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시사항
가. 번역의 완성과 동시에 그 번역저작권을 출판사에 귀속시키는 합의의 효력
나. 서적의 제호를 상표로 등록한 경우 상표권의 효력
판결요지
가. 번역의 완성과 동시에 그 번역저작권을 출판사에 귀속시키는 합의는 저작물의 저작권을 그 저작과 동시에 저작자 일신에 전속하도록 한 저작권법에 위배되어 무효이다.
참조조문
신 청 인
황세연
피신청인
박효성
주문
1. 신청인과 피신청인 사이의 당원 93카합12206호 서적인쇄판매금지가처분신청사건에 관하여 당원이 1994.4.8.에 한 가처분결정은 이를 취소한다.
2. 신청인의 이 사건 신청을 모두 기각한다.
3. 소송비용은 신청인의 부담으로 한다.
4. 제1항은 가집행할 수 있다.
신청취지
신청인은 당원 93카합12206호 서적인쇄판매금지가처분신청사건에 관하여 당원이 1994.4.8.에 한 가처분결정의 인가를 구하고, 피신청인은 주문과 같은 판결은 구하다.
이유
1. 기초사실
신청인은 도서출판 중원문화란 상호로 서적출판업을 하면서(다만, 그 사업자등록명의는 처인 신청외 윤길순으로 함) 1987.10.30.경부터 1990.12.경까지 '녹정기'라는 제목의 서적 전11권을 출판한 바가 있고, 피신청인은 1992.10.경부터 위 서적에 약간의 수정을 거쳐 이를 전12권으로 한 별지목록 기재 서적(이하 이 사건 서적이라 한다)을 출판하고 있으며, 한편 신청인은 1993.5.27. 이 사건 서적의 제호인 '녹정기'를 상품구분 052류 서적 외 1건으로 하여 등록번호 제92-005450호로 특허청에 상표등록을 한 사실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고, 신청인이 피신청인을 상대로 주위적으로는 이 사건 서적에 대한 저작권침해 및 예방금지청구권을, 예비적으로는 위 상표권침해 및 예방금지청구권을 각 피보전권리로 하여 신청한 당원 93카합12206호 서적인쇄판매금지가처분신청사건에 관하여 당원이 1994.4.8. 이 사건 서적에 대한 피신청인의 인쇄, 판매, 배포를 금지하는 내용의 가처분결정을 한 사실은 당원에 현저하다.
2. 피보전 권리유무
가. 주위적 신청원인
신청인은 이 사건 주위적 신청원인으로서, 신청인은 1987.3.31. 이 사건 서적의 저작권을 그 번역자인 신청외 박영창으로부터 양수한 저작권자이므로 그 저작권에 기하여 이 사건 가처분결정의 인용을 구한다고 주장하므로 살피건대, 이에 부합하는 소갑 제2호의 1,2(각 내용통지문), 소갑 제27호증(확인서), 소갑 제28호증의 1,2(각 내용통고문)의 각 일부기재 및 증인 김준성의 일부증언은 아래에서 인정하는 사실에 비추어 믿지 아니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소명이 없는 한편, 소을 제1호증{휴업(폐업)사실증명원}, 소을 제3호증(도서출판약정서), 소을 제4,5호증(각 등록증), 소을 제6호증(불기소증명원)의 각 기재 및 소갑 제1호증(계약서), 위 소갑 제28호증의 1,2의 각 일부기재와 증인 박영창의 증언에 변론의 전취지를 종합하면, 이 사건 서적은 1979년경부터 중국 무협소설을 전문적으로 번역해 오던 신청외 박영창이 대만작가인 김 용이 저작한 녹정기를 번역한 것으로, 위 박영창은 1985년경 이 사건 서적 중 제1권을 이미 번역하여 신청외 대룡출판사와 출판계약을 맺으려 하던 중 신청인의 요청으로 원고 1매당 금 1,000원으로 하여 신청인에게 위 번역원고를 넘기기로 약정한 사실, 그 후 제1권이 출판된 이후 위 책이 잘 팔리지 않는다며 그 가격을 낮추어 달라는 신청인의 요청에 따라 제2권에서 제6권까지는 원고 1매당 금 600원으로 하기로 하였으나, 신청인이 그 원고료지급을 지체하므로 제7권부터는 원고료를 1매당 금 800원으로 인상하고, 그 번역마감일 및 그 원고료 지급날짜를 상호 명백히 하기 위하여 1987.3.31. 신청인 주장의 이 사건 원고계약서(소갑 제1호증)에 의한 서면계약을 체결하게 된 사실, 그 후 신청인은 1990.12.경까지 위 서적을 출판하다가 노사분규로 1991.4.경 폐업하게 되어 이를 더 이상 출판하지 못하게 되자, 위 박영창은 1992.7.30.