 신청합니다'라고만 기재되어 있어서, 첫 장에 서명한 F이 두 번째 장의 존재를 몰랐다는 것은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 계약변경시 필요한 인감증명서도 F이 직접 발급받은 것이다. 계약변경신청서상의 F 서명이 위조된 것인지에 대한 국립과학 수사연구소와 대검찰청 문서감정과의 감정결과도 서로 다르다(국립과학수사연구소의 감정결과는 청약서와 변경신청서의 서명을 포괄적으로 비교·대조한 것이기는 하나, 일단 모두 동일인의 필적으로 판단된다는 것이고, 위와 같이 감정한 BB는 변경신청서 첫 장과 두 번째 장의 서명이 동일인의 것인지 여부는 자료가 부족하여 판단할 수 없다고 하였다). 더욱이 대검찰청 문서감정과의 감정결과는 두 번째 장의 F 이름 부분과 서명 부분을 기재한 필기구가 서로 다르다는 것인데, 피고인이 위조한 것이라면 하나의 필기구로 이름과 서명 부분을 모두 기재하는 것이 오히려 자연스럽다. 한편 AC은 수사기관에서 G로부터 변경신청서를 받았을 때 두 번째 장에 F의 서명이 되어 있었는지는 기억나지 않고, 보험계약서의 기재사항 중 누락된 것이 있을 때는 직원들이 이를 보충하기도 한다고 진술하였다.
이러한 사정을 모두 종합하여 보면, 공소사실 기재 변경신청서상의 서명이 F의 의사에 기하여 이루어졌을 가능성 또는 보험사 직원 등 피고인 외의 제3자에 의하여 이루어졌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결국 검찰이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고인이 공소사실 기재와 같이 보험계약변경신청서를 위조했다는 사실을 인정하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따라서 이 부분 공소사실은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의하여 무죄를 선고한다.
2. 절도
검사는 판시 제2항 기재 권리행사방해의 공소사실에 관하여 주위적으로 절도죄로 기소하였다.
그러나 피고인이 이 사건 승용차에 관하여 99%의 공유지분을 가지고 있고, 나머지 1%가 피고인과 연인관계에 있는 D의 동생 BC의 명의로 되어 있기는 하나 피고인이 이 사건 승용차를 단독으로 구입하고 임의로 처분하는 등 전적으로 권리를 행사하고 있었던 사정에 비추어, 이 사건 승용차는 피고인의 소유로서 절도죄의 객체인 타인의 재물에 해당하지 않는다 할 것이다.
따라서 이 부분 공소사실은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의하여 무죄를 선고하여야 하나, 예비적 공소사실인 판시 제2항 기재 권리행사방해죄를 유죄로 인정한 이상 주문에서 따로 무죄의 선고를 하지 않는다.
판사
재판장 판사 박이규
판사 김국식
판사 신혜성
주석
1) 피고인은 당시 사용하던 휴대폰(AT)으로 2010. 4. 19. 05:18 AE(AU)에게 전화를 하였고 그 후에도 계속 통화를 한 내역이 나타난다. 한편 AE은 F이 당시 사용하던 휴대폰(AV)으로 2010. 4. 19. 09:44경 이복오빠 AW(AX)에게 전화를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