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
2016가단522845 손해배상(기)
원고
A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포럼
담당변호사 박선영
피고
B
소송대리인 변호사 윤중철, 소순진
소송대리인 변호사 소송복대리인 변호사 박지훈
변론종결
2018. 6. 21.
판결선고
2018. 8. 9.
주문
1. 이 사건 소 중 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위반(카메라등이용촬영), 협박으로 인한 손해배상청구 부분을 각하한다.
2. 피고는 원고에게 10,145,001원 및 그 중 10,000,000원에 대하여는 2008. 11, 9.부터, 145,001원에 대하여는 2014. 1. 4.부터 각 2018. 8. 9.까지는 연 5%,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5%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3. 원고의 나머지 청구를 기각한다.
4. 소송비용은 각자 부담한다.
5. 제2항은 가집행할 수 있다.
청구취지
피고는 원고에게 금 40,145,001원 및 그 중 40,000,000원에 대하여는 2008. 11. 9.부터, 145,001원에 대하여는 2014. 1. 4.부터 각 이 사건 소장 부본 송달일까지는 연 5%,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5% 의 각 비율에 의한 금원을 지급하라.
이유
1. 이 사건 소 중 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위반(카메라등이용촬영), 협박으로 인한 손해배상청구 부분에 관한 직권 판단
가. 인정사실
원고는 2014. 1. 6. 수원중부경찰서에 피고가 원고 몰래 원고의 신체를 촬영한 사진을 원고의 가족 등에게 보내겠다고 협박하였다는 내용 등으로 진정하였다.
담당 경찰관은 원고와 피고의 진술을 청취하고 증거를 확인하는 방법으로 조사한 후 피고의 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위반(카메라등이용촬영), 협박 범죄혐의가 인정된다는 이유로 기소 의견으로 사건을 수원지방검찰청에 송치하였다.
원고와 피고는 2014. 2. 10. 수원지방검찰청 형사조정실에서 열린 제1차 형사조정기일에 참석하여, 피고가 원고에게 더 이상 전화 등의 연락을 하지 않고 C 등의 자료를 즉시 삭제하고 추후 협박 등을 하지 않기로 약정하고, 원고는 피고에 대한 고소를 취하함과 아울러 더 이상 민·형사상 이의를 제기하지 아니하기로 합의(이하 '이 사건 합의'라 한다)하였다.
위 사건은 담당 검사는 2014. 2. 21. 피고의 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위반(카메라등이용촬영)의 점에 관하여는 원고가 2014. 2. 10. 피고의 처벌을 원하지 아니하는 의사표시를 하였다는 이유로 기소유예처분을 하였고, 협박의 점에 관하여는 이 사건은 피해자의 명시한 의사에 반하여 피의자를 처벌할 수 없는 범죄인데, 원고가 2014. 2. 10. 피고의 처벌을 원하지 아니하는 의사표시를 하였다는 이유로 공소권없음의 불기소처분을 하였다.
[인정근거] 갑 제6, 7, 8, 9, 10, 24, 26호증, 을 제5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나. 판단
위 인정사실에 의하면, 원고는 2014. 2. 10. 피고와 사이에 피고의 성폭력범죄의처벌 등에관한특례법위반(카메라등이용촬영), 협박 행위에 대하여 손해배상청구를 하지 않기로 하는 부제소합의를 하였다고 봄이 타당하므로, 이 사건 소 중 위 부분은 부제소합의에 반하여 제기된 것으로 권리보호의 이익이 없어 부적법하다.
이에 대하여 원고는, 이 사건 합의는 원고가 2014. 2. 10. 형사조정실에서 5년간 결혼을 전제로 교제한 피고가 사실은 유부남이면서 자신을 속여 왔다는 사실을 알게 되어 극도의 충격을 받고 정신적, 심리적 궁박 상태에서 보상에 관한 내용이 없이 이루어진 것으로 민법 제104조의 불공정한 법률행위에 해당하므로 무효라고 주장한다.