경 피신청인과 사이에 신청인이 출판하던 위 서적을 일부 수정, 가필하여 이를 다시 출판하기로 하는 출판권설정계약을 체결하고 원고료로 원고지 1매당 금 1,800원을 지급받기로 한 사실, 그 후 위 박영창은 1994.1.26.에는 등록번호 제940090호로 이 사건 서적에 대한 저작권을 등록하였고, 피신청인은 같은 날 등록번호 940091호로 위 출판권설정등록을 마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는바, 위 인정사실에 의하면, 신청인과 위 박영창 사이의 1987.3.31.자 계약은 저작물 이용대가를 판매부수에 따라 지급하는 것이 아니라 미리 일괄지급하는 형태로서 소위 매절계약이라 할 것으로, 그 원고료로 일괄지급한 대가가 인세를 훨씬 초과하는 고액이라는 등의 소명이 없는 한 이는 출판권설정계약 또는 독점적 출판계약이라고 봄이 상당하므로 위 계약이 저작권양도계약임을 전제로 하는 신청인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가사 신청인의 위 주장을 위 출판권에 기한 침해금지의 뜻이 포함되어 있는 취지로 보더라도, 출판권은 당사자 사이에 특별한 약정이 없는 한 3년 간 존속하는바, 신청인의 출판권은 위 계약일로부터 3년이 경과하여 이미 소멸되었음은 역수상 명백하다).
신청인은 또 신청인이 위 박영창을 고용하여 이 사건 서적을 번역하게 하였다든가, 위 1987.3.31.자 약정에 의하여 이 사건 서적의 저작권을 신청인에게 귀속시키기로 약정하였으므로 그 번역저작권은 신청인에게 있다는 취지의 주장을 하므로 살피건대, 위 박영창이 신청인에게 고용되어 신청인의 지시 감독에 따라 이 사건 서적을 번역하였음을 인정할 아무런 소명이 없으며, 가사 위 약정을 신청인 주장대로 번역의 완성과 동시에 그 번역저작권을 신청인에게 귀속시키는 합의로 본다 하더라도 이러한 합의는 저작물의 저작권은 그 저작과 동시에 저작자에게 귀속되고 특히 저작인격권은 저작자 일신에 전속하도록 한 저작권법에 위배되어 무효라고 보아야 할 것이므로(저작권법 제14조 제1항) 신청인의 위 주장들은 모두 이유 없다.
그렇다면, 신청인이 어떠한 형식으로든지 이 사건 서적에 대한 저작권을 가지고 있음을 전제로 하는 신청인의 위 주위적 신청은 이유 없다.
나. 예비적 신청원인
신청인은 예비적 신청원인으로서, 신청인이 이 사건 서적의 제호를 상표로서 등록하였으므로 피신청인이 이 사건 서적에 동일한 제호를 붙여 출판하는 것은 신청인의 상표권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주장하며 이에 기하여 이 사건 서적에 대한 출판금지를 구하므로 살피건대, 신청인이 이 사건 서적에 제호인 '녹정기'에 대해 상표등록을 한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으나, 상표법 제51조의 규정에 의하면, 상표권은 등록이 되어 있다 하더라도 품질을 나타내는 보통명칭으로 사용하거나 관용상표인 경우에는 상표권의 효력이 미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바, 서적의 제호를 상표로 등록한 경우 이 문자를 동일한 서적의 제호로 사용하는 경우에는 그것은 그 해당저작물의 창작물로서의 명칭 내지는 그 내용을 나타내는 것으로, 이러한 창작물을 출판하고 제조, 판매하고자 하는 자는 저작권법에 저촉되지 않는 한 누구든지 사용할 수 있어야 할 것이므로 이는 위 상표법 제51조의 품질을 나타내는 보통명칭 또는 관용상표와 같은 성격을 갖는다 할 것이어서 상표권의 효력이 미치지 않는다고 해석하여야 할 것이므로 신청인의 위 주장도 이유 없다.
3. 결 론
그렇다면, 신청인의 이 사건 가처분신청은 피보전권리에 대한 소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여 그 이유가 없다 할 것이므로, 주문 제1항 기재 가처분결정을 취소하고 신청인의 이 사건 신청을 모두 기각하며, 소송비용의 부담에 관하여는 민사소송법 제89조를, 가집행선고에 관하여는 같은 법 제199조를 각 적용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별지생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