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시사항
장물인 현금과 자기앞수표를 금융기관에 예치하였다가 현금으로 인출한 경우, 인출한 현금의 장물성 상실 여부(소극)
판결요지
장물이라 함은 재산범죄로 인하여 취득한 물건 그 자체를 말하고, 그 장물의 처분대가는 장물성을 상실하는 것이지만, 금전은 고도의 대체성을 가지고 있어 다른 종류의 통화와 쉽게 교환할 수 있고, 그 금전 자체는 별다른 의미가 없고 금액에 의하여 표시되는 금전적 가치가 거래상 의미를 가지고 유통되고 있는 점에 비추어 볼 때, 장물인 현금을 금융기관에 예금의 형태로 보관하였다가 이를 반환받기 위하여 동일한 액수의 현금을 인출한 경우에 예금계약의 성질상 인출된 현금은 당초의 현금과 물리적인 동일성은 상실되었지만 액수에 의하여 표시되는 금전적 가치에는 아무런 변동이 없으므로 장물로서의 성질은 그대로 유지된다고 봄이 상당하고, 자기앞수표도 그 액면금을 즉시 지급받을 수 있는 등 현금에 대신하는 기능을 가지고 거래상 현금과 동일하게 취급되고 있는 점에서 금전의 경우와 동일하게 보아야 한다.
참조조문
피고인
피고인 1 외 1인
상고인
검사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본다.
1. 원심이 인정한 사실관계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그 채용 증거들을 종합하여 다음과 같은 사실을 인정하였다.
가. 공소외 주식회사 세원의 과장으로서 물품판매 및 수금 업무에 종사하던 제1심 공동피고인은 자신이 감원 대상이라는 것을 알고서 이에 반발하여, 1996. 3. 5. 거래처인 공소외 주식회사 미원, 주식회사 대한제당으로부터 물품대금 명목으로 교부받아 보관중이던 약속어음 8매 액면 합계 829,124,426원을 영득할 의사로, 이를 할인의뢰할 권한이 없음에도 그 권한이 있는 것처럼 가장하여 공소외 정남규에게 할인을 의뢰하면서 교부하여, 정남규로부터 그 할인금 명목으로 그 날 금 7억 4,648만 원, 같은 달 7일 금 4,500만 원을 자기앞수표와 현금으로 교부받아 그 중 금 2억 5,000만 원은 자신 명의의 평화은행 예금계좌에, 금 3억 4,100만 원은 자신 명의의 보람은행 예금계좌에, 금 2,400만 원은 자신 명의의 신한은행 예금계좌에 각각 예치하였다가 같은 달 8일까지 그 대부분을 현금으로 인출하였다.
나. 피고인 2는 같은 달 14일 자신의 집에서 제1심 공동피고인으로부터 그가 위와 같이 취득 보관중이던 현금 중 금 9,500만 원을 보관하여 달라는 부탁을 받고서 이를 교부받아 같은 달 27일까지 자신의 집에 보관하고, 제1심 공동피고인으로부터 같은 달 14일 현금 300만 원, 같은 달 17일 현금 300만 원, 같은 달 18일 현금 400만 원, 같은 달 19일 현금 1,000만 원을 자신의 집에서 각각 교부받아 취득하였다.
다. 피고인 1은 제1심 공동피고인으로부터 피고인 2가 보관중이던 현금 9,500만 원을 건네받아 전달해 달라는 부탁을 받고, 같은 달 27일 13:30경 피고인 2의 집에서 피고인 2의 처 공소외 1로부터 현금 9,500만 원 중 금 7,000만 원을 건네받아 그 중 금 6,800만 원을 공소외 2 명의의 조흥은행 예금계좌에 입금하였다가 수시로 인출하여 소비하였다.