갑 제10호증의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피고가 원고와 교제할 당시 사실은 유부남이었으나 원고가 2014. 1. 6.경까지 피고를 이혼남으로 알고 있었던 사실은 인정할 수 있다. 그러나 원고가 주장하는 바와 같은 사정으로 형사조정절차에서 이루어진 이 사건 합의의 효력을 부인하기는 어렵다(원고 본인 신문 결과에 의하더라도, 원고는 이 사건 합의 일인 2014. 2. 10. 이전에 피고에게 처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는 것이다).
또한 원고는, 이 사건 합의는 피고가 잘못을 시인하고 정중하게 사과하고, 피고의 C자료를 즉시 삭제할 것을 조건으로 하고 있으나, 피고는 이 사건 소송절차에서 피고의 잘못을 부인하였고 피고의 C에는 원고의 지인들이 여전히 친구로 등록되어 있는바, 피고는 이 사건 합의 조건을 위반하였으므로, 이 사건 합의는 실효되었거나 이 사건 합의를 주장하는 것은 권리남용에 해당하여 무효라는 취지로 주장한다.
갑 제24호증의 기재에 의하면, 2014. 2. 10.자 형사조정조서에 "피고가 잘못을 시인하고 정중하게 사과하고 원고의 요구대로 카메라에 저장되어 있는 내용을 삭제하고 C 또는 보관하고 있는 원고와 관한 모든 물건을 하나도 남김없이 삭제하기로 하고 서로 모른체하고 전화나 지인을 통해서도 일체의 연락을 금지하는 조건으로 원만하게 합의하고 고소를 취하함"이라고 기재되어 있는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그러나 위 인정사실에 원고 본인 신문 결과를 보태어 보면, 피고가 2014. 2. 10. 형사조정기일에서 형사 조정지원담당관이 있는 자리에서 원고에게 무릎을 꿇고 사과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는바, 위 형사조정조서의 내용은 피고가 당일 원고에게 사과하였다는 의미로 기재되었다고 봄이 타당하다. 또한 피고가 이 사건 합의 이후 원고에게 어떠한 방법으로든 연락하거나 협박하지 않은 사실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는바 피고의 C에 원고의 학교, 직장사이트, 원고의 지인들이 일부 친구로 등록되어 있는 사정만으로는 피고가 이 사건 합의를 위반하여 효력이 없다거나, 이 사건 합의의 유효를 주장하는 것이 권리남용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
원고의 주장은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2. 본안에 관한 판단
가. 원고의 주장
피고는 원고에게 자신을 원고보다 4살이 많고 아들 1명을 키우는 이혼남이라고 소개하였고, 원고와 피고는 혼인을 전제로 교제를 하였으나, 사실은 피고는 가명을 사용하였고 원고보다 9살이 많았으며 2명의 아들이 있었고 원고와 법률상 혼인을 할 수 없는 유부남이었다.
원고는 피고와 5년가량 교제를 한 후인 2014년 2월경 피고가 원고의 신체를 몰래 촬영한 범행의 수사과정에서 피고가 유부남이라는 사실을 비로소 알게 되었다.
피고는 원고에 대하여 혼인빙자간음의 불법행위를 저질렀으므로 이로 인한 위자료를 지급할 의무가 있고, 원고의 휴대전화를 손괴하였으므로 휴대전화 수리비 145,001원을 배상할 의무가 있다.
나. 판단
1) 인정사실
이혼한 후 자녀를 키우고 있는 원고는 2008년 9월경 이혼한 사람들이 가입하는 인터넷 커뮤니티를 통하여 알게 된 피고와 교제하기 시작하였다. 원고와 피고는 2008. 11. 9. 여행을 가서 처음으로 성관계를 하였다. 피고는 원고와 교제 초반에 피고의 이름과 나이, 자녀 수 등을 속였고, 이후 원고가 알게 되었으나 피고가 사과하여 교제를 지속하였다.
피고는 2013. 12. 12.경 원고에게 프로포즈 반지를 선물하였고, 그 무렵까지 결혼을 전제로 교제하면서 한 달에 두어 번씩 지속적으로 성관계를 하였다.
