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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1988. 1. 19. 선고 86다카1954 판결
[약속어음금][공1988.3.15.(820),446]
판시사항

가.은행의 채무자가 그 채무변제를 위하여 제3자 발행의 어음을 교부하는 것의 법적 성질

나. 수취인으로부터 기망당하여 발행한 어음이 융통어음인지 여부

판결요지

가. 일반적으로 은행의 예금주가 제3자 발행의 어음을 예금으로서 자신의 구좌에 입금시키는 것은 추심의 위임이라고 보아야 하겠지만 은행의 채무자가 그 채무의 변제를 위하여 제3자 발행의 어음을 교부하는 것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어음상의 권리의 양도로 보는 것이 합리적이고 이를 단순한 추심권한만의 위임이라고 할 수는 없다.

나. 융통어음은 자금을 필요로 하는 자에게 자기의 신용을 이용하여 자금을 융통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하여 발행하는 어음을 말하는 것이므로 발행인이 수취인에게 당초의 어음들을 발행해 준 것은 수취인이 발행인의 자금융통 또는 신용선전을 위한 것이라는 말에 기망당한 것이지 수취인으로 하여금 자신의 신용을 이용하여 자금을 융통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면 당초의 어음이나 그 개서어음을 가리켜 융통어음이라고는 할 수 없다.

원고, 상고인

주식회사 조흥은행 소송대리인 변호사 김인섭 외 2인

피고, 피상고인

태양금속공업주식회사 소송대리인 변호사 함정호 외 1인

주문

상고를 기각한다.

상고비용은 원고의 부담으로 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본다.

1. 제1점, 제2점, 제3점에 관하여,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그 증거에 의하여 소외 1이 원고은행 반도지점과 소외 일신제강주식회사의 명의로 판시와 같은 비정상적인 당좌거래를 하던 중 1982.4.경 그 당좌대월액이 수십억에 이르러 원고은행으로부터 채무변제를 독촉받게 되자 그에게 자금의 융통을 부탁한 바 있는 피고회사의 어음을 편취하여 이로써 위 당좌대월채무의 상환압박을 잠시라도 모면하기로 마음먹고 1982.4.27 피고회사 전무 소외 2에게 피고회사는 규모가 작아 아직 금융계에 신용이 없으니 고액의 어음을 발행하여 이를 결제할 능력이 있는 듯이 선전할 필요가 있고 또 자기가 피고회사에게 사채를 직접 제공하면 자금출처 등이 문제될 가능성 있으므로 피고회사가 어음을 발행하여 주면 자기가 단자회사를 통하여 매입하는 형식으로 사채를 제공하겠으며 피고회사가 발행하는 어음을 교환에 회부하더라도 자신의 자금으로 결제자금을 입금시켜 부도되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거짓말을 하고 이에 속은 위 소외 2로부터 그날과 그 다음날에 걸쳐 지급기일을 1982.4.30 수취인을 백지로 한 각 액면금 10억원짜리의 어음 6장 등 모두 92억원 상당의 피고회사 어음을 발행교부 받음으로써 이를 편취한 후, 원고은행 반도지점장에게 20억원은 위 일신제강주식회사의 당좌대월채무의, 40억원은 역시 그가 소외 공영토건주식회사 명의로 당좌거래를 하는 원고은행 덕수지점에 대한 당좌대월채무의 각 일부변제에 써달라고 하면서 위 어음들 중 각 액면금 10억원짜리의 어음 6장을 교부한 사실, 원고은행 반도지점은 위 어음2장에 그가 보관중인 일신제강주식회사의 고무인과 인장을 사용하여 같은 회사명의로 배서를 한 다음 교환에 돌리면서 위 일신제강주식회사의 당좌계정에 20억원이 입금되어 당좌대월이 그 만큼 감소된 것으로 처리하였으나(위 어음 중 4장은 원고은행 덕수지점이 같은 방법으로 위 공영토건주식회사의 배서를 거쳐 동 회사의 당좌계정에 입금처리한 후 교환에 들렸다), 같은 달 30 위 소외 1이 그 전날 수사기관에 연행된 사실을 알고 위와 같이 교환에 회부한 어음들이 자금조치되지 아니하여 부도처리될 것으로 예상하고 피고회사와의 사이에 피고회사가 위 교환회부한 어음과 같은액면의 어음을 발행하여 주면 원고은행은 위 교환회부한 어음의 부도를 취소하여 주기로 합의하고 이에 따라 같은 날 피고회사로부터 지급기일 및 수취인을 백지로 한 각 액면금 10억원짜리의 어음 6장을 발행받고 당좌계정상 위 일신제강주식회사 및 공영토건주식회사에 각 20억원 및 40억원을 새로이 당좌대월해준 것으로 기장한 다음 액면금 10억원짜리의 자기앞수표를 발행하여 이로써 교환에 회부하였던 당초 어음 6장을 회수하였고, 따라서 위 각 회사들의 당좌계정상 그들의 당좌대월액은 위 당초 어음액을 입금으로 처리하기 이전의 상태로 환원된 사실, 그런데 위와 같이 부도취소 처리과정에서 당초 어음 중 원고은행 반도지점이 일신제강주식회사 명의로 배서하여 교환에 회부한 어음1장의 지급은행인 서울신탁은행 천호동지점과의 연락에 차질이 생겨 원고은행 반도지점은 피고회사로부터 재차 발행받은 어음 1장에 그의 명의로 배서를 하여 교환에 회부하였다가(당시 위 반도지점은 위 어음액면 금 10억원을 일신제강주식회사로부터의 가수금을 입금받은 것으로 처리하였다) 1982.5.3 그 어음의 부도를 막기 위하여 다시 피고회사에게 같은 액면상당의 어음을 요구하여 피고회사로부터 이 사건 어음을 발행, 교부받은 다음 일신제강주식회사로부터의 가수금에서 10억원을 인출하는 것으로 하여 같은 액면의 자기앞수표를 발행하고 이로써 위 어음1매를 회수한 사실을 확정한 다음 피고회사가 당초어음들의 부도를 막기 위하여 발행한 어음들 및 그 어음 중 사무착오로 다시 교환에 회부된 어음 1장의 부도를 막기 위하여 발행한 이 사건 어음은 모두 종전의 어음들이 부도처리되는 것을 되막는 방법으로 그 지급기일을 늦추기 위하여 종전의 어음들에 대치하여 발행해준 이른바 개서어음 또는 연기어음으로서 종전어음과 동일한 성질을 가지는 것이고 한편 소외 1이 원고은행에 당초의 어음들을 교부한 것은 어음상의 권리의 양도가 아니고 단순히 추심의 권한만을 위임한 것이라고 봄이 상당하므로 피고회사는 당초 어음이 사취어음이라는 소외 1에 대한 항변으로서 원고은행에 대항할 수 있는 것이라 하여 원고의 이 사건 어음금 청구를 배척하고 있다.