2. 채증법칙 위배 및 횡령에 관한 법리오해 주장에 대하여
관계 증거를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이, 위와 같이 피고인 1이 공소외 1로부터 현금 9,500만 원 중 금 7,000만 원만 교부받았다고 인정한 조치는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에서 주장하는 바와 같은 채증법칙 위배로 인한 사실오인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그리고 제1심 공동피고인의 횡령행위는 그가 정남규로부터 할인금 명목으로 자기앞수표와 현금을 교부받은 때에 비로소 완성되므로, 그 자기앞수표와 현금은 제1심 공동피고인의 정남규에 대한 사기죄의 장물이 아니고 주식회사 세원에 대한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횡령)죄의 장물이라는 취지의 상고이유의 주장은, 다음에서 보는 바와 같이 원심이 그 자기앞수표와 현금을 장물로 인정한 결론에서는 정당하여 판결 결과에 영향이 없으므로 받아들일 수 없다.
3. 장물에 관한 법리오해 주장에 대하여
가. 원심은, 피고인들이 제1심 공동피고인이나 공소외 1로부터 교부받은 이들 현금이 장물인 정을 알면서도, 1의 나, 다항 기재와 같이 이를 보관 또는 취득하였다는 공소사실 부분에 대하여 다음과 같은 이유를 들어 무죄로 판단하였다.
제1심 공동피고인이 위와 같이 정남규를 기망하여 판시 약속어음 8매의 할인금 명목으로 자기앞수표와 현금을 교부받은 것은 제1심 공동피고인이 판시 약속어음 8매를 정남규에게 할인을 의뢰하여 교부함으로써 성립한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횡령)죄의 불가벌적 사후행위가 아니라 새로운 법익을 침해한 행위로서 사기죄가 성립하여 이들 자기앞수표와 현금은 사기죄의 장물에 해당하지만, 제1심 공동피고인이 그 자기앞수표와 현금 중 일부를 은행에 예치하였다가 다시 인출한 현금은 장물을 처분한 대가로 취득한 물건으로서 이미 장물성을 상실하였다고 보아야 할 것이고, 피고인들이 보관하거나 취득한 현금이 제1심 공동피고인이 그의 예금계좌에서 인출한 현금이 아니고 정남규로부터 교부받은 현금 자체라고 인정할 증거가 없으므로, 이 부분 공소사실은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한다.
나. 그러나 원심의 이 부분 판단은 수긍할 수 없다.
장물이라 함은 재산범죄로 인하여 취득한 물건 그 자체를 말하고, 그 장물의 처분대가는 장물성을 상실하는 것이지만(대법원 1972. 6. 13. 선고 72도971 판결, 1972. 2. 22. 선고 71도2296 판결 등 참조), 금전은 고도의 대체성을 가지고 있어 다른 종류의 통화와 쉽게 교환할 수 있고, 그 금전 자체는 별다른 의미가 없고 금액에 의하여 표시되는 금전적 가치가 거래상 의미를 가지고 유통되고 있는 점에 비추어 볼 때, 장물인 현금을 금융기관에 예금의 형태로 보관하였다가 이를 반환받기 위하여 동일한 액수의 현금을 인출한 경우에 예금계약의 성질상 인출된 현금은 당초의 현금과 물리적인 동일성은 상실되었지만 액수에 의하여 표시되는 금전적 가치에는 아무런 변동이 없으므로 장물로서의 성질은 그대로 유지된다고 봄이 상당하고(대법원 1999. 9. 17. 선고 98도2269 판결 참조), 자기앞수표도 그 액면금을 즉시 지급받을 수 있는 등 현금에 대신하는 기능을 가지고 거래상 현금과 동일하게 취급되고 있는 점(대법원 1993. 11. 23. 선고 93도213 판결 등 참조)에서 금전의 경우와 동일하게 보아야 할 것이다 .
따라서 제1심 공동피고인이 장물인 자기앞수표와 현금을 그의 명의의 예금계좌에 예치하였다가 현금으로 인출하였다고 하여 인출된 현금이 장물로서의 성질을 상실하였다고 볼 수는 없고, 피고인들이 그 정을 알고서 이를 보관 또는 취득하였다면 장물죄가 성립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은, 위에서 본 바와 같이 피고인들이 교부받은 현금이 제1심 공동피고인이 정남규로부터 교부받은 현금 그 자체라고 인정할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무죄라고 판단하였으니, 원심판결에는 장물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고, 이 점을 지적하는 상고이유의 주장은 이유 있다.
4. 결 론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