그 이후 원고는 피고가 원고와의 결혼 준비를 계속하여 미루는 것에 실망하여 피고에게 헤어질 것을 요구하였고, 피고는 2014. 1. 4.경 원고가 대화내용을 휴대전화로 녹음하였다는 이유로 원고 소유의 갤럭시노트 2 휴대전화를 바닥에 던져 액정을 깨트려 수리비 145,001원 상당이 들도록 휴대전화 액정화면을 손괴하였다.
원고는 2014년 1월경 위 재물손괴 사건에 관하여 경찰서에서 조사를 받으면서 피고가 사실은 유부남이었으나 마치 이혼남인 것처럼 원고를 속인 사실을 알게 되었다.
피고는 수원지방법원 2014고약1374호로 위 재물손괴죄로 벌금 30만 원의 양식명령을 발령받았고, 위 형은 그 무렵 그대로 확정되었다.
[인정근거] 갑 제1 내지 5, 10호증의 각 기재, 증인 D의 증언, 원고 본인 신문 결과, 변론 전체의 취지
2) 판단
성적 자기결정권은 스스로 선택한 인생관 등을 기초로 각자가 독자적으로 성적 가치관을 확립하고 이를 바탕으로 자기 스스로 내린 결정에 따라 자기 책임 아래 상대방을 선택하고 성관계를 가질 권리를 의미하는데, 여성의 입장에서도 성관계를 가질 것인지 여부는 스스로 판단하고 그에 따르는 책임도 스스로 지는 것이 원칙이다. 그러나 위와 같은 성적 자기결정권은 다른 사람으로부터 부당한 간섭을 받지 아니하고 자신의 자유로운 의사에 기하여 상대방을 선택하고 성관계를 가질 권리를 의미하고, 나아가 우리 사회의 혼인과 성행위에 대한 인식, 이에 대한 평가 등에 비추어 볼 때 상대방이 결혼을 한 사람인지 여부는 성관계를 맺을 상대방을 선택함에 있어 매우 중요한 기초가 되는 사실이다. 일방이 자신의 혼인사실에 관하여 상대방에게 적극적으로 허위의 사실을 고지하거나, 상대방으로 하여금 착오에 빠지도록 명시적 또는 묵시적으로 유도하는 행위는 모두 상대방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것으로 불법행위에 해당한다.
앞서 본 바와 같이 원고는 피고가 유부남인 사실을 알지 못한 채 교제하고 성관계로 나아간 사실을 인정할 수 있고, 이후 피고가 유부남인 사실을 알게 됨으로써 원고가 이로 인한 정신적 고통을 받았을 것임은 경험칙상 명백하다. 또한 피고는 원고의 휴대전화를 손괴하였으므로, 피고는 위와 같은 불법행위로 원고가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나아가 피고가 지급하여야 적극적 손해는 휴대전화 수리비 145,001원이 되고, 피고가 지급하여야 할 위자료 액수는 원고와 피고의 교제 경위 및 기간, 피고의 기망행태, 원고와 피고의 나이, 이로 인하여 입은 원고의 정신적 충격, 그 이후의 정황 등 이 사건 변론에 나타난 여러 사정을 참작하여, 10,000,000원으로 정한다.
따라서 피고는 원고에게 10,145,001원 및 이에 대하여 그 중 10,000,000원에 대하여는 불법행위일인 2008. 11. 9.부터, 145,001원에 대하여는 불법행위일인 2014. 1. 4.부터 각 피고가 이행의무의 존재여부 및 범위에 관하여 항쟁함이 타당하다고 인정되는 이 판결 선고일인 2018. 8. 9.까지는 민법이 정한 연 5%,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이 정한 연 15%의 각 비율로 계산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3. 결론
그러므로 이 사건 소 중 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위반(카메라등이용촬영), 협박으로 인한 손해배상청구 부분은 각하하고, 이 사건 청구를 일부 인용한다.
판사
판사 서수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