기록에 의하여 원심의 사실인정은 옳게 수긍이 되고 또한 이 사건 어음이 당초어음에 대한 개서어음이라는 판단까지도 옳은 것으로 받아 들여진다.

그런데 일반적으로 은행의 예금주가 제3자 발행의 어음을 예금으로서 자신의 구좌에 입금시키는 것은 추심의 위임이라고 보아야 하겠지만 은행에 대한 채무자가 그 채무의 변제를 위하여 제3자 발행의 어음을 교부하는 것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어음상의 권리의 양도로 보는 것이 합리적이고 이를 단순한 추심권한만의 위임이라고 할 수는 없다 할 것이므로 이 사건에서도 위 소외 1이 피고회사 발행의 당초 어음들을 그가 위 일신제강주식회사 명의로 당좌거래하는 원고은행 반도지점에 대한 당좌대월채무의 변제를 위하여 같은 지점에 교부한 것은 어음상의 권리를 양도한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고 원심이 인정한 어음교부의 경위에 따르더라도 이를 단순한 추심권의 위임인 것으로만 보기는 어렵다 할 것이어서 원심의 이 점에 대한 판단은 잘못되었다 할 것이나 원심은 가정 판단으로서 위 교부행위가 어음상 권리의 양도라고 하더라도 원고은행이 위 소외 1로부터 당초의 어음들을 취득할 때 그 어음이 사취어음이라는 점과 그 취득으로 피고회사를 해하게 된다는 점을 알고 있었던 것이므로 역시 피고회사는 위 소외 1에 대한 인적 항변으로서 원고은행에게 대항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고 기록에 의하여 원심의 이와 같은 판단도 충분히 수긍되므로 거기에 주장하는 바와 같은 채증법칙을 어긴 위법은 찾아볼 수 없는 바, 그렇다면 피고회사는 위 소외 1에 대한 인적 항변으로서 원고은행에 대항할 수 있는 것이라는 원심의 판단도 역시 정당하다 할 것이므로 결국 원심판결에는 소외 1의 어음교부행위의 성질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은 있으나 그것이 판결의 결과에 영향을 미친 것은 아니라 할 것이다. 주장은 이유없다.

2. 제4점에 관하여,

원심판결을 기록과 함께 보면, 원고는 피고회사가 당초에 발행한 어음이 이른바 융통어음임을 들어 피고회사는 원고가 그 정을 알고 취득한 여부에 관계없이 이 사건 어음금을 지급하여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고 그 주장은 피고회사가 위 어음을 융통어음이라고 항변하였음을 전제로 한 것이 아니라 독립된 공격 방법으로 한 것임이 명백함에도 원심은 피고회사가 이사건 어음이 융통어음이라는 항변을 하지 않고 있다는 이유로 원고의 위 주장에 대한 판단을 유탈하고 있음은 주장하는 바와 같다.

그러나 융통어음은 자금을 필요로 하는 자에게 자기의 신용을 이용하여 자금을 융통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하여 발행하는 어음을 말하는 것인데 원심이 적법하게 확정한 사실에 의하면 피고회사가 위 소외 1에게 당초의 어음들을 발행해준 것은 소외 1이 피고회사의 자금융통 또는 신용선전을 위한 것이라는 말에 기망당하여 한 것이지 소외 1로 하여금 자신의 신용을 이용하여 자금을 융통하기 위한 것이 아니므로 위 당초의 어음이나 그 개서어음인 이 사건어음을 융통어음이라고는 할 수 없고 따라서 원심판결이 원고의 융통어음에 따른 주장에 관하여 판단을 유탈하였다 하여 그것이 판결의 결과에 영향을 미쳤다고는 할 수 없다. 주장은 이유없다.

그러므로 상고를 기각하고, 상고비용은 원고의 부담으로 하여 관여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정기승(재판장) 이명희 윤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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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급 사건
-서울민사지방법원 1986.7.23선고 85나2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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